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74
제74화
로사노와 대치한 스트레킬은 불을 뿜는 검을 들고 있었다.
그는 마르할에게 받은 검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마르할은 그를 검의 주인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본래 스트레킬은 도구를 가리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 검은 뽑기가 영 껄쩍꺼림칙하다.
검에 담긴 역사와 마르할의 정체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마르할의 처지와 심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에 스트레킬은 가벼운 마음으로 검을 뽑지 못했다.
로사노와 대면한 스트레킬은 망설이지 않고 유물을 뽑았다.
뽑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이 이 검을 써야 할 때라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답이었다. 유물을 쓰지 않았다면, 그는 사방에 잘려나간 마차와 나무, 그리고 사람들과 같은 꼴이 되었을 것이다.
로사노를 중심으로 약 스무 걸음 안쪽에 있는 물건 중 멀쩡한 게 없다. 나무와 마차가 토막 났다. 마차 안에 있던 내용물도 마찬가지.
말도 같은 꼴이다. 죽은 일꾼도 있다. 땅에도 칼자국이 수십 개나 새겨져 있다.
로사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하나씩 생겨난 자국이다.
그는 검에 닿는 물건만이 아니라 검을 휘두른 경로에 있는 다른 물건들도 베고 있다.
마치 용사처럼.
마차 안에 있던 철판마저 잘린 것을 보면 전신 갑옷을 믿고 들이댔다간 스트레킬도 저기 있는 시신들 사이에 있을 것이다.
그가 멀쩡할 수 있었던 건 유물 덕분이다. 검의 화염은 로사노의 검을 막아냈다.
스트레킬은 불을 뿜는 검을 로사노에게 겨눴다.
“스트레킬,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장인을 구한 그 작전. 원래는 내가 갔어야 하는 임무였지. 그 갑옷은 내 것이 돼야 했어.”
“어떤 병신이 공적에 눈이 멀어 마족 사이로 난입했다가 다친 탓이지. 그리고 네놈이라면 평민을 구하기보단 마족을 죽이는 걸 우선했을 거고.”
“맞아. 나라면 그랬겠지. 과거의 일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건 어른스럽지 못한 일이야. 우리 현실을 이야기하자고. 그 검은 대체 뭐야? 왜 또 너만 좋은 걸 얻었지? 똑같이 싸웠는데, 왜 너만 좋은 평판을 얻고, 좋은 물건을 얻는 거지? 이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미친 새끼.”
로사노. 스트레킬과는 질긴 악연으로 묶인 사이다.
타고난 실력은 나쁘지 않다.
현시점에서 1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기사는 모두 수재나 천재라 불려 마땅한 인재들이다.
재능 없는 기사는 모두 마족과의 전쟁에서 명을 달리했다. 아니면 마족이 되었든가.
로사노는 실력 있는 기사다. 하지만 인성과 실력이 반비례하는 기사였다.
공적에 눈이 멀어 민간 피해는 내버려두기 일쑤였고, 동료를 미끼로 삼기까지 했다.
그런 짓을 벌이고도 군법으로 처형되지 않았으니, 천재라 불려 마땅한 종류의 인간인 건 확실하다.
전쟁 당시 스트레킬은 로사노와 자주 엮였다. 실력이 비슷하기도 했고, 활동 구역도 겹쳤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스트레킬과 전공을 우선하는 로사노는 늘 의견이 엇갈렸다.
전쟁 중이라 칼부림은 벌이지 않았지만, 격한 말싸움은 몇 번이나 했다.
스트레킬은 로사노를 잊고 있었다. 그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은 한둘이 아니고, 둘의 실력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로사노는 스트레킬을 이길 수 없다. 스트레킬에게는 전신 갑옷이 있다.
‘절대적인 이점이 사라졌군.’
로사노와 만나는 건 근 10년 만이다. 연합 전쟁 당시 지나가듯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그때는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10년 사이 그는 철을 베는 기사가 되어 있었다. 철을 베는 걸 넘어 그 이상을 베는 기사가 되었다.
