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49
제49화
습격이 있기 며칠 전부터 마르할은 행인인 척 지나가며 멀찍이서 표적인 마차를 살폈다.
탁 트인 공간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건 집중력 낭비다. 마차를 호위하는 기사들도 마르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며 슬쩍 정찰하면 엿보기 정도는 쉽다. 마르할은 몇 번이나 마차 옆을 지나가며 마차를 관찰했다.
마차는 일정하게 움직였다. 사소한 사고도 미리 준비했다는 듯 대처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젠만의 말대로 진짜 미래를 보거나, 그와 비슷한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미래는 현실이 되어야 한다는 말 또한 사실일 터.
습격은 성공한다. 그 뒤는 당사자들의 대응에 달렸다.
마르할은 거기에 걸고 함정을 팠다.
마차는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면 마차가 지나갈 길에 함정을 판다.
저쪽이 초인이라면, 이쪽도 초인이다. 삽만 있어도 사람이 들어갈 구멍을 파는 건 뚝딱이다.
거기에 다수의 함정과 화약까지 설치한다.
초인이라도 근본은 인간이다. 창칼이 통하지 않는 특별한 수련을 하는 유파도 있지만, 그런 자들도 폭발에 휘말리면 죽는다.
“이거, 목격자가 있다면 분명 문제가 되겠어.”
구멍 안에 숨어 있던 스트레킬이 바깥에서 들려오는 폭음을 듣고는 말했다.
폭약이나 화약, 스트레킬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인 물건이지만, 만드는 사람들은 결단코 다르다고 주장하는 그것들은 전투의 판도를 바꾸는 위력을 발휘한다.
우선 구하기 어렵다. 구하기 어려우니 예측하기 어렵다. 예측하기 어려우니 대비하기 어렵다. 대비하기 어려우니 허를 찌르기 쉽다. 허를 찌르기 쉬우니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상대가 기사라도 예외는 아니다.
평민도 기사를, 기사단을 위협할 수 있는 물건. 귀족의 권위까지 넘볼 수 있는 물건이다.
서부에서 이만한 폭약이 터졌다. 폭발을 누군가 봤다면 분명 소문이 난다. 폭약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라면 전후 사정을 알아내려 할 것이다.
“그건 각하가 알아서 할 일이죠. 저희도 슬슬 나가죠. 이쪽 핵심 전력은 스트레킬이니까요.”
“그러지.”
스트레킬은 이미 투구까지 쓰고 무장을 마치고 있었다. 망토를 벗고 전신 갑옷을 드러낸 그는 전장의 악몽이라는 강철의 기사가 되어 있었다.
스트레킬이 위를 덮고 있던 천을 걷어내고 구멍 위로 올라갔다. 마르할도 뒤따라 구멍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이미 바깥은 싸움이 한창이었다.
첫 함정에서 저쪽은 서른 명가량이 전투 불능이 된 것으로 보였다.
전체적인 전투력은 이쪽이 살짝 부족해 보이지만, 스트레킬이 있고, 오늘을 위해 책임의 깃펜까지 준비했으니 해볼 만하다.
‘설마 아버지도 황제의 유물이 도적질에 쓰일 거라곤 예상 못 하셨겠지.’
아들로서, 오동나무 관의 주인으로서 죄짓는 기분도 들었지만 어쩌랴. 세상이 요 꼴인 것을.
깃펜을 소매 안에 숨기고 작은 마법을 부리려는 마르할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두근.
마르할이라는 인간의 반응이 아니다. 그의 안에 잠들어 있는 역사의 태동이다.
가끔 개꿈을 꾸긴 하지만, 그건 정말 개꿈이다. 현실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이번에는 진짜다. 역사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 힘을 다루지 못해 고생한 적은 있지만, 힘 자체가 의지를 가진 적은 없다. 역사가 스스로 움직이는 건 마르할도 처음 겪는 일이다.
전문가인 마법사와 성인에게서도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오랜만에 욕이 나오려 하네.”
마르할은 고동의 근원을 찾았다.
열심히 싸우고 있는 아젠만의 부하와 제국의 기사들?
아니다. 그들은 습격에 대응해 막 검을 뽑았을 뿐이다.
보물이 담긴 마차?
아니다. 부서진 마차와 마차 바깥으로 굴러떨어진 상자들은 마르할에게 어떤 감상도 주지 못했다.
