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65
제65화
마차에 불이 붙었다. 불이 번지는 속도는 느렸다.
짐마차에도 급이 있다. 아젠만 정도 되는 사람은 짐마차 하나만 잃어도 손실이 막대하다. 그래서 불에 잘 안 타고, 잘 부서지지 않는 재질의 나무를 사용한다.
전소하기 전에 불을 끄기만 하면 수리해 쓸 수 있다.
“물은 아낄 필요 없다! 마차에 붙은 불을 끄는 데 공헌한 사람은 고용주가 크게 포상할 것이다! 나머지는 도적을 경계해라!”
할리발이 말했다.
마르할은 포상 같은 걸 준다고 말한 적이 없다. 저건 할리발의 임기응변이다.
일꾼들은 일이 터지면 도망가기 바쁘다. 하지만 돈이 걸려 있다면, 그래도 한둘은 남아 일하는 시늉이라도 한다.
할리발의 말이 거짓말이 되면 역효과만 나겠지만, 마르할이 진짜 포상을 하면 되는 일이니 문제없다.
일꾼들이 식수와 씻을 물을 몽땅 퍼서 마차에 끼얹는 사이 숨어 있던 도적들이 마차를 포위하고 나타났다.
숫자는 이십여 명 남짓.
인원은 이쪽이 더 많다. 그러나 저쪽은 모두가 싸울 수 있는 인원이고, 반대로 이쪽에서 전투 가능한 인원은 스무 명이 되지 않는다.
저쪽에 초인이 있다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마르할의 앞에 있는 나무에서 사람이 솟구쳤다. 마르할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허공에서 한 바퀴 몸을 돌려 착지한 사람은 볕에 타 까무잡잡한 피부를 하고 있는 남자였다.
손에는 괴기한 무기를 들고 있다.
원형의 고리에 손잡이를 달고 날을 세웠다. 저건 마르할도 안다. 인간형 마족을 상대로 쓸 만한 무기라며 도둑이 가끔 보여주던 무기다.
이름은 차크람. 지금은 없는 유목 국가 안체에서 쓰는 무기다.
안체와 관련된 사람을 만나는 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마르할의 개척촌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던 사람도 안체의 무기를 사용했다.
‘한 명도 찾기 힘든 안체의 전사가 두 명이나. 우연일까. 아니면 누군가 안체 사람을 모은 걸까.’
그거야 천천히 알아보면 된다.
마르할은 일행 중 죽은 사람이 없나 귀를 기울였다. 다친 사람은 있지만, 죽은 사람은 없다. 피를 보지 않고 해결 가능한 단계다.
마르할은 남자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남자의 발음에 따라 마르할이 취할 행동도 달라진다.
남자의 입이 열렸다.
“마차를 넘기고 사라져라. 죽이진 않겠다.”
공국어다. 발음이 약간 어눌하다. 마르할이 아는 세 개 언어의 발음이 섞여 있다.
익숙한 발음을 발견한 알라실이 관심을 보였다.
“할리발. 잠깐만요.”
마르할은 몰래 소매 안쪽에서 단검을 꺼내던 할리발을 말렸다.
할리발은 마르할을 힐끗 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가 대리로 행렬을 이끌고 있긴 하지만, 마차의 주인은 마르할이다.
나가 죽으라는 수준의 명령이 아니라면 그는 마르할의 말에 따라야 한다.
마르할이 말에서 내렸다.
[사제들 비위 맞추기 힘들지는 않았나요? 꽤 고생한 얼굴로 보이네요.] […너는 누구냐? 어떻게 우리말을?]마르할은 남자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반가움, 당황함, 그리고 향수.
안체는 위치만 보면 바체아 제국보다 서쪽에 있던 나라다. 그리고 마족은 바체아 제국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게 무얼 뜻하느냐.
바체아 제국 기준으로 동쪽에 있던 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많이 살아남았지만, 서쪽에 있던 나라의 사람들은 생존자를 찾기 힘들다.
[어렸을 때 안체 사람이랑 지냈던 적이 있어서요. 그거 차크람이죠? 다루기 어렵기로 손에 꼽는 무기라던데, 대단하시네요.] [누구냐고 물었다.] [이 마차 주인이요. 당신은요?] [울테칸, 초원의 긍지 높은 전사다.] [울테칸. 제안할 게 있어요. 저희 호위가 되지 않을래요?]울테칸은 미친놈을 보는 표정이었다.
