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 * *
처음 말발굽 소리가 우르르 몰려올 때, 심상치 않음을 느낀 단상운은 집안 벽에 반쯤 장식으로 걸어두었던 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채윤과 아이들에게는 문을 단단히 잠그라 말한 후 농장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이 주변에 도적은 흔치 않았다. 그의 스승인 왕 도사가 그런 무뢰배들을 가만두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단상운의 농장은 마을 외곽이었고, 왕 도사의 토벌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최악의 상황에도 그런 길 잃은 도적들이 찾아온 상황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 선두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자를 보았을 때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형?”
“오랜만이구나, 단 사제. 잘 지냈나?”
단상운은 들고 있던 검을 얼른 허리춤에 끼워 치우고 반가운 얼굴로 다가갔다.
“이게 얼마 만입니까, 사형? 어떻게 그렇게 떠나고 칠 년 동안 연락 한번 없었어요?”
말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조상룡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지난날, 왕 도사의 고된 수련 끝에 도망치던 날, 조상룡은 자고 있던 사제를 깨워 자신은 입신양명을 위해 떠날 것이니 같이 떠나자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그때 이미 채윤과 결혼을 생각하고 있던 단상운은 제안을 거부했다. 이미 그럴 것이라 예상하던 조상룡은 그냥 그대로 떠났고, 그 새벽이 지나기 전에 사부에게 가로막혔다.
“···사형?”
웃으며 다가오던 단상운은 조상룡의 표정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주춤 멈췄다. 조상룡은 그런 사제를 보며 왕 도사가 진실을 감췄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부는 어디 있나, 단 사제.”
“···그걸 어찌 물으십니까? 그분이야 그분 자택에 계시겠지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단상운은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 뒤로 젖혀 놓았던 검도 슬그머니 다시 붙잡았다.
조상룡은 그걸 보며 피식 웃었다.
“사부의 집에는 이미 찾아갔었지. 우리가 머물며 수련하던 별채가 그대로 있더군. 내 침상은 물론이고 우리가 수련하던 나무 기둥도 말이야.”
그는 말 위에서 가볍게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단상운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그게 참 엿 같더라고. 그래서 모조리 불 질러 버리고 왔다. 아마 지금쯤 시커먼 재만 남았을걸.”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던 단상운은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
“그게, 그게 무슨 소립니까, 사형? 지금 스승님의 집을 불태워버렸다고··· 아니, 칠 년 만에 찾아와서 이게 무슨···”
“사정이 궁금하나? 그럼 사부가 숨었을 장소를 좀 말해봐. 아니, 아니군. 굳이 말해줄 필요 없다. 그냥 내 인질이나 좀 되어다오. 그 간악한 늙은이가 네 가족을 본인 가족으로 여기는 듯하니 아마 이 주변 어딘가에서 상황을 보고 있을 거다. 그러니 네 부부가 그 늙은이를 끌어낼 미끼가 되어주어야겠다.”
조상룡은 그렇게 말하며 지난 새벽 비천취응대의 포위를 뚫고 도망친 왕 도사를 떠올렸다. 황군 출신답게 무지막지한 내공과 매 순간 살인적인 일격을 선보이던 그는 정작 그 출신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빈틈을 포착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비천취응대는 곧장 추격하려 했으나, 말을 숨겨놓은 곳까지 달려가는 동안 왕 도사는 어두운 밤 벌판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다친 몸에도 불구하고 그가 달아나는 속도는 놀랍도록 빨랐다. 마치 말이 달려 나가는 듯한 속도였다. 멍하니 그를 보낸 후 남은 집안을 뒤져보았으나 조상룡이 원하던 것은 나오지 않았기에 결국 그들은 차선책으로 단상운 가족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소, 사형! 더 다가오지 마시오!”
단상운은 만지작거리던 검을 뽑아 조상룡에게 겨누며 외쳤다. 그는 사형을 오랜만에 만났다는 반가움에서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당혹감에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사부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선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물론이고 너에게도 무공을 실험했고···”
조상룡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단상운을 설득하려는 듯하다가, 갑자기 피식 웃으며 손을 늘어뜨렸다.
