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66
제66화
두 집단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긴 했지만,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는 마차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
마르할은 말을 타고 할리발 조금 뒤에서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말 한 마리가 마르할이 탄 말의 옆으로 붙었다. 알라실이 탄 말이었다.
“무슨 대화를 한 거예요?”
마르할은 울테칸을 찾았다.
그는 뒤쪽에서 부하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자신처럼 듣는 귀가 특히 좋을 수도 있다. 마르할은 주위의 바람을 슬쩍 끌어와 소리를 가렸다.
“약을 팔았죠.”
“약?”
“교회 관계자일 게 뻔하니, 교회에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도록 했어요.”
“어떻게요?”
“당신을 팔아서요.”
“???”
알라실이 바보처럼 눈을 깜빡였다.
“스스로 말했잖아요? 교황청에서도 중요한 사람이라고요. 교회 사람이 그런 주요 인물을 공격할까요?”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먼저 잘린 손가락을 붙이는 걸로 당신의 능력을 보여줬죠. 그리고 설득했어요.”
“고작 그걸로 자기 손가락을 잘라요? 당신 미쳤어?! 미쳤냐고!”
알라실이 소리쳤다. 마르할이 자기 손가락을 잘랐을 때는 그녀도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잘린 부위를 붙이는 건 익숙하지만, 사람이 자기 손가락을 자르는 걸 눈앞에서 보는 건 그녀에게도 충격이었다.
몸에 새겨진 습관이 아니었다면 상처를 치료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고작이라뇨. 여기서 싸웠으면 몇 명이 죽었겠어요. 손가락 하나면 싸죠. 그렇잖아요?”
“아니, 그래도… 하.”
알라실은 입을 우물거리다 대답을 포기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손가락 하나 잘라서 진짜 죽음을 막을 수 있다면 싼 게 맞다. 잘랐다가 다시 붙이는 거니 손가락을 잃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자기 손가락을 진짜 자른다면, 그건 광인이다.
“만약 제가 손가락을 붙이지 못했다면요?”
“붙었잖아요?”
마르할이 다섯 손가락 멀쩡한 손을 흔들었다.
“내가 구라 깐 거였으면 어쨌을 거냐고요!”
“그런 걸로 거짓말할 사람 아니잖아요?”
“아니….”
알라실은 이번에도 말을 잃었다.
그걸 그대로 믿었다고? 순수한 거야, 바보 같은 거야?
손가락이다. 한 번 잃으면 고칠 수 없는 신체 일부란 말이다. 그걸 만나고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맡기다니. 믿을 수 없다.
그녀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이기심과 생존 욕구, 그리고 이익이다. 그게 고아원에서 자라 교회의 실험체가 된 그녀의 인생이다.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믿고 자기 손가락을 자르는 인간을, 그녀는 모른다.
처음 만나는 종류의 인간을 마주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그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이 사람이 날 믿어줬다. 날 믿고 손가락을 잘랐다.
“됐고, 하던 이야기나 계속해요. 대체 어떻게 설득한 건데요? 아직 완전히 이해 못 했어요. 제 능력하고 저 사람의 생각을 조종한 게 어떻게 이어지는데요?”
“최근 교회 사람이랑 말다툼한 일이 있어서요. 그 쪼잔한 인간이라면 제가 무슨 일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을 보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죠.”
“말다툼으로 사람을 죽이려 해요? 쪼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맞아요. 쪼잔한 사람이라니까요.”
마르할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다. 손가락이 잘리는 고통과 잘렸던 신경이 연결되는 그리운 감각이 뇌리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며칠은 악몽을 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 경험을 하게 해줬으니, 대가는 톡톡히 받아내야지. 하지만 모든 건 일이 끝난 다음이다.
“알라실 당신이 교회에 고용된 용병이고, 교회의 명령대로 사람을 죽이러 가니 그 자리에 교황이 있다고 해봐요. 그럼 어떤 생각이 들겠어요?”
“어떤 미친 새끼가 날 죽이려 하는구나?”
“그거죠.”
“제가 여기 있는 건 우연이잖아요.”
“그렇죠.”
“그럼 속인 거잖아요.”
“그래서 말했잖아요. 약 팔았다고.”
“자기가 속았다는 걸 알면 어떻게 해요?”
“교회에서 보낸 감시자까지 죽여놓고 변명이 통할까요? 이미 늦었어요.”
“이 미친 인간이…!”
이제 소리 지를 기운도 없다.
범인은 광인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
알라실도 자기가 제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실제로 미쳤다는 말도 몇 번 들었지만, 그래도 진짜 앞에선 그녀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저기 울테칸이 오네요. 우리끼리만 알고 있으면 돼요. 그러니 알았죠?”
“알긴 뭘 알아!”
알라실이 말에 매여 있던 모포를 잡아 마르할에게 던졌다. 고개를 숙여 공격을 피한 마르할은 말을 몰아 옆으로 멀어졌다.