세 번째 마차에 가서, 마르할의 시선이 멈췄다.
저거다.
마차가 저 혼자 흔들리고 있다. 폭음으로 멍멍한 귀에 여러 소리가 닿는다.
무기와 무기가 맞닿는 소리. 비명과 고함, 그리고 그 사이로 들리는 낮고 긴 으르렁거림.
마르할이 만났던 어떤 동물과도 다른 울음이다.
세 번째 마차의 마부석에는 여자 한 명이 서 있다. 그녀는 싸움에 참가하지는 않은 채 검에 손을 올리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마차를 지키는 모습. 아젠만의 부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살인과 강도의 전문가다. 어딜 찔러야 사람이 아프게 반응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낸다.
마차를 호위하던 병력은 반 이상이 죽었다. 남은 전력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약점을 먼저 찌르는 쪽이 유리하다.
아젠만의 부하 몇이 여기사에게 달려들었다. 다들 몸놀림이 기사 못지않다.
여기사가 검을 뽑았다.
세 번의 칼질에 세 명의 목이 달아났다. 여기사는 상대의 공격을 막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연계로 상대의 목을 쳤다.
절륜한 검술. 단순히 보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자기 기술을 이해하고 있군. 마법사라고 불러야겠어.’
검과 검이 맞닿은 순간 상대의 움직임이 멈췄다.
접촉하는 물건을 멈추는 마법. 누가 사용해도 강력하겠지만, 기술이 따라주는 기사가 쓰면 진정으로 재앙이 되는 기술이다.
마차를 끌던 말들도 걸레짝이 된 폭발에서 마차만 멀쩡한 것도 저 기사의 마법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점차 커진 심장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몸이 울린다.
그건 분노였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한 마르할의 역사가 분노하고 있다.
모든 ‘쌓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건 아니다. 광전사처럼 자신의 역사에 먹혀 죽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마르할이 품은 역사는 광전사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마르할은 서부의 역사를, 그들의 원한을 담고 있다.
저 마차 안에 있는 것에 반응해 서부의 혼이 울고 있다.
마르할은 여기사에게 다가갔다.
여기사가 마르할을 발견했다.
“그래, 그놈 없이도 이건 알 것 같아. 너구나. 나에게 진실을 알려줄 사람이.”
“진실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 안에 있는 게 뭐죠? 제국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죠? 당신은 대답해야 해요.”
* * *
싸움판 중앙에서는 스트레킬이 전장의 폭군이 되어 날뛰고 있었다.
투구까지 낀 스트레킬은 무서울 게 없었다. 날아오는 창칼을 손으로 잡고 팔로 쳐내며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어 검을 찌른다.
그 단순한 동작의 반복을 막아내는 사람이 없다.
제국의 기사다. 태세만 갖추면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도 제압하고 죽일 방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노련한 스트레킬은 기사들이 태세를 가다듬을 틈을 주지 않았다.
의사소통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쪽으로 파고든다. 등에 검이나 화살이 박히지만, 그걸 위한 전신 갑옷이다.
작전을 수립하기 전에 머리를 죽이고, 새로 머리 역할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또 그쪽을 노린다.
몇 번의 반복만으로 의견을 내려는 사람이 없어진다.
‘압도적으로 이길… 리가 없지!’
스트레킬이 검을 던졌다. 던진 검에 푸른 벼락이 꽂혔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벼락이다. 하늘에서 내려치는 벼락과는 비교가 안 된다.
스트레킬급의 초인에게 치명적인 기술은 아니다. 날아오는 걸 보고 피하면 된다.
전신 갑옷을 입고 있지만 않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두 번째 번개가 날아왔다. 번개는 스트레킬의 움직임을 따라 옆으로 휘어졌다. 스트레킬은 두 번째 검을 뽑았다.
화륵. 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검을 감싸고 그 몇 배로 커진 불길이 번개를 삼켰다.
근처에 있던 기사들이 화들짝 놀라 물러났다.
여러 신비를 접한 제국 기사와 용병들에게도 불을 뿜는 검은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
“결국 뽑았군.”
들개 기사단 단장이자 바체아 제국 근위 기사였던 클리프가 가지고 있던 유물은 제국의 정당한 후계자의 손을 거쳐 스트레킬의 손에 들어왔다.
스트레킬은 이 검을 그다지 쓰고 싶지 않았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트레킬이지만, 이 검은 예외다.
