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70
제70화
카리안은 휴고와 함께 말을 타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는 아스탈 베르기아스가 어설프게 말을 몰아 두 사람을 뒤쫓았다.
두 사람 뒤로는 몇 대의 마차가 따라오고 있다. 모두 휴고가 관리하는 마르할의 자산이다.
아스탈을 확인한 카리안이 말의 속도를 늦췄다.
“힘들지?”
“카리안, 너는 어떻게 말을 탈 줄 아는 거야?”
아스탈은 신기했다. 그는 사생아이긴 했지만, 그래도 가문에서 아주 버림받지는 않았다.
생활에 쓰고 유흥까지 즐길 돈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승마에도 슬쩍 손을 대보았다.
카리안은 완전한 평민이다. 말을 탈 기회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카리안이 아스탈보다 몇 배는 더 능숙하게 말을 몰고 있었다.
“살기 위해 배웠다고 할까.”
“살기 위해?”
“서부에선 말 없이는 생활이 안 되거든.”
경계 근처에서만 머물 거라면 말 같은 건 탈 줄 몰라도 된다. 하지만 서부를 돌아다닐 거라면, 토지 경주에 나갈 거라면 승마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여기 길이 보여?”
“길?”
아스탈은 바닥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사람의 손이 닿은 길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길이 없어.”
“그렇지. 길잡이가 없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야. 그 상태로 걸어서 마을을 찾으려면 기약 없이 황야를 떠돌아야 해. 그러다 굶어 죽는 사람도 있고.”
“진짜로?”
아스탈이 못 믿겠다는 투로 물었다.
그냥 아무 방향으로 사흘 정도 걸어가면 아무 마을이나 나오는 거 아닌가? 서부가 아무리 넓다지만 길을 잃어 아사하는 사람이 있다고는 믿기 힘들었다.
카리안도 처음 경계를 넘어 서부로 들어섰을 때는 그런 줄 알았다.
공국에서는 마을에서 제일 높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면 옆 마을이나 영지가 얼추 눈에 보인다.
일주일 내내 걸어가도 사람 한 명 만나기 힘들다는 게 가능한가 싶었다.
“진짜 있어. 그것도 꽤 많아.”
“…우리는 잘 가고 있는 거 맞지?”
“전문가가 있으니까, 아마도? 그리고 아니라도 말이 있으면 어떻게든 돼.”
“어떻게?”
카리안이 막 서부에 자리 잡았을 무렵에도 저랬다.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질문하면, 꼭 옆에서 답해주는 아저씨들이 몇 명은 있었다.
그때는 단순한 호의로 알았지만, 직접 겪어보니 꼭 호의만 있지는 않았다.
내가 상대보다 대단하다는 우월감은, 의외로 기분이 좋다.
“말을 죽이면 당분간 먹을 식량은 되거든. 보존식 만드는 법을 알면 한 마리로 한 달도 버틸 수 있고. 그사이 사람 한 명은 만나겠지.”
그게 아니라도 대부분은 한 달가량 걸으면 작은 마을이라도 도착한다.
도착하지 못한다면… 죽어야지.
“그런데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누구? 마르할?”
아스탈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평민들이 드나들던 술집에도 자주 가던 아스탈은 카리안과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마르할에 대해선 아니었다.
마르할과는 처음 만난 날 이후 대화도 제대로 못 나누었다.
여러 편의를, 가문이 멀쩡할 때에도 못 받았던 대접을 받긴 했지만, 그럴수록 의문은 커졌다.
마르할이라는 인간은 누구고, 왜 자신을 이렇게 대해주는지.
카리안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마르할이 어떤 사람인가. 카리안도 잘 모른다. 그도 마르할과 알고 지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토지 경주가 끝나고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고, 마르할과 같이 행동한 건 손에 꼽을 정도다.
“믿을 수 있는 괴짜. 그런 사람이지.”
“괴짜?”
“에나라는 아줌마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하루는 마을에서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다쳤대. 죽은 사람은 마을 사람으로, 살인자도 마을 사람. 죽은 이유는 밤에 술 먹고 말싸움을 하다 벌어진 우발적 살인. 다친 사람은 마을에서 장사하던 상점 주인. 범인은 자신에게 사기를 친 상점 주인에게 앙심을 품은 노동자 한 명.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살인자는 죽고, 노동자는 어쩔 수 없이 놓아줬나?”
살인죄는 어딜 가나 형벌이 무겁다. 보통 살인자는 노예로 만들지만, 노예를 관리할 여건이 안 되는 마을이라면 죽이는 게 관행이다.
그리고 서부에서 도망친 사람을 잡기 힘들다는 건 서부에 온 지 얼마 안 된 아스탈도 아는 상식이다.
특별하지 않은 무난한 답이다.
그리고 마르할이 내놓은 답은 반대였다.
“살인자는 살고, 노동자는 죽었어.”
“…반대 아냐?”
“나도 그런 줄 알고 다시 물었지. 아니라더라.”
카리안도 에나에게 두 번이나 되물었다. 에나는 남자보다 호탕하게 웃으며 카리안이 제대로 들은 게 맞다고 말했다.
