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 * *
장건과 암룡오호는 강물 바위의 뒤를 따라 거리를 벗어났다.
뜨문뜨문 빛나는 객잔과 술집의 불빛을 벗어나자 눈앞의 사람도 제대로 구별하기 힘든 어둠이 펼쳐졌다. 등 뒤의 고원성과 저 앞에 보이는 부족 연합의 진영에서는 점점이 붉은 불빛이 반짝거렸으나, 그 외에 지상의 모든 것들은 자기 색을 잃고 하나의 시커먼 덩어리로 보였다.
시커먼 지상과 별빛에 반짝이는 밤하늘은 산맥과 언덕의 삐죽삐죽한 경계선으로 나뉘어 가늠할 수 없이 커다란 두 덩어리가 서로를 포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앞장서 걷던 강물 바위는 문득 나머지 두 사람이 잘 따라오는지 보려 뒤를 돌아보았다.
“왜?”
“···아니다.”
강물 바위는 어둠 속에서 희미한 별빛처럼 빛나며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장건의 모습에 살짝 놀랐다. 이런 밤길에 익숙한 강물 바위 본인도 횃불 하나 없이 단번에 상대방의 눈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 후 어둠 속을 한참 걷던 중 강물 바위와 장건의 걸음이 멈췄다. 암룡오호만 멈추지 못해서 강물 바위의 등에 얼굴을 박을 뻔했다가, 겨우 몸을 멈추고는 고개를 길게 빼 앞을 살폈다. 어둑한 벌판에 시커먼 사람 그림자들이 우두커니 서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강물 바위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동부 말이었다.
“나다. 강물 바위다.”
“···나머지 둘은 뭐냐?”
“대전사와 만날 사람들이다.”
사람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암룡오호는 그게 무슨 동작인지 알아보질 못해 눈에 힘만 주고 있었으나 장건은 그 전사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중원인들이잖나.”
“그게 뭐? 대전사가 중원인 손님과 만나는 게 처음은 아닌데.”
“그들은 환한 낮에 왔지. 도둑놈처럼 한밤중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강물 바위는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서며 말을 이었다.
“이들은 도둑이 아니다. 이들은 대전사의 손님들이고, 내가 그걸 보증한다.”
그림자들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그들이 이쪽을 겨누고 있음을 깨달은 암룡오호가 꿀꺽 침을 삼켰다.
침묵이 이어지길 한참. 이쪽을 겨누고 있던 전사들이 천천히 겨누던 활을 내렸다.
“···문제가 생기면 네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당연하지.”
“지나가라.”
시커먼 기둥처럼 서 있던 전사들이 스르륵 움직여 길을 텄다. 강물 바위가 그 사이로 앞장서 나갔고, 그 뒤로 장건과 암룡오호가 따라붙었다. 등 뒤로 전사들의 시선이 꽂혔다. 그들은 멀어지는 세 사람을 한참이나 주시했다.
“···이제 와 생각하는데, 저희 너무 무작정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산산과 친한 전사들을 찾는다고 뭘 알 수 있겠습니까? 애초에 산산의 신분 자체가 가짜 신분일 텐데.”
암룡오호는 전사들의 위협을 겪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도 강물 바위는 물론이고 장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의 반응에 약간 당황하던 암룡오호는 자신이 멍청한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추적은 결국 작은 실마리부터 시작해 몸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상대에 대해 알아낼 수 있다면 알아내는 것이 옳았다.
그들은 곧 움막으로 가득한 연합의 진영 안으로 접어들었다. 부족 사람들 대부분은 자고 있는지 밖으로 나와 있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나와 있는 이들은 모닥불 앞에 서너 명씩 모여앉아 뭔가를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강물 바위를 앞세운 장건과 암룡오호가 나타나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들은 먹던 것을 내려놓고 희미한 적개심을 담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장건은 그들을 쭉 둘러보다가 말했다.
“노인과 아이도 있군.”
“예?”
다시 긴장하던 암룡오호가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전사들만 모인 게 아니었어.”
