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50
제50화
소일라 므에실리고, 므에트 제국의 둘째 황녀. 역사는 그리 기억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다섯 명, 그녀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 있다.
용사.
도둑.
마법사.
성인.
그리고 길잡이.
그들 다섯은 소일라 므에실리고를 이리 부른다.
마왕.
마족의 왕이라고.
* * *
이 세상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외형, 몸에서 뿜어대는 검은 연기.
싸움에 살고 싸움에 죽은 삶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어떠한 종족의 특징이다.
마족.
한때 세상의 반을 삼켰던 악몽.
엘리스는 마족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마족의 발톱과 그녀의 검이 닿는 순간 마족의 몸이 멈췄다.
“멍멍아. 가만히 있어야지.”
엘리스는 마족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녀가 검을 거두자 마족이 뒤로 물러났다. 겁먹은 똥개 같은 모습이었다.
전투가 소강상태가 되었다. 도적의 습격 같은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마족이 마차에서 튀어나왔다.
세 번째 마차 안에 생물이 있다는 건 다른 기사와 용병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엘리스가 그 생물을 조련하는 역할이라는 것도.
동물 운송이라면 긴장할 필요가 없다. 동물은 대단해 봤자 동물이다. 맹수도 백 명에 달하는 초인들 앞에선 한 끼 식사다.
마족은 아니다.
마족의 가장 큰 특징. 마족이 진정으로 무서운 이유. 검은 안개에 장시간 노출된 사람은 마족이 된다. 그리고 지금 사방으로 검은 안개가 줄줄이 새고 있다.
마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부모가 막 말을 알아듣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는 이야기가 마족과 용사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마족을 공포의 상징으로 취급하지만, 정작 그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마족은 모두 죽었다. 그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은 현실이 되었다.
사방으로 퍼지는 검은 연기는 꿈이나 환각이 아니었다.
“마, 마족이다!”
“연기에 닿지 말고 도망쳐! 닿으면 마족이 된다!”
아젠만의 부하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사람은 고작 몇 명에 불과했다.
아젠만이 동원할 수 있는 최고 전력이라고 해도 근본은 돈을 보고 움직이는 용병이다.
아젠만도 그걸 알기에 부하들에게 싸우다 죽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그걸 바라지도 않는다.
이번 작전도 첫 함정만 잘 작동하면 목숨의 위험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마족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마족은 완전히 미지의 적이다. 소문만 들어도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항거 불능의 괴물.
돈으로 맺어진 상하관계는 목숨 앞에서 허망하게 찢어졌다.
그건 유렐의 마차를 호위하던 인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차를 호위하던 사람의 반은 고용한 용병이다. 비싼 돈을 주고 고용했으니 어중이떠중이보다는 신용할 수 있지만, 그래도 목숨이 걸린 일 앞에서 용병은 다 똑같은 용병이다.
유렐 휘하의 기사들까지 분위기에 휩쓸려 도망치고 있다.
그 난장판에서, 마르할은 엘리스와 마주했다.
옆에서 마르할의 눈치를 살피려던 마린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마르할은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마린은 그 웃음을 보고 몸이 불에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르할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
“다시 물을게요. 그걸로 서부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했죠?”
“반대로 내가 묻고 싶은데. 너는 소일라 님, 그리고 베이올라 황녀 전하와 무슨 관계지?”
“소일라 언니를 안다고? 마르할이?”
베이올라의 시선이 엘리스와 마르할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엘리스가 베이올라와 마르할의 반응을 살폈다.
마르할의 시선은.
엘리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엘리스와 그녀 뒤에 있는 마족에게 눈동자를 고정하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짙어진 연기가 안개가 되어갔고, 겁먹었던 마족도 다시 낮게 울부짖으며 흉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 한 명의 여기사가 있다.
“좋아요. 그럼 간단한 것부터 묻죠. 이름이 뭐죠?”
“소일라 므에실리고 둘째 황녀 전하의 호위 기사, 엘리스 알로베스.”
마족을 보고 쭉 변화가 없던 마르할의 얼굴에 처음으로 표정이 드러났다. 마르할은 놀랐다.
