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95
제95화
마르할이 바람을 움직였다.
허공에 있던 암살자들이 땅에 떨어졌고, 유스발이 다시 소파에 앉았다.
유스발의 뒤에 있던 암살자들도 제자리로 돌아갔다. 모두 본인의 뜻이 아니다.
그들을 옥죄는 바람의 힘이다.
카반과 스트레킬은 물론이고, 다곤과 베이올라도 일련의 마법을 보고만 있었다.
스트레킬은 어이없다는 듯 한 번 웃고는 검을 거뒀고, 카반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다곤은 잠시 놀랐지만, 그러려니 넘어갔다.
자신도 땅을 파는데, 마르할이 바람을 조금 움직인다고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
베이올라만이 눈을 크게 뜨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마르할이 보여준 힘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유스발의 전신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는 바람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했지만, 몸을 감싼 바람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말은 하게 해줄게요.”
유스발이 입을 벌렸다. 그는 혓바닥 아래 있던 작은 바늘을 쏘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얇은 바늘이다.
검은 손가락의 당주에게만 계승되는 비전이다. 오랜 수련으로 강화된 폐활량과 특별한 혓바닥 움직임으로 쏘아지는 바늘은 손으로 던지는 것보다 빠르다.
그가 이걸로 죽이지 못한 사람은 없다. 여태까지는.
바늘이 멈췄다. 마르할은 자기 눈알 바로 앞에 멈춘 바늘을 보고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바늘을 잡고, 한 번 살펴본 다음 탁자에 내려두었다.
유스발은 비참했다. 가슴이 뜨겁다. 이 분노를 입으로 뱉어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그의 인생이 담긴 기술이다.
놀라는 척이라도 했다면 이리 비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눈앞의 남자는 그의 인생을 날파리처럼 옆으로 치우고, 관심도 주지 않았다.
“말해 보라니까요. 아니면 제가 물을게요. 마법사, 어디 있어요?”
“남쪽으로 세 번째 있는 건물….”
유스발이 축 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부하들은 물론이고, 백 개가 넘는 바늘은 여전히 하늘에 떠 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 싸울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이미 인생을 부정당했다. 그에겐 이제 부정당할 무언가도 남지 않았다.
“다곤. 들었죠?”
문 옆에 있던 다곤이 달렸다. 우당탕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스트레킬, 카반, 베이. 저들을 묶어줘요. 끈은 저놈들이 가지고 있을 거예요.”
“알았다.”
“알겠습니다.”
스트레킬과 카반이 암살자의 몸을 뒤져 그들의 몸에서 나온 실로 몸을 묶었다.
베이올라는 소파에 앉아 있는 마르할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여전히 허공에 떠 있는 바늘 하나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바늘이 그녀의 힘에 따라 밀려났다.
“이건 뭐야?”
“음. 이상한 오해 할까 말해두는 건데, 저도 얼마 전에 가능해진 거거든요? 최근 이런저런 일이 많았잖아요?”
베이올라는 마르할의 행적을 곱씹었다.
토지 경주에서 마족을 만났다고 했다. 유렐의 마차를 털 때는 하늘에서 내려온 괴물과 함께 구름을 베었다. 공국에 갔을 때는 마족에게 습격당했다고 했다.
알레스의 폭주에 대해선 베이올라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걸 빼고 봐도 최근 마르할의 행보는 심상치 않았다.
그가 쌓은 역사를 보면 새로운 신비가 몸에 새겨져도 이상하지 않다.
베이올라도 스트레킬과 카반과 함께 암살자들을 포박했다.
스트레킬이 마지막으로 유스발을 묶고 있을 때 나갔던 다곤이 돌아왔다.
“왜 혼자예요?”
“마법사란 새끼, 튄 것 같은데?”
“…어디로요?”
“그, 북쪽으로 간 것 같긴 한데….”
“여기 있는 놈들, 휴고 불러서 다른 놈들과 같이 처리해줘요. 입 안에 바늘 없는지 확인하고요.”
마르할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마르할이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마르할의 걸음은 점점 빨라져 달음박질로 변했다.
