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83
제83화
파면 사제 알레스는 자기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야만인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네 말대로 병사를 보냈다. 거짓이라면, 신의 사자를 우롱한 대가로 네 사지를 자르고 배를 가른 다음 내장을 개 먹이로 주겠다.”
“보상만 확실하면 아무래도 좋습니다.”
“야만인다운 탐욕이군. 네 말이 맞다면, 그깟 금화, 주지 못할 것도 없다. 그보다, 일의 주동자가 마르할이라는 게 분명하겠지?”
“그렇습니다.”
울테칸의 부하이자 안체 출신의 전사인 무르하름은 울테칸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적당히 때를 노려 알레스에게 만남을 청했다.
정말 자신들이 교회에 버려졌다면, 교회를 버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도시를 떠날 이유가 없다.
이 경우 울테칸이 일방적으로 교회를 먼저 배신한 게 되니, 울테칸의 배신 사실을 알리면 그건 모두 무르하름의 공이 된다.
안체어를 할 줄 아는 그 남자와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도 몸값이 높아 보였다.
알레스의 반응을 보니 그 남자는 생각 이상의 거물인 것 같다.
이만하면 성황국 금화 열 개는 받을 수 있다. 금화를 받으면 뭘 하지? 술을 마셔도 되고, 도박장에서 크게 놀아도 된다.
행복한 상상을 하는 무르하름이 숨을 삼켰다. 땅에서 솟아난 창이 그의 복부를 뚫었다. 이어 사방에서 흙으로 된 창이 솟아나 그를 관통했다.
“어째서…?”
“설마, 내가 야만인 따위와의 약속을 지키리라 생각했나? 신의 행사에 도움이 된 것만으로 감사히 여겨라, 야만인.”
쿨럭. 무르하름이 피를 토했다. 그는 초인다운 인내심을 발휘해 호흡을 이어갔다.
“도시의… 주인이라는 자가…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다고…?”
“신에게 봉사하는 인간으로서, 나는 뱉은 말은 지킨다.”
“그럼… 왜?”
창 하나가 더 솟아나 무르하름의 목을 찔렀다.
죽지는 않고, 성대만을 부수도록 절묘하게 조절된 악의다.
“사람과 한 약속은 지킨다. 하지만, 야만인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할 이유가 있나?”
마지막 순간에 무르하름은 깨달았다. 울테칸이 왜 도시를 뜨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떠야만 하는지.
신의 위광이 다스리는 도시에서 동부 출신이 아닌 그들은 인간조차 아니었다.
알레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짓에 따라 바닥을 뚫고 솟아났던 창이 사라졌다.
알레스는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것이야말로 신의 힘이다. 그가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증거다. 야만인 따위 수백, 수천이 몰려와도 그의 상대가 못 된다.
알레스는 사람을 불러 시신을 치우도록 했다.
그리고 벽에 걸려 있던 외투를 걸쳤다.
“주인어른, 외출하십니까?”
바닥을 닦던 하녀가 물었다.
“그래, 야만인과 신의 뜻을 거역하는 불신자들에게 심판을 내리러 간다.”
“주인어른의 뜻이 신의 뜻이며, 주인어른의 의지가 신의 의지니, 뭐든지 이뤄질 것입니다.”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말고.”
야만인의 말로는 마르할이 도시 안에 있다고 했다.
알레스는 마르할을 싫어한다. 용병 주제에 운 좋게 지주가 되어 사사건건 그의 일에 트집을 잡으며 물고 늘어지는 천민.
그런 주제에 거느린 돈과 세력이 만만치 않아 죽이기도 마땅치 않다.
배신한 야만인도 그렇다. 야만인 주제에 일하고 돈을 받으려는 점이나 일을 고르려 하는 태도가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량한 무력만 믿고 감히 교회의 뜻을 거스르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신의 힘을 얻은 차에 거슬리던 인간이 둘이나 도시에 들어왔다. 이게 신의 뜻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저택을 나온 알레스가 정신을 집중하자 흙이 그의 발을 지탱했다.
흙으로 된 발판이 땅을 미끄러지듯 움직였고, 알레스의 몸도 함께 나아갔다.
그는 양팔을 좌우로 뻗고 전능함을 만끽했다.
“내 뜻을 거스르는 죄인들아, 신의 대행자가 너희를 찾아가고 있노라.”
* * *
울테칸의 가족은 교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집에 살고 있다.
집으로 달려가던 울테칸은 집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병사를 발견했다.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옆에 있던 마르할이 먼저 말했다.
“이제부턴 참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돌아가긴 늦었어요.”
울테칸이 어깨에 메고 있던 가죽 주머니에서 차크람을 꺼냈다. 그리고 던졌다. 차크람은 병사의 등 중앙에 깔끔하게 박혔다.
병사가 쓰러지고, 집의 문이 열렸다.