그것도 상당히 놀랐다.
소일라 므에실리고, 그 이름을 제국 사람의 입에서 들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소일라의 호위 기사라니.
흔들림은 찰나였다.
지금 그녀가 저지르려 하는 짓은 소일라의 호위라는 사실 하나로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제 내 차롄가? 너는 누구지?”
“마르할. 용병이죠.”
“그런 뻔한 거짓말….”
“그리고 용사 바스타의 여정을 이끈 길잡이이기도 하고요.”
“길잡이…?”
엘리스가 마르할의 말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용사라는 명칭을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용사의 본명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용사 바스타.
귀족도, 기사도, 용병조차 아닌 평민.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돌연변이 괴물.
제국은, 성황국은, 그리고 현 연합의 주축이 되는 기득권은 용사의 이름을 숨겼다. 용사가 유명해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
용사의 본명을 아는 건 고위 귀족과 귀족의 명령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 그리고 용사의 관계자 정도다.
그러면 눈앞의 저 남자는 진짜 용사와 아는 사이라는 뜻이 된다.
“용사에게 길잡이가 있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당연하죠. 누가 멍청하게 그걸 자기 입으로 떠들고 다니겠어요.”
맞는 말이다.
용사 일행 당사자들도 행적을 숨기고 다닌다. 다섯 번째 일행이 있어도 자길 드러낼 리가 없다.
“저는 용사 바스타의 길잡이로서, 그리고 그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한 일원으로서 당신에게 들어야만 하는 게 있어요. 저걸 서부까지 가져와서, 무슨 짓을 하려고 했죠?”
무채색의 눈동자 안에 탁류가 감돈다. 엘리스는 비틀 뒤로 물러났다.
눈! 저 눈! 그녀의 신비는 특별하다.
몸의 시간을 멈춰 늙지 않는다. 그건 모든 인간의 비원인 불로불사와도 이어지는 단서였고, 그래서 그녀는 신비 추적자 소속이 아님에도 신비 추적자들에게 상당한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엘리스는 많은 마법사를 봐왔다.
수백 년 신비를 계승한 마법사들은 마르 실라나티엘처럼 땅을 가르고 폭풍을 부르지는 못해도 범인은 상상도 못 하는 일들을, 기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비범한 사람들은 시선부터 특별했다. 늙은 마법사의 눈은 신비를 향한 광기와 순수,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에 맞는 색채를 품고 있다.
하지만 저 남자와 같은 눈은 처음이다.
탁하디탁하다. 어둠은 불길함의 상징이지만, 빛 한 점 없는 어둠은 경외를 품게 한다.
저 남자의 눈도 그랬다.
너무 탁해 세상 무엇으로도 닦아낼 수 없는 오염이다. 인지를 초월한 탁함이 도리어 순수를 떠올리게 한다.
이해를 아득히 벗어났다.
엘리스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소일라의 행방만 알아낼 수 있다면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랬던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두려움이 피어났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가볍다. 저걸 들여다보면 그 끝에 있는 건 죽음보다 끔찍한 무언가다.
“대답하세요. 서부에서, 무얼 하려고 했죠? 그 대답을 듣지 못하면, 다음은 어떤 대화도 없어요.”
“서부 끝자락에 있는 개척촌에 저걸 풀어두라는 명령이었어. 다음은 몰라.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저놈의 통제였으니까.”
“누가요?”
“유렐. 황제의 다섯 번째 자식.”
“임무가 끝난 다음 어떻게 될지 알고도 그걸 받아들였나요?”
“저놈이 그랬거든. 이번 일에 함께하면, 소일라 님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미래를 보는 마법사 말이군요.”
밤이슬은 스트레킬과 대치 중이었다. 마족이 나타나자 둘은 한발 물러서 서로를 견제하며 잠시 싸움을 멈춘 상태였다.
“저놈 마법은 진짜야. 몇 년을 알고 지낸 내가 알아. 그래서 너는 소일라 님을 알고 있을까?”
“죽었어요.”
“뭐?”
“십여 년 전에 당신과 같은 일을 하고 죽었죠. 주종이 똑같은 함정에 당하다니, 멍청하게도.”
