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82
제82화
마리나는 달갑지 않은 사람들과 합류했다.
“어딜 갔다 오셨습니까?”
“지인이 있어서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
“단독 행동은 지양해 주시죠. 여긴 성황국의 법도로 다스려지는 곳입니다.”
그녀 옆에 붙은 사람은 명목으로는 연합에서 붙여준 그녀의 호위지만, 실상은 성황국에서 보낸 그녀의 감시자다.
‘연합 소속이라는 걸 이용해 좋을 대로 써먹기는.’
성황국이 실라나티엘의 이름을 이용하다니, 동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긴 서부다.
연합의 이름으로 명령이 내려오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성황국도 아닌데 성황국의 법도로 다스려지다니, 특이하군요. 성황국이 그걸 두고 봅니까?”
호위가 그녀를 노려봤다. 마리나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먼저 눈을 피한 건 기사였다. 그는 심술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휙 돌렸다.
“흥.”
마리나는 우월감을 만끽했다.
호위라고 붙어 있지만, 그녀보다 약한 기사다.
바로 앞에서 기습당해도 그녀는 기사를 제압할 자신이 있다. 그런 주제에 호위는 무슨.
마리나는 방금 들었던 미친 계획을 속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저들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마르할은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 나쁜 목적도 아니지 않은가.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지만, 용사의 길잡이씩이나 되는 인물이 그리 간단히 거짓말을 입에 올릴 것 같지는 않다.
‘아, 연락.’
용사의 길잡이를 찾았다고 제국에 알려야 한다. 그런데 귀환하자마자 연합의 일에 끌려오는 바람에 연락도 하지 못했다.
마리나는 급격히 기분이 가라앉았다.
연합의 정치놀음 때문에 실라나티엘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실라나티엘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역사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일부가 부정당했다는 생각에 속이 더부룩했다.
그녀가 호위와 함께 도착한 장소는 도시 중앙에 있는 커다란 교회였다.
정확히는 교회로 보이지만, 교회는 아닌 건물이었다. 파면 사제가 교회와 닮은 건물을 짓고 거기서 살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비슷한 짓을 했다면 당장 이단심문관이 집에 기름을 붓고 성스러운 횃불을 던졌겠지만, 저 건물은 멀쩡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진짜 교회가 있는 것도 웃긴 점이다.
마리나는 교회와 닮은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외형만 교회고, 안쪽은 일반 건물이군요.’
하긴, 내부까지 교회처럼 꾸미려면 낭비하는 공간이 너무 많긴 하다.
마리나는 알레스 파면 사제와 만났다.
알레스 파면 사제는 이 도시의 주인 되는 거물이지만, 알레스는 바로 그녀를 만나주었다.
연합과 이어진 끈을 이용하면서까지 그녀를 여기로 부른 게 알레스다.
“파면당한 사제께서 제국 사람에게는 무슨 볼일이십니까?”
“말을 가려라. 천한 것.”
“그 말 그대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알레스 파면 사제. 원래부터 천한 인간과 한 번 선민이었다가 잘못을 저질러 천민이 된 사람. 누가 더 깊은 죄악을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흥미로운 주제 같은데요.”
“닥쳐라! 나는 지금도 신의 뜻을 수행하고 있다. 제국의 개가 평가할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신의 뜻을 수행하시는 분이니, 저 같은 천한 것의 도움은 필요 없으시겠군요. 그럼 가 보겠습니다.”
그녀도 사제는 몇 명 만나봤다. 그들의 선민사상도 겪어봤다. 하지만 저기 있는 자칭 사제의 선민사상은 그녀가 봤던 사제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오만함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나빠질 지경이다.
방을 나가려는 그녀를 연합의 호위가 막아섰다.
“무슨 짓입니까? 당신은 제 호위였을 텐데요?”
“이것도 연합의 일입니다.”
마리나가 길게 심호흡했다.
아직은 연합에서 나갈 수 없다. 그녀에겐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합에서 나가겠다고 하면 다시 제국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질 것이다. 언젠가는 제국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녀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몇 개나 있다.
측량 경험도 부족하고, 스트레킬이 만드는 식사의 신비를 몸에 새겨야 한다.
단서만 찾아둔 유물들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르할이라는 인간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
“좋습니다. 저같이 천한 것이 답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무슨 일로 불렀는지 들어는 보죠.”
“연합 최고의 마법사라면, 신비에 대해 잘 알겠지?”
“당연합니다.”
마리나는 한 가지를 알았다.
알레스는 그녀의 이름과 그 이름이 가진 의미를 모른다.
‘그 사람들이 이상한 게 맞아.’
이름만 대면 그녀를 알던 마르할과 그 일행이 이상한 거다. 실라나티엘과 에고만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우연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이게 무슨 현상인지도 알겠군.”
