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음, 그분의 시신을 확인하겠다는 말이군요. 확실히 뭔가 다른 흔적을 찾겠다면 거기부터 시작하는 게 맞겠죠. 하지만···”
섬지영은 회의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궁월 가주님이 돌아가신 지는 벌써 석 달이 넘었어요. 지금 와서 그 관뚜껑을 열고 시신을 살핀다고 석 달 전 흔적을 찾을 수 있겠어요? 물론 듣기로는 순찰대 수사관들은 시체만 보고도 그가 죽기 전 뭘 먹고 뭘 했는지까지 알아낸다지만···”
“거기부터 시작해야 하오. 그가 정말 본인의 실수로 주화입마에 들었다면 애초에 수사를 이어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오. 흔적을 알아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걱정하지 마시오.”
장건은 담담하게 말하며 생각했다. 주화입마는 단순히 내공의 폭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 미쳐버린 소림승의 경우처럼 마음의 큰 충격을 받아 내공이 상리常理를 벗어나고 기혈에 마魔를 받아들임으로써 마인魔人이 되어가는 과정을 말하기도 한다. 마공이 마공魔功이라 불리는 이유가 결국 이 주화입마에 든 마인과 다를 바 없이 변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냥 본인의 내공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친 경우도 주화입마라 말한다. 이 경우는 운기조식 중 외부에서 충격을 주며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장건은 처음 내공을 익힌 이후부터 지금까지 혼자서 다양한 내공 운용을 실험하고, 또 다쳤다. 어린 시절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았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 않았고, 어른이 된 후에는 그때 단단히 잡힌 기초가 굳건히 바닥을 받쳐주어 요란한 내공의 움직임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삼매진화나 혼원벽력을 비교적 쉽게 익히고 곧바로 실전에 써먹을 수 있었던 것에는 그러한 배경이 깔려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장건은 적어도 혼자 주화입마에 빠진 것과 외부의 충격으로 주화입마에 빠진 것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문제는 섬지영이 말했듯 석 달 동안 썩어들었을 시신의 상태였지만, 결국 그건 직접 가서 봐야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그의 짧은 생각 동안 섬지영은 약간 고민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관 자체는 이미 가묘家廟에 모셔두었으니 찾아가서 열어보기만 하면 될 거예요··· 관리인이야 있지만 경비가 그렇게 삼엄한 곳은 아니니까요.”
“가묘?”
장건이 되묻자 섬지영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가문 장원의 뒤로 작은 언덕이 있어요. 거기에 석재와 회반죽을 이용해 만든 제씨 가문의 사당이 있죠. 듣기로는 중원에서 이주해올 때 선조들의 관을 모두 이장해 그곳에 모셔두었다고 해요. 그래서 제궁월 가주님도, 그분의 아버님과 할아버님도 모두 그곳에 안장되셨죠. 또 많은 선조를 모셔야 했기 때문에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지하가 넓다고 하더군요.”
말하자면 가문의 사당인 동시에 진짜 묘墓이기도 하다는 이야기였다. 선산에 조상의 묘를 두고 사당에 신주를 모시는 중원의 방식이 신대륙으로 넘어오며 묘하게 바뀐 듯했다.
이야기를 듣던 장건은 섬지영의 말투에서 묘한 분위기를 읽었다.
“직접 가본 적 없소?”
섬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묘 안에는 제가의 직계와 어른들만 들어가요. 나중에 상천 오라버니와 혼인한 뒤에는 나도 들어가서 제사를 치러야 하겠지만, 아직은 들어가 보지 않았죠.”
“경비가 삼엄하진 않다는 건?”
“그야 거긴 말 그대로 묘일 뿐인걸요. 옛날 중원 제왕 시절에야 큰 무덤을 짓고 온갖 부장품을 함께 묻었다지만, 지금은 그저 차가운 석관과 제사용 그릇 몇몇이 놓인 사당과 지하실에 지나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를 조롱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잠든 분들을 괴롭힐 이유도 없죠.”
“그럼 시신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겠군.”
섬지영은 단호한 장건의 말투에 잠시 입을 벙긋거렸다.
“하지만, 우리 둘이선 그 내부가 어떤지도 모르고··· 어느 석관에 가주님이 모셔져 있는지도···”
“그건 알만한 사람이 있소.”
“예?”
장건은 섬지영을 방에 두고 곧바로 진견을 찾아가 데려왔다. 잠깐 따라오라는 말에 순순히 방안으로 들어왔던 진견은 그 안에 있는 섬지영을 발견하고는 흠칫했다.
“섬 시주? 아니, 여긴 어떻게···?”
그는 불안한 눈길로 장건과 섬지영을 번갈아 보았다. 승려라는 직업에 걸맞지 않게 불온한 상상을 하는 것이 보였다.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내게 일을 맡긴 사람이 그녀요.”
“일? 그렇다면···”
진견의 표정이 단숨에 가라앉았다. 그는 조용히 반장을 하고 염불을 외우다가 섬지영에게 물었다.
“···아미타불, 그럼 섬 시주는 정말 제궁월 가주가 어떤 음모에 희생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게요?”
