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실라나티엘, 제국의 터부.
건드려선 안 될 제국의 어둠.
역사와 업을 알고, 마법의 원리를 알게 된 권력자들은 대부분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직접 마법사가 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마법사로 만들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마법사를 만들면 어떨까?
므에트 제국의 전신이 되는 므에트 왕국의 왕족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당시 막 마법사라 이름 댈 수 있게 된 실라나티엘 가문에 접촉했다. 그리고 무제한의 지원을 약속했다.
마법사로서의 역사를 시작하던 실라나티엘 가문은 왕국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왕국이 작은 가문을 잡아먹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실라나티엘 가문은 므에트 왕국의 괴뢰 가문으로 전락했다. 모든 가문 구성원은 마법을 위한 도구가 되었고, 마법의 습득과 발전을 위해 살고 죽었다.
그걸로 끝이었다면 실라나티엘이 제국의 터부가 되는 일은 없었다.
마법의 역사는 특별한 행동, 기행의 역사다. 타인과 다른 행동, 다른 생각으로 쌓은 역사가 가지는 힘.
강한 마법은 금기와 이어진 경우가 많다. 실라나티엘은 금기의 온상이 되었다.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행위들이 실라나티엘에서는 권장되었다.
므에트 왕국이 므에트 제국이 되고,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1세는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가 되었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는 야망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더 강한 힘을, 더 강한 마법을 원했고, 그의 뜻은 실라나티엘 가문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렇게 실라나티엘에서 한 명의 괴물이 탄생했다.
수십 명의 실라나티엘을 모조리 포식하고 홀로 살아남은 단 하나의 실라나티엘.
마르 실라나티엘.
최고, 최강의 마법사. 금기의 마법사.
* * *
마르할은 발버둥 치는 마리나를 제압했다. 양손을 머리 위로 고정하고, 가죽끈으로 다리를 묶었다.
“마르 실라나티엘을 죽여라. 네, 실라나티엘을 죽일게요. 제가 실라나티엘이에요. 저만이 실라나티엘이 될 수 있어요. 어두워, 추워, 어두워, 아파. 여긴 어디야?”
“세뇌인가. 마르 실라나티엘을 죽이라는.”
의식 깊은 곳까지 스며든 세뇌다. 제국 귀족들이 얼마나 그녀를 한계로 몰아넣었을지 안 보고도 알겠다.
실라나티엘을 죽이기 위한 실라나티엘.
말하자면 마리나는 대(對)마르 실라나티엘을 위한, 인외의 마법사와 싸우기 위해 제국 귀족들, 나아가 그 위에 있는 황제가 만든 병기다.
그녀의 의식 근간에는 제국이 행한 세뇌가 자리 잡고 있다. 마리나 실라나티엘이라는 인간의 의식은 세뇌 위에 세워졌다.
그녀의 의식이 날아가며 기저에 있는 그녀의 무의식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왜?’
마리나도 사람이니 마법의 제어에 실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주 기절하는 것도 아니고 의식이 날아가는 건 이상하다.
이 상태의 마리나는 완전히 무방비하다. 그녀를 만든 제국 귀족들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리 쉽게 그녀가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게 두었을 리 없다.
‘알레스인가.’
벌써 토지의 역사를 이용하는 사람이 나오리라는 건 마르할도 예상하지 못했다.
알레스가 이쪽 방면으로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가 토지의 힘을 이용해 마리나에게 모종의 저주를 내렸으면 지금의 현상도 이해할 수 있다.
마리나의 중얼거림은 계속되었다.
“너만이 실라나티엘이다. 나만이 실라나티엘이다. 마르 실라나티엘을 죽여라. 마르 실라나티엘을 죽일게요. 그러니, 제게 빛을 주시는 거 맞죠? 빛을, 눈을, 영혼을.”
그녀는 몇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아마 그녀를 세뇌한 사람의 말투일 것이다.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마르할에게는 충분한 단서다. 마르할은 그녀를 세뇌한 귀족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그녀 뒤에 있는 귀족을 알아낸 건 좋지만, 이후가 문제다.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면 좋지만, 쭉 이대로라면 이제 그녀에게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
“여긴 어디야? 오빠는 누구?”
“기억이 안 나요?”
“손 아파.”
마르할은 마리나의 손을 풀어주었다.
손이 자유로워진 마리나는 마르할의 손을 더듬었다. 그녀의 손은 마르할의 팔을 타고 팔뚝으로 올라왔다.
“더러운 손. 거친 가죽. 용병?”
“눈이 안 보입니까?”
“마법 실험 중에 눈이 멀었어. 여긴 어디? 오빠는? 이 공기, 제도의 공기가 아냐.”
“여긴 서부예요. 당신은 서부에 있고요.”