강도한테 호위가 되라고 제안하는 사람은 이야기 속에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 이야기 속에나 나올 놈이 지금 그의 앞에 있었다.
[마차의 피해도 크지 않고, 죽은 사람도 없어요. 아직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거죠.] [불가. 우리는 도적이다.] [전투가 일어나면 그쪽도 피해가 없을 순 없어요. 돈은 꽤 벌겠지만,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죠. 제 제안을 받아들이면, 마차와 내용물을 팔았을 때보다 더한 보상을 드릴 수 있어요. 효율적인 길을 두고 비효율을 택하는 게 초원의 긍지였던가요?] [뱀의 혀를 가진 자로다. 네 말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싸우면 당신은 무조건 죽어요. 그래도 싸우겠어요?]울테칸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가 살기를 담아 마르할을 노려봤다.
마르할의 말이 그의 자존심을 찔렀다.
울테칸은 자신의 기술과 능력에 지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평생 싸워 이기는 방법을 배우고 연마했다.
싸움에서 진다는 건 그의 인생을 부정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평정이 깨어지는 것이 바로 마르할이 의도하던 바다.
[알레스 그 개자식인가요? 아니면, 다른 사제? 역시 사제는 믿을 사람이 못 되네요. 몇 년을 같이 일한 사람의 등을 찌르다니.] [등을 찔려?] [모국어에 성황국어 발음이 섞일 정도라면, 성황국 사람이 많은 도시에 몇 년은 머무셨을 테고, 이 인근에서 그런 도시는 남쪽에 있는 경계 도시 하나뿐이죠.]파면 사제 알레스가 지주로 있는 도시다.
아젠만과 마르할이 주인으로 있는 경계 도시는 공국과 맞닿아 있는, 공국의 일부로 취급되기도 하는 도시다.
알레스가 지주로 있는 도시는 아젠만의 도시 기준으로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나온다.
공국이 아닌 다른 약소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로, 도시와 국가 전체가 성황국의 영향력 아래 떨어졌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초원의 전사가 도적질하고 있다면 상인들이 몰랐을 리가 없어요. 최근까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거겠죠. 남쪽에서 당신 같은 실력자가 일했다면, 분명 교회와도 엮였을 테고요. 아닌가요?] […….] [맞나 보네요. 당신은 버림받은 게 맞아요. 사제들한테 밉보일 짓이라도 했나 봐요?]했다. 엄청나게 했다.
신에게 선택받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다는 사제들의 선민사상은 타인을 배려하는 법이 없다.
그들에게 배려받으려면 권력이, 명예가, 돈이 있어야 한다.
사제들에게 권력도 돈도 없는 기사와 용병은 힘만 쓰는 야만인, 계몽해야 할 미개인이다.
울테칸의 자존심은 사제들의 무례를 용납하지 않았고, 그는 사제들과 상당한 마찰을 빚었다.
그가 사제들이 겉으로 못 하는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개가 아니었다면 신성모독으로 진즉 처형당했을 것이다.
[그들이 나를 버렸다는 근거는?]마르할이 알라실을 불렀다. 말에서 내린 알라실이 마르할 옆으로 다가왔다.
“왜요? 무슨 대화 중이었는데요? 그건 무슨 말이고요?”
“잘린 팔을 붙일 수 있다는 거, 정말이에요?”
“일단은요.”
“잘됐네요.”
“뭐가 잘됐… 꺄아악!”
알라실이 비명을 질렀다.
마르할이 자기 손가락을 잘랐다. 잘린 손가락이 땅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미, 미쳤어! 당신 미쳤어?! 이게 무슨 짓이야!”
“빨리 붙여주시죠. 아파 죽겠으니까.”
정말로 아픈지 마르할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미쳤어… 미쳤어….”
연신 중얼거리면서도 알라실은 떨어진 손가락을 주워 절단면에 붙이고, 기적을 사용했다.
손가락에 감각이 돌아왔다. 마르할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가락은 잘리기 전과 똑같이 움직였다.
역사를 아는 사람에게는 마법의 일종일 뿐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신의 기적, 불신자도 종교인으로 만들 요술이다.
울테칸에게 중요한 건 다른 부분이었다.
[그 손, 잠깐 볼 수 있나?] [얼마든지요.]마르할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잘렸던 흔적도 없다. 아주 깔끔하게 붙었다. 마르할은 보란 듯이 손가락을 움직이기까지 했다.
