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25
제325화
정보의 전달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게 므에트 제국 황궁에서 서부까지 오는 정보라면 가장 빠른 길을 사용해도 몇 주는 필요했다.
상식을 무시하는 인간과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제도 구석에 있는 주인 없는 건물에서 황궁에서 나는 소리를 엿듣고 있던 도둑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찌질한 놈이 또 결정은 더럽게 오래 걸려.”
도둑은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
신이 된 율란과의 전투는 정말 지랄맞았다.
신을 죽이는 기술을 만들었고, 정말 율란을 죽일 각오로 단검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망할 후대가 마왕을 쓰러뜨릴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격렬한 전투였던 만큼 몸의 부상도 심각했다.
육신의 상처는 이미 다 나았지만, 신이 된 율란은 인간 아르고의 역사를 직접 공격했다.
그때 입은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율란과 싸우며 또 한 차례 성장한 힘을 제어하는 게 도둑의 일과였다.
상처의 완치는 아직이었지만, 언제는 몸이 멀쩡할 때만 움직였던가.
‘10년을 넘게 기다린 일의 성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또 다른 놈들도 슬슬 볼일을 끝냈을 시기이기도 했다.
도둑은 침대 옆에 있던 다용도 단검을 들고 허공을 향해 아무렇게나 그었다.
공간이 갈라지고, 원하는 정보가 전달된 걸 확인한 도둑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도둑은 가벼운 걸음으로 좁은 방 안을 맴돌았다.
열 번째 걸음을 내딛고, 열한 번째 걸음과 함께 도둑은 모습을 감췄다.
* * *
마왕이 죽은 후 마르할은 서부의 안정화에 집중했다.
안 그래도 사람이 부족한 서부인데, 전쟁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한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도 많았다.
남겨진 사람들이 먹고살 방법을 마련하는 건 마르할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부 국가들에게는 나쁜 소식이지만, 서부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도 있었다.
공국과 제국은 성황국의 공격을 비교적 피해 없이 막아냈지만, 성황국 남쪽에 있는 중소 국가들은 아니었다.
마족의 첫 공격에 국가가 무너지고 서부보다 더한 무법지대가 된 지역이 몇 곳이나 되었다.
기사, 마법사, 용병, 힘 있는 자들이 새로운 왕과 귀족이 되기 위해 코딱지만 한 땅을 가지고 전쟁을 벌였고, 전쟁의 피해자는 언제나 힘없는 평민들이었다.
권력과 탐욕에 눈먼 자들의 마수를 피해 서부로 도망치는 사람이 많았다.
농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사람이 섞여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로 사용되는 언어가 세 개밖에 없는 서부에서도 의사소통이 안 되어 여러 사고가 일어난다.
지금 서부로 유입되는 사람들은 성황국어, 공국어, 제국어 중 어떤 언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아젠만이 언어에 능통한 학자 몇을 데리고 일상 회화 사전을 만들고 있었고, 마르할의 업무도 막대한 양의 번역이었다.
멸망한 소국의 언어로 된 책을 공국어로 옮기던 마르할이 고개를 들었다.
공간이 갈라졌다. 갈라진 공간은 지도의 형상을 만들었고, 거기서도 한 자리를 가리켰다.
마르할은 펜을 놓고 의자 옆에 걸려 있던 망토를 어깨에 걸쳤다.
* * *
곡창지대에 있는 마르할의 땅은 여전히 오염된 채였다.
마족을 연상시키는 색에 마적들도 검은 땅에는 발을 들이려 하지 않았다.
마르할은 오랜만에 자신의 땅으로 돌아왔다.
주인 없는 땅에는 선객이 있었다.
마르할은 이부터 갈았다.
“망할 인간이.”
“어, 왔어?”
바스타가 태연하게 마르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형수님하고 샤리는?”
“음식 준비. 제 엄마 닮아서 벌써 요리에 재미를 붙였더라.”
“아르고는 술이나 가져올 테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어?”
“율란은 언제든 올 수 있고. 마르는 나도 몰라.”
바스타는 어깨를 으쓱이며 흙바닥에 대강 앉았다.
