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23
제323화
말리바 리시는 백귀와 몰래 접선했다.
백귀는 막대한 재물과 제국 군부의 지식을 가진 말리바 리시의 망명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말리바 리시는 모든 일을 비밀리에 준비했다.
공국의 도움을 받아 국경 인근에 있는 병사의 눈을 속이고, 아젠만의 눈을 피해 연합의 경계망에 틈을 만들었다.
말리바 리시는 부하들과 함께 경계를 넘어 공국의 땅에 들어섰다.
“암살자입니다.”
말리바 리시가 거금을 들여 고용한 초인이 말했다.
이마릴의 부하로 사지의 근육과 신경이 잘린 병신이 되어 살아 있는 유파의 비급 취급받던 초인을 말리바 리시가 구입해 치료하고, 마법으로 계약까지 했다.
같은 처지의 고위 기사가 열 명에 달했다.
철을 베는 기사도 있었다.
말리바 리시는 침을 한번 삼키고 말했다.
“뚫고 나간다.”
가야만 한다. 조금 더 가면 백귀가 보낸 기사들과의 합류 장소다. 공국에 들어가기만 하면 마르할과 네루도 그에게 손댈 방법이 없다.
마르할의 무력이라면 제국에 있는 그를 죽이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만, 그랬다간 공국과 적대하게 된다.
서부는 동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공국의 영향에서까지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
마르할도 공국과 정면에서 대치하기는 꺼릴 거라는 게 말리바 리시의 계산이었다.
제국 출신 명문 유파의 초인들은 돈값을 했다.
제국 출신 초인 다섯이 죽었지만, 말리바 리시는 암살자를 모조리 죽이는 데 성공했다.
말리바 리시는 아픈 다리를 문지르며 숲을 걸었다.
이 앞에 공터가 하나 있고, 공터에는 백귀가 보낸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편했다.
밤의 숲이었다. 달빛 아래 공터가 드러났다.
말리바 리시가 환하게 웃었다. 그럴 만한 병력이었다.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단이 그를 기다렸다.
체면치레겠지만, 그래도 백귀의 정성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암살자가 쫓아왔습니다. 걱정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귀찮은 일은 피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기사들에게 다가가던 말리바 리시는 위화감을 느끼고 발을 멈췄다.
새로운 부하들이 말리바 리시의 앞을 가로막았다.
“발을 보십쇼.”
“…피?”
이십여 개의 전신 갑옷의 발치에 피가 고여 있었다.
쇳소리와 함께 전신 갑옷들이 동시에 쓰러졌다. 한 편의 인형극을 보는 듯했다.
달빛 아래, 쓰러진 백귀의 기사들 사이에, 한 여인이 내려섰다.
“그거 알아? 도둑은 원한을 잊지 않아. 자기가 먼저 시비 걸고 얻어맞은 것도 기어이 복수하는 쪼잔한 인간이지.”
화려한 단검이 마린의 손가락과 손목을 타고 회전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도둑은 제자도 참 자기랑 같은 인간을 골랐어. 나도 원한은 안 잊거든.”
“우리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군.”
“건국제에 기사단을 보냈잖아?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
마린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말리바 리시의 부하들은 그의 눈치를 보며 도망갈 궁리를 하기 바빴다.
상대도 봐가면서 싸워야지 도둑의 후계자이자 마왕을 죽인 용사 일행의 영웅을 상대로는 고위 기사도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았다.
“나를 고문이라도 할 텐가?”
“아니.”
목소리는 뒤에서 들렸다.
말리바 리시가 고개를 돌렸다. 마린의 손에는 심장 하나가 팔딱이며 피를 뿜어대고 있었다.
“그럴 시간도 아까워. 그냥 얌전히 죽어.”
마린이 들고 있던 심장을 터뜨렸다.
* * *
레벨라는 며칠을 기다린 끝에 마르할을 만났다.
마르할은 레벨라가 처음 보았을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마르할은 변하지 않은 웃음으로 물었다.
“서부 생활은 어땠어요?”
“고맙기도 하고, 전혀 고맙지 않기도 합니다.”