“네 성질에 가만히 검만 휘둘렀을 것 같지는 않고. 몇 명을 죽였지?”
“평민 688명. 이제 696명이 되었나? 하지만 가치 있는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것 봐. 나는 절대적인 힘을 손에 넣었다고.”
로사노가 검을 휘둘렀다. 스트레킬도 그에 맞춰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검의 불길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스트레킬이 채 상쇄하지 못한 신비가 그의 옆에 있는 나무를 베었다.
“마법사.”
“저에겐 마리나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저건 뭐지?”
“신비의 일종인 건 분명하지만… 본인이 그 역사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마법이라 해야겠죠. 단순히 힘만 보면 그렇다는 거고, 저 현상은 역시… 용사가 떠오릅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래.”
기사의 간격은 검의 거리.
그게 기사라는 직종이 나타난 이후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기사는 그 상식을 부정하고 있다.
용사처럼.
상식을 거부하고, 인간을 거부하고, 한계를 거부해 하늘을 베어버린 남자의 기술이 살인귀에게서 보인다.
“마법은?”
“준비는 해두고 있습니다. 판단은 당신에게 맡기죠.”
마리나는 강대한 마법을 품고 있지만, 실전 경험은 거의 없다. 불덩이를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은 싸우기도 전에 겁을 먹고 도망간다.
“전에 봤던 불덩이를 머리 위로. 다음은 뭐라도 좋으니 작은 걸 많이. 내가 신호하면.”
“알았어요.”
“작전 회의는 끝났나? 너를 죽이고 마법사까지 죽이면, 내 기술은 어디까지 성장할까.”
로사노는 여유가 넘쳤다. 스트레킬은 그 여유를 언제까지고 봐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방을 확인했다.
베이올라는 안전한 곳에서 헛구역질하고 있다. 피 공포증은 확실히 나아졌지만, 완치될 생각을 안 한다.
이번 싸움에 그녀의 도움을 바라는 건 아니니 안전한 장소에 피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머지 하나, 마린은 보이지 않는다.
스트레킬은 그녀에게서 도둑에게 배운 것들을 잊으라 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암살이라도 노리고 있겠지.
마음껏 싸울 수 있는 판이 마련되었다.
“지금.”
하늘에 불덩이가 생겼고, 로사노를 향해 떨어졌다. 로사노가 검을 휘둘렀다.
불덩이가 양단되어 흩어졌다. 마리나는 당황했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불은 평범한 불길이 아니다.
그녀의 역사에 실라나티엘의 이름이 더해진 불길은, 그녀가 하고자 하면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는다.
로사노는 그걸 자르는 것만으로 없애버렸다.
마리나는 빠르게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수십 개의 작은 얼음 송곳이 로사노를 노렸다.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마법사군. 어디 이름 있는 마법사 가문인가?”
마리나에게는 유감스럽게도, 로사노의 실력은 스트레킬도 인정한 진짜다.
직선을 그리던 검의 궤적이 유려한 곡선을 그렸다. 검이 나비처럼 움직였고, 얼음 송곳이 모조리 잘려 사라졌다.
스트레킬은 로사노의 검을 안다. 그렇기에 그가 마법을 베어낼 것도 알았다.
스트레킬이 로사노에게 접근했다.
로사노가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스트레킬의 검에 감긴 화염이 사라졌다. 그는 기어이 불꽃마저 베어냈다.
두 사람의 칼이 엉켰다. 로사노가 손목을 틀어 검 끝으로 스트레킬을 겨눴다. 스트레킬은 자기 검의 날을 손으로 잡고 억지로 검을 비틀었다.
로사노의 검 끝이 겨누고 있던 마차에 구멍이 생겼다.
순수한 검술을 겨루는 건 오랜만이다.
제자들의 수련을 봐줄 때를 빼면 스트레킬은 전신 갑옷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우악스러운 싸움을 선호했다.