암룡오호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을 바라보는 부족 사람들을 조금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장건의 말대로 이쪽을 바라보는 부족 사람 중에는 늙수그레한 노파부터 이제 대여섯 살은 되었을까 싶은 소년도 있었다.
강물 바위가 대답했다.
“떠돌이 부족에서는 전사들이 빠져나가면 당장 식량이 없어 굶거나 다른 부족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그 전사들 또한 가족들을 그냥 버려두고 올 수 없었다.”
“여기서 저 많은 이들의 식량을 구하려면 결국 고원성을 통해야 할 텐데.”
“···맞다.”
그 약간 망설이는 대답에 장건의 눈이 깊어졌다. 정착 부족이 아닌 원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고 해봐야 결국 가죽이나 약초 정도다. 한두 번 정도는 그를 통해 식량을 거래할 수 있겠지만, 결국 빈털터리가 된 원주민들은 고원성에서 푼돈을 받고 일하거나 아니면 그렇게 되기 전에 다시 동부로 떠나야 할 것이다.
장건은 그를 통해 이들의 대전사라는 인물이 단순하게 원주민 세력의 팽창을 위해 고원성을 집어삼키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토지와 건물을 구매하려는 것은 저들이 먹고 살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고원성의 중원인들에게 연합의 상태를 감추는 이유에는 마궁의 적출 외에도 그들과의 거래에서 불리함을 감추기 위함도 있었던 모양이다.
불편한 시선을 뒤로하고 연합 깊숙이 들어가자 다른 것들에 비해 조금 더 큰 움막이 보였다. 그 움막의 입구는 독특한 문양의 천으로 가려져 있고, 옆에는 전사로 보이는 이가 팔짱을 끼고 앉아서 다가오는 세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선 강물 바위가 말했다.
“대전사께서는 깨어 계시는가?”
입구를 지키는 전사는 그 질문에도 대답은 안 하고 도끼눈으로 장건과 암룡오호를 노려보았다. 장건은 그 눈길에도 차분한 모습 그대로였으나 암룡오호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나 기억 안 나시오? 나는 지난번에도 한 번 찾아왔는데. 토지와 건물 중개 문제로···”
강물 바위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이들은 손님이다.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내가 책임지겠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강물 바위. 한밤중에 중원인들을 데려오다니. 대전사는 지금 어르신과 함께 대지와 소통 중이시다. 그것을 함부로 깨워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겠지.”
“음···”
강물 바위는 곤란하다는 듯 입구가 가려진 천막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의식이 끝나면 내가 돌아왔음을 전달해 주었으면 하는군.”
“네 옆에 중원인 둘이 있다는 것도 전해주지.”
대답을 들은 강물 바위는 돌아서서 장건에게 중원 말로 말했다.
“대전사는 지금 만날 수 없다. 일단 내 거처로 가서, 내일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장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이들의 심장부에서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었다. 그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강물 바위도 약간 밝아진 표정으로 다시 앞장서 나갔다.
그렇게 다시 움막과 모닥불, 그리고 부족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 걸어가길 잠시. 누군가 움막 사이에서 걸어 나와 세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
“···뭐냐?”
그들은 강물 바위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도끼와 창으로 무장한 남자 다섯이 장건과 암룡오호, 그리고 강물 바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남자가 도끼로 장건과 암룡오호를 겨누며 물었다.
“저놈들이 여길 어떻게 들어왔지?”
“···이게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군, 뭉툭한 뿔. 이들은 대전사의 손님이다.”
“손님? 이 밤중에?”
강물 바위는 천천히 두 사람과 남자들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을 이었다.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는 급박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전사를 뵙지는 못했겠지. 그분은 지금 의식 중이니까.”
“···음.”
뭉툭한 뿔이라 불린 전사는 겨누던 도끼를 손안에서 휘리릭 돌리며 내리고는 강물 바위를 손가락질했다.
“갑작스럽지만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군, 강물 바위. 그 중요한 문제가 뭐냐?”