“그게 무슨 소리야! 대답해!”
엘리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자신이 어떤 역할인지 그녀도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서부에 마족을 풀어둔다.
다시 마족이 나타나면, 제국은 명분을 얻는다.
연합이라는 귀찮은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서부에 간섭할 명분을.
그걸 시작으로 유렐은 남들보다 빠르게 서부에 영향력을 확장해 계승권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 계획에 필요한 미끼다. 죽어도 그만, 살아 돌아가도 희망은 없다. 이미 그녀의 행적이 노출됐다.
그녀를 기다리는 건 권력에 미친 황족과 귀족들의 과도한 관심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이용당하다 버려지는 처참한 죽음만이 기다리겠지.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어! 소일라 님이 돌아가셨어도 상관없어! 내가 알고 싶은 건 진실이었으니까! 그렇게 살아왔어! 그런데, 그런데 똑같은 함정이라고? 소일라 님이 함정에 빠지셨고, 나도 같은 방법으로 죽는다고?! 대답해!”
“맞아요. 그녀는 순수한 피해자라는 점에서 참작의 여지라도 있지만, 알고도 그랬다면 여지도 없네요.”
마르할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보인다.
태양이 모습을 감췄다. 마족이 내뿜는 검은 연기에 가려져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껴 있다.
대낮이었던 황야가 어둑해졌다.
빗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바람이 거세지고 하늘에서 벼락이 쳤다.
멀쩡하던 날씨가 태풍이 부는 악천후로 변했다.
이건 그의 힘이 아니다. 역사가 분노하고 있다.
마족에게 죽은 서부 생명들의 분노다. 세상의 반이 반복되려는 역사에 분노하고 있다.
폭우 속에서 엘리스가 목이 찢어지도록 절규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대답해! 제발 대답해 줘! 제발…!”
엘리스의 목소리는 끝내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소일라는 영민한 사람이었다.
함정 따위에 빠질 사람이 아니었다. 멍청한 자신과는 달랐다.
“같은 함정이라고? 그때는 마족이 존재하지도 않았어!”
“하지만 그녀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족이 나타났죠.”
“……!”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황녀의 실종과 마족의 등장을 누가 연관 지을 수 있을까.
마족의 등장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소일라 황녀의 실종이 주목받지 못한 건 비슷한 시기에 마족이 등장한 탓도 있다.
설마, 설마….
단서가 여기까지 주어지면 특별한 추론도 필요 없다. 엘리스는 진실을 입에 담았다.
“누가 마족을 만들어서, 황녀님과 함께 서부로 보냈다고? 그게 가능할 리가 없어. 아니, 누가 그런 짓을….”
“그건 당사자들만 알겠죠.”
“당사자?”
“제가 본 건 결과. 과정까지는 모르거든요.”
“거짓말. 황녀님이 나랑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너는 황녀님과 결코 만날 수 없어.”
왜냐하면, 소일라는 이미 마족이 된 후였을 테니까.
마족이 된 인간은 이성을 잃는다. 이성을 가진 마족도 있긴 했지만, 그들이 인간일 적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는 기록은 없다.
마족을 사로잡아 연구했던 신비 추적자들조차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어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죠. 가장 강대한 마족이라면, 마족이 되고도 모습과 이성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지 않겠어요?”
“가장 강대한 마족?”
엘리스의 머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저희가 마왕 앞에 도착했을 때, 마왕은 옥좌에서 일어나 자기 이름을 댔어요.”
“말하지 마. 그 이상 말하지 마!”
엘리스가 소리쳤고,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베이올라가 귀를 막았다.
비바람이 불고 벼락이 쳤다. 바람 소리와 천둥소리가 다른 소리를 파묻었다.
그러나 초인의 청력은 바람과 천둥을 뚫고 전해지는 잔혹한 진실을 잡아냈다.
“마왕 소일라 므에실리고, 그게 세상의 반을 멸망시킨 사람의 이름이에요.”
엘리스가 절규했다. 무릎 꿇고 손톱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영혼의 절규는 침묵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