그게 그의 힘을 최대한 살리는 길이었다.
그렇다고 검술 수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철을 베는 기사를 보았다. 역천의 거인을 보았다.
서부에 살면, 마르할과 함께 다니면 앞으로도 그런 일을 몇 번이고 맞닥뜨릴 것이다.
환경이 스트레킬의 나태를 허락하지 않았다.
로사노도 검을 손으로 잡았다. 장갑이 그의 손가락이 잘리는 걸 막아주었다.
기사끼리의 싸움에서 자주 나오는 뒤엉킴이다.
하지만 둘의 상황이 다르다. 스트레킬은 로사노의 검이 움직이는 궤적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몸이 양단된다. 로사노는 검으로 스트레킬을 겨누기만 하면 된다. 그가 얻은 신비는 베기가 끝이 아니다.
베기와 비교하면 효율이 떨어져 사용하지 않지만, 찌르기 또한 그가 사용하는 신비의 범주에 들어간다.
검 끝이 스트레킬을 향하고, 그가 신비를 사용하면, 그때가 스트레킬의 최후다.
로사노가 스트레킬의 다리를 걸었다. 스트레킬이 균형을 잃었다. 그러나 검 끝이 자신을 향하는 것만은 끝끝내 막아냈다.
쓰러지려던 스트레킬이 억지로 땅을 디뎠다. 그 대가로 우위를 로사노에게 넘겨주었다. 로사노가 스트레킬을 찍어 누르며, 검으로 그를 겨눌 틈을 찾았다.
딱히 전신 갑옷을 입지 않더라도 초인인 기사는 전신이 흉기다.
검과 검날을 양손으로 잡은 채로 둘은 무릎과 어깨와 팔꿈치로 서로를 견제하고 위협했다.
손해는 로사노였다. 초인이라지만, 인간의 맨살이 철과 같을 수는 없었다.
로사노의 안구에 핏발이 섰다. 스트레킬은 투구를 쓰고 있다. 새의 깃털처럼 염색한 철사가 주렁주렁 달린 우스꽝스러운 투구다.
그래서 로사노는 스트레킬의 표정을 읽지 못했다. 투구 아래에서 웃고 있는 스트레킬을 보지 못했다.
“696명을 죽이는 동안 힘을 얻었을진 몰라도, 실전 감각은 땅 밑까지 떨어졌군.”
“뭐라고?”
수백 발의 얼음 송곳이 떨어졌다.
스트레킬이 입을 다물었다. 얼음 송곳은 그의 갑옷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얼음덩어리가 갑옷을 때리는 충격은 그대로 전해졌다.
그의 앞에는 로사노가 있다. 그는 얼음 송곳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마땅한 갑옷조차 입지 않은 그는 떨어지는 송곳을 막을 방법이 없다.
뒤늦게 검을 거두어 휘두르려고 했지만, 그걸 보고만 있을 스트레킬이 아니다.
스트레킬은 검을 한층 복잡하게 엮어 들어가며 로사노의 움직임을 막았다.
마법이 두 번이나 베인 마리나가 만들어낸 분노의 일격에 로사노는 수십 발의 얼음 송곳이 전신에 꽂혀 죽었다.
스트레킬이 그의 시신을 들어 옆으로 던졌다.
“도망 다니며 원거리에서 검만 휘둘렀다면, 여기 있는 사람이 모두 죽었겠지. 어리석기 짝이 없어.”
“하지만 기술은 위협적이었죠. 제가 여기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글쎄. 그건 어떨까. 마르할이었다면 피해 한 명 없이 정리했을 것 같은데.”
“마르할이 대단한 사람인 건 맞지만, 그래도 그는 개인입니다. 저런 기사를 상대로 무얼 할 순 없었을걸요?”
마리나가 발끈해 대답했다.
신비를 막아내는 스트레킬의 유물은 대단했지만, 싸움은 분명한 그의 열세였다. 그녀가 없었다면 스트레킬은 죽었다. 스트레킬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죽었다.
