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81
제81화
카리안은 마린과 함께 아까 들렀던 목재상으로 향했다.
경계의 거리는 낮이나 밤이나 소란스럽다.
마르할의 개척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머무는 사람의 숫자가 물리적으로 다르다.
안 그래도 많은 사람은 상점가에 가까워지면 더욱 늘어난다.
서쪽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몰락 귀족, 짐을 나르는 일꾼, 하루 일을 쉬고 술에 절어 있는 잡부.
카리안은 보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출신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고, 몇 마디 대화로 그들의 출신 국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마르할이 그에게 보여주었던 마법을 카리안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본인과는 비교가 부끄러울 수준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자신의 발전이 눈에 보인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목재상으로 가던 카리안은 의외의 인물과 마주쳤다.
“카리안? 창고를 지을 물품을 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휴고가 물었다. 오늘도 깔끔한 검은색 단색 차림의 그는 거리에 있는 수많은 인간 군상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기사나 용병,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휴고의 존재감에는 못 미쳤다.
“제가 부탁했어요. 자재가 필요하니까요.”
“그렇군요. 저도 같이 가죠. 소소한 이익은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휴고까지 더해진 일행이 목재상에 도착했다.
“카리안이냐? 이제 볼일은 끝났다고….”
가게로 들어오는 카리안에게 인사하던 목재상은 뒤따라 들어오는 휴고를 보고 바짝 얼었다.
“손님으로 왔으니, 신경 쓸 필요 없다.”
“이 친구가 선생님 지인이었습니까?”
“헛짓이라도 했나?”
“아닙니다, 아닙죠. 저는 나무 가지고는 장난 안 칩니다. 아시잖습니까.”
목재상이 손사래 쳤다.
“무슨 사이야?”
“토지.”
베이올라의 질문에 휴고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지주 대리인. 세금을 포함해 땅의 모든 권한을 주무르는 사람.
베이올라는 단번에 이해했다. 불과 얼마 전에 큰 여관 하나가 사라졌다.
서부에서 지주의 영향력이란 그 정도다. 휴고가 경계 주인의 대리인이라는 걸 알면 누구나 몸을 사릴 것이다.
“무슨 일이냐? 건설자재가 더 필요해?”
“아뇨. 전 아니고. 이 친구가요.”
카리안은 붙임성 좋게 목재상에게 마린을 소개했다.
목재상은 마린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남자로서의 흑심도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보다는 휴고의 지인에게 실수하지 않기 위함이 더 컸다.
새로운 지주인가? 아니면 대리인?
목재상의 의문은 이어진 마린의 말로 해결되었다.
“집을 지을 나무가 필요해요. 평범한 건물로 50채 정도.”
“아가씨, 지주지?”
마린의 눈매가 대번에 날카로워졌다.
“아니, 나쁜 뜻은 아니고. 휴고 선생님 지인한테 장난질하면 내가 죽어.”
“그럼, 뭐야?”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대리인을 고용하라고. 죽어도 대리인이 죽는 게 낫잖아?”
마린이 휴고를 보았다. 휴고는 계속해 보라는 듯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
“자세히 말해봐.”
“전문가들은 그런 식으로 안 물어. 우선 매물이 있는지부터 묻지.”
“어떻게?”
“집은 무슨 나무로 짓게?”
“전나무, 아니면 잘 건조된 나무면 어떤 물건이든 좋아.”
“아주 맹탕은 아니네. 현장에서 일했어.”
베이올라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휴고에게 작게 물었다.
“여기 상인들은 다 저래?”
“저 친구가 조금 유별나긴 합니다만, 크게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합니다.”
“마르할은 저런 사람들을 가지고 놀고?”
“저 사람들은 주인님을 만날 자격조차 안 됩니다.”
마르할을 만나려면 단지 장사를 잘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도시 하나, 나아가 서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마르할과의 만남이 허락된다.
“뭐야, 그게. 왕이나 다름없잖아.”
