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53
제53화
말은 모두 도망치고 없었다. 스트레킬과 마르할은 어쩔 수 없이 걸었다.
마린과 베이올라가 도망친 방향으로 걷던 마르할과 스트레킬은 땅에 떨어진 금속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금화와 보석 몇 개가 남아 있었다.
“태풍이 치고 마족이 나타난 상황에서도 보물을 챙길 여유는 있었나 보네요.”
“이거 안 좋군.”
“맞다. 스트레킬은 돈이 필요했죠.”
“들었나?”
“숨겨야 하는 일이었나요?”
“알려져서 좋을 건 없는 일이지.”
스트레킬은 정적과 원수가 많다. 스트레킬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평민 수백 명은 우습게 죽일 놈들이다.
“서부로 오면 어때요? 마린의 땅에 터를 잡을 사람도 필요하고, 카리안의 땅에도 최소한의 사람은 필요해요.”
“빚을 질 정도로 급한 건 아니다.”
“빚이라뇨. 스트레킬 정도 되는 고급 인력을 무료로 부려먹고 있는데요. 그 값으로 하죠.”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그게 아니라도 그는 마르할에게 이미 넘치도록 대가를 받고 있다.
아까 마르할이 보여준 일검. 그런 비전은 원래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
기술을 비전으로 가지고 있는 유파 중에서는 기술을 본 사람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규칙을 가진 곳도 있다.
마르할은 용사의 기술을 스트레킬에게 그냥 보여주었다.
억만금을 줘도 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이고, 역사다.
“그럼 이것도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걸로 해둬요. 땅에 입주할 사람을 구하는 것도 지주의 일이거든요. 서부는 언제나 인력이 부족해요. 여자든 아이든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요.”
“…말로는 도저히 못 이기겠군. 그래도 무리다. 남편 잃은 과부와 자식 잃은 노인이 다수다. 서부까지 오는 여행에 몸이 못 버텨.”
“맡겨만 주면,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어쩔래요?”
“일단 말은 꺼내보겠다. 그런데 도망친 놈들은 어떻게 할 거지?”
핵심 인력이던 마법사와 기사는 죽였지만, 도망친 사람이 많다.
제국 측에서도 수십 명이 도망갔고, 이쪽에도 도망간 사람이 있다.
이게 평범한 도적질이었다면 괜찮다. 전투 중에 도망가는 사람이 나오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평범하지 않은 일이 다수 일어났다.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본 사람이 많다.
“상관없어요.”
“그들을 놔두겠다고?”
“사람을 막 죽이면 쓰나요. 그리고 여기서 본 걸 말해봤자 몇 명이 믿어 주겠어요? 황족의 마차에서 마족이 나타나더니, 폭풍 속에서 마왕이 강림하고, 어떤 인간이 마왕과 폭풍을 한 번에 갈랐다고 떠들면 미친놈 소리 듣죠.”
“하지만 농담으로 듣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건데.”
이 사태를 주도한 황족, 서부에 개입할 명분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다른 나라들, 그리고 용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어 먹을걸요.”
클리프 때야 오동나무 관을 직접 사용했고, 가까이서 본 사람도 많았기에 입막음해야 했지만, 이번엔 폭풍이 많은 걸 숨겨줬다.
마르할과 엘리스 사이의 대화, 마르할의 이름, 그리고 마지막 일검까지.
도망친 사람들이 본 거야 마족과 폭풍, 그리고 거인과 갈라진 하늘이 전부일 거다. 그것들은 전부 거짓말로 무마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것들은 전부 숨겼다. 그러니 문제없다.
살아남은 마법사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니, 그냥 이대로 손을 떼는 게 최선이다.
“그것보다, 저는 스트레킬이 걱정인데요?”
“내가?”
“곧 알게 될 거예요.”
마린, 베이올라와 합류한 스트레킬은 깨달았다. 정말로 자신은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 * *
“저 둘은 언제부터 저랬지?”
“쭉 저랬습니다.”
서로 등을 보이는 마린과 베이올라를 본 스트레킬이 휴고에게 물었고, 그에 대한 휴고의 답이었다.
마린과 베이올라는 서로를 등진 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스트레킬이 머리를 싸맸다. 모든 사람이 사이가 좋을 수는 없다.
딱히 다툼이 없어도 선천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있다.
스트레킬은 부하들에게 억지로 친해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충실히 임무를 수행할 정도의 충성심과 우정이라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저 둘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스트레킬이 가르쳐야 할 둘밖에 없는 제자다.
둘의 사이가 틀어지면 수련에도 지장이 생긴다.
매복을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놔두었던 말을 다시 가져온 휴고가 말했다.