마찬가지로 문을 열고 들어온 진견을 보며 조금 당황하던 섬지영도 그 감정을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그걸 밝혀내고 싶어서 이 사람을 고용한 거죠.”
“으음···”
진견은 반대편 손으로 굵은 염주를 만지작거렸다. 입고 있는 장삼과 가사, 그리고 손에서 굴리는 염주 때문인지 진견은 꽤 높은 수양을 쌓은 승려처럼 보였다. 확실히 예전에 낡은 무복을 입고 다니던 모습과는 달랐다.
괜한 생각을 하던 장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주의 장례 주관을 위해 오셨으니, 그 사당에 들어가 보셨을 듯하군.”
“···나무아미타불. 시신을 살피시려는 것이군요.”
“혹 시신을 보았소?”
진견은 고개를 저었다.
“제상천 공자가 날 부른 건 제궁월 가주의 장례 주관이었지만, 사실 난 며칠 전에서야 신사천에 도착했소. 제궁월 가주는 이미 염을 마치고 묘에 모셔진 후였지. 그래서 장례 주관보다는 그저 조문을 외고 상주를 위로했을 뿐이외다. 제상천 공자가 장례보다는 즉위식의 축문을 위해 날 불렀다고 생각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소···”
그는 말끝을 흐리며 계속 염주를 굴렀다. 그러다가 이번엔 두 눈을 감으며 말을 이었다.
“제궁월 가주의 석관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오. 지하 첫 번째 층에 있는 다섯 석관 사이에 눈에 띄게 새것으로 보이는 관이 있소. 그게 제궁월 가주의 것이지. 또한 관리인이 있긴 하지만, 밤에는 가묘 주변을 순찰하기만 한다고 알고 있소. 일단 들어갈 때 그 눈만 피하면 큰 방해 요소는 없을 것이오.”
진견은 장건의 질문을 듣고 곧바로 뭘 알고자 하는지 느꼈는지 그렇게 말했다. 정말 제궁월의 시신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한밤중을 이용하라는 말이었다. 그는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곧장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문을 나서기 전 멈춰서서 말했다.
“···소승은 그저 바다 건너 작은 사찰의 땡중일 뿐이외다. 그러니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더 끼어들 수가 없겠소. 미안하오, 장 무사. 무엇이든 돕겠다 한 게 조금 전이었는데.”
“지금 말해준 정도면 충분하오.”
진견은 고개를 돌려 장건을 보며 작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이후 그는 조용히 염불을 외우며 방을 나갔다.
장건은 그가 나가고 방문이 닫히자 말했다.
“아직 해가 밝으니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군. 가묘는 가문 사람들이 모두 잠들고 난 뒤에 찾아가겠소. 내일 아침이면 정말 그가 암살당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오.”
“···혼자 찾아가려고요?”
방문을 바라보던 장건이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그럼?”
“그럼이라뇨. 당연히 내가 함께해야죠. 당신이 가문을 빠져나가고 들어오며 어디서 어떻게 소란을 피울 줄 알고요? 그리고 가묘까지 길 안내도 있어야 하고요.”
그녀가 양 허리에 두 손을 턱 걸치며 하는 말에 장건은 살짝 웃었다.
“흠. 밤중에 약혼자를 두고 외간 남자와 함께 담벼락을 넘어도 괜찮겠소? 그거 걸리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약간 능청스러운 장건의 말투에 섬지영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성큼성큼 문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있다가 다시 오죠. 준비해 두세요.”
문이 열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녀가 그녀를 맞이했다. 섬지영은 다시 한번 그녀와 함께 세가의 하녀가 되어 비락원을 빠져나갔다. 장건은 창밖을 통해 멀어지는 그녀들을 내려다보며 뺨을 긁었다. 확실히 안내자가 있으면 좋긴 했다. 그게 굳이 그녀일 필요는 없었지만.
* * *
고요한 듯 묘하게 소란스러웠던 제가의 하늘에 검푸른 밤하늘과 반짝이는 별의 바다가 내려앉았다. 세상이 어둑해지고 그림자의 농도를 구분할 수 없는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어 제가의 장원은 조용해졌다. 낮의 엄숙함과는 다른 밤의 서늘함이 함께하는 조용함이었다.
창가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촛불 하나 켜지 않은 채 그 장원을 바라보던 장건은 조용히 일어나 외투를 벗었다. 담벼락을 넘어 다니려면 치렁치렁한 외투는 벗는 게 좋았다. 소매와 바짓단을 정리하고 청룡은 등에 돌려맬 때쯤, 창가에 흐릿한 그림자가 어렸다. 어느덧 환해진 달과 별 때문에 생긴 명암이었다.
장건은 섬지영이 창문을 두드리기 전에 먼저 열어젖혔다. 시커먼 야행복을 차려입고 벽에 매달린 그녀가 창문을 두드리려는 듯 손을 든 채 굳어 있었다.
“들어오시오.”
그는 그걸 보며 농담기 없는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덕분에 섬지영은 약간 어색해하며 창문 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에 선 그녀는 쓰고 있던 복면을 내리며 말했다.
