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한 노인이 별 반짝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노인은 가슴께까지 오는 하얀 수염에 회색빛 머리카락은 깔끔하게 빗어 상투를 틀어 올린 모습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낡았으나 깔끔했고, 하얀 수염과는 어울리지 않게 꼿꼿한 허리와 건장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곳은 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인 어느 정원이었다. 그곳엔 화려한 꽃보다는 작은 향나무나 구불구불 자란 소나무가 더 많았다. 화려함보다는 깔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내려 한 정원으로 보였다.
그런 곳에 고아한 풍채의 노인이 서서 밤하늘 별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었다. 적어도 그를 보는 조상룡은 그렇게 생각했다.
“왔으면 이리 오지, 거기서 뭐 하고 있나?”
노인은 별 빛나는 밤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렇게 말을 걸었다. 조상룡은 자기도 모르게 얼른 노인에게 다가가며 허리를 숙였다.
“생각이 깊으신 듯하여···”
“내 아무리 혼자 별 보기를 즐겨도 먼저 사람을 불러놓고 그리 정신을 놓고 있을 정도는 아니네. 아무렴 밤하늘 별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 땅에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보다 아름다울까.”
조상룡은 다시 깊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비천취응대飛天鷲鷹隊 대주 조상룡,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하명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노인은 그 말에도 여전히 가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상룡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에 조상룡도 허리를 숙인 그대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정원에 벌레 우는 소리만 옅게 울렸다.
그 침묵이 깨진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어색함을 느낄만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동부 평야의 일은 어떻게 되었나?”
“감산성에서 올라온 보고를 바탕으로 원주민들에겐 그 범인들이 모두 처형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범인들이 진짜 처벌받았는지 의심스러워하는 자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그들 연합체의 결성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먼 동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말 자신들의 연합을 막고 싶다면 무림맹에서 병력을 파견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 장건이라는 사내를 보고 싶다고···”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당장 장로원의 의견이 너무 갈려. 지금 맹의 영향권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부조리가 발생하는데 그걸 정돈하지는 못할망정 외부로 맹의 무인을 돌리냐는 말이 나오겠지. 그리고 그 젊은 협객은 애초에 우리 맹의 사람도 아니고.”
“···예. 그래서 그들에겐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전했습니다.”
노인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자기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마궁의 움직임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네. 대체 동부 어디까지 도망가 살림을 차리고 여태 힘을 기른 것인지는 몰라도 그들이 이렇게 뚜렷한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와 맞서 싸울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이야기네. 더불어서 바다 건너 황제가 이 땅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생길 것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도 되겠지.”
조상룡은 대꾸 없이 바닥을 바라보며 머리를 조아리고만 있었다.
“그 와중에 황군은 신사천에서 일어난 맹호교위 사건을 두고 어지러워진 군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세 도시의 병력을 모두 하와이로 소집했네. 그걸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것인지는 몰라도 당장 이 땅에 그들의 영향력이 사라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 아마 전보다 훨씬 소란스러우면 소란스러웠지, 잠잠해지지는 않을 것이야. 이번 일은 연 태수가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렸어···”
하지만 그렇게 별을 보며 한탄하던 노인이 마침내 고개를 돌려 조상룡을 바라보았을 때, 그 눈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이 땅에 있을 혼란에 대한 걱정이나 우려가 아니었다. 노인의 눈은 기이한 열망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장로원을 움직일 미끼가 필요하네. 그들 모두 군침을 삼키고 결국 물 수밖에 없는 미끼. 황군이 물러난 것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네. 맹 안의 뜻을 하나로 모아 움직이면 그 비어버린 공백을 모두 우리의 영향 아래 둘 수 있어. 어쩌면 황군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무림맹으로 거듭날 수도 있네.”
바닥을 내려다보던 조상룡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노인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그 눈 위에서도 노인과 비슷한 묘한 이채가 흐르고 있었다.
“···미끼라 하심은?”
“자네 스승의 무공이 필요하네. 그의 진신절기, 황군 무공이.”
조상룡의 얼굴이 경직되며 두 눈에서는 흐릿한 광채가 어렸다.
“···그는 구결조차 말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애초에 그는 황제를 향한 충성 맹세를 어긴 도망자고, 자네 몸을 통해 무공을 실험하던 비겁한 작자였네. 내 확신하는데 그는 분명 자신의 무공을 비급으로 만들었을 거야. 늙어버린 무인에게 남는 것은 결국 무공뿐이니까. 필요하다면 붙잡아 고문이라도 하게. 왜, 옛 스승이라 힘들겠나?”
조상룡은 고개를 저었다.
“칠 년 전부터 그는 제 스승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스승도 반쪽짜리 무공을 감추려 제자를 죽이려 들진 않을 테니까요.”
