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18
제318화
쉬고 있던 마르할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모습은 완전한 활력을 되찾았다.
휴식도 취했고, 재앙 세르우스가 죽으며 그에게 걸었던 저주가 풀렸다.
저주의 대가로 마르할이 걸었던 여러 가지도 돌아왔다.
마르할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교황을, 마왕을 죽이는 건 당대 용사 일행의 역할이다. 그걸로 그들의 역할은 끝난다.
마르할에게는 이전 용사 일행이 채 끝내지 못한 일이 남았다.
기적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마지막으로 망토를 점검한 마르할은 성지를 향해 걸었다.
* * *
성지에 울려 퍼지는 성가 소리 중앙에 마왕이 있었다.
사제의 성가는 그들이 쌓은 역사와 신비의 총체다.
교회는 마법사들의 기행을 집단의 행위로 만들었다.
성가, 기도, 성경, 미사어, 기타 등등.
교회는 만들어진 기행을 디딤돌 삼아 각종 기적을 만들었다.
사람을 치료하고, 벼락을 내리고, 또 이단을 심판하는 기적이었다.
그리하여 완성된 기적은 기행의 일부를 흔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기적에 따라오는 빛과 성가였다.
성가의 중앙에 선 교황은 교회 수백 년 역사의 중심에 있는 것과 같았다.
거대한 지팡이를 든 교황의 허리와 목은 구부러진 부분 없이 반듯했고, 다리는 땅을 굳건하게 디뎠다.
성가와 빛에 감싸인 교황은 신의 사자의 강림이었다.
신조차 인정하지 않을 신의 사자.
“안 온다면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교황이 커다란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성가와 조화롭게 섞였다.
지휘자의 지휘봉처럼 악기 소리를 가르며 지팡이가 땅에 당도했다.
콰앙.
성지가 있는 고원 전체가 흔들렸다. 땅을 가른다는 마법사의 마법처럼 지팡이는 땅을 가르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균열을 만들어냈다.
마리나가 근접전 전문가 둘에게 물었다.
“막을 수 있습니까? 즉석에서 짜낸 마법이 통할 물건이 아닙니다. 못 막으면 휘둘리다 죽습니다.”
“노력해볼게.”
“어떻게든 돼.”
베이올라는 한 손으로 잡고 있던 검을 양손으로 고쳐 잡았다. 크게 들이쉬는 숨에 가슴이 부풀었다. 푸우. 내쉬는 숨에 베이올라는 의지를 담았다.
용사의 조언을 되새겼다.
뜻은 역사가 되리니.
발을 땅에 비비는 마린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안체와 연합의 전쟁 이후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성황국을 건너면서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광전사의 역사가 그녀의 몸에 깃들었다.
도둑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마린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상식을 버려라.
뜻은 역사가 되고.
상식은 사라진다.
교황은 지팡이를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한 손으로 행하는 동작이지만, 지팡이가 품은 건 거대 역사의 힘이었다.
용사와 도둑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계승하고 쌓은 역사 또한 거대 역사에 버금가는 것이었으니.
베이올라와 마린이 눈빛을 나눴다.
둘은 동시에 지팡이를 올려 쳤다.
지팡이가 하늘로 올라갔다. 교황의 팔도 하늘로 들렸다.
전형적인 빈틈이었고, 설령 미끼라 하더라도 상대의 실력을 판단하려면 물어야만 하는 미끼였다.
세 사람이 달렸다.
베이올라와 마린이 각각 교황의 목과 심장을 노렸다.
교황은 수십 년은 무기를 휘두른 초인처럼 반응했다.
거대하던 지팡이가 작아지고 짧아졌다. 그러나 지팡이에 깃든 힘은 그대로였다.
땅을 쪼개는 힘이 막대기 하나에 응축되었다.
일행 중 몸이 가장 튼튼한 베이올라도 맞으면 무사하지 못할 공격이었다. 하지만 베이올라와 마린은 검을 휘두르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방어라면 두 사람보다 한 수 위인 사람이 있었으니까.
어떤 전장에서도 누구보다 늦게 쓰러지는 사람이 함께였으니까.
알라실이 양팔을 교차해 지팡이를 막았다.
뻐억! 성가 소리도 지워버리는 타격음과 함께 알라실의 발이 땅을 파고들었다. 지팡이는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교황이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지팡이가 막혔다는 게 불쾌한 게 아니었다. 알라실이 품은 역사는 분명 성인 율란 에고만의 역사였다.
교회 인간이면서 교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간의 힘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교황은 발과 손을 함께 놀렸다. 처음의 안정된 자세는 허세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그는 베이올라와 마린의 공격을 여유롭게 막아냈다.