“서부의 크기를 생각하십시오. 이만한 땅을 쥐고 흔드는 사람을 부르는 명칭이 달리 있습니까?”
“…없네.”
지주와 왕. 부르는 명칭이 달라졌을 뿐이지만, 그 무게는 이때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서부의 왕. 베이올라가 그 발음을 되새기는 사이 마린은 목재상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가씨, 지주를 노리는 사람이 경계에 얼마나 있을 것 같아?”
“수백 명은 되겠지.”
“맞아. 사람 한 명 조져서 지주가 될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실제로 그렇게 죽은 지주도 꽤 많아.”
“당신은 믿을 수 있고?”
“나?”
목재상이 혀를 내밀었다. 그 혀에는 뱀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저주야. 누가 날 납치해 지주나 대리인의 신상을 캐내려 하면 나는 그냥 죽어. 그리고 그걸 캐내려던 놈도 죽지. 금화를 다루는 상인이 되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야. 카리안, 너도 이건 몰랐지?”
카리안이 침을 삼켰다. 뛰어난 상인이니, 모종의 조치를 해뒀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극단적일 줄은 몰랐다.
“어설프게 지주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닥치는 대로 찌르고 보는 놈들도 있어. 무슨 일을 할 거면, 죽어도 되는 허수아비를 고용하든가. 전문가를 고용하든가. 아니면 전문가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워.”
“어떤 방식인지 대강 알았어.”
마린에게도 익숙한 삶의 방법이다. 시궁창에 사는 겁쟁이 시궁쥐들에게 자기 대신 죽어줄 미끼를 던지는 건 하나의 전략을 넘어서 삶의 방식이다.
마린이 직접 그런 방식을 사용한 적은 없지만, 그들의 방식은 안다.
마린은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금화 한 줌을 잡아 탁자 위에 올렸다.
“건물 50채. 알아서 준비해.”
“그쪽인가.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 보내는 건 선생님 쪽으로 보내면 되나?”
목재상은 마린이 누구 흉내를 내는지 바로 알아냈다.
난폭하고, 돈은 썩어나는 족속, 자존심을 목숨처럼 여기며, 한 번 얕보이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태도다.
“그래.”
“정기 상행에 맞춰 보내지.”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친 마린은 뿌듯함을 느꼈다. 조금은 제대로 된 사람이, 제 역할을 하는 지주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뒤에 있는 한 마리 한량의 시선에도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거 견본이야? 이상한데.”
“어이, 아가씨. 선생님 지인이라도 그건 선 넘어.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할 거야.”
가게를 둘러보던 베이올라가 툭 뱉은 말에 목재상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모든 장사의 근본은 신뢰다. 상품을 향한 의혹은 거상도 무너뜨리는 균열이 된다.
“이거 흑단이랍시고 전시하고 있는 거지?”
“그래.”
“손님들한테도 똑같이 나가는 거고?”
“…그렇다만?”
“이거, 가짠데? 진짜는 향이 없어. 아니면 서부에서 나는 건 종이 다른가?”
“종은 동부랑 같아. 그리고 고급 품종은 전부 내가 확인하고 있어. 냄새도 확인하지.”
“진짠데. 여기.”
베이올라가 휴고에게 나무토막을 건넸다. 휴고가 검은 나무토막의 냄새를 맡았다.
“희미하게 향취가 있군요. 일반 사람은 못 맡을 옅은 향기입니다.”
휴고의 시선이 목재상을 향했다. 목재상은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목재상이 쿵 소리 나도록 탁자에 머리를 박았다.
“흑단을 유통하는 물류 길드는 연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선생님, 도와주십쇼. 부탁드립니다.”
휴고가 일행에게 물었다.
“어쩌시겠습니까. 목재 유통으로 따지면 인근에서 이자를 따라갈 사람이 없습니다. 일정이 조금 늦춰지겠지만, 빚을 지워두면 절대 나쁘진 않을 겁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우리 대답에 따라 뭐가 달라져?”
베이올라가 물었다.