“···아니, 이제 다 의미 없는 소리지. 단 사제, 죽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있게. 사제의 심재검 따위로 나와 맞서려 했다간 반 수도 나누기 전에 목이 달아날 거야. 이제 아이들도 있다며? 목숨을 아껴야지.”
그 말에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던 단상운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굳은 얼굴로 조상룡을 바라보며 겨누던 검을 밑으로 내리며 자세를 잡았다. 조상룡도 잘 아는 자세였다. 그건 심재검의 기본자세였으니까.
그를 본 조상룡은 더 진하게 웃었다.
“그래, 농사짓는 데 팔 하나 정도 없는 건 괜찮겠지? 일단 오른팔 하나만 가져가마.”
조상룡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어깨 너머의 칼을 잡아갔다.
햇볕 쨍하니 내리쬐는 농장 한가운데서 그렇게 두 사제가 날붙이를 쥐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말을 탄 비천취응대는 그저 묵묵한 눈으로, 집 안에서는 채윤과 두 아이가 겁먹은 눈으로 창밖 그 대치를 바라보았다.
단상운의 이마에서 송골송골 솟아난 땀이 주르르 얼굴을 타고 턱 끝에서 뚝 떨어졌다. 칠 년 전에도 그는 사형을 이겨본 적이 없었다. 그가 익힌 심재검과 좌망권은 사형의 무공보다 너무 느렸고, 날카롭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켜줄 수는 없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는 몰라도 돌아온 사형은 스승의 목숨을, 그리고 그의 가족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에게 가족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때 등 뒤 칼을 쥐고 있던 조상룡이 문득 저 먼 벌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단상운을 참 하찮게 여겨야 나올 행동이었고, 그를 마주 보는 단상운도 그에 굴욕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 빈틈을 공격하기보다는 그가 뭘 보았는지 궁금해 자신도 눈을 돌렸다.
동쪽 벌판에서 인마 한 쌍이 달려오고 있었다.
단상운은 물론이고 조상룡도 그가 누군지 알았다. 당황하는 사제와 달리 조상룡은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새 재밌는 친구를 사귀었구나, 사제. 무림맹의 이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뭐, 무슨! 장 형은 우리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오!”
“이제 상관이 생겼지. 일조, 가서 처리해. 무림맹에 대항하는 자를 살려두지 마라.”
“사형! 도대체-”
단상운은 조상룡을 말리겠다는 듯 앞으로 한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느새 뽑힌 조상룡의 칼이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 칼이 뽑히는 것부터 다가오는 것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한 단상운은 등골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가만있어. 과연 네 말대로 아무 관련 없는 저 친구가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숨어있는 사부가 가만 보고 있을지 한번 보자고.”
그가 단상운을 협박하는 동안 명령을 받은 비천취응대 다섯이 장건을 향해 마주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을 달리며 곧바로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시퍼런 칼날이 환한 햇볕에 번뜩거렸다.
* * *
“바로 날붙이부터 꺼내는 거냐?”
조조를 달려 단상운의 집으로 되돌아가던 장건은, 자신을 발견하자 경고도 뭣도 없이 곧바로 무기부터 꺼내고 달려오는 비천취응대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그들의 기세로 보아 멈추거나 경고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무림인이라기보단 그냥 엄히 규율 잡힌 군인들을 보는 것 같았다.
무슨 상황인지부터 보려 했던 장건도 결국 청룡을 뽑았다.
새파랗다 못해 시리기까지 한 빛이 칼날 위를 떠돌았다. 햇빛을 따듯했지만 그 빛을 받아 반짝이는 청룡은 그거 냉혹할 뿐이었다.
그렇게 칼을 뽑아 든 장건은 곧장 자신을 향해 마주 달려오는 비천취응대 다섯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들 다섯은 두 갈래로 길게 나뉘어 달려오고 있었다. 기마 여럿이 하나를 상대할 때, 좌우 정신없는 연타로 하나를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전술.