“서부! 마족은? 마족은 있어?”
“저희는 마족에게 쫓기고 있어요. 바로 도망쳐야 해요.”
“마족! 마족은 안 돼! 마족은 역사를 잡아먹는댔어.”
마리나가 마르할의 품에 매달렸다. 팔을 목에 감고, 다리를 허리에 감았다.
아이가 부모에게 매달린 모양이다.
‘유아 퇴행. 그래도 아까보단 상태가 좋아.’
정신도 못 차리고 횡설수설하는 것보다는 낫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회복될지도 모른다. 이게 알레스의 소행이라면, 저주를 풀 열쇠도 알레스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르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왼팔에 자극이 가해질 때마다 고통에 머리가 쑤신다. 그래도 기동력은 빼앗기지 않았다.
알레스 한 명만을 처리해 끝날 일이라면, 아직 이쪽이 우세하다.
마르할은 주변의 바람을 빌려와 몸에 감았다.
마르할이 앞으로 뛰었다. 그리고 그가 있던 자리에 흙으로 된 거대한 창이 솟아났다. 창보다는 말뚝에 가까운 물건이다.
위에서 알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대각선으로 휘어진 흙기둥 위에서 마르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찾았다. 천민 마르할, 네놈은 신의 뜻에 의해 죽는 거다! 이 알레스의 손에! 신의 대행자에게!”
마르할이 근처에 있는 건물 지붕으로 올라갔다. 다시금 그가 있던 자리에 말뚝이 자라났다.
“어떠냐? 신의 힘이다. 천한 용병이 이 힘에 대항할 수 있을까? 어디 답해봐라!”
“전에는 말에 품격이라는 게 이빨에 낀 음식물 찌꺼기만큼은 있었는데, 이제는 그조차 찾을 수 없군요. 자신의 천박함을 인정하셨나요?”
“좋을 대로 떠들어라. 이미 나는 신의 선택을 받은 선민이니! 네깟 놈이 뭐라고 지껄여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알레스의 주변으로 흙기둥 수십 개가 솟구쳤다. 하나하나가 건물보다 높고, 두께는 수백 년은 산 나무만큼 두꺼웠다.
대단한 신비다.
알레스는 사제일 적에도 제법 뛰어난 기적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또한 ‘잘 쌓는’ 부류의 인간이다.
하필 그 재능이 지금 꽃피운 게 마르할의 불행이다.
수십 개의 흙기둥이 흙으로 된 화살을 쏘아냈다. 마르할은 가죽끈을 둥글게 펼쳐 화살을 막았다.
알레스는 다시 화살을 쏘았다. 화살이 가죽끈 사이로 들어갔다. 그러나 끈으로 만든 방패 뒤에 마르할은 없었다. 가죽끈은 평범한 천 조각처럼 땅에 떨어졌다. 마르할은 저 멀리 도망가고 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힘’을 찾았다.
이미 한 번 해봤던 일이다. 알레스는 다시 정신을 집중해 마르할을 감싼 ‘힘’을 없애려 했지만, 돌아온 건 정신이 새하얗게 변하는 충격이었다.
벽에 머리를 부딪힌 것처럼 알레스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그의 힘을 막은 건 거대한 벽이었다.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아득한 벽.
신의 대리인이 된 자신의 힘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신은 당신의 피조물이면서도 당신을 거부한 저주받은 존재의 이름을 성서에 남겨 미혹한 자들에게 경고를 남기셨다.
“악마! 너는 악마로구나! 나는 악마를 죽이고 신의 뜻을 이루겠다!”
알레스가 흙기둥을 움직였다. 알레스의 중심으로 수십 개의 흙기둥이 마르할을 뒤쫓았다.
* * *
달리던 마르할이 뒤로 손을 떨쳤다. 어느새 다시 마르할에게 돌아온 가죽끈이 뒤에서 날아오는 흙으로 된 화살을 막아냈다.
하지만 수백 발이 넘는 화살을 전부 막을 순 없었다.
이미 다리에 한 발, 팔에 한 발 화살이 박혔다.
마르할은 화살을 뽑아내고 기적으로 대강 외부만 치료한 다음 바람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러려고 세력을 모은 게 아닌데 말이지.’
무력이 약하다는 약점을 메우려고 마르할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시간만 있으면 마르할은 말 그대로 군대를 소집할 수 있다.
거기에는 기사단도 포함된다. 다양한 사정을 가진 기사들을 모아 동원할 수 있도록 해뒀다.
하지만 기사단을 두고도 직접 몸을 굴려 가며 고생하고 있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무너진 성벽이 코앞이다. 여기까지 오며 알레스의 사병들을 봤지만, 그들은 마르할을 잡기보다 알레스가 부리는 신비에 더 현혹된 모양새였다.