다소의 공격은 일부러 허용하기도 했다.
그는 교황이며 마왕. 육신의 족쇄는 그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거대 역사를 몸에 품은 개인들의 난전이었다.
걸음마다 땅이 흔들리고 휘두른 힘의 여파가 폭풍이 되었다.
그들의 모든 동작이 재해를 일으켰다.
성지에 가득한 빛은 여전했고, 성가 또한 여전했다.
하늘과 땅이 울리는 전투 사이에서 숭고한 성가가 이어졌다.
수백 조각으로 잘린 몸통을 재생하며 교황은 나머지 한 명을 찾았다.
그사이 머리가 잘리고, 눈이 꿰뚫리고, 팔이 뽑히고, 심장이 조각나고, 전신 모든 뼈가 어긋나는 등의 일이 있었으나, 성지에 가득한 성가와 함께 모든 상처가 치료되었다.
교황은 눈으로 보지 않았다. 살기와 역사, 그리고 신비를 느껴 지팡이를 휘두르고 손발을 놀렸다.
오감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싸움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인외들의 싸움. 성지 안에 있는 본인을 포함해 넷. 하나가 빈다.
교황은 눈이 무의미한 공방에서 남는 눈으로 빈자리의 주인을 찾았다.
마리나는 싸움터 한쪽에 떨어져 한 손을 땅에 대고 있었다.
그녀는 오른쪽 눈을 감았다. 왼쪽 눈에 박혀 눈동자 역할을 하는 루비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교황이 성지에 있는 모든 걸 삼켰다면. 그래서 마왕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면.’
그녀가 준비한 무기는 교황을 상대로도 유효하다.
마리나는 자신에게 물었다.
인간을 버릴 준비가 되었나?
되었다.
‘곡창지대 요새에서 진실을 안 그날부터.’
마리나는 왼팔 소매를 뜯었다. 멀쩡하던 팔이 검게 물들었다.
“마왕을 멸한 팔이 여기 있으니.”
마법을 행하며 주문을 외우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행동이지만, 이 마법에 있어서는 그녀도 하수다.
누구도, 아마 마르 실라나티엘조차 시도하지 않은 종류의 마법이다.
완성된 실라나티엘의 마법을 따라 하는 게 아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마리나 실라나티엘의 마법이다.
여기서 탄생하는 새로운 역사, 새로운 마법.
실라나티엘이 되기 위한 그녀의 발버둥과 그 결과 일부가 펼쳐진다.
금기의 마법사 실라나티엘.
실라나티엘이지만 실라나티엘이 아닌 모순을 품은 자가 새로운 금기에 손을 뻗는다.
“금주.”
인류사가 금기시한 역사, 상식을 역행하는 행위.
그래서 금주.
“역사 삼키기.”
검은 팔이 꿀렁 움직였다. 본능적인 불쾌감을 자아내는 움직임이었다.
가짜 마왕이라는 곰팡이가 성지를 파먹기 시작했다.
땅이 검게 물들었다. 새하얗던 성지의 땅이 검게 칠해졌다.
교황의 눈이 마리나를 발견했다.
성지가 침범당했다. 시커먼 팔에서 시작된 역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지를 삼켰다.
아아아!
성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악기들은 한층 더 낮고 웅장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교황은 들러붙은 세 명을 힘으로 떨쳐냈다.
산도 부술 거대한 몽둥이로 변한 지팡이가 마리나의 머리로 떨어졌다.
알라실이 마리나와 몽둥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손으로 막았다간 손이 뭉개질 공격이었다.
양팔을 모아 팔뚝으로 막았지만, 그래도 뼈가 부러지고 어깨가 나갔다. 알라실은 기적으로 몸을 치료했다.
율란 에고만은 신이 되며 성인 율란 에고만의 역사 전부를 알라실에게 건넸다.
세상에 남은 유일한 에고만이 된 그녀를 보고 마르할은 말했다.
언젠가 율란처럼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게 될 거라고.
마르할의 말대로 성황국을 가로질러 여기까지 오며 알라실의 기적은 나날이 발전했다.
그녀가 두 명의 괴물에게 뒤처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성인에게 받은 역사 덕분이었다.
이어진 역사가 그녀에게 성인의 의지를 전했다.
성인 율란 에고만의 신념. 그가 끝까지 놓지 않은 하나의 가치.
“구원이 필요한 곳에 구원을.”
여기까지 오며 그녀들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각자 불행했던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았다.
특히 마리나와 알라실은 함께 있을 시간이 많았다.