바스타가 허공에 손가락을 스윽 긋자 모닥불이 나타났다.
“그건 또 뭐야?”
“집에 있던 모닥불. 율란하고 한바탕하고 오니까 이런 것도 되더라.”
“어이가 없어서.”
마르할도 모닥불 앞에 앉았다.
바스타가 망토를 보고 물었다.
“결국 썼네?”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싸움은 어땠어? 어디서 싸웠는지 보이지도 않던데.”
“아마 세계 반대쪽? 장난 아니었지.”
“바다 위가 아니었으면 대륙이 쪼개졌을 거야.”
기척도 없이 모닥불 옆에 나타난 마르가 머리에 쓴 가죽을 벗으며 말했다.
“조금 더 풀었네? 거의 절반? 성황국에 버렸어?”
“비슷한 역사끼리 상쇄되지 않을까 싶어서 해봤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더라.”
마르할이 검은 안개로 길을 만든 건 뒤따라올 사람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본인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봉인하고 있는 마족의 역사를 풀어둘수록 마족의 역사를 묶어두고 있는 마르할 본인의 힘도 돌아온다.
현재 마르할은 거의 절반의 힘을 되찾았다.
공간을 무시하고 대륙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모두 그 덕분이었다.
“그래서 신이 되고 뭐가 달라졌어?”
“우선 역사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빛과 함께 율란이 나타났고.
“몸을 부수는 게 아니라 역사를 부수더라니까? 까딱 실수했으면 누구 하나 진짜 뒤졌어.”
아르고가 커다란 술독과 함께 모닥불 옆에 자리 잡았다.
“역사를 부숴? 상처는?”
마르할은 눈을 크게 뜨고 다른 사람들의 몸을 살폈다.
평소보다 불안정해 보이긴 했다. 그러나 그게 힘의 제어가 미숙해서 그런 건지 역사에 이상이 생겨서 그런 건지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
“몇 번 얻어맞고 우리도 정신 차렸지. 수준으로 따지면 반신쯤? 그렇게 말하고 다녀도 되겠지?”
“틀린 표현은 아니군요. 신이 되고 달라진 게 몇 가지 있습니다만, 가장 큰 건 역사를 직접 만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율란의 손바닥 위로 작고 검은 탑이 나타났다.
탑의 외형은 마르할도 아는 어느 거대 역사와 똑같았다.
“성황국?”
“주인이 사라진 성황국의 거대 역사입니다. 교황의 악의에 물든 거대 역사.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물건은 아니죠.”
율란이 거대 역사를 움켜쥐자 성황국의 거대 역사가 모래처럼 무너졌다.
거대 역사 하나가 사라지는 걸 보며 아르고가 입을 열었다.
“그걸로 마족의 역사도 없애버리지? 그럼 마족도 사라지는 거 아냐?”
“없앤 게 아니라 부숴서 흩어버린 겁니다. 후일 누군가 사라진 교회의 역사를 훔치지 못하게요. 마족의 역사를 없앤다고 마족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흩어진 역사가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르고요.”
“신도 피곤하게 사네. 그래서, 이제 어쩌게? 그 몸도 반쯤 환영이잖아. 진짜 승천이라도 하게?”
율란은 고개를 저었다.
“인간으로 누릴 시간은 누릴 겁니다. 그리고 영원히 살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면?”
“하나의 법칙을 새긴 다음 조용히 잠들 겁니다.”
“보편 기적?”
마르가 말했다. 마왕을 죽인 이후 아주 오랜만에 그녀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맞습니다. 보편 기적, 구원을 원하는 자가 구원받을 수 있는 장치. 그 법칙을 세계에 새길 겁니다. 간절한 자는 누구든 구원받을 수 있다면, 교회와 같은 집단이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겠죠.”
“부작용은?”
율란의 계획은 말만 들으면 이상적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율란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었다.
보편 기적이 보편적인 기적이라면, 규칙이 있으면 그걸 악용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도 그만큼 보편적인 진실이었다.
“후대가 잘 해결하길 바라야죠. 저는 선의가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래?”
