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85
제85화
몇 번이나 마르할의 ‘힘’을 없애려고 시도하던 알레스는 마르할이 성벽을 넘어서자 그 시도를 멈추었다.
‘아직 악마에 대적하기엔 부족하단 말인가!’
마르할은 악마답게 그 힘이 범상치 않았다.
콧대 높은 연합 최고 마법사의 마법도 지워버린 그의 권능이 마르할의 ‘힘’ 앞에서는 번번이 튕겨 나왔다.
그는 방법을 바꾸었다. 마르할의 ‘힘’을 노리는 게 아니라 마르할이라는 인간의 육신을 사로잡는다.
“죽여야만 한다. 저 악마를 여기서 죽여야만 해.”
악마의 힘은 완전히 개화하지 않았다.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저 악마가 내면의 힘을 완전히 개화하면 신의 이름이 땅에 떨어지고 세상이 도탄에 빠질 것이다.
알레스는 태어나 처음으로 성직자로서의 의무에 불타올랐다.
진짜 사제일 적에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정의감이다.
스스로를 신과 동일시하고 나서야 생겨난 의무이니, 그것은 알레스가 가진 자기 보신 성향과도 다르지 않다.
그래도 그의 의지는 진실이다. 강렬한 의지와 그가 실시간으로 행하고 있는 기행이 알레스라는 인간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긋고 있다.
알레스는 본능적으로 그걸 느꼈다.
알레스는 흙 채찍을 조종하며, 흙 화살을 쏘았다.
도망치는 마르할 앞에 토벽이 생겨 채찍과 화살을 막았다.
또 저 마법사다. 잠깐 사이 악마과 계약이라도 하였는지 ‘힘’을 없애는 그의 권능이 통하지 않고 있다.
알레스는 공격 대신 이동에 집중했다. 그의 권능은 완전하지 않다. 거리가 멀어지면 위력도 떨어졌다.
이것은 저 악마들을 직접 손으로 잡으라는 신의 뜻이 분명하다.
“너를 사로잡아 신께 바치면, 나는 더욱 완전해지리라!”
알레스가 타고 있는 흙기둥의 속도가 빨라졌다. 그는 개선식을 치르는 왕처럼 웅대하게 밤의 황야를 가로질렀다.
* * *
마르할은 숨이 거칠었다.
이만큼 다친 상태로 이렇게 오래 움직이는 건 마족이 사라진 이후 처음이다.
잃어버린 피에 정신이 아찔했다. 전신을 찌르던 통증조차 흐릿하다. 진짜 위험하다는 신호다.
“괜찮습니까?”
“아뇨. 지금 정신을 잃으면 죽을 것 같아요. 마법은 이제 멀쩡히 쓸 수 있나 봐요?”
알레스의 맹공을 막는 토벽을 보고 마르할이 말했다.
“모르면 당하지만, 알고 있으면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눈은요?”
“…이건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다소 특별한 마법을 쓰고 있는지라.”
“그럼 공격은 어떻게 막고 있어요?”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그녀는 아까부터 알레스의 공격에 맞춰 귀신같이 토벽으로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눈을 감고 있다고는 믿기 힘든 정확도다.
“출력만 뛰어나지, 마법사로서는 삼류도 못 됩니다. 용병도 저것보다는 기척을 숨기려 합니다.”
“티가 난다는 거네요.”
“너무 미숙해 화가 날 정돕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네요. 바람으로 도와줄 순 없어요?”
“여유가 없습니다.”
마리나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법이 돌아왔다지만, 알레스가 휘두르는 힘의 규모는 가볍지 않다.
멀쩡한 상태였다면 가볍게 막았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간신히 막을 수 있다.
신비에 익숙한 사제라고 해도, 이만한 규모의 힘을 연습도 없이 다루게 되는 건 말이 안 된다.
‘사로잡아 분석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성벽도 뒤흔들 공격을 감으로만 막아내는 건 그녀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덥다.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겠지만, 마르할의 힘으로 그녀 앞을 가로막는 바람은 없다. 가슴 부근이 뜨겁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새삼 깨달았다.
“아.”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녀는 마르할의 품에 있다. 업힌 것도 아니고 팔과 다리로 마르할에게 매달렸다. 육체와 육체가 듬뿍 밀착하고 있다.
이 나이 먹고 남자에게 매달려 있다니, 부끄러움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다.
마리나는 마르할의 어깨에 얼굴을 문질렀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예민해진 후각으로 흙냄새가 났다.
눈이 멀어 있던 시절, 그녀는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보았다. 그때의 여파는 지금도 남아 있다. 생생한 흙냄새와 땀 냄새에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에게 냉정을 찾게 한 건 피 냄새였다. 다양한 냄새와 함께 훅 콧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혈향.
그녀는 왜 이리 더운지 알았다. 그녀의 체온이 아니라 마르할이 흘린 피다. 옷을 물들인 그의 생명력이 덥다.
그 사실을 인식하자 마리나는 냉정해졌다. 그의 피로 만들어진 더위다.