장건의 눈에 농장 한가운데서 목에 칼을 대고 서 있는 단상운이 보였다. 어영부영 끌 시간은 없어 보였다. 동시에, 장건은 자신의 무공이 저들 무림맹 타격대를 정면으로 깨부술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무림맹 타격대는 고대세가의 무사들을 비롯해 황군의 체계를 따라 만들어진 무력 중 가장 강력한 자들이었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랬다. 결국 이 신대륙에서 무림맹의 정의가 통용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강력한 무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건은 무슨 말이나 설명도 없이 대뜸 무기부터 뽑아 들고 달려오는 그들을 보며 삐죽 호승심이 솟는 것을 느꼈다. 그건 그들의 모습이 마치 다른 이의 사정이나 오해를 풀어줄 필요 없다는 듯, 모든 일은 칼과 창으로 자신들의 정의를 강제하면 그만이라는 듯 느껴졌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저 그동안 싸웠던 이들 중 가장 강한 이들이라는 것에 흥분한 것일 수도 있었고.
시퍼렇게 번뜩이는 청룡과 창칼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말 위의 무사들은 극한까지 응축된 내력과 용수철처럼 웅크린 근육 때문에 산 사람이라기보다는 돌이나 철로 만든 조각상 같았다. 그러나 그 굳은 와중에도 상대의 빈틈을 찾으려 두 눈을 섬뜩하게 번들거렸다. 비천취응대 다섯과 장건의 기세가 몸보다 먼저 충돌해 허공이 이지러지는 것만 같았다.
다음 순간 쇳소리는 정확하게 다섯 번 이어졌다.
청룡은 새로 벼려진 후 처음 겪은 충돌에 윙윙거리며 몸을 떨었다. 칼날 위에 핏물은 그 떨림을 이기지 못하고 가볍게 떨어져 나갔다.
격렬하게 달렸던 조조는 속도를 슬슬 늦추며 뒤쪽을 확인했다. 그처럼 속도를 늦춘 다섯 말이 보였고, 그 위에서 기우뚱 쓰러지는 이들이 다섯이라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장건이 비천취응대 다섯을 꺾은 것이다.
하지만 조조는 곧 안장 위 장건의 호흡이 고르지 못하다는 걸 느꼈다. 머리를 돌려 곁눈으로라도 그의 상태를 확인하려 하자 장건이 먼저 녀석의 고삐를 당겼다.
“가자. 저러다 저 친구 목 달아나겠다.”
조조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장건의 뜻대로 농장을 향해 다가갔다.
* * *
조상룡은 놀랍다는 눈으로 다가오는 장건을 바라보았다. 다른 비천취응대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공간을 벌려 반원을 그렸다.
“놀랍군. 내 알기로 자네 가문은 그저 상가인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대원 다섯과 연이어 일격을 나누는 것은 나도 불가능한 일이야. 맹주는 가능할까? 모르겠군.”
“그 칼 내려라.”
조상룡은 다가온 장건이 꺼낸 첫마디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게 지금 자신이 단상운에게 겨눈 칼을 내리라는 것임을 깨닫고 헛웃음을 흘렸다.
“단 사제와는 언제부터 친분을 나눴나? 적어도 칠 년은 넘지 않을 텐데, 그 정도 인연에 목숨을 걸다니.”
“···장 형.”
단상운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눈이 장건의 상처를 향했다.
두 사형제와 비천취응대 앞에 선 장건은 왼 어깨에 창대가 잘려 나간 창 촉 하나를 달고 있었고, 오른 옆구리에서는 갈라진 옷자락 사이로 벌건 속살이 드러나고 있었다. 어찌 출혈을 멈춘 듯 보이긴 했으나 이미 흐른 피가 안장과 조조의 등판을 적시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그런 부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단상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숙박비를 조금 많이 내서. 그거 거슬러 받으러 왔소.”
단상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조상룡만 다시 헛웃음을 흘렸다.
“그건 또 무슨··· 아니, 그래. 협객이시라는 거군.”
조상룡은 단상운 목에 겨눠져 있던 칼을 내리고 장건을 향해 완전히 몸을 돌렸다. 단상운 정도는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으니 당장은 장건에게 집중하겠다는 몸짓이었다.