“제 이야기는 이만하면 된 것 같군요.”
용사 일행의 시선이 마르할에게 꽂혔다.
“그래.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해야지.”
“준비됐냐?”
“여차하면 여기서 끝내면 되니까, 마음 편하게 해.”
마르와 아르고, 그리고 바스타의 응원을 들으며 마르할은 검은 성목으로 만든 상자를 품에서 꺼냈다.
마르할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자 마르할은 역사의 장에 있었다.
마르할만이 아니었다.
앞에는 모닥불이 있었고, 아르고, 바스타, 마르, 율란도 있었다.
크고 작은 무수한 탑을 보며 마르할은 등을 돌렸다. 세 개의 역사로 이루어진 거대 역사가 마르할의 앞을 막았다.
마족과 서부의 역사.
마르할이라는 인간의 역사.
바체아 제국의 역사.
마족의 역사는 처음 마르할이 봤을 때보다 확연히 약해졌다.
토지에 2할을 넘겼고, 또 성황국에서 3할 가까이를 성황국의 역사와 섞어 흘려보냈다.
마르와 율란이 봉인을 조작했다.
마족의 역사를 감고 있던 두 개의 역사가 스르르 풀렸다.
토지에 담아뒀던 2할의 역사가 되돌아가 마족의 역사와 섞였다.
서부에 있던 모든 마족의 원망과 증오가 사방으로 살의를 드러냈다. 거대 역사가 그 원한을 쏟아내고자 몸부림쳤다.
세상의 파멸을 바라는 역사의 몸부림을 보고도 용사 일행은 태연했다.
그들 앞에 있는 건 누구보다 믿음직한 동료이자 길잡이였다.
마르할은 오동나무 관을 꺼냈다.
황제의 증표이자, 동시에 마왕의 증표인 하나의 관.
오동나무 관이 검게 물들자 거대 역사의 움직임이 잠잠해졌다.
마르할은 상자 뚜껑을 열고, 앞으로 내밀었다.
“자, 너희가 원하던 종말이자 복수다.”
거대 역사가 상자로 빨려 들어갔다.
멀리서 보면 마르할이 거대한 탁류에 삼켜지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마르할이 거대 역사에 삼켜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후의 성목으로 만든 상자는 마족의 역사를 모조리 받아들였다.
거대 역사를 흡수한 상자 안에는 매끈한 구체 하나가 고급스러운 천에 감싸인 채 요사스러운 힘을 뿌리고 있었다.
마르할은 상자를 닫았다.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개로 분리되어 있던 기둥이 하나로 합쳐졌다.
본래 마르할이 가졌어야 하는 역사.
황제이자 길잡이이자 인류의 반을 멸한 용사 일행의 역사.
마족의 역사와 함께 봉인되어 있던 역사가 되돌아왔다.
역사의 장에 굳건하게 선 탑을 확인한 마르할은 다시 눈을 깜빡였다.
멈췄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르할의 손에 들린 검은 상자와 원래대로 돌아온 토지가 방금 있었던 일이 환영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용사 일행 모두가 여러 감정이 뒤섞인 얼굴로 마르할의 손에 들린 상자를 바라봤다.
오래도 걸렸다. 그 모든 역경을 뚫고 그들은 목적을 이루기 직전에 도달했다.
한동안 모두 말이 없었다.
“요리도 왔겠다, 이런 날에는 마셔야지?”
아르고가 술독을 열었다. 고위 기사도 한 잔 마시면 중독되어 쓰러질 독한 냄새가 사방에 퍼졌다.
바스타의 손가락이 공간을 갈랐다. 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과 함께 소일라와 샤리가 나타났다.
“삼촌!”
마르할은 달려오는 샤리를 안아 들었다.
“잘 지냈어?”
“응.”
“망할 형이 괴롭히지는 않고?”
“아빠 맨날 집에 안 들어와! 그래서 엄마가 쓸쓸하대!”
마르할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망할 인간이 또 방랑벽이야?”
“아니, 내가 그 정도로 쓰레기로 보여? 상처 치료하고 힘 제어 연습하고, 바빴다니까?”
