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 * *
계단을 올라온 조상룡은 문 앞에 선 부하의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부하가 지키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원래 찻집이었는데 지금은 비천취응대가 징발해 사용하고 있었다. 기실 이 마을에 있는 것 전부가 그들에게 징발되었다. 그러나 저장해 두었던 술과 식량이 털리면서도 마을 사람들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법은 멀고 칼은 가까웠으며, 심지어 그 칼이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기까지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조상룡의 눈에 채윤과 그녀의 두 아이가 보였다. 아이들은 살금살금 그녀의 뒤로 숨었지만, 그녀는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조상룡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마주 보던 조상룡은 곧 옆 탁자에 깔끔히 먹은 접시를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식사는 잘하고 있군.”
“마을 사람들이 애써 경작한 식량이니까요. 남기면 안 되죠.”
조상룡은 그 말이 매일 이 마을의 식량을 축내고 있는 비천취응대를 겨냥한 비난이라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기에 그저 실실 웃었고, 그에 도리어 화가 난 것은 채윤이었다.
“···이게 웃긴가요?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에게 약탈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크게 부유할 것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이곳은 당신이 어릴 적 살아가던 장소이기도 하다고요! 정육점 강 씨 아저씨나 찻집 유 씨 아주머니, 술집 양 할아버지! 모두 당신 얼굴을 아는 어른들이라고요! 지금 당신이 하는 게 도적들과 다를 게 뭐예요!”
그러나 조상룡은 그녀의 비난을 제대로 듣고 있지도 않았다. 그녀가 말하는 동안 창가로 다가가 그곳 탁자 위 미지근한 차를 따라서는 호로록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그걸 본 채윤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자, 조상룡은 그제서야 창가에서 눈을 떼고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끝났나? 그럼 얌전히 있어. 또 이틀 전처럼 도망치려 하면 그땐 그 애새끼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채윤은 그의 험악한 파르르 눈가를 떨며 등 뒤의 아이들을 감쌌다.
“···뭘 기다리는 거죠?”
“뭐긴. 네 남편과 사부가 되돌아오길 기다리는 거지. 가능하다면 그 장건이라는 낭인도.”
“···이미 절반이 죽지 않았나요? 그 셋이 함께 되돌아오면 위험할 텐데요.”
조상룡은 들고 있던 찻잔을 호로록 마시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 셋이 멀쩡했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사부는 내상이 심하고, 그 낭인은 이미 크게 다쳤어. 둘 다 사흘 만에 나을 부상이 아니지. 고수와 고수의 대결에서는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가 생사를 가른다. 하물며 움직임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부상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지.”
“···내 남편이 남았는데요.”
“아, 상운이? 그 녀석 무공이라 해봐야 위험할 것도 없지. 그 정도는 한 수면 충분해.”
그는 씩 웃었다.
“하지만 그들은 올 거다. 적어도 상운이는 반드시. 그놈 성정에 너희를 두고 도망치진 못할 테니까.”
채윤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 그대로 되리라는 걸 알았다. 남편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녀와 아이들이 위험한 채로 있는 걸 더 오래 두고 보진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차라리 그가 그녀와 아이들을 포기하고 도망치길 바랐다. 지난 사흘간 지켜본 조상룡은 칠 년 전 활발하고 대범하던 청년이 아니었다. 이미 난폭한 비천취응대의 행동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마을 청년 셋이 죽었다.
만약 단상운이 돌아와 사로잡힌다면 조상룡은 그를 곱게 다루지 않을 게 뻔했다.
그때 벌컥 문이 열리며 비천취응대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조상룡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조상룡은 그 말에 창가로 시선을 돌리고 눈가를 좁혔다. 그러자 저 먼 벌판에서 점 하나가 마을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조상룡은 그가 도망친 세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직감했다.
“사흘만에 나타나서 혼자라··· 빈틈을 만들려는 것인가? 대원들 모두 몸을 숨기고 사방을 주시하라 일러라. 저자는 내가 맞이하겠다.”
“예, 대주.”
고개를 숙여 대답한 자는 곧바로 몸을 돌려 나갔다. 그 뒤를 따라 나가려던 조상룡은 불안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채윤과 아이들을 발견했다.
“도망칠 생각 말아라. 이 방에서 한 발짝이라도 나오면 상운이가 볼 것은 시체뿐일 테니까.”