멸망한 바체아 제국, 그 제국의 유일한 적통이 배신자를 단죄하고 수거한 유물.
검이 가진 역사가 무겁다. 의미가 무겁다.
마르할은 큰 의미 없이 검을 건넸을지도 모르겠지만, 검을 받은 스트레킬에게는 아니었다.
이 검을 생각 없이 뽑는다면 그건 명예를 모르거나 생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뽑은 이상, 검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줘야겠지.”
스트레킬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세 번째 번개가 화염에 삼켜졌다.
난전 속에서 길이 열리며 밤이슬이 걸어 나왔다.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번에 달려가 목을 치면 된다.
그게 정석이다. 하지만 스트레킬은 움직이지 않았다.
밤이슬을 중심으로 옅게 깔린 신비가 그의 눈에는 보였다. 스트레킬은 신비를 보는 눈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또한 아마 검의 조화이리라.
눈에 보이는 함정에 빠져줄 이유가 없다.
스트레킬의 태도에 밤이슬은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차분하게 스트레킬을 도발했다.
“모습을 드러낸 마법사는 최우선으로 죽인다. 그게 기사의 교전 상식 아니었나요. 자, 저는 여기 있습니다.”
“어쭙잖은 함정을 파는군.”
“…직감입니까, 아니면 진짜로 보이는 건가요. 마법까지 삼키는 신비를 품은 검은 처음 봤습니다. 당신은 누구죠?”
“돈이 필요한 강도. 이봐, 마법사. 제일 중요한 물건이 위험해 보이는데, 놔둬도 되나?”
스트레킬의 시선이 밤이슬의 뒤를 향했다.
세 번째 마차가 있는 곳.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
밤이슬은 순간 고개를 돌릴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사라진 미래가 그를 한없이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현재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그게 그녀의 생존으로 이어지는 열쇠라면, 그는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녀는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보다 저는 당신이 더 위험해 보이는군요.”
밤이슬을 중심으로 땅에서 퍼런 번개가 올라왔다. 번개는 굽이치며 솟아올라 십여 마리의 늑대가 되었다.
스트레킬이 침을 삼켰다. 마족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최전방에서나 보이던 마법이다.
인류 최고 수준의 마법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신비다.
저런 마법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저들의 출신이 제국이라면 그 후보는 더욱 줄어든다.
“신비 추적자인가.”
“신비 추적자는, 조건만 맞으면 개개인이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다고 전해지죠. 저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기사단을 상대? 지금의 나는 기사단을 도륙할 수 있을 것 같군.”
일개 기사와 용병이, 살인귀들이 끼어들 싸움이 아니다. 스트레킬과 밤이슬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공간이 생겼다.
번개 늑대가 스트레킬에게 살기를 드러내며 달려들었고, 스트레킬이 불을 휘감은 검을 휘둘렀다.
* * *
마린과 베이올라는 전장의 한복판에 있었다. 마린은 유물을 꺼낸 채 마차를 호위하던 용병들과 싸웠다.
마린의 눈은 붉게 물들었고, 몸에서도 붉은 기류가 피어오르고 있다. 그 위협적인 모습에 쉬이 다가오는 사람이 없다.
이미 그녀 주변에는 쓰러진 사람이 둘이나 있다.
베이올라는 흐려지는 정신을 붙잡는 것만으로 한계였다. 피와 살점이 발에 치이는 상황에서 기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스트레킬의 훈련이 성과를 보고 있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역시 방해야.”
“미, 미안하다고!”
“그게 미안한 사람이 하는 말?”
“그러는 너도 아슬아슬하잖아!”
싸울 수 없는 베이올라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여차할 때 마린을 말리기 위해서였다.
유물을 든 마린의 신체 능력은 스트레킬과도 호각을 이룬다. 거기에 광전사의 폭발력까지 더해지면, 힘만은 스트레킬조차 웃돈다.
실제 싸우면 갑옷과 기술의 차이로 백 번 싸워도 마린이 백 번 지겠지만, 신체 능력으로 스트레킬을 찍어 누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단, 그렇게 되면 마린은 이성을 잃는다. 피아 구분이 불가능해진다.
마린 혼자였다면, 그녀가 길바닥에 있던 시절이라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녀가 광전사가 될 상황이라면 그녀 주변에는 적밖에 없다는 뜻이고, 주변 사람을 모두 죽이면 자연스레 이성을 되찾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성을 잃으면 안 된다. 마린에게는 동료가 있고, 아군이 있다.