“마르할 님. 말을 준비했습니다.”
“여기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 일단 가면서 이야기할까요.”
* * *
베이올라는 심란했다.
제국에서 도망칠 때도 이리 마음이 어지럽지는 않았다.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아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아니,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이게 꿈이었다면, 아버지의 발언부터 시작해 모든 게 꿈이었다면.
깨어나면 황궁에 있는 침실이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부정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비참했다.
마왕 소일라 므에실리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렸다.
이름만 듣고도 토가 나오는데, 마르할은 그게 함정이라 말했다. 제국에 소일라를 함정에 빠뜨린 사람이 있다.
정신을 차리니 그녀는 마르할 옆으로 말을 몰아 그에게 묻고 있었다.
“왜 안 말해줬어?”
“뭘요?”
“소일라 언니에 대해서.”
“안 물어봤잖아요? 제가 먼저 말해줄 이유도 없고요. 그리고 황족인 그녀를 제가 아냐고 갑자기 묻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래도….”
베이올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마르할이 그녀에게 소일라의 이야기를 꺼낼 이유가 없었다.
반대로 마르할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도 그녀가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음. 심란한 건 이해하는데요. 화풀이할 상대는 똑바로 찾으세요. 저한테 화낸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요? 아니면 제가 그녀를 마왕으로 만들기라도 했나요? 이쪽은 목숨 걸고 세상을 구했는데.”
“미안….”
“잘못은 아니 다행이네요.”
베이올라는 말의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마린의 옆으로 말을 몰고 가다가, 다시 고삐를 옆으로 돌렸다.
그녀에게는 해선 안 될 말을 했다.
마족에게 집을, 가족을, 모든 걸 잃은 사람에게 뭘 아냐니.
‘내가 미쳤지. 미쳤어.’
자신의 목을 조르던 마린은 울고 있었다. 목이 졸릴 만했다. 건드려선 안 될 영역을 흙발로 더럽혔다.
사과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베이올라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을 몰았다.
밤이 되었다.
휴고가 야영 준비를 했다. 기본적인 물건은 말의 등에 매달아둔 것들이 있었기에 어렵진 않았다.
식사 도중에도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평소라면 뭐라도 말을 꺼냈을 마르할은 반쯤 감긴 눈으로 꾸벅꾸벅 졸며 죽을 떠먹고 있었다.
하늘을 베는 검을 보았다.
베이올라도 소문으로만 들었지 하늘을 베는 검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 검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물을 것도 없다.
이 자리에서 그 검의 주인과 인연이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마르할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보다는 뛰어나지만, 초인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몇몇 분야에 강점을 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인외라 불릴 정도는 아니다.
하늘을 가르는 검은 분명 인외의 것이다. 인외가 아닌 몸으로 인외의 기술을 펼쳤으니, 몸이 멀쩡하지 않을 것이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취침 준비 시간이 되었다.
베이올라는 말에 달아둔 커다란 천과 막대기, 삽을 들고 일행과 멀어졌다.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행동, 생리 현상이었다.
막대기를 땅에 박으려던 그녀는 당황했다. 땅이 돌처럼 단단했다.
막대기 대신 삽을 박아도 마찬가지였다. 초인인 그녀의 힘으로도 삽은 끝부분밖에 땅에 박히지 않았다.
베이올라는 맘이 급해졌다. 그런다고 안 박히는 삽이 땅에 박히지는 않았다.
“하아… 이럴 줄 알았지.”
“마린?”
“비켜.”
베이올라에게 삽을 빼앗은 마린은 들고 있던 솥에 담긴 물을 땅에 붓더니 그 자리에 삽을 박았다.
“귀중한 식수를….”
“너한테만 귀중한 거야.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해. 그것보다 똥 냄새에 끌려온 야생동물 때문에 밤에 잠에서 깨는 게 수십 배는 귀찮아.”
“그거 아니거든!”
“똥이나 오줌이나. 냄새나는 건 똑같아.”
마린은 막대기를 박고 천을 둘러 순식간에 화장실을 만들었다.
“그… 미안.”
“기대도 안 했어. 나도 잘한 건 아니고.”
베이올라가 말실수를 했다지만, 실전에서 분에 못 이겨 동료의 목을 조른 그녀도 잘한 건 아니다.
마린도 내심 말을 걸 기회는 없는지 눈치를 보고 있었다.
“똥오줌도 못 가리는 애를 상대로 화를 내서 뭘 하겠어.”
“화장실을 못 만드는 거야!”
“그게 그거지. 안 쌀 거야?”
“…알았어.”
베이올라가 간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에휴.”