마법사는 모든 일의 근원이다. 마법사가 마약을 만들지 않았다면, 또 연금술에 성공하지 않았다면 검은 손가락이 서부로 넘어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암살자를 다 잡아도 마법사를 놓치면 언제든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다른 놈들은 다 놓쳐도 그 마법사는 놓치면 안 된다.
마약도 마약이지만, 금이다. 금을 만드는 마법.
마르할이 저택을 지나쳤다. 그의 목적지는 인력시장 어귀에 있는 라일의 집이다.
라일의 집에는 유물로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의 위치와 재산을 고려하면 유물 한둘 가지는 건 이상하지 않다.
마르할이 문을 두드렸다.
“라일! 있어요! 라일!”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라일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가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말, 도시에서 제일 좋은 놈으로 줘요. 당장.”
“꼴을 보니 주범은 다 잡은 모양이군. 기다려.”
라일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나온 그는 작은 열쇠 하나를 마르할에게 던졌다.
“내 마구간 구석에 분리된 칸이 하나 있다. 거기 열쇠야.”
“쓸 만한 놈이죠?”
“마족의 피가 섞였다는 놈이다. 진짜든 가짜든, 반나절을 달려도 쌩쌩해.”
“고마워요.”
“적당히 죽여라. 사람은 행동에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어.”
라일이 역사를 아는 것 같지는 않다. 저건 세월에서 나오는 통찰이다.
모르는 사람은 개소리로 들을 거고, 역사를 아는 사람은 이미 알아서 조절하고 있을 것이다.
마르할은 후자다. 고작 피의 역사 따위로는 그에게 대가를 물을 수 없다.
마르할은 라일의 마구간으로 향했다.
과연, 딱 하나 격리된 공간이 있다. 그냥 격리한 것도 아니고 나무에 철판을 덧댔다.
안에 있는 녀석의 성깔과 힘이 짐작된다.
마르할이 자물쇠를 열었다. 문이 열리고, 말의 뒷발이 날아왔다.
마르할은 바람으로 발을 멈췄다.
히힝?!
당황한 말이 소리 내 울었다.
마르할은 놈의 발을 멈춰두고 녀석의 옆으로 돌아갔다.
검은 털에는 윤기가 흐른다. 따로 관리받은 흔적은 안 보인다. 정말 마족의 피가 섞였을지도 모르겠다.
마족은 죽어도 시신을 남기지 않지만, 생식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마르할이 말의 목에 손을 올렸다.
“말 들어야지?”
히히힝….
말이 힘 빠진 소리를 냈다. 빳빳하던 고개도 아래로 떨어졌다.
“그래그래. 서로 험한 꼴 안 보고 얼마나 좋아.”
마르할은 허공에 떠 있는 뒷발을 내려주고, 근처에 있던 안장과 목줄을 녀석에게 채웠다.
말에 올라탄 마르할이 목줄을 당겼다.
“가자.”
마구간에 깔린 마른풀들이 천장까지 닿았다. 그리고 그 힘으로 녀석이 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가속을 시작해 셋을 세기도 전에 마구간을 빠져나와 약쟁이들이 쓰러져 있는 대로 중앙을 달렸다.
날카로운 달에서 내려오는 희미한 빛을 받아 녀석의 털이 빛났다.
마르할은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말의 앞에 있는 바람을 치웠다.
녀석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마르할이 탔던 모든 말을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였다.
마르할은 순식간에 도시에서 벗어나 황야에 들어섰다.
마르할이 눈을 감았다. 북쪽에서 움직이는 것들이 감각에 잡힌다.
하지만 말을 탄 사람은 없다. 모두 작은 벌레나 최근 동쪽에서 유입되기 시작한 들짐승이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발자국은 많지 않다. 이 도시에서 북쪽으로 갈 일 자체가 거의 없다.
마르할은 그 사이에서 말발굽 몇 개를 찾아냈다. 어차피 전부 북쪽으로 가는 것이다.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북쪽으로 하루 정도 말을 타고 가면 다른 마을이 나온다. 하지만 그 마을과 도시 사이의 땅이 모두 마르할과 마을 주인의 것이냐면, 그건 아니다.
지주가 있어도 노는 땅도 있고, 지주가 사라진 땅도 있다.
서부에는 사람이 부족하다. 자원이 부족하다. 사람과 자원이 부족한데 동부처럼 아무 장소에나 마을을 척척 세울 순 없다.