가볍게 협박한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방을 나섰다. 철컥하며 문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채윤과 아이들은 얼른 창가로 다가가 저 멀리 가까워지는 점을 바라보았다. 채윤의 눈이 불안감으로 파르르 떨렸다.
* * *
정오에 이른 태양은 뜨거웠다.
지난 며칠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공기는 메마르고 텁텁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너무 파래서 푸르다기보단 창백해 보였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 또한 미지근해 시원하지 않았다. 그 아래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거리에는 칙칙한 건물들만 빼곡한 묘비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그 한 가운데를 삿갓을 쓴 누군가가 말을 타고 타박타박 들어섰다. 마을 초입에서 문득 말을 멈춰 세운 그는 슬쩍 말에서 내렸다. 넓은 피풍의가 그 움직임에 풀썩 먼지를 피웠다.
그가 말의 엉덩이를 찰싹 가볍게 때리자, 녀석은 자기 혼자 알아서 한쪽 구석으로 슬렁슬렁 물러났다. 말을 보낸 그는 천천히 거리를 가로질렀다.
강렬한 햇빛은 그늘진 곳과의 극명한 대비를 만들어냈다. 그늘진 곳의 어둠은 마치 단단한 질감을 가진 것처럼 빛을 거부했고, 햇살이 닿는 곳은 모두 눈이 아플 정도로 환히 불탔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기에 그 거리는 마치 신대륙의 황량함을 그린 그림 속 풍경 같았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놀랍군. 너 혼자 오다니.”
아무도 없는 거리에 홀로 서 있던 남자, 조상룡은 쨍한 햇볕 때문인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삿갓을 쓰고 피풍의를 두른 자가 누군지 알겠다는 듯했다. 그에 삿갓을 살짝 들어 얼굴을 드러낸 이는 단상운이었다.
“다시 뵙소, 사형.”
흔들림 없는 목소리, 차분한 눈빛. 그러나 그 안에서 휘몰아치는 정광晶光. 그걸 마주 본 조상룡의 눈이 움찔 찡그려졌다.
“네놈···?”
다음 순간 찡그려졌던 조상룡의 눈이 커졌다. 그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사부는, 사부는 어떻게 되었지? 그는 어디 있나?”
단상운은 펑퍼짐한 피풍의를 천천히 걷어 두 팔을 드러내며 말했다.
“스승님은 귀천하셨소. 나에게 사형을 부탁하며.”
“···그 빌어먹을 늙은이가···”
조상룡은 대답을 듣고는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건 마음속에서 들끓는 분노와 울분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처럼 보이기도 했다. 괴로워하던 그는 문득 단상운의 손에 검이 들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 죽어가던 사부가 너에게 내공을 넘겨주기라도 한 모양이지? 운이 좋았던 모양이구나, 상운. 그렇게 미련하게 익히던 혼원경은 극성에 이르렀나?”
“아니. 내공만으로는 혼원양생공의 극성을 이룰 수 없소. 내가 이룬 건 구 성의 경지일 뿐이오.”
조상룡은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허, 그래봐야 양생공이고, 그래봐야 심재검이다. 그 느려터진 검법. 그 성취가 무슨 상관이냐? 그딴 낡아빠진 무공은 집어치우고, 사부의 진짜 무공은 어찌했나, 사제. 그의 진신절기, 황군의 무공 말이야.”
단상운은 자신의 무공을 무시하는 그의 말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품에서 반들거리는 서책 하나를 꺼내 들어 보였을 뿐이다.
“사부의 무공을 원하시오? 여기 그 전부가 들어 있소. 그러나 이걸 가지고 싶다면 먼저 나와 싸워야 할 것이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구나, 상운. 심재검 같은 삼류 무공으로 사부의 내공을 건네받았다 하여 나와 싸울 자신이 생긴 거냐? 예전에도 넌 나를 이긴 적이 없지 않으냐.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날 꺾는다면, 거기서 뭘 더 어쩔 건데? 남은 비천취응대를 너 혼자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이냐?”
조상룡은 그렇게 말하며 두 팔을 활짝 펼쳐 보였다. 그러자 아무도 없던 거리의 건물들 지붕 위에서 스르륵 몸을 일으키는 이들이 있었다. 찻집을 중심으로 마을 여기저기서 나타난 그들은 비천취응대였다. 그들이 뽑아 든 창칼이 환한 햇볕에 날카롭게 빛났다.
