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6
제6화
마르할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생겼다.
탁탁.
두 개의 소리와 함께 레벨라와 베이올라가 지하로 내려왔다.
“아직 안 갔나?”
레벨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들었나?’
대화가 들릴 거리는 아니었지만, 토지 경주에 참가해 여기까지 온 용병이라면 숨겨둔 기술을 하나쯤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막 내려온 참입니다. 기사는 대단하군요. 저는 10년 넘게 훈련해도 저 높이에서 뛸 엄두도 못 내는데요.”
“그러니까 기사가 되는 거다. 그런데 10년?”
레벨라가 마르할의 몸을 훑었다.
많이 쳐줘도 20대 중반 이상으로는 안 보이는데, 10년 동안 훈련을 해?
훈련이라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보통 신분이 아니다.
“서부 출신이거든요. 마족이 침공해 올 때 도망치며 운 좋게 기사의 종자가 될 수 있었죠. 몸 만드는 법도 그때 배웠습니다.”
“자질이 별로인 모양이군. 아니면 그 기사가 제대로 된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거나.”
“아마 후자일 겁니다. 그 기사 성격이 영 별로였거든요.”
초인이 되면 좋은 점이 한둘일까. 하다못해 농사를 짓거나 화물 나르는 일을 해도 초인이면 남들보다 몇 배나 되는 땅을 일구고, 몇 배나 되는 화물을 나른다.
그리고 몇 배나 되는 돈을 번다.
기사가 되려고 기사의 종자가 되는 소년, 소녀는 차고 넘친다.
기사는 그런 아이들을 골라 부려 먹는다. 진짜 기사가 되면 서임을 받고 영주 아래로 들어가니, 기사가 되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절을 남의 수발이나 들며 날려 버리는 것이다.
‘방법을 안다고 누구나 기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기사를 만나 진짜 수련법을 전수받는 아이들도 있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자질이 없다면 기사가 되지 못한다. 어느 쪽이든 시간을 날리는 건 마찬가지다.
레벨라는 마르할을 다시 보았다. 두 개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머리에, 아까 보니 육체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기사 아래서 수련을 쌓았다면 상당한 실력의 기사가 되었을지도….
경계가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한결 풀어진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이름도 안 물어봤군요. 당신, 이름은요?”
“마르할, 용병입니다.”
“앞장서세요. 귀족 뒤에서 걸을 생각은 아니겠죠?”
“제국 귀족은 별걸 다 따지는… 알겠습니다. 앞장섭죠.”
마르할은 근처에 있는 나무 막대기를 줍고는 손가락을 가져갔다.
“빛이 있으라.”
화륵. 막대기에 불이 붙었다.
주문으로 만들어진 횃불이 비밀 통로의 어둠을 밀어내며 길을 만들었다.
“마, 마법사? 천민, 마법사였나? 마법 천민?”
“마법사였습니까?”
베이올라와 레벨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도 모르는 사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용병 마법사에게 물어보니, 처음 마법을 깨닫는 사람은 다들 그렇다던데요?”
“구체적으로는 언제부터 그랬죠?”
“마족의 침공에 고향에서 도망친 이후…였을 겁니다.”
“…그럼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커다란 사건을 겪은 사람은 가끔 특별한 능력을 깨우치기도 합니다. 세간에서 이름 날리는 용병들도 그런 경우죠.”
“마법 천민. 다른 마법도 쓸 수 있나?”
베이올라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므에트 제국 황실에서도 마법사를 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
마법사는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괴짜가 많아 피 공포증인 그녀가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마법 수련의 기회랍시고 황제 앞에서 자기 배를 칼로 찌른 마법사의 이야기는 므에트 제국 황실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야기의 주인은 황궁 마법사들을 통솔하는 대마법사였고, 대마법사가 그 모양이니 베이올라는 더욱 마법사를 멀리했다.
그녀는 자기 앞에 나타난 천민 마법사가 신기하기만 했다.
조금 별난 부분은 있지만, 괴짜도 아니었고, 대화도 통한다.
“대답해 봐라. 마법 천민!”
천민도 아니고 마법 천민은 또 뭔지. 마법사는 기사와 같은 대우니, 구태여 신분을 따지려면 준귀족으로 쳐줘야 한다. 저 황녀님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는 있을까.