알라실은 멀어지는 마르할을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보았다. 그러는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다.
* * *
저녁이 되면 식사 준비가 시작된다.
평소 식사 시간이 되면 마르할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편한 곳에서 밥을 얻어먹고는 했다.
오늘은 마르할도 한자리에 앉았다.
할리발과 마르할, 알라실, 울테칸이 한 모닥불에 둘러앉았다.
알라실은 공국어를 모르고, 울테칸도 유창하게 구사하지는 못한다. 할리발도 성황국어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안다.
둘 사이를 중재하려면 공국어와 성황국어를 동시에 아는 마르할이 필요했다.
모닥불 위에 얹힌 철판에서는 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다.
풍족한 식량. 여행에서 이것보다 든든한 것도 없다.
구워진 고기를 접시로 옮기며 할리발이 물었다.
“마르할,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뭔데요?”
“내 기술을 어떻게 알았지?”
할리발은 마르할 앞에서 한 번도 힘을 사용한 적이 없다. 하지만 마르할은 알고 있다는 듯이 그를 불렀다.
“아, 그거요. 손동작을 보고 알았어요.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던데요.”
“고작 그걸로?”
“한 번 실패해도, 마지막에 놓치지만 않으면 되니까요. 한 번 걸어봤죠.”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어.”
마르할이 보통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비장의 한 수를 사용하기도 전에 읽혔다는 건 큰 문제다.
그것 말고도, 할리발에게는 해야 할 말이 더 있었다.
“내 잘못이야.”
“뭐가요?”
“내 부하들이 정찰을 똑바로 했다면 기습당하지도 않았겠지.”
“저쪽도 전문가였으니까요. 말까지 버리고 작정하고 숨어버리면 추적 기사가 아닌 이상 찾기 힘들죠.”
그걸 찾아내는 실력이 있으면 할리발의 부하가 아니라 어디 거상이나 귀족 아래에서 일하고 있겠지.
할리발과 대화하고 있자니, 옆에서 울테칸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마르할, 부탁이 있다.”
“뭔데요?”
“내가 교회 아래서 일하던 건 단순히 돈이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요?”
“내 아내가 수녀다. 자식도 있다. 실질적인 인질이지.”
마르할이 이마를 짚었다.
이건 조금 골치 아프다.
“음. 순수한 궁금증으로 묻겠는데요. 왜 수녀랑 결혼했어요?”
“첫눈에 반했다.”
“너무 당연해서 할 말이 없네요.”
첫눈에 반해서 결혼했다는데 어쩌겠는가.
왜 첫눈에 반했냐고 따질 수도 없다. 사람의 감정이 생각대로 되면 그게 사람인가. 사람을 초월한 무언가지.
사실 사람을 초월했다고 불리는 사람들도 감정에 충실하다.
‘오히려 인외라 불리게 되고 더 그랬지.’
사람이 욕망을 억제하는 건 이루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거나, 둘 다이기 때문이다. 모든 욕망을 이룰 힘이 있다면, 욕망을 억누를 필요가 없다.
하나같이 괴상한 사람이라 다행이지 용사, 도둑, 마법사, 성인. 넷 중 한 사람이라도 보통 사람이 가질 법한 욕망을 가졌다면 세상은 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니까 무일푼으로 마왕성까지 간 거겠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서부로 가서 마왕을 죽여달라 부탁하지 않았다.
용사는 사람을 지키고자 검을 들었고, 성인은 헌신으로, 마법사는 호기심으로, 길잡이는 복수심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둑은… 그 인간은 용사에게 처맞고 끌려왔으니 예외.
아무튼, 울테칸이 처한 상황은 불가항력이다.
“구하는 건 아마 괜찮을 건데요. 구하려고 하면 본인들이 순순히 따라올까요?”
교회에는 부패한 자들도 많지만, 순수하게 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도 많다.
울테칸의 아내가 후자와 같은 사람이라면, 교회를 떠난다는 것 자체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가진 신앙이 교회가 악을 행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아내도 교회가 이상하다는 건 내심 알아차리고 있다.”
“울테칸이 하는 일은요?”
울테칸이 침묵했다. 하기야, 수녀인 아내에게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
“교회가 먼저 손을 쓰는 게 아니라면, 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문제는 다음이죠. 조금 속물적인 질문인데, 아내분은 기적을 사용할 수 있나요?”
“간단한 외상과 내상이라면 치료할 수 있다.”
“왜요. 수녀 여기 있잖아요.”
“서부까지 따라오게요?”
“…아뇨. 그건 아닌데.”
알라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녀는 말없이 자기 몫의 고기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아, 저도 울테칸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뭐지?”
“요즘 안체 출신들이 보이더라고요. 안체 사람들끼리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안체 출신들끼리 뭉쳐 국가를 세우기로 했다.”
국가. 서부에 있는 서부 출신 사람들 누구도 쉬이 입에 올리지 못하고 있는 단어다.