머리에 냉수를 끼얹은 느낌이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닙니다. 저것과 싸우거나 도망칠 방법은 있습니까?”
마르할의 물음에 그녀는 재빠르게 주제를 돌렸다.
“마리나는요?”
“제가 멀쩡하면 몰라도, 이 상태로는….”
“그럼 됐어요. 제가 할게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저 인간은 특별합니다. 당신 혼자서 멀쩡하지도 않은 몸으로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제가 몇 살 정도 되어 보여요?”
“네? 그건 무슨?”
“대답은요?”
“20대 초반 아닙니까?”
“마족이 날뛰던 당시라면 더 어렸겠죠?”
“그러면… 열 살? 어쩌면 그보다 더 어렸을 때 서부로 갔다는…?”
마리나는 말을 잃었다. 동부의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쳤지만, 마족을 막아 내기에도 급급했다.
마족이 우글거리는 서부를 성장도 덜 끝난 아이의 몸으로 주파했다? 본인에게 듣고도 믿기 힘들다.
“그런 사람이 비장의 무기 하나 없겠어요?”
마르할이 발을 멈췄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카반과 울테칸이 탄 말은 보이지 않는다. 성벽과도 멀리 떨어졌다.
알레스의 사병은 성벽 안에 그대로 있는 모양이다. 하긴, 자기네 고용주가 저런 위업을 보여주고 있으니 지원할 필요도 못 느끼겠지.
알레스는 흙으로 만든 기둥에 타고 마르할에게 다가오고 있다.
달밤을 질주하는 거대한 구조물은 신이 직접 만들었다 말해도 믿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 위에, 파면당한 사제가 있다.
“전능한 신의 힘 앞에서 도망칠 길은 없다는 걸 깨달았느냐, 이 악마야.”
“그렇네요. 확실히 도망치긴 힘들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하나쯤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데, 당신에게는 그게 지주로서의 재능인 모양이에요.”
단지 지주가 된다고 토지에 쌓인 역사를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알레스가 가진 땅의 크기가 작지는 않지만, 하나의 나라보다 큰 건 아니다.
공국의 왕이 땅의 크기만큼의 힘을 가졌다면, 공국은 마족의 침공에 그리 고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 번 세워진 왕국은 용사급의 괴물이 나오지 않는 이상 영원히 왕조를 유지하며 천 년 왕국을 세웠겠지.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국은 오늘내일하고 있으며, 마족과 대치했던 많은 국가가 멸망했다.
“나에게 현혹은 통하지 않는다, 악마야. 이 힘은 의심의 여지 없는 신의 힘이니. 나는 신의 대리인이다.”
“본인이 그렇게 믿는다면 그런 거겠죠.”
마르할은 책임의 깃펜을 꺼냈다.
‘원래는 가볍게 쓸 수 있는 물건이었는데.’
잠시 누군가의 행동을 멈출 때는 이만한 물건이 없다. 싸움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여러 가지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다.
하지만 가스터를 죽이고 달라진 책임의 깃펜은 사람과 장소를 가리는 물건이 되었다.
흙으로 된 채찍 수십 개가 사방에서 올라와 마르할을 포위했다. 어디로도 도망갈 구멍은 없다.
“무, 무슨 일입니까?! 괜찮은 거 맞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끝났어요.”
“그래, 끝났다. 너희를 묶어 광장 처형대에 매달 것이다. 나의 뜻으로, 신의 뜻으로!”
“전혀 안 괜찮은 것 같습니다!”
마르할의 품에 매달린 마리나가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무얼 보겠다고 사방을 두리번거렸고, 알레스는… 멈췄다.
마르할에게 손가락을 뻗은 채 정지했다.
움직이던 흙도 알레스와 똑같이 멈췄다.
구름이 달을 가렸다. 진정한 밤의 어둠이 찾아왔다.
밤은 침묵과 함께였다.
쉬지 않고 들리던, 흙이 마찰하고 떨어지던 소리가 멈췄다.
“신비가… 멈췄다? 이건 대체?”
알레스가 움직이는 신비의 기척을 느끼고 있던 마리나가 중얼거렸다.
마르할은 천천히 걸었다. 높은 기둥 위에 있던 알레스는, 승리의 감미로움에 취해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기둥이 갈대처럼 휘어서, 그 꼭대기에 알레스가 서 있다.
마르할은 알레스에게 다가갔다. 알레스는 여전히 높았지만, 고개를 조금만 올리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쭉 뻗은 손가락이 인상적이다. 그의 손가락과 손에는 다양한 흉터가 있다. 그래도 한때 사제였던 남자답다.
마르할은 목을 감고 있는 마리나의 손을 조심스레 풀었다.
마리나는 마르할에게 계속 매달려 있으려 했지만, 도둑에게 손기술을 전수받은 마르할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마르할은 마리나를 조심히 땅에 내려놓았다.
“자, 잠깐만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버리지 말아요!”
“제가 그 정도로 쓰레기로 보였어요?”
“맹인을 혼자 내버려두는 건 쓰레기 맞습니다!”