알레스가 손을 뻗었다.
나무 바닥을 뚫고, 새싹처럼 흙이 자라났다. 흙은 알레스의 손앞에서 하나의 지팡이가 되었다.
“자, 설명해봐라.”
마리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입을 막는 건 무지가 아니라 경악이었다.
알레스는 사제다. 저런 신비를 부릴 역사는 그에게 없다.
유물의 힘이라고 봐도 되지만, 그랬다면 그녀를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알레스 본인도 모르는 힘. 결정적으로 알레스가 힘을 사용할 때 희미하게 반응한 경계의 토지.
저건 토지의 역사에서 발현한 힘이다.
하나의 토지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유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힘.
원인도, 과정도, 결과도 안다. 그러나 그걸 알려줄 생각은 없다.
“왜 그러지?”
“모르겠습니다.”
“연합 최고의 마법사가 말인가?”
“진짜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증거인지도 모르죠.”
“하긴, 하찮은 마법사 따위가 선택받은 인간인 내 힘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꺼져라.”
조롱을 진심으로 받는 저건 재능인 건지, 그냥 둔감한 건지.
무능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저런 태도를 보면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자존심과 일 잘하는 건 별개라는 걸까.
마리나는 호위를 따라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연합을 들먹이며 그녀를 협박하던 호위도 알레스의 축객령이 떨어지자 순순히 길을 비켜주었다.
“설마, 돌아가는 길까지 따라올 겁니까?”
“원하신다면 여기서 헤어져도 좋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끝내죠. 연합 지부는 여기도 있을 거 아니에요? 저는 온 김에 도시 구경이나 좀 하고요.”
“알겠습니다.”
남자는 미련 없이 떠났다.
‘그러면 그렇지.’
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처음부터 그녀의 지식 하나였다.
지식만 빌리고 나면, 그 이후는 아무래도 좋다.
“차도 한 잔 못 마셨네.”
아무리 그래도 옆 도시까지 찾아온 사람에게 차 한 잔은 괜찮지 않은가.
교회 놈들에게 어떤 기대도 안 하긴 했지만, 막상 당하고 나니 열 받는다.
마리나는 손으로 한쪽 눈을 가렸다. 그녀의 시야가 붕 떠올랐고, 도시의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간만 있으면 도시 지도도 그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도시 구조를 기억하는 것으로 참기로 했다.
나중에 지도를 팔면 좋아할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다.
* * *
부하들에게 제대로 된 무장을 명령한 울테칸은 아내가 있는 교회를 몰래 염탐했다.
아내는 평소처럼 교회에서 일하고 있다. 딸도 교회 마당에서 또래와 공을 차고 있다.
함정인가?
울테칸은 감각을 최대로 키웠다. 하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함정은 아니다.
그는 도시 성직자들과 끈이 닿은 전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축에 드는 전사다.
울테칸보다 뛰어난, 비슷한 실력의 기사라도 있었다면 야만인이라 무시하는 울테칸 대신 그들에게 일을 맡겼을 것이다.
그의 시선을 완벽히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아는 한도 안에서는 없다.
울테칸은 건물 사이의 구석진 그늘에 쪼그려 앉았다.
‘무슨 일이지?’
교회는 역겨운 조직이지만, 멍청한 조직은 아니다. 교회가 그를 버리려 한다면 가족이 최고의 인질이 되어줄 터였다. 가족에게 감시 하나 붙어 있지 않은 건 이해하기 힘들다.
울테칸은 우선 물러났다.
혼자서 판단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
* * *
부하들과 합류한 울테칸은, 부하들에게서도 일관적인 증언을 들었다.
배신의 징조는 없다. 감시의 눈길도 없다.
여기까지 오면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몇 없다.
[…속았나.]황당하지만 그게 울테칸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대장,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저희는 그 남자와 처음 만났습니다.] [맞습니다. 그자도 저희를 아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울테칸의 부하들이 말했다. 합당한 의심이다. 그와 마르할의 접점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소문을 들었을 순 있지만, 소문을 들었다고 처음 만나는 사람을 상대로 그런 사기를 칠 수 있다는 것도 믿기 힘들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마르할이 어떤 사람인지 보았다.
마르할은 나무를 주먹으로 부수고 눈으로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움직이는 괴물을 죽였다.
울테칸은 자신이 그 괴물과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예상해 보았다. 예상은 어렵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도 진다. 죽는다.
마르할은 이미 울테칸이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마르할이라는 남자는 그의 안목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나도 믿기 힘들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교회에 알리면….] [잊었나? 우리는 이미 교회의 감시자를 죽였다. 이걸 핑계로 우리 목줄을 잡으려 하겠지. 그럼 안체의 재건은 기약할 수 없어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정대로 도시를 뜬다. 모두 짐을 챙기고 약속 시간까지 집합하도록.]부하들이 흩어졌다.