“주인님은 여러분을 도우라 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돕겠다고 하시면, 저도 따라야 합니다.”
“마린, 어쩔래?”
마린이 목재상에게 다가갔다.
“내 출신을 알면, 우리 방식도 알지?”
형제를 돕는 데 대가는 필요 없다. 대신, 그대도 똑같이 행동할지어다.
제일 흔하며 제일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목재상이 고개를 숙였다. 휴고가 아닌 마린에게.
잠자코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카리안은, 옆에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친구를 보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 친구를 어찌해야 어엿한 한 사람의 서부인으로 만들 수 있을까.
* * *
마르할은 말이 적당히 지칠 때까지 달리다 멈췄다.
여긴 토지 경주가 아니다. 근처에 갈아탈 준마가 널려 있지도 않고, 말이 죽을 때까지 혹사해가며 달리게 할 이유도 없다.
말을 쉬게 하며 마르할도 잠시 말에서 내려 육포와 술로 배를 채웠다.
“알고는 있지만, 이 황야는 적응이 힘듭니다.”
카반이 말했다. 그는 허허벌판에 시선을 주었다.
“마족은 동식물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서부가 황량한 건 단순히 기후와 식생 탓만은 아니다.
마족.
역사를 삼키는 마족의 안개는 동식물을 가리지 않는다. 마족의 검은 안개는 때때로 동식물만이 아니라 무생물조차 삼키고는 했다.
바위에는, 강에는, 땅에는 역사가 쌓이지 않는 게 아니기에.
그래서 서부는 숲을 보기 힘들다. 야생동물도 거의 없다.
무한한 땅을 두고도 모든 자원이 부족한 이유다. 서부에서 동식물이 유입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개척하는 속도와 자연이 회복되는 속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서쪽으로 더 가면 남은 숲과 나무도 있긴 해요. 동물도 조금씩 보이고요. 지금의 개발 속도라면 한참이 지나서야 그 장면을 보겠지만요.”
“모두 마족에게 삼켜진 게 아니었습니까?”
“뭐든지 예외가 있는 법이죠.”
수백 년을 산 영물이 지키던 산이 있다.
숲의 은둔자들이 목숨을 걸고 보호한 숲이 있다.
마족의 호기심으로 남아 있는 초목이 있다.
마족의 안개조차 침범하지 못한 험지가 있다.
그런 장소들은 마족으로부터 보호받았다.
서부의 자연은 멸망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울테칸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지?] [서부에 왜 숲이 없냐, 하는 이야기요.] [그러고 보니, 황야라곤 해도 비정상적일 정도군.]안체에는 사막이 있다. 초원 속에 있는 작은 사막은 고운 모래를 얻을 수 있는 장소였다.
울테칸도 어린 시절 몇 번인가 사막에 가보았다. 사막에도 꽃이 피고 풀이 자란다. 하지만 이 황야는, 정말 황폐했다.
사막보다 식물이 적다.
[마족이 동물을 삼켰다는 건 알죠?] [안다.] [식물도 똑같이 마족의 먹이가 되거든요.] […그럼 안체도?] [그건 봐야 알죠.]울테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기억에 있는 고향은 늘 푸르렀다.
그랬던 고향이 이런 모습이 되었다고 하면… 상상하고 싶지 않다.
많은 서부인의 바람이 그런 것처럼, 울테칸의 바람도 고향으로의 귀환이다.
국가를 만드는 건 안체로의 귀환을 빠르게 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고향이 달라지는 걸 넘어 고향의 자연이 이토록 황폐해졌다면, 꿈을 이뤄도 이룬 게 아닐 것 같다.
[심각한 건 이해하는데, 지금은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죠.] [그렇지.]울테칸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에겐 인질로 잡힌 가족이 있다.
* * *
남쪽에 있는 도시까지는 말로 달려서 이틀 정도가 걸린다.
마르할도 이틀이 걸려 도시에 도착했다.