울테칸은 실력 있는 전사지만, 그를 대체할 자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잘린 손가락을 즉석에서, 부작용 없이 붙일 수 있는 사제나 수녀는 성황국 전체를 통틀어도 많지 않다.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명심해야 하는 상식이다.
저 남자의 말이 맞다.
교회가 그를 버렸다.
교회가 먼저 배신했다면, 그가 참을 이유도 없다.
[날 감시하는 인간이 있다.] [몇 명인데요?] [하나.] [위치는요?] [다섯 번째 마차에서 네 기준으로 왼쪽.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남자다.] [그 사람은 공국어를 할 줄 아나요?] [내가 알기로는 못 한다.] [완벽해요.]마르할이 원하던 최상의 조건이다.
“할리발.”
마르할이 나지막하게 할리발을 불렀다.
할리발은 둘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모른다고 손 놓고 있으면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게다가 할리발은 마르할의 방식을 안다. 범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압도적인 식견으로 단번에 심리적 거부감을 허무는 언변을 몸으로 경험했다.
“다섯 번째 마차에서 왼쪽. 맨손인 남자가 있을 거예요. 몇 초 걸려요?”
“눈 깜짝할 사이.”
“좋네요. 신호하면 해줘요.”
할리발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매를 타고 떨어진 단검이 그의 손에 잡혔다.
[한 명만 처리하면 되나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저희가 먼저 시작하죠.]“할리발, 해요.”
할리발이 몸을 돌렸다.
그의 시간이 느려졌다. 몸이 반 바퀴 회전하고, 그의 눈이 뒤편에 있는 행렬을 잡아냈다.
다섯 번째 마차. 왼쪽. 맨손.
‘찾았다.’
나무 위에서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이쪽을 보며 눈썹을 찌푸리고 있는 남자다.
할리발의 손에서 단검이 쏘아졌다. 단검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할리발의 대각선 위쪽. 잘못 던진 게 아닌가 싶은 각도다. 그래서 표적은 안심한다.
단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집중력의 배분은 숙련된 전사에게 본능의 영역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을 게 확실한 단검 하나까지 눈에 담으면 정작 막아야 하는 공격을 막지 못한다.
할리발의 투척은 그 틈을 찌르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하늘로 솟구치던 단검이 휘었다. 흩날리는 찻잎처럼 궤적이 꺾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이나 경로를 바꾼 단검은 어느새 목표로 삼았던 남자의 이마를 노리고 있었다.
표적이 단검을 알아차렸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여기까지 오면, 중위 기사도 그의 단검을 피하지 못한다.
단검이 감시자의 이마에 꽂혔다.
마르할과 울테칸의 대화를 모르는 자들 눈에는 할리발의 선공으로 보였다.
도적들이 무기를 들었다. 할리발의 부하들도 싸울 준비를 했다.
그 전에 할리발과 울테칸이 각각 공국어와 성황국어로 외쳤다.
“정지!”
[싸우지 마라! 전부 작전이다!]두 집단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할리발과 울테칸은 이때 먼저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할리발이 먼저 무기를 거두고 부하들에게 다가갔다.
“포섭에 성공했다. 이제 우리 편이니 싸울 필요 없다.”
“하지만…!”
“누가 죽었나?”
“다친 사람이 있습니다!”
“상처는?”
“팔에 화살을 맞았습니다.”
“치료하면 된다.”
마르할이 말하기도 전에 분위기를 읽은 알라실이 먼저 움직였다.
잘린 손가락을 치료하는 것에 비하면 화살을 맞은 건 어려운 상처도 아니다.
울테칸도 부하들을 단속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 행렬을 호위한다. 반론은 받지 않는다.”
“보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배로 받기로 했다.”
울테칸의 명령을 듣고 있지만, 몇 명을 빼면 모두 울테칸에게 고용된 자들이다. 그들을 달래려면 돈이 필요하다.
몇 년을 알고 지낸 사이지만, 그게 돈 대신이 되지는 못한다.
도적이 호위로 둔갑하는 초유의 사태에 잠시 혼란이 있긴 했지만, 인명 피해도 없고, 다친 사람도 완치되자 수습은 빨랐다.
할리발은 죽은 말 대신 예비용으로 끌고 오던 말에 타고 선두에 섰다.
“출발한다.”
행렬이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