그리고 오만한 귀족 영애를 연기하고 싶으면 저 흥분한 표정부터 숨기던가.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으며 마르할이 적당히 대답했다.
“자잘한 마법을 몇 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도고, 어디 가서 자랑할 것도 못 됩니다.”
“마법을 몇 개나? 제국으로 망명할 생각은 없습니까? 단승 작위와 마법을 연구할 자금을 지원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디 묶이는 건 질색이라서요. 잡다한 마법이라도 마법사가 필요하시면, 몇 명 소개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건 사양하죠.”
평범했던 사람이 마법사가 되는 건 ‘커다란 사건’을 겪은 영향이다. 그런 식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은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마르할과 같은 방식으로 마법사가 된 사람의 대부분은 대화도 통하지 않는 미친놈이다.
그도 내면에 어떤 광기를 품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성적인 대화가 되는 건 매우 드문 경우다.
횃불에 의지해 세 사람은 지하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저 앞에 횃불을 든 기사들이 보였다. 제국의 기사들과 공국의 기사들은 서로 거리를 둔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마르할은 이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안다.
탈출용 비밀 통로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올 건 하나다.
행정관들이 관련 업무를 처리하던 건물.
유물 같은 건 없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여기에 바체아 제국의 유물이 있다는 말이 나왔는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공국 고위 기사와 므에트 제국의 황녀가 직접 올 정도면 정보 제공자도 보통 사람은 아닐 텐데…. 의문만 더해지는 가운데 앞서가던 횃불이 멈췄다.
마르할은 천천히 기사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마르할도 처음 보는 문 앞에 멈춰 있었다.
석문… 바위를 옮겨 깎아 만든 것으로 보이는 문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그 중앙에는 커다란 글자가 있었다.
스트레킬은 문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문에 눈이 있었다면 지레 겁먹고 고개를 돌려 버릴 표정이었다.
“통역, 전달해라. 고대 제국어를 할 줄 아느냐고.”
마르할은 뒤따라오던 베이올라에게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고대 제국어? 배웠다.”
“배웠다고 합니다.”
“그럼 이걸 해석해 봐라.”
“해석해 보랍니다.”
마르할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의미도 없는 공허한 통역을 했다.
기사들이 양쪽으로 길을 텄고, 베이올라가 석문에 새겨진 글귀를 들여다보았다.
스트레킬은 그런 베이올라를 관찰했다.
‘고대 제국어를 배운 므에트 제국 고위 귀족이라….’
베이올라가 고위 귀족이라는 건 보자마자 알았다.
호위 기사의 수준이 하나같이 보통이 아니었고, 토지 경주에 참가해 여기까지 말을 타고 달려왔을 텐데 위생 상태도 좋다.
다양한 이유, 후계 문제나 아니면 개인의 별난 취향으로 바체아 제국의 유산을 찾아 서부까지 온 귀족.
그게 베이올라에 대한 스트레킬의 평가였다. 고대 제국어는 조금 맥락이 다르다.
그는 세상 대부분의 사람이 모르는 비밀을 안다.
-역사를 가진 것은 강해진다.
누군가는 ‘쌓인 것’이라 표현하고, 남들과 교류를 끊고 사는 은밀한 수행자 집단에서는 ‘업’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기사를 초인으로 만드는 건 그들이 쌓은 역사다.
기사가 후대에 전하는 건 단순한 수련법이 아니다. 몸을 만드는 방법과 그 방법에 쌓인 역사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쌓인 역사를 이어받은 인간은 종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인이 된다.
고대 제국어는 바체아 제국 황족이 쓰던 언어다. 고대 제국어의 정확한 근원을 아는 사람은 없다.
오래된 언어이기에 고대. 바체아 제국 황실이 쓰는 언어이기에 제국어.
그래서 고대 제국어.
바체아 제국의 황실은 고대 제국어를 황족만의 언어로 만들었다. 황족과 대화하려면 고대 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했고. 고대 제국어는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바체아 제국은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던 고대 제국어에 역사를 겹겹이 쌓았다.
아는 사람은 아는, 바체아 제국이 500년 이상 성세를 유지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고대 제국어를 배우려던 건 바체아 제국의 귀족만이 아니다. 바체아 제국과 인접한 국가에서도 바체아 제국과의 원활한 외교를 위해 고대 제국어를 배웠다.