그러나 단상운은 덤덤한 태도로 들고 있던 서책을 다시 품 안에 집어넣고는 검을 뽑았다. 검집마저 한쪽으로 휙 던져버린 그는 그 검으로 조상룡을 겨누며 말했다.
“난 혼자 오지 않았소.”
그 순간 꽈릉- 천둥이 울렸다.
깜짝 놀란 조상룡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지붕 아래로 떨어지는 부하의 모습과 그 위에 우뚝 선 한 남자가 보였다. 조상룡이 외쳤다.
“네놈!”
윙윙 떨리는 칼 하나를 늘어뜨리고 지붕 위에 선 남자는 장건이었다.
“이 자식! 감히-”
“당신 상대는 이쪽이오, 사형!”
곧장 장건을 향해 움직이려던 조상룡은 그 순간 파도처럼 몰아쳐 자신을 덮치는 기세에 움찔 굳었다.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놀랍게도 단상운은 조상룡에게 검을 겨눈 것만으로 그의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조상룡은 자신을 겨눈 단상운의 검에 당장이라도 자신의 이마를 꿰뚫릴 것 같다는 느낌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기세만으로 타인의 동작을 막는 것. 그것은 원로원쯤 되는 고수나 보일 드높은 경지였다.
“사형은 나와 결판을 보아야 하지 않겠소?”
“···흐, 결판이라. 네놈이 나에게 기사멸조의 죄를 묻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단상운은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이 먼저 사형을 내쳤으니 그런 거창한 죄는 물을 수 없을 것이오.”
“그럼?”
“이건 그저 복수일 뿐이오.”
조상룡은 그 말에 씨익 웃었다.
“그래, 이제 누가 옳고 그른지는 상관없지. 그저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것만 남았을 뿐.”
그는 왼손을 들어 장건을 가리키며 외쳤다.
“비천취응대! 저 부랑자에게 맹의 질서를 가르쳐줘라!”
부하들이 움직이는 것을 본 조상룡은 어깨 너머의 칼을 잡으며 단상운과 마주 보았다. 그 순간 비천취응대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주변과 달리 조상룡과 단상운이 마주 본 거리는 시간이 멈춘 듯 잠잠해졌다. 마치 그곳과 주변의 공간이 둘로 나뉜 듯했다.
두 사제는 살기등등한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 * *
혼원混元은 이 세상 전체나 우주 자체를 표현하는 말이다.
태극太極이니, 삼재三才니 하며 극단을 나누어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불분명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자체를 말한다. 그래서 혼원에는 고정된 시야가 없다. 너와 나의 자리는 항상 바뀌고, 이 자리에서 보는 세상과 저 자리에서 보는 세상은 같지 않다.
아홉 살에 요절한 아이도 하루살이가 보기엔 영원을 산 것처럼 보이고, 아흔 살을 넘겨 산 노인도 수백만 년을 걸쳐 솟은 태산이 보기엔 반짝이는 불티나 다름없다. 모든 사람과 존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본다.
그 안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심재心齋, 마음을 정리하고, 좌망坐忘, 모든 것을 잊어 나를 비워 도道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어느 절대적인 기준이 없음을 받아들인다면 마침내 혼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고, 그 속에서 어느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았기에 도리어 천지를 관통하는 한줄기 힘을 깨닫는다.
하늘과 땅의 가장 격렬한 대화, 벽력霹靂이다.
꽈-릉 하는 소리와 함께 장건의 칼이 비천취응대 하나의 창과 몸을 함께 갈라버렸다. 지붕을 뛰어 넘어오던 그는 그대로 숨이 끊어져서 발을 디디지 못하고 떨어졌다.
장건은 윙윙거리며 우는 청룡을 가다듬으며 생각했다. 가장 격렬한 힘이 가장 고요한 이치를 깨달아야 얻을 수 있다는 모순이 재밌다고. 그건 마치 예전의 그가 느린 무공을 연구하며 도리어 더 빠른 칼을 얻을 수 있었던 것과 같았다.
이 벼락을 칼에 담으면 그것이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이고, 손에 담으면 혼원벽력수混元霹靂手일 것이다.