울테칸도 차크람의 날을 갈고, 기름을 발랐다.
교회가 그들의 배신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의외로 안전하게 도시를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체 재건을 위해 도시에 투자한 것들이 아깝긴 해도, 진절머리 나는 교회 놈들과 얼굴 맞대고 사는 것보다는 낫다.
어차피 운 좋게 이번 일을 넘어가더라도 울테칸의 미래는 어둡다. 그는 이미 감시자를 죽였다.
교회가 말을 듣지 않는 사냥개를 그냥 두려고 할까. 기회를 봐서 처리하려고 할 게 뻔하다.
그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자처해 이 꼴이 되었다는 게 우습군.’
이 모든 일의 화근이 한 사람의 입이라는 것도 같은 목표를 가진 동포들에게 비웃음 살 일이다.
하지만 비웃음당하는 것도 살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살기 위해 움직여야 할 때다.
* * *
해가 성벽 아래로 떨어지고, 반대쪽에서 달이 올라왔다.
마르할은 약속 장소에서 울테칸과 그의 부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의외의 사람이 한 명 합류했다.
“그런데 마리나가 무슨 일이에요?”
“밤에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마리나가 한 말이었다.
“그렇다고 진짜 찾아와요? 뭘 할 줄 알고요?”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면서요. 그러면 유능한 사람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닙니까?”
“딱히요.”
“뛰어난 마법사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요? 제정신으로 하는 말입니까?”
“그건 또 무슨 참신한 논리예요. 누가 보면 마법이 세상 모든 일에 사용할 수 있는 만능의 해결책으로 알겠네.”
“마법은 만능의 해결책이 맞습니다. 그걸 제대로 활용하는 인간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대부분의 일을 해결할 수 있죠.”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마리나 실라나티엘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다.
“교회와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는데요?”
“더 좋습니다.”
“…제정신이에요?”
“교회 놈들은 그래도 쌉니다.”
자기가 다스리는 도시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책임 소재는 그 망할 파면 사제에게 돌아가겠지.
마리나에게는 오히려 바라는 일이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교회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도와주겠다는 걸 마냥 거절하기도 힘들다. 그녀가 있으면 일이 편해지는 것도 사실이고.
시간이 되었다. 울테칸과 그의 부하들도 한 명씩 모였다.
[울테칸, 한 명이 비는데요?] [배신했군. 초원의 전사가 물욕을 이기지 못할 줄은 몰랐다. 그보다 하나만 알려다오. 그때 그건 거짓말이었나?] [역시 들켰네요. 그런데 이제 진짜 배신자가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다르지 않은 게 아닐까요?]마르할은 뻔뻔했다. 지금 사실을 알았다고 울테칸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교회의 감시자를 죽인 순간부터 그의 운명은 정해졌다.
울테칸은 차크람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여기서 무기를 뽑으면 상황이 악화될 뿐이다.
[이제 어쩔 거지?] [제 입장에선 달라진 게 없어요. 그대로 하던 일을 할 뿐이죠.]“백 명이 넘는 병사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손으로 한쪽 눈을 가린 마리나가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사제 몇 명과 무장한 병사들이 보였다.
“이것도 예상했던 일이죠. 카반, 지금 부술 수 있어요?”
“지금 말입니까?”
“병사까지 온다잖아요. 싸워서 지지는 않겠지만, 무의미한 죽음은 피해야죠.”
“알겠습니다.”
필요한 작업은 낮에 끝내뒀다.
카반은 고위 기사이며, 공성 기사다.
성벽을 부수고 짓는 것이 그의 유파이며, 그의 전문이다.
이런 허술한 성벽을 부수는 건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검을 뽑은 카반이 성벽의 한 부분을 잘랐다.
성벽 아래 땅은 이미 비워뒀다. 성벽도 곳곳을 베어 무너지기 쉽게 만들어뒀다.
카반의 일격이 신호가 되어, 성벽 일부가 우르르 무너졌다.
거대한 성벽이 한 번의 칼질에 부서지는 건 마리나조차 잠시 눈길을 빼앗기는 장관이었다.
엄청난 소음이 일어났고, 부서진 돌이 사방으로 튀며 건물에 박혔다.
성벽 바깥에는 목장이 있었다. 돌 조각에 울타리가 부서지고, 말도 죽었다. 흥분한 말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울테칸, 아내가 있는 장소로 안내해줘요.]마르할이 무너지는 성벽을 멍하니 보고 있는 울테칸에게 말했다.
정신을 차린 울테칸이 차크람 손잡이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따라와라.]기사와 초원의 전사와 마법사와 이방인이 저녁 도시를 질주했다. 사제와 병사들이 그들을 뒤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