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90
제90화
다곤은 아프란체 하수도에 살며 백 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 살인귀다.
그에게도 사정이 없다곤 못한다. 그의 과거는 마르할이 보기에도 억울하고, 또 불행했다.
그렇다고 마르할이 삐뚤어진 그의 심성을 이해하는 건 아니다.
마르할이 다곤을 살려두고 있는 건 그의 능력이 서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 딱 하나다.
“그러니까, 마약의 성분을 분석하려 했다?”
“내가 남의 집에서 약할 인간도 아니잖아?”
“정말로?”
다곤이 시선을 피했다.
“아니,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됐고. 사람이나 봐줘요.”
“독? 산?”
“독이요.”
“눕혀봐.”
마르할이 마린을 침대에 눕혔다.
마린은 눈동자가 흐릿했고, 피부도 붉었다.
다곤은 능숙한 의사처럼 마린의 눈동자와 호흡을 살피고, 피부의 상태도 보았다.
“근육을 멈추는 독이야. 전신이 굳고, 결국 심장까지 멈추지. 보통 사람은 죽었을 텐데 용케 버텼어.”
“고칠 수 있죠?”
“당연하지.”
다곤은 방에 있던 몇 가지 약초와 가루를 꺼내고, 마지막으로 탁자 위에 있던 검은 가루에 손을 가져갔다.
마르할이 그의 팔목을 잡았다.
“이건 왜요?”
“그, 아니. 이상한 소리는 맞는데. 이 독에는 이게 진짜 특효약이거든? 심장을 멈추는 독이랑 억지로 심장을 뛰게 만들어서 사람을 흥분하게 하는 마약. 효과부터가 반대잖아?”
“마치 한 사람이 만든 것 같네요.”
“내가 말하려던 게 그거야! 아무튼, 이 아가씨를 죽게 둬서 나한테 좋을 게 없잖아?”
“그건 그렇죠.”
마르할이 손을 놓았다.
다곤은 대충 섞은 약을 물과 섞어 마린의 입으로 흘려보냈다. 마린은 무의식중에 약을 삼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린의 호흡이 눈에 띄게 안정되었다.
마르할이 의자에 앉았다. 다곤은 그 무감정한 눈빛에 잔뜩 얼어 방의 구석에 서 있었다.
“마약의 효과를 알고도 먹으려 했던 이유는요? 약쟁이가 되겠다면 쓰레기장에 던져줄 수 있어요.”
약효를 몸으로 확인하려고 했다. 그런 대답이면 넘어가줄 수 있다. 보통 사람은 마약을 입에 대는 것도 치명적이지만, 다곤에겐 아니다.
다곤은 용사 일행을 제외하면 마르할이 아는 사람 중 가장 독을 잘 다루는 사람이다.
“뭐야, 아직 인력시장은 안 가봤어?”
“막 돌아온 참이라서요.”
“그쪽이 거의 전멸했길래 어떤 약인지 나도 맛이나 보려고 했지. 이 근방에서 약쟁이가 제일 많은 게 그쪽이잖아?”
마약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전쟁에서 입은 상처로 극통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약이나 술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경계에서는 사람이 많은 곳만 돌아다녀 못 봤을 뿐이지, 서부 전역에 그런 사람의 숫자가 상당하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약방도 있다.
“구체적으로는요?”
“지금도 아슬아슬하고, 시장 쪽 놈들 말로는 한 달만 더 방치되면 도시 물류가 정지할 거라더라.”
“한 달이라… 매일 아침 시장에 나오는 사람이 천 명 조금 넘죠?”
말이 천 명이지, 실제 도시에 드나드는 인원은 열 배가 넘는다. 스무 배도 넘을 것이다.
물자를 마차에 싣고, 목적지로 가서 물건을 내린다. 그리고 거기 머무르거나 다시 여기로 돌아온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는 사람들이다.
“가보면 바로 알아. 어지간한 약굴은 전부 가봤던 나도 식겁했다니까.”
“그런데 제가 전에 시킨 일은요? 설마, 놓친 건 아니죠?”
저번 토지 경주에서 도망친 카반의 부하들. 마르할은 다곤에게 그들의 처리를 맡겼다.
“싹 처리했지. 여기 증거물도 있는데 보여줘?”
허리춤에 달고 있던 주머니를 꺼내려던 다곤을 마르할이 말렸다.
사람을 죽인 증거라 하면 손가락이나 귀나 코다. 그다지 보고 싶은 물건은 아니다.
“아뇨. 봐도 모르고, 알아서 잘했겠죠. 그렇죠?”
“그, 그렇지?”