마르할을 태운 말이 달렸다. 놈은 질풍처럼 빨랐다.
하늘의 달이 눈을 가늘게 뜨고 땅을 내려다보고 있다. 저건 마르할을 보는 것일까, 도망치는 마법사를 보는 것일까.
아니면 보는 척을 하는 것일 뿐, 세상일에는 관심도 없을까.
“젠장, 언제 도망쳤는지 물어볼걸.”
마르할이 투덜댔다. 그래도 하루는 넘지 않았으리란 계산이다. 핵심 인물이 도망쳤는데 하루 동안 눈치채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기껏해야 몇 시간. 길어야 반나절.
북쪽으로 가면 나오는 마을은 마르할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마을이다.
자기 구역이 아닌 땅에서 마르할 같은 유명인이 사람을 죽이는 건 좋지 않다.
“이랴!”
마르할이 고삐를 휘둘렀다. 기다렸다는 듯 흑마의 속도가 빨라졌다.
출발을 반나절 전, 그리고 밤에 쉰다고 가정하면, 마르할에게 허락된 시간은 하루다.
반나절 전에 출발한 사람을 하루 안에 따라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놈이라면 밤이 가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흑마는 지치지도 않고 달렸다. 마르할도 꽉 쥔 고삐의 힘을 풀지 않았다.
달이 황야 아래로 내려갔다. 어스름한 빛과 함께 새벽이 왔다.
새벽 공기가 습하다. 마르할은 여전히 고삐를 쥐고 있다. 흑마도 지친 기색이 없다.
마르할의 눈은 지평선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오직 하나의 형상만을 쫓았다.
보였다. 저 멀리 사람 한 명이 있다.
말은 방치하고 쭈그려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마르할이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걸 느꼈는지 흑마의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마법사와 마르할의 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밥을 먹던 마법사가 고개를 휙 들었다. 달려오는 마르할을 발견하고, 자기 말을 불러 달리기 시작했다.
황야는 식물도 동물도 보기 힘들지만, 건조하지는 않다. 당장 북쪽으로 가면 세계 최고의 옥토가 나온다. 여기도 농사를 짓기에 그런대로 괜찮은 환경이다.
새벽안개가 흐릿하다. 그 안개를 뚫고 말 두 마리가 황야를 달렸다.
마법사는 갈색 말을 타고 있다. 평범한 말보다 덩치가 크다. 명마 축에 드는 놈으로 보인다. 마법사도 몇 번 말을 타보긴 했는지 말에 몸을 바짝 붙이고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마르할이 탄 흑마가 더 빠르다. 거리가 점차 좁혀진다. 초조한지 마법사는 중간에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마르할의 전신은 땀범벅이다. 말의 몸도 불타는 것처럼 뜨겁다.
둘에게는 바람이 없었다. 마르할은 질주를 방해하는 아주 작은 바람도 허락하지 않았다. 뜨거워진 몸을 식힐 기회도 없이 둘은 밤새 달렸다.
흘러내린 땀이 눈에 들어갔다. 그래도 마르할은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였고, 그걸 쟁취하기 전에 멈추거나 쉴 생각이 없었다.
마법사가 다급하게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뒤쪽으로 무언가를 뿌렸다. 마름쇠였다.
마르할은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놈이라면 알아서 하리라는 믿음이다.
흑마는 마르할의 믿음에 답했다. 놈이 가속했다. 그리고 힘차게 뛰었다. 마르할은 저 앞에 달려가는 말을 내려다보았다.
거리는 충분히 가까워졌다. 마르할의 상체를 묶고 있던 가죽끈이 풀렸다.
소매 사이로 튀어나온 가죽끈이 날아가 마법사가 탄 말의 발을 묶었다.
마법사가 앞으로 날아갔고, 말도 한차례 허공에 붕 떴다가 땅에 떨어졌다.
땅에 착지한 흑마가 질주를 멈췄다. 그리고 마르할을 힐끗 보았다. 마르할이 주변의 바람을 없애주자 그제야 한 번 투레질했다.
마르할이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쓰러진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기사도 중상을 입을 낙마다. 무슨 마법이라도 썼는지 마법사는 땅에 누워 끙끙대는 것을 빼면 멀쩡했다.