그럴 법도 했다. 신비 추적자에서도 저 규모의 신비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재능으로만 치부하기엔 지나쳐. 이것도 거대 역사의 영향인가.”
스스로 마족이 된 인간이 나타났다. 용사의 영역에 발을 들인 기사가 나타났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토지의 힘을 부리는 지주가 나타나지 말란 법도 없다.
무너진 성벽 잔해에 착지한 마르할은 도시 바깥으로 나가려다 몸통을 옥죄는 고통에 멈췄다.
마리나가 팔과 다리로 그의 목과 몸통을 졸랐다.
“이건 무슨 일입니까? 설명이 필요합니다. 제 눈은 왜 이러죠?”
“알레스가 저주라도 내린 것 같아요. 제정신은 돌아온 모양이네요.”
“제정신…? 아.”
몸통을 조이는 힘이 강해졌다.
마르할은 마리나의 머리를 때렸다. 숨이 막혀 죽기 전에 목뼈가 부러져 죽을 것 같았다.
“어? 이, 이이… 이건? 제가 왜 이러고 있죠?”
“자기가 달라붙었으면서 왜 저한테 물어요?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
“모릅니다! 알레스, 그 개새끼는요?”
“지금 저기서 저희를 쫓아오고 있죠. 막 뒤에 붙었습니다. 그러니 팔에 힘 좀 풀어주시죠.”
엄살이 아니라 진짜 움직이기 힘들다. 마리나의 신체 능력은 마르할 이상이다. 그런 사람이 딱 달라붙어 힘껏 힘을 주고 있다.
특히 다리로 허리와 골반을 조이는 바람에 달릴 수가 없다.
푹. 날아온 화살이 등에 박혔다. 마리나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
“꺄, 꺄악!”
마리나가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려 했다. 마르할은 그녀를 억지로 붙잡으며, 골반을 조이는 다리가 풀린 틈을 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무너진 성벽을 뛰어넘자 끝없는 황야가 마르할을 반겼다.
“대체 무슨 상황인 거죠? 제가 기절한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설명하자면 길어요. 그보다, 마법은요?”
“기세에 눌려 잠시 힘을 잃은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돌아와요. 아무리 토지의 역사를 활용한다고 해도, 실라나티엘의 역사를 잠시나마 눌러 버리다니, 대체…?”
“사색은 나중에 하고… 아니다. 그냥 사색이나 하고 계세요.”
뒤쪽에서 흙기둥을 탄 알레스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의 속도는 아까보다는 느렸다.
처음 겪는 사용하는 힘에 정신력이 한계인가? 아니면 단순히 이쪽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멈춰라, 악마야! 신의 대행자가 너를 찢어 죽일 것이다!”
“저 사람 미쳤어요?”
“미친 건지는 모르겠고, 아주 위험한 건 맞아요.”
“보아라! 이게 신의 권능이다!”
흙이 많은 장소로 나오자 알레스도 방법을 바꿨다. 그의 옆으로 늘어서 있던 수십 개의 기둥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성벽 바깥의 땅이 요동쳤다.
땅에서 밧줄이 뽑혀 나왔다. 하나하나가 마르할의 팔뚝보다 굵은 줄기들이 채찍처럼 움직이며 마르할을 쫓았다.
그 속도는 가히 화살에 비견할 만했다.
‘막기엔 힘에서 밀리고, 그래도 죽이는 게 아니라 묶으려 하니 그나마 다행인가.’
묶어서 치욕이라도 주려는 거겠지. 아니면 그의 말마따나 악마 취급하며 광장에서 공개 처형이라고 하려는 것이거나.
마르할 입장에선 어느 쪽이든 좋다. 즉사만 면하면 된다.
마르할이 충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충격은 없었다.
똑같이 땅이 솟아나 벽이 되어 알레스의 공격을 막았다.
“얼마 못 버팁니다! 빨리!”
마리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그녀는 신비가 움직이는 감각에 반응해 겨우 방패를 만든 것에 불과했다.
벽에 금이 갔다.
마르할은 이미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 땅 어디로 가든 네놈들이 도망칠 곳은 없다!”
뒤에서 알레스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렸다. 인간의 목청이 아니다.
뒤늦게 재능을 찾은 늦깎이 지주의 힘인 듯했다.
남자가 황야를 달렸다. 한 여자가 그의 품에 꼭 매달려 있고, 그 뒤를 흙으로 된 기둥을 탄 남자가 뒤쫓는다. 저 옆에서는 몇 마리의 말이 달려가고 있다.
해는 완전히 졌고, 떠오른 달이 밤을 밝히고 있다.
다양한 족적이 황야에 새로운 역사를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