노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비천취응대를 모두 이끌고 가게. 그가 황군에서 어느 지위까지 올라간 자인지는 모르겠으나 황제의 눈을 피해서 이 신대륙에 숨어들었다는 것만으로 만만치 않은 자임은 분명하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조상룡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몸을 돌려 정원을 떠났다. 뒷짐을 지고 서서 떠나가는 그를 바라보던 노인은 고개를 돌려 다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별을 헤아리며 생각했다. 자기들 잇속만 생각하는 무림맹 장로원, 하와이로 물러난 황군, 원주민들을 학살하며 무슨 짓을 꾸미는지 알 수 없는 마궁, 무림맹 뇌옥에서 죽어버린 맹호교위 견우영, 시체만 남은 태평대와 백사경, 방금 물러난 조상룡과 그의 스승. 그리고 그 외에도 무림맹 맹주라는 지위 아래 모이는 수많은 정보와 비밀.
그는 문득 피식 웃었다. 조금 전 조상룡과의 대화에서 떠오른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살당한 원주민들의 복수를 대신 이뤄준 협객이라던가. 이곳 신사천에서 맹호교위를 붙잡은 자도 그였다. 고대 세가도 아니고 그저 상가의 자식일 뿐인데 상당한 무공을 지닌 고수.
노인도 젊었을 적에는 그처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돌아다니며 협객 놀이를 했었다. 그가 의룡검주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런 젊은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젊은 협객의 이름은 노인의 머릿속에서 금방 사라졌다. 황군 교위를 이긴 젊은 고수라는 건 대단한 일이었지만, 그는 결국 아무 세력 없이 홀로 떠도는 낭인이었다. 그런 떠돌이들은 어느 시골에서 작은 이야기들은 만들어낼 수 있어도 이 대륙의 역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제국의 황제나 대장군 정도 되는 절대고수가 아닌 이상 결국 단체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다시 이 신대륙에서 황군이 물러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준동하기 시작한 마궁의 세력은 또 어떻게 이용할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은 그 노인에게도 자신을 올려다보는 다른 모든 사람과 같은 반짝임을 내려주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노인이 그 별빛에 관심 없는 것만큼이나 별빛의 반짝임도 그에게 무관심해 보였다는 것이다.
* * *
장건은 삿갓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조조의 걸음걸이에 따라 그대로 몸을 흔들거렸다.
고삐는 분명 그의 손에 붙들려 있었지만 그가 길을 주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는 앞을 보고 있지도 않았고, 고삐를 당겨 길을 제시하지도, 옆구리를 때려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조의 안장 위에 얹혀서 그 걸음걸이에 맞춰 까딱까딱 흔들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 조조는 제 주인만큼이나 불성실한 태도로 터벅터벅 걸음을 내디디며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떠돌이의 초상이었다.
그렇게 쨍한 햇살 아래 주인과 말 모두 반쯤 졸며 어딘지도 모를 길을 나아가는 오후. 조조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든 것은 저 멀리 보이는 아지랑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던 녀석은 곧 푸르륵 투레질을 하며 장건을 깨웠다.
“···왜 인마.”
꿈과 현실의 불분명한 경계에서 명상인지 잠인지 모를 상태에 빠져 있던 장건은 슬쩍 삿갓을 올리며 뚱하게 말했다. 귀찮았던 것은 조조도 마찬가지였기에 이어진 녀석의 몸짓은 참 대충이었다.
하지만 그 뜻을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어서 곧 장건도 고개를 들어 멀리 보이는 아지랑이 너머를 바라보았다.
“···마을이군. 오늘은 편히 자겠는걸.”
물론 그곳 마을 사람들이 장건을 환영할지 아닐지는 모를 일이었다. 떠돌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장건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떠돌이는 싫어해도 돈을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지금 조조의 안장 가방에는 지난날 장보도 사건 때 얻었던 은덩이는 물론이고 아논을 돕고 받았던 금은도 잔뜩 남아 있었다. 이런 개척마을이라면 객잔 방이 아니라 집과 농장을 하나를 사버릴 금액이었다.
“얼른 가자. 너도 안장 벗고 쉬는 게 좋잖아.”
장건은 조조를 재촉하려 고삐를 툭툭 당겼고, 조조도 힘이 좀 났는지 털털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까워진 마을은 아주 작았다. 마을이라기보단 술집과 잡화점, 그 외 이런저런 상회 두어 채가 모여있는 장소였다. 아마 이 주변 농부들은 자기 농장이나 목장에 집을 짓고 살고,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이나 기호품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회 집합소 같은 곳인 모양이었다.
천천히 그 건물들 사이로 들어선 장건은 객잔을 찾으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술집과 상회, 대장간만 보일 뿐 객잔은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요릿집과 작은 찻집도 있었는데 객잔은 없었다.
“음.”
이런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객잔이란 결국 오가는 나그네가 많아야 벌어먹는 사업인데, 그런 유동 인구가 거의 없는 곳에서는 하는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우 여행자들은 이곳 상회 건물 중에서 방을 빌리거나, 아니면 누구 마음씨 좋은 농부에게 방을 얻어야 했다.