왕 도사는 타고난 재능으로 혼원경의 요체에 그것이 담겨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황군 무공에 익숙해진 그는 제대로 된 단계를 밟으려 하지 않았고, 어설픈 혼원경은 제대로 된 벽력을 선사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서에 담긴 내용이 그의 굳은 사고방식을 부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황제에 대한 충성심에 의구심을 품고 나중에는 그 나날을 후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변하고 옛일을 회고하며 반성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건은 그렇게 단상운에게 모든 내공을 넘기고 편안한 미소를 지은 채 죽었던 왕 도사를 떠올리다가, 저 앞에서 지붕을 뛰어오는 비천취응대를 보고 훌쩍 몸을 날렸다.
혼원경의 벼락은 항룡장의 삼매진화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내공이 음양으로 나뉘는 것까지는 같았으나, 그 두 힘이 맹렬히 회전하는 항룡장과는 달리 벽력은 어느 지점에 이른 내공이 순간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한줄기 뇌전으로 변화해 폭발적인 힘을 쏟아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뻗어 나온 힘은 멈출 수 없었다.
다시 한번 꽈릉-하는 천둥소리가 울리며 또 다른 비천취응대의 몸이 잘려 나갔다. 지난번 다섯이 한꺼번에 몰려오던 것과는 다르게 건물들 사이 띄엄띄엄 올라선 그들은 그때보다 더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각자 장건을 상대해야 했다.
그렇게 일 대 일로 싸우자면 혼원벽력도가 없어도 장건이 질 리 없었다.
“너! 낭인!”
그때 비천취응대 둘이 한 지붕 위에서 장건의 앞뒤를 점령하고 섰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다른 대원들도 날렵한 몸놀림으로 그곳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을 본 장건은 비죽 웃었다. 동시에 정면에 선 대원을 향해 번쩍 나아갔다.
뒤에 섰던 자는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보자마자 몸을 날렸다. 후방은 가장 큰 사각이었다. 설사 정면에 선 대원을 처리한다고 해도, 그에겐 장건이 몸을 돌리는 그 짧은 순간이면 충분했다.
정면에 선 대원은 어떻게든 장건 뒤쪽 대원이 공격할 때까지만, 그러니까 한 수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다섯 갈래로 나뉘어 오는 장건의 칼날을 보며 그는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섯 칼날은 그의 목과 사지를 훑고 지나갔다. 정답은 목이었다.
정면의 적을 처리한 장건은 곧장 그 자리에서 뛰어오르며 몸을 뒤집었다. 그의 뒤로 훌쩍 다가왔던 대원은 허공에 거꾸로 선 장건과 마주 보게 되었다.
대원은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와중에도 곧장 장건의 머리를 향해 검을 찔렀다. 그러나 그 한순간 당혹감 사이로 먼저 다가온 장건의 칼날이 그의 머리를 세로로 갈라버렸다.
강하게 칼을 휘두른 장건은 그 힘 그대로 빙그르르 돌며 허공에 머물렀다. 그가 아직 공중에 있음을 본 나머지 비천취응대가 벽과 지붕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그들의 칼과 검이 장건을 노렸다.
그 순간 빙그르르 돌던 장건이 몸의 탄성을 통해 힘의 방향을 바꿨다. 마치 허공에 디딤돌이 있는 것처럼 움직인 장건은 그렇게 다가오던 대원의 정면으로 몸을 날렸다. 그 대원은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장건이 이미 너무 가까이 다가온지라 제대로 된 공간이 나오질 않아 버둥거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 안으로 장건의 손바닥이 들어와 가슴팍을 때렸다.
으직하고 가슴이 내려앉은 대원은 그대로 숨이 끊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반동을 받은 장건은 다시 허공에서 방향을 바꿔서는 마지막 대원을 향해 날아갔다.
그 대원은 어느새 다가온 장건이 태양을 등지고 높이 치켜든 칼을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의 몸은 여태 익혀온 무공을 본능적으로 펼쳐내려 했으나, 그보다 빠르게 벼락이 내리꽂혔다. 뒤늦은 천둥이 우르릉-하고 울려 퍼졌다.
마지막 비천취응대를 베어낸 장건은 휘리릭 몸을 돌려 다시 지붕 위에 내려앉았다. 바닥을 짚고 내려선 그는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격렬한 움직임으로 그의 옆구리와 어깨에서는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잠시 고통을 참던 그는 곧 몸을 일으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두 사제는 아직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