울테칸의 아내로 보이는 평상복을 입은 여인이 쓰러진 병사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재빨리 다가간 울테칸이 여인의 입을 막았다.
여인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가, 이내 함박웃음과 함께 울테칸의 품에 매달렸다.
“금실이 좋아 보이네요.”
“왜요, 질투 나요?”
“전혀 아닙니다.”
마리나가 차갑게 말했다. 마법의 도움을 받은 그녀는 초인들과 발을 맞춰 움직이면서도 크게 힘들어 보이는 기색이 없다.
다양한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는 이래서 편하다.
그녀가 반쪽짜리 마법사였다면 누군가가 그녀를 업거나 들고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그만큼 일행의 체력 소모도 커졌을 것이고.
울테칸이 아내에게 몇 마디 하자 아내는 후다닥 집으로 들어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울테칸이 아내와 아이를 양손에 들고 돌아왔다.
“이야기가 빠르게 끝났네요?”
“이이와 결혼할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이이는 서부, 그것도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출신이니까요.”
여인이 말했다. 수녀답게 말과 행동에서 기품이 묻어났다.
“울테칸에게는 아까운 분이네요.”
“맞다. 나에겐 과분하지.”
“수다라도 떨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요. 우선 움직이죠.”
울테칸이 아내를 업었고, 그의 부하가 아이를 업었다.
“마리나, 병사들은요?”
마리나가 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무너진 성벽 쪽에 모여 있습니다. 들키진 않은 것 같고, 이러면 시간을 절약할….”
“왜요?”
“알레스가 움직였습니다.”
“알레스 파면 사제? 절대 직접 움직일 위인이 아닌데요?”
마리나가 마르할에게 손짓했다. 마르할이 다가가자 그녀가 까치발을 들고 마르할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는 토지의 역사를 쓸 줄 압니다. 그걸로 이 땅의 흙을 다루는 신비를 몸에 익혔습니다.”
“5년밖에 안 됐는데, 그걸 쓴다고요?”
“…역시 당신은 토지의 역사를 아는군요.”
“제가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토지의 역사.
토지의 소유자가, 토지를 소유했다는 역사를 쌓은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비다.
맥락은 일반적인 역사, 업과 같다. 하지만 힘을 얻는 방법과 그렇게 얻은 힘의 크기는 일반적인 신비와는 격이 다르다.
알레스가 토지의 역사를 사용한다면, 평범한 초인은 그를 감당할 수 없다.
힘의 종류에 따라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도 토지의 역사에는 대항할 수 없다.
“카반.”
“무슨 일이십니까?”
“말을 훔쳐 성벽 일부를 잘라내고 도망치면, 문 없이도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죠?”
“그렇습니다.”
“울테칸과 함께 도망쳐요. 병사들의 시선을 끄는 일은 이쪽에서 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 알지만, 카반은 마르할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마르할의 힘을 봤다. 오동나무 관을 쓴 마르할의 위용을 봤다면, 마르할을 걱정한다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알게 된다.
실상은 그것과 상당히 다르지만.
마르할이 다시 성황국어를 사용했다.
“울테칸, 카반과 함께 떠나요.”
“알레스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나?”
“그것까지 포함해 제가 처리해요. 울테칸, 알레스의 땅이 어디까지인지 알아요?”
“대강은 안다.”
“그러면 땅에서 벗어나는 것만 생각해요. 자기 땅을 넘어가면 알레스도 병력을 보낼 수 없어요.”
“알았다.”
울테칸과 카반이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도시는 이미 밤이다. 어둑한 골목은 금방 사람의 모습을 감추었다.
마르할은 마리나와 둘만 남았다.
“마리나는 남았네요?”
“당신이 할 일이야 뻔하니까요.”
“뭐가 뻔한데요?”
“둘이서 알레스와 병사들의 시선을 끌고 탈출한다. 아닙니까?”
“어떻게 알았어요?”
마르할이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장난치지 마시죠. 이 상황에선 이게 가장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당신이 그걸 모를 리 없죠.”
“도와줄 거죠?”
“조금 강한 신비를 얻었다고 서부 최고의 마법사를 상대할 순 없습니다.”
마리나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알레스의 신비는 위협적이지만, 그녀는 알레스보다 훨씬 위대한 마법사다. 그녀가 작정하고 마법을 사용하면,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다.
병사 몇에 사제 하나로 당황할 이유가 없다.
“그럼 가죠. 알레스의 성격이라면, 저를 보는 순간 모든 병력을 동원해 저를 죽이려 할 거예요. 잠시 병사들 사이에 얼굴을 비치고, 바로 도망가면 돼요.”
마리나가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녀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그 작전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알레스가 이쪽으로 곧장 오고 있어요. 땅을 이용해 무슨 짓을 저지른 모양입니다.”