베이올라를 완전히 용서한 건 아니다. 그녀가 한 말은 여전히 가시가 되어 마린의 가슴에 박혀 있다.
차라리 스트레킬이 그런 말을 했다면 시원하게 들이박을 수 있을 건데. 몇 번 들이박고 깨지면 욕이라도 시원하게 갈기면 되는데.
그렇다고 베이올라를 무시할 수만도 없다.
‘저년을 불안해서 어떻게 혼자 둬.’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는 황궁에서 살아남은 황족이면 뭐 하나. 길거리에 혼자 던져두면 잠시 한눈판 사이 납치당해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하다.
사람 하나 사라지는 건 그녀에게 익숙한 일이지만, 그걸로 마르할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다.
아무튼 그랬다.
언젠가는 뽑아야 할 가시를 품에 안고, 마린은 한숨을 푹 쉬었다.
* * *
경계에는 떠날 때는 없던 어수선함이 감돌고 있었다. 급하게 거리를 달려가는 사람이 심심찮게 보였다.
마르할은 잡음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골라냈다.
“토지 경주의 규칙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에요.”
“여기서 더 변할 게 있나? 이미 일반인은 기회를 잡기 힘든 환경이 되어 있을 텐데.”
저번 토지 경주만 해도 그렇다. 백 명이 넘는 사람이 폐허가 된 도시로 달려갔고, 승자는 제국 귀족 휘하의 고위 기사인 카반이었다.
“여기서 더 졸라매고 싶다는 거겠죠. 옷부터 갈아입고,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알아볼까요.”
빌렸던 여관 가까이 다가간 마르할이 턱을 쓰다듬었다. 며칠이나 면도를 못 한 얼굴에는 까끌까끌한 수염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여관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휴고, 혹시 돈이 부족했나요?”
“한 달은 족히 빌리고도 남을 돈을 주고 갔습니다.”
기왕 자리 잡은 김에 마르할은 경계를 떠날 때까지 여관을 이용하려 했다. 그래서 휴고는 여관 주인에게 상당한 돈을 미리 주었다.
경계에서 휴고의 얼굴은 유명하다. 그의 얼굴을 보고 돈을 떼먹을 장사치가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여관이 손님을 받는 것 같은데요.”
“당장 처리하겠습니다.”
휴고가 웃옷을 벗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여관을 갈아엎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여관 주인이 잘못한 건 알겠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물론이죠. 여기서 봐주면 제가 호구가 되는 건데요. 일단 거래부터 끊고, 최종적으로는 장사를 접어줘야겠네요. 그리고 여관이 장사를 시작했다면, 머물고 있던 카리안과 아스탈은 어디 갔겠어요?”
베이올라가 미간을 구겼다. 마르할이 원하는 대답이 뭔지는 안다.
여관 주인이 카리안과 아스탈을 죽이거나 노예로 팔아넘겼다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예전이라면 부정했겠지만, 세상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음을 그녀는 이제 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서부가 어떤 곳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서서히 알아가면 되는 거죠. 저희는… 아젠만 각하나 뵈러 갈까요. 가는 김에 옷하고 욕실도 빌리고요. 아젠만 각하의 저택이라면 제대로 된 욕조도 있을걸요.”
욕조라는 말에 베이올라의 얼굴이 약간 밝아졌다.
제대로 목욕한 지가 한참이나 되었다. 마르할의 개척촌이나 경계의 여관에서도 못 씻은 건 아니지만, 어설픈 나무 욕조와 진짜 돈을 써서 만든 욕탕은 차원이 다르다.
* * *
미리 약속도 잡지 않았지만, 마르할은 바로 아젠만의 저택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르할이라면 아젠만을 언제든 만날 수 있지만, 그래도 문지기가 안에 기별도 넣지 않고 문을 열어준 건 처음이었다.
언제나와 같이 마르할은 아젠만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아젠만은 평소보다 한층 심각한 얼굴로 종이 한 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왔나.”
“일은 시원하게 실패했어요. 각하의 부하들이 보물을 가지고 줄행랑을 쳐서요.”
“내 쪽에서 알아서 처리하지. 장물을 처리하면서 내 눈을 완전히 벗어날 순 없어. 그보다 이거.”
아젠만이 보고 있던 종이를 내밀었다. 마르할은 책상에 다가가 종이를 들고는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이제 참가자부터 조절하겠다는 거지. 명분은 그럴싸해. 허무하게 죽는 사람이 없지도 않으니까.”
“진의는요?”
“돈 없고 뒷배 없는 개인은 토지 경주에 참가하지 마라.”
종이는 연합에서 만든 공문이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토지 경주의 출전 자격 제한. 특정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지주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