“이해해요.”
“황녀님은, 베이올라는 어디 있습니까?”
“서부에서 아직 안 돌아왔어요. 봤다는 소식은 있으니 조만간이겠죠.”
경계에 있는 거대한 저택에는 마르할과 레벨라밖에 없었다.
탁자 위에 있는 잔들을 보니 마르할이 의도적으로 사람을 물린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 레벨라도 거리낄 게 없었다.
“소일라 황녀를 만났습니다.”
“샤리는 잘 지내고 있죠?”
“싸워서 졌습니다.”
마르할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을 들은 또래 청년과 같은 반응이었다. 마르할에게서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반응이기도 했다.
“아, 미안해요. 샤리는 그럴 만하죠. 태어났을 때부터 용사 일행의 기술을 옆에서 보면서 자랐으니까요. 소일라를 만났다고요? 그녀가 자신을 뭐라고 소개했죠?”
“소일라 무느두스.”
여인 소일라도 아니고, 황족 소일라 므에실리고도 아니라, 마왕 소일라 무느두스.
마르할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알 만한 건 다 알았겠네요.”
“당신은 베이올라를 이용해 무얼 하고 싶은 겁니까?”
“베이를 만났을 때부터 제 목적은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 앞에 가는 것.”
“저는… 소일라 무느두스에게, 전 마왕에게 마족을 죽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녀 말로는 이게 꼭 필요할 거라고 하더군요.”
레벨라의 눈에서는 원한과 집념이 보였다.
그녀는 마르할을 원망해도 되는 사람이었다.
미련 없이 죽은 사람을 인간도 아닌 존재로 되살리고, 유일한 친구와도 떨어뜨린 사람이 마르할이었다.
“그녀에게 정확히 무슨 말을 들었어요?”
“새로운 마왕이 탄생할 거라고 했습니다.”
“맞아요.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는 아마 그런 선택을 하겠죠.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때가 되면 전부 알게 될 일이에요. 그보다 큰일이었다면서요? 몸은 어때요?”
“마족과 접촉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레벨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소일라에게 배운 신비로 마족을 죽인 후로 그녀의 몸은 때때로 검은 안개를 뿜어댔다.
평상시에는 억누를 수 있지만, 마족에게 다가가면 그녀 몸 안에 있는 역사가 반응했다.
“당신의 문제는 아마 베이가 해결해줄 거예요. 둘이 잘 이야기해 봐요.”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습니까?”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모두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답이죠.”
여관처럼 생긴 저택의 문이 열렸다.
레벨라는 검에 손을 가져갔다.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영물과 성스러운 혈통에게 여러 신비를 배운 그녀의 감각은 벽 하나로 차단할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보고, 그리고 건물 내부를 감싸고 있던 희미한 신비가 사라지는 걸 느끼고 레벨라는 이게 전부 마르할의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눈을 크게 뜬 채 굳었다.
“레벨라?”
“…황녀님.”
베이올라는 한달음에 달려가 레벨라를 껴안았다.
품 안에 있는 레벨라는 진짜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껴안았을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베이올라는 레벨라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레벨라의 어깨가 금방 축축하게 젖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호위 레벨라, 지금 복귀했습니다.”
태연한 척하지만, 레벨라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섞였다.
“서로 할 이야기가 많죠? 느긋하게 이야기 나눠요. 레벨라, 못 다한 대화는 다음에 해요. 저는 당분간 매우 한가할 예정이거든요.”
마르할이 별장을 나갔다.
커다란 별장에는 레벨라와 베이올라만이 남았다.
베이올라는 얼굴을 들고 레벨라의 몸을 살폈다.
마왕을 죽이고 몇 단계는 발전한 그녀의 눈과 직감은 레벨라의 상태를 바로 알아냈다.
“역시, 마족이구나.”
“그렇게 되었습니다.”
“괜찮아. 나는 레벨라가 살아 있기만 해도 다행이야.”
“황녀님, 그 남자는 위험합니다.”
“알아.”