턱을 긁적거린 장건은 정말 객잔이 없나 싶어서 천천히 조조를 몰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에서 마차에 짐을 싣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낯선 사람의 등장에 흘끔흘끔 이쪽을 바라보면서도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대장간에서는 뚱땅거리는 소리가 나다가 장건이 지나가는 모습에 잠시 소리가 멈췄고, 잡화점 앞 문가에 기대고 서서 연초를 피우던 사람은 가늘게 연기를 뿜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여행객은 별로 없어도 인구가 적은 것은 아닌 듯 건물 여기저기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장건은 그 경계심 어린 눈길에 오늘 잠자리를 얻는 게 쉽지 않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가끔은 그저 적당한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그때 뭔가를 본 장건은 자기도 모르게 조조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그에 느긋하게 나아가던 조조는 왜 갑자기 시비냐는 듯 투레질을 하며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장건은 그를 달래기는커녕 얼른 내려서 자신이 발견한 것을 향해 홀린 듯이 걸어갔다.
“···이거 참.”
장건은 눈앞의 기물奇物을 보며 삐딱하게 서서 턱을 만지작거렸다. 우뚝 솟은 원통형 쇠기둥에 옆으로 길쭉한 손잡이가 달린 그것의 모양은 장건의 눈길을 붙잡기에 충분히 이상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장건이 보기에 그건 일종의 수동 펌프, 그러니까 그가 작두 펌프라고 알던 것과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뭔 줄 알고 그렇게 보고 있소?”
장건은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약간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남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뭐요?”
남자는 약간 멍한 장건의 질문에 피식 웃더니 천천히 다가와 쇠기둥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그 쇠기둥 옆에 놓여 있던 큼직한 대야에서 물 한 바가지를 퍼서 쇠기둥 위에 붓고는 끼익 끼익 작두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잠시 후 쇠기둥에서 앞으로 삐죽 나온 주둥이에서 콸콸 물이 흘러나왔다. 남자는 거기에 바가지를 대고 물을 담더니 장건에게 내밀었다. 장건이 그걸 받아들자 그는 어딘가 신난다는 어투로 말했다.
“주정柱井이라고 이름 붙였소. 우물을 이렇게 잘 막아두고 이 기둥을 통해 물만 뽑아 올리는 거지. 덕분에 뭐가 들어갈 수가 없어서 물이 더러워질 일도 없고, 힘들게 한 바가지씩 떠올리는 수고도 덜 수 있소. 정말 신기하지 않소?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냐면, 이 허공이라는 것은 사실 진짜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데, 조그맣게라도 밀폐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를 통해···”
“여보! 또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뭐 하는 거예요!”
그때 한 여인이 잡화점 문을 열고 나와 그들에게 다가왔다. 신이 나서 입을 열었던 남자는 다가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움찔 놀라더니 곧 실실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아니, 그게··· 이 사람이 이게 뭔지 궁금하다고 해서···”
“반대겠죠. 당신이 먼저 붙잡은 거 뻔히 알아요. 매번 그렇게 지나가는 여행자만 있으면 붙잡고 설명하는 게 지치지도 않아요? 매번 그렇게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니까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리고 당신 이야기를 알아듣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그렇게 아무한테나 말을 걸어요? 지난번 순찰대한테 경고받은 것도 잊은 거예요!”
남자는 두다다 쏘아붙이는 여인의 말투에 곤란한 미소만 지으며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리고는 슬쩍 장건에게 도와달라는 눈길을 보내기까지 했다. 물바가지를 들고 있던 장건은 그 물바가지를 한번 내려다보고, 위로 들어 꿀꺽 물맛을 본 다음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물어본 거 맞소.”
남자를 몰아붙이던 여인은 그 말에 화들짝 놀라서 장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뜸 허리부터 숙였다.
“아유, 죄송해요. 제 남편 때문에 당황하셨죠? 애써 감싸주실 필요 없어요. 이 사람 이러는 게 벌써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죄송합니다.”
“아니, 왜 또 허리를 숙이고 그래! 이 사람이 먼저 이게 뭐냐고 물어봤다니까?”
“그게 뭐냐고 물어봤으면요? 그래봐야 당신은 또 이상한 쪽으로 빠져서 남들 못 알아듣는 소리를 주야장천 떠들어댔겠죠! 당신 그러는 거 내가 한두 번 봐요?”
두 사람은 곧 옆에 선 장건은 잊어버린 것처럼 바락바락 말싸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물 한 모금을 더 마신 장건은 고개를 돌려 남자가 주정이라고 이름 붙인 우물 기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창 말싸움하는 두 사람 사이로 불쑥 끼어들 듯 입을 열었다.
“혹시 집에 남는 방 있소?”
그 말에 두 남녀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장건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
“여기 객잔이 없는 것 같은데.”
장건의 말에 멍한 눈으로 서로를 돌아본 남녀는 약간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 방이야 있소만,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의 말문은 곧바로 막혔다. 장건이 들어 보인 두툼한 은전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