검술을 연마한다고 700명에 달하는 사람을 죽인 광인이 생존자를 놓아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르할만을 찾는 스트레킬을 보며 마리나는 기분이 팍 상했다.
스트레킬이 보기에는 같잖은 질투였다.
용사에게 직접 검을 배운 사람이, 그 아류 기술도 어찌하지 못할까.
“최근 서부에 용사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아나?”
“수백 번은 들었습니다. 갈라진 하늘도 직접 봤고요. 그게 마르할 짓이라는 말이라도 하려는 겁니까? 왜요?”
저 마법사는 본인이 정답을 맞혔다는 걸 알까. 또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스트레킬이 몸을 돌렸다.
“시간을 지체했다. 시신을 정리하고 다시 출발한다. 마린, 베이. 일행을 수습해라.”
기분이 썩 좋진 않다. 물자를 잃었고, 사람이 죽었다.
일꾼도 일꾼이지만, 희생자 안에는 이주민도 있다.
동료를 지키지 못한 걸 넘어, 동료의 가족조차 지키지 못했다.
로사노가 조금만 더 영악했다면, 정말로 모든 게 끝났다.
“…….”
스트레킬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철로 된 장갑은 그 아래 있는 굳은살과 온기마저 가렸다.
몸을 감싼 금속처럼, 스트레킬은 자신의 감정도 가슴에 담았다.
마르할 쪽과 만나면 일정도 반 이상 마무리된다.
* * *
스트레킬이 합류 지점에 도착하자 마르할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마르할의 표정은 어두웠다.
마르할이 인상을 쓰는 건 몇 번 봤어도, 저렇게 어두운 표정의 마르할을 보는 건 스트레킬도 처음이다.
“무슨 일이지?”
“아, 스트레킬. 미안해요. 제가 좀 더 잘하지 못해서요.”
마르할에게는 쾌활함이 없다. 죄인처럼 시선을 떨구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마족…과 비슷한 무언가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꼴이 되었고, 수녀가 없었다면 마르할도 죽었을 겁니다.”
할리발이 스트레킬에게 손을 보였다. 그의 손은 주정뱅이처럼 덜덜 떨렸다.
저래서야 용병으로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
마르할이 있었음에도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 본인도 죽을 뻔하다니?
“남은 사람은?”
“절반이요.”
정신을 차리니 스트레킬은 마르할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반? 반이라고? 네가 있었으면서도 반이 죽었다고?”
“떨어지시죠.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할리발이 스트레킬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손까지 떠는 그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지금, 나보고 진정하라고! 죽은 동료가 부탁한 가족이다. 내 가족이었다! 백 명의 반이면 오십이다. 가족이 오십 명이나 죽은 사람에게 진정하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다. 마르할이 있으니 실패할 리가 없다. 만나고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스트레킬은 저 남자가 실패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실패했다.
기대했기에 배신당한다. 스트레킬은 마르할에게 기대했다. 기대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실패하지 않으리라 신앙했다.
바체아 제국 황가의 적자이자 오동나무 관의 주인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런 간단한 일 하나 완벽히 처리하지 못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기대는 배신당했고, 그는 가족과 같이 여기던 사람들을 잃었다.
“마르할의 탓이 아닙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두 죽은 후였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근처 마을과 함께 전원이 죽었을 겁니다.”
할리발이 말했지만, 스트레킬은 이미 남의 말이 들리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가 주먹을 들었다. 마르할은 철로 된 주먹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스트레킬의 주먹이 마르할의 얼굴을 향하는 일은 없었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스트레킬과 힘으로 호각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그를 막았다.
눈이 붉게 변한 마린이 스트레킬의 팔을 잡았다.
그녀는 반대쪽 손을 허리 뒤쪽으로 넣어 유물을 잡고 있다. 그녀의 몸에서 붉은 기류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그 손 놔.”
“못 놓겠다면?”
두 사람이 유물을 뽑은 건 거의 동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