남부에서 가짜 마왕과 싸울 때부터 둘은 함께였다.
알라실은 마리나의 바람을 안다.
실라나티엘이 되는 것. 그래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
알라실은 이미 마음의 고향을 찾았다.
실라나티엘이 되고 나서야 마리나는 진정으로 그녀의 고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뒤에는 구원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에고만의 역사는 간절함을 외면하지 않는다.
간절한 소원에 도달하는 방법, 불가능해 보이는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
“거짓을 물리치고 기적이 임하시니.”
허벅지까지 땅을 파고들었던 그녀의 발이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알라실은 한 팔로 지팡이를 옆으로 쳐냈다.
마린과 베이올라가 교황의 팔을 수백 조각으로 잘라내니 지팡이가 땅에 떨어졌다.
그사이에도 땅은 검게 물들었다.
교황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빛과 함께 재생한 팔을 뻗자 작아진 지팡이가 그의 손에 들렸다.
마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마법사들의 싸움은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마법을 준비하고 마법을 사용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일단 마법을 펼치면, 결판은 매우 빠르게 난다.
때로 그 속도는 기사들이 검을 교환하는 것보다도 빠르다.
마리나가 사용한 역사 훔치기도 한 번에 상황을 뒤집는 종류의 마법이었다.
교황은 거대 역사 그 자체다.
성지가 침범당하며 교황의 몸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인간의 외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교황의 피부가 검게 물들었다.
교황의 지팡이가 땅을 파고들었다. 베이올라와 마린의 공격을 막지도 않았다.
교황은 전신이 수천 조각으로 잘려도 죽지 않았다. 성가와 빛이 교황의 몸을 고쳐냈다.
베이올라와 마린이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목표를 바꿨다.
세 개의 검이 교황이 땅에 박아둔 지팡이를 두드렸다.
베이올라와 마린의 검이 지팡이를 파고들었다.
교황이 눈을 번쩍 떴다.
“손대지 마라!”
성지의 땅이 움직여 베이올라와 마린을 밀어냈다.
지팡이를 중심으로 대지가 융기했다.
물처럼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는 대지 위에서 땅에 지팡이를 꽂은 교황이 네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저 지팡이가 약점인 거 같은데요?”
“신비를 이용한 공격은 저희가 막겠습니다. 지팡이부터 베어버리죠.”
알라실이 다리에 묻은 흙을 털었고, 마리나가 검게 변한 팔에 천을 감았다.
베이올라가 물었다.
“뭘 했어?”
“이 팔에는 마왕의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걸 성지에 주입했습니다. 마왕의 역사가 가진 특징까지 설명해야 합니까?”
“아니. 아무튼, 저 지팡이만 자르면 되는 거지?”
“확답은 못 하겠지만, 부수고 생각하죠.”
베이올라는 눈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친구를 불렀다.
“마린.”
“내 걱정 할 시간에 너나 잘 따라와.”
열한 번째 걸음과 함께 사라진 마린이 교황의 머리 위에 나타났고, 베이올라도 느려진 시간 속에서 다리에 힘을 주었다.
“팔은 괜찮아요?”
“하루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그 안에 끝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맞습니다.”
“뭐,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네요. 서부에 있던 진짜랑 비교하면 저건 정말 별거 아닌 것 같거든요.”
“역사가 달라졌군요. 뭔가 있었습니까?”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만 말해둘게요.”
성지의 땅이 해일처럼 높게 치솟아 두 사람을 덮쳤다.
마리나가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알라실이 주먹을 뻗었다. 해일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던 토사가 산산이 부서졌다.
* * *
마린과 베이올라는 기어이 교황의 지팡이를 잘랐다.
울렁이던 대지가 무너졌다.
성지가 있던 고원이 사라졌다. 고원만이 아니라 산이 평지에 가깝게 변했다. 산 중턱에 있던 교황청도 보이지 않았다.
교황은 검게 변한 땅 위에 서 있었다.
땅은 빛을 뿜어내지 않았고, 성가 소리도 멈췄다.
교황은 부러진 지팡이를 옆으로 던졌다.
“제가 처음 한 말을 기억합니까? 당신들이라면 기억하고 있겠죠. 그 말의 의도도 의미도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저를 아는 자들과 싸우려 했던 게 패착입니다. 아는 자와 모르는 자가 싸우면, 모르는 자가 패하는 게 당연한 일인 것을.”
교황이 양팔을 펼쳤다.
“여기서부터는 누구도 모르는 역사입니다. 당신들도, 저 뒤에 있는 길잡이조차도.”
반쯤 검게 물들어 있던 교황의 몸이 완전히 어둠에 삼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