고작 피의 역사 따위에 이성을 잃고 아군을 공격하면 마르할이 실망할 것이다. 마린은 그것만큼은 죽어도 피하고 싶다.
그래서 필요한 게 그녀를 억제할 사람. 베이올라다.
“칫.”
마린이 혀를 찼다. 베이올라의 말이 맞다.
마린은 이제 역사를 안다. 자신이 겪은 증상이 뭔지 안다. 피의 역사가 그녀를 수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발목을 잡아끌고 있다.
옆에서 베이올라가 붙잡지 않았다면 난무하는 피와 살점에 이성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마린은 숨을 가라앉히며 전황을 살폈다.
열심히 함정을 판 보람이 있다.
귀찮은 상대라 예상되던 마법사는 스트레킬이 상대하고 있고, 나머지는 조금씩 이쪽이 밀어붙이고 있다.
기사급 전력 백 명이라 들었을 때는 내심 겁먹었지만, 이거라면 이길 수 있다.
마린과 같이 전장을 살피던 베이올라의 눈이 멈췄다. 세 번째 마차 마부석에 서 있는 여자.
기억에 있는 사람이다. 베이올라는 자신의 판단을 한 번 부정했다.
십여 년 전에 사라진 사람이다. 여기에서 만나는 건 너무 공교롭다. 기적이라 불러야 옳을 확률이다. 게다가 그녀의 외모. 십여 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제국 황제조차 노화를 극복하지 못했다. 수명의 굴레에 묶여 있다.
일개 기사가 그 족쇄를 벗어던지는 건 불가능하다.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아는데… 설마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진짜 그녀라면? 베이올라가 아는 그 사람이 맞다면?
그녀는 사라진 언니의, 소일라 므에실리고의 행방을 알까?
“마린, 부탁이 있어.”
“짐덩이 지키기도 힘드니까, 제발 닥쳐!”
“제발… 어쩌면 제국 황가의 비밀을 알 수 있을지도 몰라.”
황가의 비밀이라는 말이 마린의 마음을 움직였다.
제국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마린이다. 황가의 비밀은 그녀도 혹하는 단어였다.
“뭘 하면 돼?”
“저기 저 여자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저 여자? 마르할 님?”
마린은 마르할과 대치하고 있는 여기사를 보았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마린이 길을 뚫었다. 심상치 않은 기류를 두른 그녀에게 섣불리 덤벼드는 사람은 없었다.
마침내 베이올라는 여기사와 대화가 가능할 거리까지 도달했다.
“엘리스, 언니의 호위였던 엘리스 맞지?”
여기사, 엘리스 알로베스의 평정이 깨졌다.
“베이올라 황녀 전하? 어째서 여기에?”
“대답해. 언니는, 소일라 언니는 어디로 갔어? 호위인 당신이라면, 그날 이후 황궁에서 사라진 당신이라면 알 거 아냐!”
감정이 격해진 베이올라의 마지막 말은 절규에 가까웠다. 격한 감정은 전염되어 엘리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알긴 누가 알아. 누구보다 소일라의 행방을 알고 싶은 게 그녀다.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십 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때의 충격으로 그녀의 시간은 멈췄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멈추고 말았다.
그녀는 나이를 먹지 않게 되었다. 사물을 멈추는 신비가, 마법이 그녀의 몸에 깃들었다.
그녀 인생 최악의 기억을 베이올라가 끄집어내 할퀴었다.
멈췄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날 이후 심장 가장 깊은 곳에 담아두었던 감정이 터져 나온다.
“제가, 제가 묻고 싶습니다! 소일라 님은 어디로 가신 거죠? 호위 기사에게도 말하지 않고 사라져야 할 일이 있었던 겁니까? 황제도 말하지 않고, 황족마저 모르면, 저는 누구에게 진실을 구해야 합니까!”
마차에서 검은 연기가 폭발했다.
제국 수도에서 서부까지. 엘리스는 마차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마법으로 마차의 시간을 멈춰 안에 있는 놈을 봉인하고 있었다.
엘리스의 시간이 흐르며 봉인이 풀렸다.
마차 뚜껑이 하늘로 날아갔다. 마차를 부수고 안에서 한 마리 짐승이 튀어나왔다. 검은 연기를 전신에서 뿜어내며 나타난 짐승이 엘리스를 향해 발톱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