“살인범도 멀쩡하지는 않았어. 발목 인대를 끊어 도망갈 수 없게 만들어 평생 마을에서 일하게 했지. 그리고 도망간 노동자는. 현상금을 걸었어. 제국 금화 100개.”
“100개…?”
“미쳤지?”
아스탈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 금화 100개는 귀족도 쉽게 움직이기 힘든 돈이다.
그가 아는 최고의 현상범이 십여 명의 아녀자를 희롱하고 죽인 강간마로, 용병 길드 현상금이 제국 금화 5개다.
“상점 주인은 죽은 게 아니라 다친 거 맞지?”
“다친 거 맞아.”
궁금증을 참다못한 카리안이 당사자에게 가서 직접 물었다. 그러자 포목점을 운영하는 아저씨는 웃으며 옷을 걷어 배에 난 흉터를 보여주었다.
“서부가 넓다지만, 금화 100개가 걸렸으니 어땠겠어. 한 달도 안 돼서 잡혔지.”
그리고 마을 광장에서 사지가 찢겨 죽었다.
“그게 그렇게까지 할 일이야?”
“나도 100개는 과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본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겠어.”
“글쎄?”
“내가 누군가에게 공격당해도, 똑같이 복수해 주겠구나. 그러지 않을까?”
“아.”
마르할은 금화 100개로 마을 사람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다.
에나의 말로는 그 사건을 기점으로 정착을 고민하던 떠돌이 상인들이 대거 마을에 들어오며 개척촌이 급격히 커졌다고 한다.
참고로 에나는 그 정도로 금화 100개의 적자를 메우려면 어림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화 100개를 현상금으로 내건 건 순전히 마르할의 뜻이었다.
“솔직히 나도 이해 안 될 일도 여럿 있긴 해. 그러니까 괴짜지. 그래도 적인 괴짜보다는 같은 편인 괴짜가 더 믿을 수 있잖아?”
괴짜, 미친놈, 또라이. 개척촌 사람들이 친근감을 담아 마르할을 부르는 이름이다.
내가 죽더라도 미친놈 하나가 내 복수를 해주리라는 믿음에서 오는 별명.
* * *
마르할, 할리발, 울테칸, 알라실은 숲으로 들어갔다.
할리발과 울테칸은 알라실이 함께 가는 것을 염려했지만, 그녀가 주먹으로 벽돌을 부수자 조용해졌다.
숲 안으로 들어가자 피 냄새는 더욱 진해졌다. 바닥에는 생활의 흔적이 있다. 모닥불을 피웠던 자리, 화장실로 보이는 구멍과 썩어가는 음식물 쓰레기.
여기서 사람들이 생활했던 건 맞는 것 같다.
조금 더 들어가자 나무를 베어 만든 공간이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었을 공간은, 피가 고인 웅덩이가 되어 있었다.
“이건 심하네요.”
마르할이 인상을 썼다.
원형을 알아볼 수 있는 시신이 없다.
사람을 죽이고, 분해해, 섞었다. 몇 명이 죽었는지 추측도 하기 힘들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마족들도 저런 식으로 시신을 능욕하고는 했다.
검은 안개로 자욱한 서부를 종횡하노라면 피로 검게 물든 대지와 그 위에 쌓인 인골탑을 몇 개씩 보고는 했다.
그리고 인골탑 근처에는 어김없이 강한 마족이 있었다.
마족은 대개 의지가 없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짐승이다. 그들은 마왕과 더 높은 격을 가진 마족의 명령만을 듣는다.
이성을 가진 마족이 주로 다른 마족을 지배하고 통솔하는 역할을 했다.
‘느낌이 안 좋아.’
저 인골탑은 단순한 악취미의 발현이 아니다. 마족이 힘을 키우는 방법의 일종, 마법사의 기행과 같은 것이다.
숲 깊은 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마르할은 누가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앞으로 달렸다.
“잠깐만요! 어디 가! 혼자 어쩌겠다고! 왜 저렇게 빨라!”
마르할은 바람을 감았다. 사람은 몸을 움직일 때 상상 이상으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앞을 가로막는 바람을 치우는 것만으로 신체 능력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다.
마르할은 나무 사이를 빠져나갔다. 낮임에도 숲은 어둑했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렸다.
솨아아.
마르할의 앞길을 트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마르할은 비명이 들린 자리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피 칠갑을 한 남자와 그 앞에 넘어져 있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공포에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넘어진 아이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었고, 남자가 나무에 주먹을 질렀다.
우지끈. 나무가 옆으로 쓰러졌다. 아이의 울음이 더 커졌고, 남자가 작게 웃었다.
마르할은 책임의 깃펜을 꺼냈다. 창고로 돌려두려던 물건을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남자의 몸이 멈췄다. 주먹을 뻗은 자세 그대로 입도 뻥긋 못 했다.
마르할은 아이에게 다가갔다.
“이제 괜찮단다.”
“엄마가… 엄마가…!”
“그래, 그래.”
마르할은 아이를 안고 일어났다.