“따로 들은 건 없고요?”
마르할의 어투는 평온했다. 평소의 그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다곤은 피부가 저릿했다. 느낌이 온다.
진짜 뭐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여기서 말을 잘못하면 죽는다.
그가 살아 있는 건 순전히 ‘쓸모’ 때문이다.
다곤이라는 인간이 살아 있을 때의 이득과 손해. 둘을 저울질해 손해가 이득을 넘어서면, 그는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
“내가 그런 실수 할 사람인가! 말할 시간도 안 주고 싹 처리했지! 목격담이 들릴 때마다 내가 잠도 안 자고 얼마나 달렸….”
“그럼 됐고요.”
“아, 넵.”
마르할이 입을 다물자 다곤은 손가락을 꼼지락댔다. 평소 조용한 놈이 말이 없으면 그건 일상이지만, 여간해선 침묵하지 않는 사람이 입을 다물면 그건 비일상이다.
“언제 왔어요?”
“그저께 막 왔습니다!”
장난스러운 태도로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사태가 심각하다.
마르할은 제 식구를 끔찍하게 아낀다. 짐승 새끼라는 말도 아깝다는 성격의 다곤도 개척촌 에나의 잔소리는 듣고만 있는다.
파푸란이 시키는 일은 공짜로도 한다. 조셉의 마구간에서는 말을 훔치지 않고 돈을 주고 산다.
여긴 개척촌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의 도시였고, 그 도시에 치명적인 마약이 대량으로 풀렸다.
그리고 도시의 잡것들을 관리하던 건 자신이다.
“알아낸 것도 얼마 없겠네요?”
“그, 그렇지.”
“저 독, 평범한 독이 아니라는 건 알겠죠?”
“당연하지. 나 같은 별종이나, 진짜 마법사가 만들었어. 보통 놈이 아냐. 분명히 실험으로 수백 명은….”
“암살자가 나왔어요. 마린은 암살자랑 싸우다가 다쳤고요.”
다곤이 눈을 크게 떴다.
보통 암살자라 하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사람을 죽이는 놈들 전반이다. 그 이상의 뜻으로 암살자라는 말을 쓸 일은 자주 없다.
하지만 마르할과 다곤은 그런 것들을 암살자라 부르지 않는다.
사람을 죽이는 전문적인 ‘기술’과 ‘방법’을 가진 자들만이 암살자라 불릴 수 있다.
이 도시가 막 세워지기 시작했을 시기를 제외하면 다곤은 마르할의 입에서 암살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마르할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선에서 전부 정리했다.
마르할이 암살자의 소식을 들으면, 그걸 전부 뒤집어쓰는 건 다곤이다.
차라리 암살자랑 싸우다 죽으면 죽었지, 마르할의 입에서 암살자 소리가 나오는 것만은 못 본다.
그런데 암살자가 나왔단다. 심지어 마르할의 사람과 싸웠단다.
주륵. 다곤의 뺨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신체 반응이 조절이 안 된다.
“그거 있어요?”
“무, 뭐? 뭐 줄까?”
“늘 가지고 다니는 거요.”
“어떤 걸로?”
“제일 독한 거요.”
다곤이 옷을 뒤적였다. 그는 십여 개의 크고 작은 수통을 들고 다닌다. 안에 있는 건 다양한 독극물이다.
사람을 죽이는 물건부터 불이 붙는 물건, 각종 물질을 녹이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다곤은 몇 방울만 먹어도 즉사하는 극독이 담긴 가죽 통을 마르할에게 던졌다.
마르할은 소독용으로 비치된 독주를 열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모두 쏟아부었다.
그리고 마셨다.
마르할은 병의 반을 비우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은 죽었어도 열 번은 죽었을 양의 독이다.
다곤은 호흡도 조심했다. 누워 있는 마린의 숨소리와 술병의 술이 줄어드는 소리만 들렸다.
독이 섞인 술 냄새가 지독했다.
방 안에 있는 각종 약 냄새와 술 냄새가 뒤섞였다.
부상자를 관리하는 방은 다른 방보다 배는 넓다. 침대도 다섯 개가 있고, 구석에는 의자도 쌓여 있다.
마르할은 마린의 맞은편에 있는 침대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곤은 마르할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아프란체 하수구의 괴물. 아프란체가 멸망하기 전까지, 아프란체 전역에서 가장 유명하던 살인귀의 별명이다.
다곤은 많은 사람을 죽였다.
여동생이 있었다.
치료할 약도 있었다.
약을 살 돈도 있었다.
그런데 마법사는, 의사는 약을 팔아주지 않았다.
그가 살인귀가 된 이유는 그 정도다.