바체아 제국이 망한 이후에도 고대 제국어의 위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역사를 가진 것은 강해진다는 진리는, 아는 사람은 아는 비밀이었고, 권력자들은 힘을 가진 언어인 고대 제국어가 퍼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가르치려는 사람은 없고, 알던 사람은 대부분 죽었다.
고대 제국어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고 배우기 어려운 언어가 되었다.
눈앞의 여인은 그 어려운 언어를 더듬더듬 읽고 있다. 이해하고 있다.
‘낮게 잡아도 므에트 황실과 관계된 집안. 어쩌면….’
제국 황녀.
스트레킬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그는 공국 고위 기사이며, 마족과의 전쟁에서 활약한 전쟁 영웅이다. 그리고 므에트 제국은 잠재적 적국이었다.
적국의 황녀가 눈앞에 있다면, 죽이거나 포로로 삼아야 한다.
전쟁을 겪기 전의 스트레킬이었다면 기꺼이 검을 뽑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처지가 발목을 잡았다.
‘난 버려진 기사다.’
공국 대가리들은, 왕조차도 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뭐라도 해보려 하면 사방에서 방해가 들어와 망했다.
돈도 잃고 정치적 입지까지 위태로워진 그가 한 선택이 서부행이다.
유물, 바체아 제국의 유물을 가지고 토지 경주에서 땅을 얻으면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그랬던 그에게 새로운 선택이 나타났다.
제국 황녀.
황족 사이에서 어떤 위치인지는 모른다. 황위 싸움에서 진즉 나가떨어진 낙오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두꺼운 장벽을 넘어 제국 귀족 사회 안으로 단박에 뛰어들어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귀족 사회에 들어가기만 하면, 고위 기사인 그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열린다.
베이올라가 고대 제국어의 해석을 마쳤다.
“재앙을 맞이할 준비가 된 자만이 문을 여는 주문을 외워라. 시련을 이기면 보상이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로, 고대 제국어로 문을 여는 주문이 적혀 있었다.
공국과 제국을 가릴 것 없이 기사들이 투지를 보였다.
재앙이라는 말은 그들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보상. 오직 보상. 그것만이 중요했다.
겉으로는 근엄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지만, 베이올라는 속이 꼬였다. 배가 아팠다.
‘괜히 읽었어!’
고대 제국어는 어렵다. 배우기 힘든 언어는 다 이유가 있다. 수백 년 동안 바체아 제국 황족들이 학자들을 동원해 의도적으로 어렵게 언어를 꼬아버렸다.
그녀는 고대 제국어를 묵독으로 읽을 실력이 되지 않는다. 묵독보다 음독이 훨씬 편했고, 그래서 평소처럼 글을 읽었다.
그 내용이 피아 가릴 것 없이 기사들의 투쟁심을 건드릴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석벽을 세우고 안에 재앙을 봉인할 실력을 가진 마법사의 경고다.
그녀는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피를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기사들이 그걸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호위들이야 그녀가 명령하면 듣겠지만, 공국 기사들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베이올라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레벨라에게 도움을 청했다. 애타는 눈빛으로 레벨라의 눈을 보았다.
레벨라는 작게, 베이올라만 알아볼 정도로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는 의미였다.
“주문을 외워라. 무슨 일이 있어도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그렇게 전달하랍니다.”
마르할이 스트레킬의 말을 전달했다. 말하지 않아도 그녀도 알고 있다.
베이올라가 주문을 외웠다.
아이실, 파, 라가.
단단한 석문이 천천히 열렸다. 열리는 석문 사이에서 검고 불길한 안개가 흘러나와 아래로 가라앉았다.
여긴 단순한 탈출용 비밀 통로다. 석문 같은 게 있어도 안 되고, 진짜 마법적 봉인 같은 건 더더욱 있으면 안 된다.
석벽의 재료를 지하로 옮기는 것, 돌을 조각해 봉인을 만드는 것. 모두 품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일이다.
망한 도시의 폐허 아래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마르할은 그게 가능한 사람을 안다.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기적을 부리며 고대 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그 인간이 진짜….’
용사 일행의 마법사 마르 실라나티엘.
횃불만 만들어도 마법사라 불러주는 세계에서 벼락을 부르고 불의 비를 내리고 땅을 가르는, 초인조차 넘어선 인외의 마법사.
비상 탈출구를 개조해 만든 봉인은 그녀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