뤼겐이 지주로 있는 도시가 작은 제국으로 불리며 문화도 제국을 따른다면, 이쪽은 작은 성황국이라 불려도 될 법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성황국 사람이 많고, 문화도 성황국 문화를 따른다. 그래도 작은 성황국이라 불리지 않는 건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다.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정찰을 부탁해도 될까요. 저보다는 울테칸이 더 잘 알 테니까요.] [알았다.] [저녁쯤 이 자리에서 다시 합류하죠.]울테칸과 그의 부하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카반과 둘만 남은 마르할이 입을 열었다.
“우리 이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보죠.”
“최악의 경우 말입니까?”
“대략적인 사정은 말해뒀죠?”
“성황국에 배신당한 전사의 가족을 구하는 일 아닙니까?”
“그거, 거짓말이에요.”
“…네?”
카반이 멍청하게 되물었다. 듣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울테칸은 배신당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들었죠. 한 번 당해봤잖아요?”
“그, 그렇습니다.”
그때만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말 몇 마디에 부하들이 배신하고 그의 인생이 나락까지 처박힐 뻔했다.
마르할이 가진 악마의 언변이라면, 머리가 돌로 된 전사 한 명을 바보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선은 이대로 울테칸과 함께 그의 가족을 데리고 탈출하는 거고, 최악은 울테칸과 여기 땅 주인이 저희를 죽이러 직접 행차하는 거죠.”
“…그러면 큰일 아닙니까?”
카반은 자신을 어디로 데려온 거냐고 마르할에게 항의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르할의 얼굴을 보자 반항심은 쏙 들어갔다.
그날 이후 그에게 마르할은 하늘이 되었다. 감히 하늘이 하는 말에 토를 달 순 없었다.
“그러니 미리 대비하자는 거죠. 카반은 돌을 베는 기사니까, 땅도 벨 수 있죠?”
“일단은 그렇습니다.”
돌과 철이 다르듯, 돌과 땅도 다르지만, 그는 공성 기사로, 돌보다 모래와 땅에 검을 휘두른 횟수가 더 많았다.
“지지대 없이 땅굴을 파면, 얼마나 팔 수 있어요?”
“칼라엔스 공작 휘하 기사들의 모의전에서, 하룻밤 사이 마을 하나 규모의 주둔지를 파묻은 적이 있습니다.”
마르할은 작게 놀랐다. 그쯤 되면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의 영역이다.
카반이 괜히 전신 갑옷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면, 일단 파죠.”
“여기서 말입니까?”
두 사람이 있는 장소는 도시 정문을 막 넘은 성벽 근처였다.
“그러니까 파자는 거죠. 성벽이 무너지면 그만한 소란이 또 있겠어요?”
“있어선 안 되는 사람이 보여서 와봤더니, 전쟁이라도 하려는 겁니까?”
카반이 검에 손을 올렸다. 마르할이 카반을 막으며 앞으로 나섰다.
“마리나, 여긴 웬일이에요? 지금 여기 있다는 건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발했다는 건데요.”
“연합의 일입니다. 반대로 제가 묻고 싶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르려는 겁니까.”
“인명 구조요. 왜 못 믿겠다는 표정이에요?”
“당신의 행적을 반성해 보십쇼.”
마르할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짚이는 점은 전혀 없다. 그는 언제나 서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아.”
한숨을 쉰 마리나는 자기 머리카락 일부를 잘랐다. 손가락을 가위처럼 움직이자 진짜 가위로 자른 것처럼 머리카락이 잘렸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묶어 마르할에게 건넸다.
“가지고 있으세요. 밤에 찾아갈 테니까.”
“이건, 그렇고 그런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요?”
“잔말 말고. 어서.”
마르할이 마리나의 머리카락을 받았고, 마리나는 일행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방향으로 다시 사라졌다.
“우리, 이제 땅굴을 팔까요?”
“…방금 들키고도 판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카반은 약간의 회의감이 들었다.
마르할은 믿어도 된다. 믿어도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쩐지 그 믿음이 조금은 흔들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