마르할이 손을 뻗자 말의 뒷발을 묶고 있던 가죽끈이 돌아왔다.
마르할이 마법사의 가슴을 밟았다.
마법사가 양손으로 마르할의 발목을 붙잡고 애원했다.
“자, 잠깐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죽이면 후회할걸? 분명 후회해!”
“왜 도망쳤죠?”
“마법사, 나랑은 비교도 안 되는 강대한 마법사가 나타났으니까.”
“겨우 그걸로요?”
“마법사가 아닌 사람은 마법사의 자리싸움을 몰라.”
안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잘 아는 사람이 마르할일 것이다. 첫 번째는 당연히 세계 최고의 마법사고.
마법사가 말한 강대한 마법사는 아마 마르할이다. 도시 전체를 그렇게 살폈으니, 뛰어난 마법사라면 눈치채도 이상하지 않다.
이건 마르할의 실수다.
“당신이 만든 약에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폐인이 되었는지 알고 있나요?”
“안타까운 일이지. 하지만 그걸로 문명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어. 봐.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감이 안 잡혀?”
마법사가 마르할의 발목을 잡고 있던 손 하나를 옆으로 뻗어 흙을 한 줌 쥐었다. 그의 손에서 모래 대신 사금이 흘러내렸다.
“무한한 금, 여태 세상에 없었던 마약! 내 마법은 세상을 바꿀 수 있어. 그것에 비하면 소소한 희생이지.”
마르할은 마법사의 가슴에 올린 발에 힘을 주었다. 마법사의 말이 빨라졌다.
“금이야! 금! 불변의 재산이며 만능에 가까운 마법 재료! 세상 모두가 원하는 물건! 그걸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잘 생각해! 그깟 인간 수천수만 명을 죽여도 나의 가치에는 못 미쳐!”
“그렇겠죠.”
마법사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가슴에 가해지는 더 강한 압박이었다.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계산이 안 돼?! 생각을 하라고! 이래서 미개한 인간들이란! 나를 죽이면 세계의 손실이야. 생각을 해! 생각을!”
마법사는 마르할의 무식을 질타했다. 마르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냥 발에 힘을 더 주었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 인지를 초월한 능력을 지닌 마법사의 귀로 자신의 생명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법사는 빌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뭐든지 할게. 금과 마약이 아니라도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어.”
“하나. 단 하나의 마법을 할 수 있다면, 살려줄 수도 있어요.”
“어떤?”
“당신의 손에 죽은 서부 사람들. 살릴 수 있어요?”
마법사는 답하지 못했다.
부활. 성국의 성인이나 되어야 가능 불가능 여부를 따지는 영역의 신비다. 그건 인외의, 신의 영역이다.
“무한한 금을 만들 수는 있어도, 사라진 생명 하나는 되돌리지 못하는 모양이죠?”
“그건….”
“그게 당신이 죽는 이유야.”
마르할이 발을 비틀었다. 생명 하나가 그의 발아래에서 으스러졌다.
마르할의 손에 오동나무 관이 잡혔다.
여기는 서부요, 한때 바체아 제국의 영향이 미쳤던 땅이라. 왕들은 간혹 처리하기 힘든 범죄자의 처우를 두고 바체아 제국 황제에게 판결을 맡기는 일도 있었다.
“연금술. 대단한 업적이죠. 가지고 싶긴 해요. 그런데 사람을 먹고 자라는 연금술이면 줘도 안 가져요.”
그래서 제국의 마지막 계승자는 그 역사를 지운다.
바람이 마법사의 시신을 삼켰다. 살점을 하나하나 베어 모래로 돌렸다. 누구도 그의 시신을 찾을 수 없게, 연금술의 단서를 찾지 못하게.
마법사의 흔적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마르할은 죽은 말을 발로 툭툭 치면서 놀고 있던 흑마의 고삐를 잡았다. 마르할이 말에 올랐다.
“가자.”
짧게 투레질한 놈이 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새벽이 지나고 해가 떴다. 아침의 황야를 말 한 마리와 그 위에 탄 사람 한 명이 가로질렀다.
그들의 뒤에는 죽은 말 한 마리만이 덩그러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