“벌써 응용까지. 제법 재능 있네요.”
“농담할 상황이 아닙니다.”
“여유롭다면서요.”
“어쩌면, 조금은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마리나도 신비의 발현을 감지하지 못했다.
마리나가 모든 신비를 다룰 줄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을 관찰하는 시선조차 몰랐다면… 알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까다로운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
“일단 달리죠. 혹시 바람으로 밀어줄 수 있어요?”
“직접 하시죠.”
“에이, 제 바람보다 마리나의 바람이 더 강한데요.”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마리나의 바람이 마르할의 몸을 가볍게 감쌌다. 몸을 감은 바람은 가볍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효과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재수 없다는 말 안 들어봤어요?”
“너무 많이 들어서 뭐가 재수 없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수 없어.”
“지금 싸우자는 겁니까?”
“설마요.”
한 번의 도약으로 마르할이 지붕 위로 올라갔다.
저 멀리 흙으로 된 기둥이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알레스가 서 있다.
마르할과 알레스의 눈이 마주쳤다.
“맙소사.”
“방금 뭔가 거대한 신비가….”
마르할을 따라 지붕으로 올라온 마리나가 말을 잃었다.
알레스가 둘을 보며 오만하게 웃었다.
흙기둥이 움직였다. 신비로 뭉친 흙은 앞을 가로막는 건물을 모조리 부수고 밀어냈다.
마르할이 마리나의 팔을 잡아끌었다.
“도망가죠.”
“하지만 저걸 따돌릴 방법이….”
“그건 도망치면서 생각하죠.”
마르할과 마리나는 지붕을 타고 넘으며 달렸다.
마리나의 바람은 마르할이 사용하는 바람과는 확실히 달랐다.
마르할은 길을 무시하고 성벽을 향해 똑바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건 알레스도 다르지 않다.
벌어져야 할 거리가 벌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가까워진다.
힘의 사용에 익숙해진 알레스가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마르할은 부서진 성벽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울테칸과 카반이 다른 방향에서 성벽을 베고 탈출한다고 하면, 그들과 경로가 겹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아예 부서진 성벽으로 향하면 경로가 겹칠 가능성이 없어진다.
* * *
알레스는 탑처럼 우뚝 솟은 흙기둥 위에서 마르할을 뒤쫓았다.
알레스는 초인이 아니다. 그에게 저 멀리 있는 마르할의 얼굴을 알아볼 시력은 없다. 하지만 촐랑촐랑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그는 저게 마르할이라고 확신했다.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천민은 많지 않다.
알레스에게는 두 사람을 감싸고 있는 ‘힘’이 보였다.
천생 성직자인 알레스는 마법사를 싫어한다. 도시에 저만한 실력의 마법사가 있으면 그가 몰랐을 리 없다. 그리고 오늘 도시에 들어온 실력이 뛰어난 마법사가 하나 있다.
“옆에 있는 건… 낮에 봤던 마법사인가. 역시 천한 것들끼리 어울리는군.”
알레스가 이를 악물었다.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좀처럼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속도는 알레스가 더 빠르고, 이대로 쭉 가면 그가 두 사람을 따라잡을 게 자명하지만, 성질 급한 성직자는 그조차 성에 차지 않았다.
신의 힘을 가진 자신이 천민 둘을 쫓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알레스는 저 가증스러운 마법을 없애고 싶었다.
그는 흙을 움직일 때와 같이 정신을 집중하고, 그의 몸처럼 움직이는 힘을 마르할과 마법사에게 향했다.
지붕을 뛰어넘던 두 사람이 나란히 땅에 떨어졌다. 둘의 몸을 감싸던 힘도 사라졌다.
“역시, 난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이야.”
알레스가 흙기둥을 움직였다.
* * *
갑자기 마리나의 바람이 사라졌다.
공중에 있던 마르할이 땅으로 떨어졌다.
추락하는 잠깐의 시간, 마르할은 마리나의 반응을 살폈다. 마리나는 눈을 감고 허공에서 팔을 허우적대고 있다.
마르할은 가죽끈을 움직이며, 동시에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다리는… 죽어도 지켜야지.’
가죽끈을 손에 묶고, 끈의 반대편을 지붕에 묶는다. 바람으로 무게를 최대한 줄인다.
팔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추락이 멈췄다.
저 높이에서 사람 한 명 안고 떨어져서 팔 하나면 싸게 먹혔다.
가죽끈을 회수하며 마르할은 땅에 착지했다.
“마리나? 괜찮아요?”
“어두워. 아무것도 안 보여. 여긴 어디야? 맞아, 그거야. 실라나티엘, 실라나티엘! 마르 실라나티엘을 죽여! 마르 실라나티엘을 죽여! 마리나, 마르 실라나티엘을 죽여라! 그게 네 대가야!”
마리나는 허공에 살의를 보이며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괜찮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