“그럼 쓰레기 할게요. 잠시만 거기 있어요.”
“잠깐만요? 진짜 가요? 쓰레기라고 부를 겁니다?! 이 인간쓰레기!”
뒤에서 소리치는 마리나를 무시하고 마르할은 알레스에게 다가갔다.
책임의 깃펜은 여전히 알레스를 겨누고 있다.
검은 안개가 깃펜을 감싸고 있었고, 안개는 알레스에게로 뻗어나가 깃펜과 알레스를 연결했다.
“이제 말해도 돼요.”
“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당신은 저를 악마라고 했죠. 달밤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을 저희와 수십 개의 기둥으로 도시 건물을 갈아버리며 성벽을 넘은 당신. 사람들 눈에는 누가 악마로 보일까요?”
“내가 악마로 몰린다고? 여긴 내 땅이다! 내 도시다!”
“그게 자기 도시를 갈아버릴 이유는 안 되죠. 왕 놀음 하느라 잠시 착각한 모양인데, 당신은 조금 재능 있는 일반 사제예요. 성황국에서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이 도시를 유지하는 건 성황국과 성황국의 근본인 종교다.
종교의 이름 아래 도시의 지도자가 바뀌어도, 도시에 혼란은 없다.
알레스의 개인 사업체 정도가 피해를 볼까.
“나는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이다. 교황청도 나에게 손댈 순 없어!”
“그렇겠죠. 교황청에서도 당신이 거기까지 도달하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까요. 상당히 희귀한 표본으로 애지중지 다뤄지겠죠. 그 능력이 계속 남아 있다면요.”
“무슨 짓을 할 셈이냐?”
알레스에게서 흥분이 사라졌다. 그리고 서서히 두려움이 차올랐다.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옆으로 자리를 비켰다.
식물도 동물도 찾기 힘든 황야에 회색 달빛이 내려온다.
빛이 가려져 있던 것들을 드러낸다. 눈을 꼭 감고,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마리나와 서서히 두려움에 질려가는 알레스의 표정.
마르할이 들고 있는 깃펜과 깃펜에서 뻗어나간 검은 안개.
알레스가 자기 가슴을 찌르고 있는 안개를 발견했다.
“마족…?”
“마족이라뇨. 이 물건을 향한 모독이에요.”
“이 검은 안개가 마족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
알레스는 역사를 모른다. 하지만 깃펜과 연결된 검은 안개가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를 빼앗아가는 감각은 선명했다.
빼앗기면 안 되는 것을 빼앗기고 있다.
“그만! 그만! 제발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말만요?”
“이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 마적을 고용하는 것도, 거래를 빼앗는 것도 그만둘 테니, 제발 용서해 주세요… 살려만 주세요.”
용서해 달라는 말이 나온 이상 마르할은 그를 죽일 수 없다. 딱히 직접 죽일 생각도 없다.
알레스는 서부의 거물이다. 대책 없이 죽여버리면 서부의 권력 구도가 흔들린다.
그의 가슴과 연결되어 있던 검은 안개가 사라졌다. 몸의 자유를 되찾은 알레스가 숨을 몰아쉬었다.
흙기둥이 사라지며 알레스가 땅에 떨어졌다. 착지를 잘못한 그는 다리를 절며 일어나려다 다시 넘어졌다.
마르할이 그에게 다가갔다. 쪼그려 앉아 알레스와 눈높이를 맞췄다.
마르할은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화살이 몇 발이나 박혀 있고, 팔도 한쪽은 움직이지 않는다.
사제였던 그는 사람이 고통에 울부짖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다. 저런 상처라면 보통 사람은 진즉 기절해 죽었고, 정신력이 뛰어나다는 자들도 고통에 소리 지른다.
하지만 마르할은 표정 변화조차 없다. 지주 회합에서와 같이 그의 앞에서 능글맞게 웃고 있다.
알레스는 마르할이 무서워졌다.
“그 말, 믿어도 되죠?”
“그래, 신의 이름을 걸고 지키겠다. 신의 이름을 걸고….”
떨어지며 다친 다리를 움켜잡고 알레스가 말했다. 그는 생각이 없었다. 살고 싶다는 염원으로 나오는 대로 말을 뱉었다.
“알레스 파면 사제님. 다음 지주 회합에서 뵙죠.”
마르할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저기 악마가 등을 보이고 있지만, 알레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마리나는 몸을 웅크리고 필사적으로 눈을 회복했다.
밤공기는 차가웠다.
시력을 잃은 후로 그녀의 인생은 늘 추웠다. 항상 추웠기에 그녀는 추위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온기가 없다는 게 무섭다.
마르할의 피로 만들어진 온기라도, 그 배덕적인 따뜻함이라도 좋으니 온기를 원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마침내 눈이 회복되었다. 마리나가 눈을 떴다.
빛이 보인다. 달빛이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달을 등지고 한 사람이 그녀에게 걸어온다.
마르할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눈도 뜨네요?”
“됐습니다. 쓰레기.”
마리나가 마르할이 내민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