“그건 대전사에게만 말씀드릴 문제다. 네가 알아봐야···”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
뭉툭한 뿔은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키워 강물 바위의 말을 끊었다. 그러나 이어진 그의 말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그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면, 연합의 전사들이 모두 알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든 이 밤중에 저 중원인들을 진영 안으로 들일 문제는 아닐 터.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를 잊었나, 강물 바위?”
“···괜한 시비를 걸고 있군. 당장 낮에도 대전사를 찾아오는 중원인이 없지는 않다.”
“그들이 들어올 땐 연합원 모두가 긴장한다!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기 위해! 하지만 지금은? 경계를 서는 전사들 외에는 모두 잠자리에 들기 위해 풀어진 상태지!”
뭉툭한 뿔과 강물 바위는 움막들 한가운데 서서 그렇게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건 아무래도 뭉툭한 뿔이었고, 강물 바위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는 편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암룡오호가 슬쩍 옆으로 몸을 기울이고는 속삭였다.
“저 뭉툭한 뿔이라는 자는 뾰족한 돌 부족의 전사입니다. 대전사의 총애를 받는 강물 바위를 싫어해서 자주 시비를 걸죠. 지난번 낮에 찾아왔을 때도 길을 막고 소란을 피웠었습니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난리를 피우는 게 약간 선동가 같죠? 저자를 보며 신대륙 사람들도 사는 건 비슷하구나 생각했습니다.”
암룡오호의 말처럼 소란에 이끌리는 것은 사람의 본능 중 하나인지 얼핏얼핏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가온 이들은 말싸움하는 자들이 뭉툭한 뿔과 강물 바위이자 또 둘이 싸우냐는 듯 웃다가 곧 장건, 암룡오호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굳혔다.
“···음, 지금은 때가 좋지 않은 것 같군요. 말려야 할 듯한데요.”
그들의 시선을 느낀 암룡오호는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옆에 선 장건은 별다른 동요 없이 차분한 눈으로 강물 바위와 말싸움하는 뭉툭한 뿔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암룡오호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듯 엉뚱한 말을 꺼냈다.
“저놈, 무공을 익혔군.”
“예?”
암룡오호가 반문하던 순간 뭉툭한 뿔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중요한 문제에 대해 말해주면 그만 아닌가! 저 중원인들이 뭐라고 그걸 감추는 거냐!”
“다시 말하지만 그건 내일 아침 대전사의 허락이 떨어지면···”
“그 틈에 네가 저놈들과 무슨 짓을 벌일 줄 알고!”
강물 바위의 표정이 짜증을 넘어 싸늘하게 굳었다.
“···그건 무슨 뜻이지?”
“무슨 뜻이긴! 저 중원인 첩자들과 네가 결탁해 대전사를 암살이라도 하려는 것이면 어쩌냐는 것이다!”
강물 바위는 선을 넘는 그 외침에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번득 허리춤의 도끼를 붙잡았다. 동시에 그들 앞을 막고 선 뾰족한 돌 전사들도 무기를 치켜올렸고, 뭉툭한 뿔의 얼굴에는 아주 짧은 순간 작은 미소가 스쳐 지났다.
“···”
하지만 강물 바위는 당장에 도끼를 뽑으려던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자 자신의 도끼와 손을 덮고 꽉 붙잡고 있는 다른 손바닥이 보였다. 장건이었다.
암룡오호는 물론 지켜보고 있던 뾰족한 돌 전사들 모두 당혹감을 느꼈다. 누구도 장건이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놔라.”
“생긴 것보다 다혈질이군.”
“무슨···”
그때 다른 이들처럼 당황하고 있던 뭉툭한 뿔이 헛웃음을 흘리며 외쳤다.
“어딜 나서는 거냐, 중원인? 여긴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개새끼도 나서서 크게 짖는데 사람이 나서지 못할 건 없지.”
장건의 말에 강물 바위와 암룡오호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입에서 자연스러운 동부 원주민 말이 나온 것이다.