“연습하는 척 풍광 좋은 장소 찾아다녔겠지.”
“어디서 개가 짖나.”
“음. 바스타. 그 거짓말은 조금 추합니다.”
“…….”
삽시간에 적진 가운데에 던져진 용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뚱한 얼굴로 턱을 괴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소일라가 풉 웃으며 마르할의 품에 안겨 있는 샤리를 받았다.
“다들 식기 전에 먹어요. 샤리도 열심히 만들었으니까요.”
“저거랑 저거랑 저건 내가 했어! 삼촌, 이모, 칭찬해줘!”
샤리가 식탁 위의 음식을 가리키며 자랑했고, 마르가 샤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직접 몸을 움직여 음식을 날랐다.
율란과 마르할, 바스타도 일어나 그릇을 옮겼고, 벌써 술을 퍼마시던 아르고는 마르에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고 나서야 일어났다.
오랜만의 만찬이었다. 동시에 익숙한 식사였다.
10년 전, 마왕과 마족이 사라지고, 마르할에게 네 사람의 기술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련한 후 다 같이 모여 식사하고는 했다.
술을 물처럼 마시던 아르고가 남쪽을 턱짓했다.
“저거는 가만히 놔두게?”
“뭐, 어때.”
“저희가 관여할 일도 아니죠.”
“자기들끼리 사이좋아 보이는데, 우리가 끼어들 필요 없잖아?”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거리지만, 인외인 그들의 감각은 지평선 너머까지 닿았다.
저 남쪽에 있는 마을의 한 건물에 모여 이쪽과 비슷하게 만찬을 벌이고 있는 네 명의 신비가 선명하게 감각에 잡혔다.
“꼬마야, 너는?”
“언제든 만날 수 있는데 뭘.”
마르할은 남쪽으로 시선을 한 번 주고는 술을 홀짝였다. 고개를 들자 맑은 하늘에 보름달이 환했다.
* * *
마르할의 토지에서 남쪽에 있는 베이올라의 토지에는 여전히 그녀의 저택이 남아 있었다.
주인도 잘 드나들지 않는 저택에 오랜만에 불이 켜졌다.
저택 2층에서는 영웅이라 불리는 네 사람이 탁자에 둘러앉아 있었다.
병원 일을 하다 급히 호출된 알라실이 불평했다.
“급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그냥 아는 얼굴끼리 밥 한 끼 먹는 거잖아.”
“그런 줄 알았다면 저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마리나도 억울했다. 공간을 뒤트는 신비가 몇 번이나 펼쳐지고 용사 일행 전원이 집합하는 걸 느꼈으니 무슨 큰일이라도 터졌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 아닌가.
“이것도 나쁘지 않잖아?”
“…무슨 현자도 아니고. 정말 마왕을 죽인 용사랑 동일 인물 맞아요? 교황에게 몸을 빼앗겼다거나 그런 거 아니죠?”
“멀쩡해.”
베이올라가 빈 잔을 뻗자 마린이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베이올라도 마린에게 술병을 받아 비어 있는 마린의 잔을 채웠다.
마리나에게 소식을 받고 음식과 술까지 준비해둔 베이올라였다.
마왕을 죽이고 서부에 돌아와서도 항상 소란을 몰고 다니는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 여유로움이었다.
술로 입술을 살짝 적신 베이올라가 말했다.
“아버지한테 연락이 왔어. 황권 계승에 대해 할 말이 있으니 돌아오래.”
“…가짜들이 편지로 지랄을 하더니, 그런 일이었군요.”
“무슨 일?”
마린이 물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가 생각하는 일이야 뻔했다.
“신경 쓸 것 없습니다. 제국에 마무리할 일이 남은 사람들끼리의 대화니까요. 서부에 피해를 끼칠 일은 없습니다.”
“그럼 됐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당신이요?”
“내 일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도와줄게.”
“그러면 그렇지.”
선대 용사 일행과 당대 용사 일행.
여덟 영웅과 한 명의 길잡이의, 술 냄새 나는 밤이 지나가고.
바체아 제국 건국제가 훌쩍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