“아닙니다. 황녀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따라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베이올라는 레벨라의 손을 잡아끌었다.
레벨라는 버텨보려고 했지만, 베이올라가 힘을 주자 그녀의 몸은 허무하게 끌려갔다.
베이올라가 레벨라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마법사의 공방이었다.
공방을 지키고 있던 휴고가 두 사람에게 먼저 인사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왜? 이 안에 뭐가 있길래?”
레벨라가 서부에 있었던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런 그녀가 보기에도 휴고는 이런 장소에서 시간이나 낭비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들어가 보시면 압니다.”
레벨라는 베이올라를 따라 숨겨진 입구를 열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내내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지하의 방에 도착하자 레벨라는 왜 휴고가 건물을 지키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희미한 검은 안개가 그녀의 몸 주변을 떠돌기 시작했다.
레벨라는 신비를 다뤄 황급히 안개를 감췄다.
인간을 벗어난 모습을 베이올라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왕을 죽인 용사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베이올라의 시선은 이미 검은 안개가 떠돌던 자리를 향해 있었다.
레벨라는 변명하듯 빠르게 말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마족, 마족과 접촉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베이올라는 두 개의 관으로 다가갔다.
관을 열자 레벨라도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들은, 유렐의?”
“아마 사고였을 거야. 레벨라는 이 사람들을 어쩌고 싶어?”
유렐의 아내와 자식은 마족이 되기 직전인 상태로 시간이 멈춘 채 잠들어 있었다.
레벨라는 저들의 목에 검을 꽂아 넣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의 가족은 모두 유렐의 손에 죽었다. 레벨라 자신도 유렐의 농간으로 마족이 되었다.
레벨라의 손이 검에 닿았다. 그녀의 실력이면 움직이지 않는 표적 둘을 잘게 찢어놓는 데에 5초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레벨라는 검을 뽑지 않았다.
유렐은 죽었다. 베이올라가 이미 그녀의 복수를 해주었다. 게다가 베이올라는 말했다.
사고였을 거라고.
원치 않게 마족이 된 자들에게 주지 않아도 될 고통까지 줄 필요는 없었다.
“응. 레벨라라면 그럴 줄 알았어.”
“이들을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마족으로서 살아갈 방법을 만들 거야.”
“유렐의 가족입니다.”
“이들만을 위한 게 아냐. 레벨라.”
베이올라의 눈은 미혹 없이 올곧았다.
레벨라는 베이올라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몸은 마족이지만, 인간이던 시절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며, 인간이던 시절의 관습대로 행동하는 그녀를.
관의 뚜껑을 조심히 덮으며 베이올라가 말했다.
“서부에 있었다고 했지? 마족이 된 사람들은 봤어?”
“그들을 찾아 죽이는 게 영물과 성스러운 혈통의 주 업무였습니다. 저는 주로 그들 사이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면 아무런 죄 없이 마족이 된 사람들도 봤겠네.”
“보았습니다.”
마족의 탄생에는 징조도 없고 규칙도 없다.
정신을 차리면 옆에 있던 사람이 검은 안개와 함께 마족이 되어 있었다는 게 증언의 전부였다.
레벨라가 죽인 마족 중 스스로 원해 마족이 된 자는 없었다.
레벨라는 죄 없는 자들을 죽였다.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16년 전의 사태가 재현될 게 뻔하니까.
레벨라는 베이올라가 멀게 느껴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베이올라는 겨우 피 공포증을 극복하고 막 한 사람 몫을 하기 시작한 검사였다.
1년도 안 되는 시간 사이 햇병아리 검사는 용사라 불리는 자리에 올랐고, 자신을 챙기는 걸 넘어 마족이라는 종의 근원을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레벨라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녀님, 모두 그 남자의 수작입니다. 저희 모두 그 남자에게 놀아났습니다!”
“그럴지도.”
“마르할 무느두스. 그 남자의 진짜 이름입니다. 제국을 원망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레벨라. 나가서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하루만 알아보고 와. 이건 전부 내 선택이야.”
베이올라는 씁쓸한 웃음을 남기고 지하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