한 명이라도 살았으니 다행이다. 아니, 다행이 아니다.
죽은 사람들은 스트레킬의 가족이다. 서부에 정착할 사람들이다. 서부의 주민이 될 예정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죽었다.
다른 세 사람이 뒤늦게 도착했다. 마르할은 알라실에게 아이를 건넸다.
“저건 뭐예요?”
“마법이요. 잠깐만 달래고 있어줘요. 금방 끝나니까.”
마르할은 남자에게 접근했다.
생긴 건 멀쩡하다. 나이는 40대 초중반. 기사는 아니다. 맨손으로 나무를 부러뜨리는 용병이 있다는 소문도 들어보지 못했다.
한적한 곳에서 수련만 하는 수행자인가? 그거라면 학살도 설명된다.
사람을 죽여 무언가를 얻으려 했겠지. 마르할이 제일 혐오하는 방식의 수련이다.
“그게 진짜 마법인가?”
남자가 말했다.
마르할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책임의 깃펜은 바체아 제국 황제의 물건이다. 마르할의 아버지만 사용하던 게 아니다.
황제가 대대로 사용하던, 최소 100년의 역사가 깃든 물건이다.
고위 기사라도 책임의 깃펜 앞에서는 숨 쉬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마르할은 남자의 눈을 보았다. 남자의 눈동자 안에는 검은 소용돌이가 있었다. 검고 불길한 안개가 남자의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마르할이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냈다. 단검이 남자의 심장을 노렸다.
남자의 손이 마르할의 단검을 막았다. 단검은 손바닥을 관통해 남자의 가슴까지 뚫고 들어갔지만, 심장에는 닿지 않았다.
“전부 도망가요!”
마르할이 다리에 힘을 줬다. 그리고 가능한 최고 속도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책임의 깃펜의 힘을 풀었다.
저것 상대로 책임의 깃펜은 악수다. 저것의 힘만 더 키워줄 뿐이다.
“싸움이라면 내가…!”
“그냥 도망가라고!”
남자가 사라졌다. 할리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사람이 한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다. 근접전에 특화된 기사와 용병은 시야의 빈틈을 파고들어 흡사 사라진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할리발과 남자 사이의 거리는 스무 걸음이 넘었다.
시야의 허점을 노릴 거리가 아니다. 남는 건 하나.
눈이 잡아내지 못하는 속도.
할리발은 본능적으로 팔을 들었다. 그게 그의 목숨을 살렸다.
뼈가 조각나는 끔찍한 감각과 함께 그의 팔이 으스러졌다.
팔을 뼈와 함께 으스러뜨린 남자의 주먹은 그대로 할리발의 머리를 가격했고, 뒤로 날아간 할리발은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미친.”
울테칸이 검을 뽑았다. 저 속도에 대응할 수 있나?
속도 이전에, 저 미친 힘은 뭐냐. 할리발은 초인의 경계에 있는 인간이다. 보통 사람과는 뼈와 근육의 강도가 다르다. 그런 인간이 주먹 한 방에 중상을 입었다.
기사라면 체술로 팔을 부러뜨리고 으스러뜨리는 게 가능하겠지만, 순수한 힘으로 그게 가능한 사람은 세계를 뒤져도 몇 없을 것이다.
마르할이 성황국어로 소리쳤다.
“뭐 해요! 도망가라니까! 그 정도는 눈치로 알아듣잖아!”
“내가 가면, 너는 저걸 죽일 수 있나?”
“방법이 없진 않으니까, 닥치고 가요. 아내랑 자식 다 죽일 셈이야!”
가족 이야기에 울테칸의 투기가 꺾였다. 싸우다 죽은 건 초원의 전사에게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에게는 영광보다 우선해야 할 게 있다.
가족, 그리고 국가의 재건.
울테칸이 발을 돌렸다.
도망치려는 울테칸에게 무언가가 날아왔다. 그것의 모습을 확인한 울테칸은 반사적으로 날아오는 물건을 받아냈다.
“데려가요. 여긴 내가 있을 테니까.”
“당신, 싸울 줄 아나?”
“안 죽을 자신은 있어요.”
알라실이었다. 아이를 울테칸에게 던진 그녀는 쓰러진 할리발을 치료하고 있었다. 알라실이 붙어 있는 걸 보면 즉사는 면한 것 같았다.
“…살아 돌아와라.”
울테칸이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원흉인 남자는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었다.
짝짝짝. 남자가 손뼉을 쳤다. 손바닥과 가슴의 상처는 이미 나아 피가 흐른 흔적만 남았다. 명백히 인간을 벗어난 회복력이었다.
“촌극은 끝났나? 어차피 전부 죽을 건데, 발버둥이 요란해.”
“당신. 그 힘. 누구한테 얻었어요?”
알라실은 몸을 떨었다. 한기가 뼛속까지 스몄다. 마르할이 남자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남자도 순간 말문이 막힌 기색이었다.
그것도 잠시, 남자가 비웃음과 함께 말했다.
“글쎄?”
남자가 움직였다. 마르할이 팔을 올려 머리를 보호했고, 그 자리에 남자의 다리가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