서부 출신들은 땅을 얻어 지주가 되려고 한다.
토지 경주로 얻을 수 있는 땅의 크기는 어지간한 귀족의 영지보다 크다. 지주 회합에 왔던 지주들은 자신의 토지와 우호 관계에 있는 토지를 합치면 작은 나라를 세울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누구도 국가를 세우려 하지는 않는다.
서부에 국가가 나타나면 움직일 자들을, 그들의 무력을 알기 때문이다.
“꿈은 커도 좋죠. 하지만 되겠어요?”
“되게 한다. 그게 전사의 방식이다.”
“아내는요?”
초원의 전사가 오늘은 침묵이 과하다. 마르할은 울테칸의 인생을 알 것 같았다.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사는 인간. 그래서 주변을 보지 않는 인간. 자존심을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내놓으니, 친구나 사업 동료로는 믿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면 화병 나는 인간이다. 가족에게 애정이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 * *
여행이 계속되었다.
할리발의 부하들과 울테칸의 부하들은, 서로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싸우지도 않았다.
사이좋게 지내는 게 제일 좋지만, 어설프게 어울리다 싸울 거라면 차라리 서로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도 좋다.
좌우로 나뉘어 마차를 호위하는 인력들은 마차 숫자에 비하면 과투자라 할 수 있다.
“저녁쯤이면 도시에 도착하겠네요. 말도 바꿔야 하고, 오랜만에 여관에서 자겠어요.”
마르할의 말은 금방 뒤쪽으로 전달되었고, 뒤늦게 환성이 들렸다.
스트레킬의 정적들이 낌새를 알아차리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마르할은 날씨가 나쁘지 않으면 밤에도 움직이고 있다.
가다가 작은 마을이라도 보이면 들러 마을에 있는 말을 모조리 교환하고 있다.
토지 경주를 위해 개량된 품종을 일반 말이랑 바꾸는 건 막대한 손해였지만, 그보다 시간이 우선이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쉬지 않고 움직이던 차에 도시에서 쉰다는 말이 나오니 일꾼들 입장에선 환성이 절로 나왔다.
도시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통과해야 하는 작은 숲에서 사건은 일어났다.
길 양옆에 있던 나무가 기울더니, 쓰러지며 길목을 막았다. 그리고 사방에서 수풀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한 남자가 쓰러진 나무 위로 올라왔다.
“가진 걸 전부 내놔라!”
무기가 좋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다. 무기를 들었다는 것만으로 사람을 위협하는, 흔하디흔한 도적이다.
“할리발. 이건 변명거리도 없는 거 알죠?”
“…고용주가 너그럽다고 기강이 빠진 모양이야.”
“아직 만회할 기회는 있어요.”
“어떻게 할까.”
“전부 죽이세요.”
“알았다.”
할리발이 던진 단검이 두목으로 보이던 도적의 옆구리에 꽂혔다. 이어 그의 부하들이 도적들을 도살하기 시작했다.
할리발의 부하들은 십여 명에 불과하지만, 그들 모두가 진짜 전쟁을 경험한 병사들이다.
길거리 도적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할리발이 앞으로 나가자 울테칸과 부하들은 수십 번이나 합을 맞춰본 사람처럼 움직여 마차를 지켰다.
경험 많은 사람과 일하면 이래서 편하다.
도적이 정리되길 기다리는 마르할에게 알라실이 다가왔다.
“뭐 해요. 여기 있다가 눈먼 화살 맞으면 어쩌려고.”
“머리만 안 맞으면 돼요. 그런데 이번 도적은 왜 다 죽이는 거예요? 울테칸은 살려 줬으면서.”
알라실은 마르할이 이번에도 마법과 같은 무언가를 보여줄 줄 알았다. 그래서 말까지 타고 앞으로 왔는데, 정작 마르할이 내린 명령은 몰살이었다.
“서부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건 무슨 개소리예요?”
“중요하죠. 저도 서부 출신이거든요.”
“안체 출신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같은 서부죠.”
알라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으나, 마르할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근본 없는 도적들은 빠르게 정리되었고, 마차는 일정에 맞춰 도시에 도착했다.
도시에 도착해서도 쉴 수는 없다.
잘못을 저지른 할리발이 휴식 대신 말의 교체와 예상 이상으로 소모한 물품 보충을 위해 뛰어다녔고, 마르할은 알라실을 따로 불렀다.
“뭐예요? 둘이서만 놀러 가자고요?”
“파티 예절은 알아요?”
“파티? 어디 파티가 열려요?”
알라실이 들떠 물었다. 그녀는 한 번도 귀족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가해보지 못했다.
소녀들이 가질 법한 환상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귀족이 고용한 요리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요리에는 관심이 있다.
마르할이 도시 중앙에 있는 거대한 저택을 가리켰다.
“영주한테 기름칠을 해둬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