한편 그가 한 말을 이해하는데 잠시 시간이 걸린 뭉툭한 뿔은 곧 벌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날 개새끼라고 놀린 것이냐, 중원인?”
“중원식 모욕인데. 기분 나쁜가? 다행이군.”
이번에는 확실히 장건이 자신을 놀렸음을 느낀 뭉툭한 뿔은 오른손에 손도끼에 이어 왼손으로 팔뚝만 한 칼을 뽑아 들었다. 그를 본 강물 바위가 말리기도 전에 장건은 앞으로 쑥 나아갔다.
장건이 앞으로 나오자 뭉툭한 뿔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급하게 휘두른 것치고는 아주 빠르고 단호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장건이 머리를 뒤로 슬쩍 빼는 것으로 빗나갔다. 도끼는 날과 얼굴 사이에 아주 작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허공을 휘저었다.
그 공격을 본 강물 바위가 깜짝 놀라서 장건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장건은 도리어 한 발짝 더 나아가 그의 손을 피하고 뭉툭한 뿔에게 바짝 붙었다.
불쑥 다가오는 장건의 모습에 놀란 뭉툭한 뿔은 깜짝 놀라서 왼손의 칼을 들이밀었으나, 장건은 그 손을 붙잡는 것으로 가볍게 막아냈다. 이후 장건의 왼손 검지가 번개 같은 속도로 뭉툭한 뿔의 몸 여러 곳을 찔렀다.
“어억···”
뭉툭한 뿔은 도끼와 칼을 놓치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에 놀란 다른 전사가 그를 부축했고, 또 다른 전사들은 장건을 향해 무기를 들이밀며 외쳤다.
“중원인이 뭉툭한 뿔을 공격했다!”
“너! 중원인!”
강물 바위는 본인부터 도끼를 뽑으려던 것은 잊어버렸는지 장건의 팔을 붙잡으며 그를 다그치려 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무슨 생각으로···”
하지만 그들의 소란과 적의에도 장건은 처음의 침착한 기색 그대로 뭉툭한 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본 강물 바위 또한 자기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꿇어앉은 뭉툭한 뿔에게 시선을 주었다.
“끄으으···”
뭉툭한 뿔은 자신의 가슴팍을 움켜쥐고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울퉁불퉁 일어나는 혈관들과 시뻘겋게 물들어가는 두 눈이 심상치 않았다.
“무슨···”
“끄아아악-!”
그는 버럭 괴성을 지르며 자신을 받들던 뾰족한 돌 전사들을 마구 밀쳐냈다. 전사들은 그런 행동에 당황하다가, 곧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뭉툭한 뿔의 몸 주변으로 거뭇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몇 놈 겪어보니 그 마공이라는 게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 것도 같군. 조금 더 잘 감췄어야지.”
“크으··· 네놈···! 평범한 중원인이 아니구나!”
장건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냐?”
“이놈-!”
잠깐 사이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의 눈과 두 배쯤 커진 덩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 같았다. 혼자 버둥거리던 뭉툭한 뿔은 결국 머리끝까지 들끓는 마기를 더 참지 못하고 장건을 향해 와락 달려들었다.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모습이 마치 범 같았다.
하지만 그가 뛰어오름과 동시에 장건 또한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순간 그 두 손은 수십 개로 나뉘었다.
“무슨···”
뭉툭한 뿔은 흥분한 와중에도 그 수십 개에 이르는 손을 보며 멍한 표정이 되었다. 당황한 그가 뭘 어쩌기도 전에 그 손들이 그의 몸을 덮었다.
마찬가지로 그와 같은 것을 본 전사들과 원주민들이 두 눈을 꿈뻑거리던 순간, 뭉툭한 뿔이 무슨 포대기처럼 바닥에 털썩 나뒹굴었다.
장건은 손을 탁탁 털며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밤이 길다. 천천히 하자.”
“끄으으···!”
바닥에 나뒹구는 뭉툭한 뿔의 몸에서 아드득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암룡오호를 포함한 원주민들 모두 한순간에 변한 상황에 멍한 눈으로 장건과 뭉툭한 뿔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