많은 사람이 실제로 겪는 일이다. 다곤이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복수할 의지가 있었고, 또 재능이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재능과 약을 조합하는 재능이.
재능 있는 사람 하나가 흔한 사건 하나를 겪고 괴물이 되었다.
원래라면, 그는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없었다.
아프란체 하수구의 괴물이다. 별명에 국가명이 들어가 있다. 그는 머지않아 기사단과 마법사들에게 토벌당해 죽을 운명이었다.
하지만 서부가 멸망하고, 다곤은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전쟁은 범죄자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다.
살인의 역사를 쌓고, 더 강한 약물을 만들어냈다. 신비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다곤은 자신감이 생겼다.
독과 마법에 무지한 기사와 용병은 그를 잡을 수 없었다.
서부에서 좋을 대로 살던 다곤은, 마르할을 만났다.
마르할이 그를 찾아왔다.
지금은 경계라 불리는 도시가 막 올라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다곤 앞에 마르할이 앉았다. 다곤은 마르할이 시킨 맥주에 독을 탔다.
막 만든 독을 실험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마르할은 독이 든 맥주를 전부 마셨다. 그리고 맥주를 한 병 더 주문했다. 커다란 나무잔에 맥주가 잔뜩 담겨 나왔다. 불순물 떠다니는 싸구려 맥주를 잠시 노려보던 마르할이 다곤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 탔던 거, 더 없어요?’
바로 품에 손을 넣는 다곤에게 마르할이 다시 말했다.
‘싸우러 온 거 아니에요. 오늘은 대화만 하러 왔어요. 아프란체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괴물이 누군지 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면상을 보니까 어때?’
‘평범하네요. 뭐, 외형으로 사람의 전부를 평가할 순 없죠.’
위험을 느낀 다곤이 손을 쓰기도 전에, 그의 머리가 탁자에 박혔다. 그의 잃어버린 앞니 두 개는 그때의 흔적이다.
그때 자기 머리를 처박은 사람이 한때 장군의 자리까지 올랐던 기사라는 걸 안 건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이빨이 부러지고 잇몸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다곤에게 마르할은 아까와 똑같이 물었다.
‘아까 그거, 진짜 없어요? 없으면 조금 실망인데.’
마르할은 싸구려 맥주가 담긴 잔을 손으로 흔들며 마음에 안 든다는 눈으로 맥주를 보고 있었다.
다곤이라는 인간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거 말고도 다른 일로 마르할과 몇 번 만나긴 했지만, 다곤이 마르할을 진심으로 무서워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마르할이 다곤의 독이 든 술을 마시는 건 첫 만남 이후 두 번째다.
그래서 다곤은 떨었다. 당시의 기억과 지금의 도시 상황이 겹쳐지며 절로 몸이 떨린다.
다곤의 부업은 불법 의뢰 알선이다. 다곤은 많은 용병과 범죄자를 안다.
그들은 다곤을 두고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라 한다.
사고를 치고 도망가는 용병이, 급전이 필요해 불법에 손을 대는 사람들이 다곤을 욕할 때마다 다곤은 속으로 코웃음 친다.
어차피 전부 진짜를 못 만나봐서 나오는 반응이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진짜였고, 그는 매우 화난 것처럼 보였다.
“저거.”
마르할이 작은 탁자 위에 있는 검은 가루를 가리켰다.
“하려고 했죠? 하던 거 계속해요.”
“지금, 여기서?”
마르할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곤에겐 다른 선택이 없다. 그는 종이를 말아 위에 있는 가루를 전부 입으로 가져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응이 왔다.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 행복감, 세상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
속으면 안 된다. 이건 전부 몸의 거짓말이다. 여기에 속아 뭐든지 하려고 하면 골로 간다.
“어때요?”
“미친 약이야. 내가 먹은 양이면 사람 백 명도 작살내고 남아.”
다곤이 가장 많이 약을 실험한 대상은 자신이다. 그도 약에는 상당한 면역이 있다. 거리에서 흔하게 나도는 약이라면 기별도 오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오는 반응은 꽤 세다. 처음 약을 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그렇단 말이죠.”
마르할이 침대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다곤은 약이 확 깼다. 전능감은 하늘 저 너머로 날아갔다.
약이 주는 행복보다 우선하는 건 생물의 생존 본능이다.
“할 수 있어요?”
언제나 또렷하던 눈동자가 독이 든 술로 약간 풀렸다. 이성과 감성의 중간, 그 어딘가에 있는 시선이 다곤을 향했다.
“아니, 아니지! 전부 내가 알아서 해! 그래야지. 그렇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