“이 황야에서 업무를 보다 보면 생각보다 너 같은 놈을 많이 보지. 뭣도 모르고 알량한 본인 재주 하나로 일을 방해하는 놈들. 협을 행한답시고 본인 죽을 자리를-”
그 순간, 농장 한쪽에 있던 단상운의 연구소 겸 창고 문이 박살 나며 무언가가 조상룡을 향해 날아들었다. 말을 하던 조상룡은 당황하는 와중에도 그것을 향해 번뜩 칼을 휘둘렀다.
쩡-하는 소리와 함께 단상운의 증기 장치가 반 토막으로 잘려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칼을 휘두르느라 생긴 틈에 창고에서 함께 튀어나온 인물이 단상운을 덮쳤다. 단상운은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
“스승님?”
창고에서 튀어나온 왕 도사는 놀란 얼굴의 제자를 대뜸 둘러메고는 장건을 향해 뛰어올랐다.
“자! 이 녀석 받게!”
장건은 그 뜬금없는 상황에도 재빨리 칼을 집어넣으며 단상운을 받았다.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날아온 단상운은 의식을 잃고 몸이 뻣뻣해져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왕 도사는 단상운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허공에서 핑그르르 몸을 회전시켰다. 회전하는 그의 몸에서 뭔가 번뜩이며 날아가 비천취응대의 말들을 노렸다.
갑자기 뭔가 목이나 머리를 찌르자 깜짝 놀란 말들이 버둥거렸고, 그 위에 타고 있던 비천취등대는 빠르게 안장을 박차고 뛰어올라 왕 도사를 노렸다.
허공에서 그들을 맞이한 왕 도사의 두 손에서 우르릉하는 천둥소리가 났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비천취응대는 그 천둥을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났다.
“사부-!”
“이제 달리게! 어서!”
조상룡과 왕 도사의 외침이 이어졌다. 하지만 장건은 단상운을 받아들며 느껴진 어깨의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조조의 고삐를 당기진 않았다. 단상운만 구해봐야 의미가 없었다. 저쪽 집안에 그의 가족이 있으니까.
하지만 고삐를 당기거나 옆구리를 치지도 않았건만 조조가 벌컥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너, 조조···”
장건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당혹감을 느끼며 고삐를 당겼다. 하지만 조조는 그의 손길을 완전히 무시하고 벌판으로 달려 나갔다. 녀석은 조금 전 등판을 뜨듯하게 적신 것이 장건의 피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 상처를 낸 이들이 여덟은 더 남았다는 것 또한 알았다.
몸이 멀쩡해도 다섯을 겨우 이겼는데, 큰 상처를 입고 나머지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조조는 그 순간엔 장건에게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쯤 장건도 녀석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판단이 조금 전 자신보다는 냉정하다는 걸 느끼고 더는 고삐를 당기지 않았다.
“안, 따라오는군, 자네, 괜찮나?”
그때 왕 도사가 조조 옆으로 달려오며 떠듬떠듬 장건에게 물었다. 흔들리는 호흡과 얼굴이 창백한 것, 옷 위로 벌겋게 핏물이 올라와 있는 모습으로 보아 부상을 당한 것 같았다. 하지만 장건은 대답은 안 하고 멀거니 왕 도사의 경공술을 바라보다가, 이후 일단 그의 눈에서 적의를 찾아볼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다음 싸움을 위해서 빠르게 몸을 회복해야 했다.
* * *
“···쫓지 않습니까?”
조상룡은 부하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사부는 사제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이겠지. 결국 가족이고 나발이고 본인의 무공을 이어줄 전수자가 더 중요했던 거야. 하지만··· 단 사제는 그렇게 모질지 못하지. 녀석은 돌아가는 상황을 알게 되면 금방 돌아올 거다, 자기 가족을 구하러.”
그는 몸을 돌려 사제의 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선 부하들에게 끌려 나온 채 아이들을 껴안은 채윤이 굳은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을 마주 보던 조상룡은 부하들에게 말했다.
“말을 추슬러라. 마을로 간다. 거기서 사제를 기다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