“낮에도 그렇고, 감이 좋군요. 나름 조용했다고 생각했는데.”
“충분히 고요했소. 그저 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느낄 수 있었던 것이지.”
섬지영은 그게 그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어쨌든 장건이 요 근래 명성이 날릴 만한 고수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 섬지영을 두고 장건은 적당한 천을 이용해 얼굴을 가렸다. 검은색으로 도배해 전문적으로 보이는 섬지영과는 달리 대충 입은 장건은 그저 도적으로 보였다.
“···그러고 가려고요?”
“내 야행복도 마련했소?”
“···그건 아닌데요.”
“그럼 그냥 갑시다.”
복면이 얼굴에 잘 붙어있는 걸 확인한 장건은 곧바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그 거침없는 행동에 섬지영은 다시 한번 당혹감을 느끼며 뒤를 따랐다. 물론 단번에 뛰어내린 장건과 달리 그녀는 창턱을 잡고 중간중간 요철을 붙잡으며 내려와야 했다.
장건은 그녀가 내려오는 동안 옷깃과 청룡의 어깨끈을 정리하고 다 내려선 것을 보고는 가볍게 말했다.
“그럼 안내하시오.”
섬지영은 안내자를 자처한 것이 실수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앞장섰다.
건물과 건물 사이, 작은 담벼락과 담벼락 사이를 그녀가 훌쩍훌쩍 뛰어넘었다. 그렇게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건물을 확인하는 것이 아무래도 장원의 야간 순찰 경로를 모두 외운 모양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멀찍이 걸어가는 횃불과 무사를 볼 순 있었지만 정면에선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후 섬지영은 제가의 바깥담을 뛰어넘어 바닥에 내려앉았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곧 장건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아차하고 너무 빠르게 움직였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장건은 그녀 뒤에 바짝 붙어있었다.
뒤를 돌아보는 그녀를 보고 장건이 작게 속삭였다.
“왜 그러시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후 장건은 섬지영의 안내에 따라 장원 뒤에 있는 낮은 동산을 향해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쇠창살로 긴 담벼락을 만든 곳이 보였다.
“숙이시오.”
그때 장건이 섬지영을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저항하고 말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엎드린 섬지영은 자신이 왜 이렇게 맥없이 끌려서 엎드렸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두 눈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그 생각을 더 이어가기 전 저 앞에 등불을 든 누군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허리에 몽둥이를 맨 중년인이었다. 진견이 말한 관리인으로 보였다.
장건과 섬지영은 잠시 그렇게 엎드려서 그가 멀어지길 기다렸다.
“···진견 스님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죠?”
관리인이 조금 멀어지자 섬지영이 속삭여 물었다. 장건은 그녀가 지금 은근히 긴장했고, 그래서 약간 엉뚱한 것을 물어봤음을 알았다. 그래서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그의 사제가 내 손에 죽었소. 그때 연이 닿았지.”
섬지영은 복면 위로도 보일 정도로 입을 헤 벌리며 장건을 바라보았다. 지금 장건의 말만 들어서는 연이 닿았다기보단 원수 관계라 말하는 게 더 맞을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멀어진 것 같군. 갑시다.”
하지만 장건은 그런 그녀의 의문을 더 풀어주지 않고 일어섰다. 섬지영은 얼른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쇠창살 담에 이르자 장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 번에 넘어갈 수 있소?”
“···아뇨.”
장건은 고개를 끄덕이고 벽에 등을 대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섬지영은 그의 자세를 보고 그가 밑에서 받쳐줄 테니 뛰어넘으라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건 본인은 홀로 넘을 자신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내심 자존심이 상했지만, 괜히 시간 끌지 않고 곧장 장건의 손 받침을 디디고 창살을 뛰어넘었다. 그렇게 바닥에 내려앉았다가 얼른 뒤를 돌아보았을 땐, 이미 뛰어오른 장건이 그 옆에 내려서고 있었다.
“···당신 진짜 고수군요. 그냥 수사관이 아니라.”
“그래서 고용한 것 아니오? 움직이시오.”
창살 담벼락 너머에는 발목보다 낮은 풀이 갈려있는 공터와 그 한가운데 엄숙하게 서 있는 사당이 있었다. 일반적인 사당처럼 나무와 기와를 올린 사당은 아니었다. 돌과 회반죽으로 기둥과 벽을, 그리고 지붕을 올려 특이한 모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지금까지 이어온 제가의 가주들 위패가 모셔진 공간이 나왔다. 촛불 하나 켜져 있지 않아서 내부는 아주 어두웠다. 장건은 곧바로 위패 앞에 있던 촛불 하나를 집어 불을 붙였다.
“그걸···”
“이제 지하로 내려가야 하오. 밖에선 보이지 않을 것이오.”
섬지영이 놀란 듯하자 짧게 대꾸한 장건은 곧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선 돌로 이루어진 사당이라 그런지, 아니면 망자의 음기라도 흘러나오는 것인지 묘한 한기가 휘돌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옅은 입김이 흘렀다.
촛불을 든 장건이 앞장서 계단을 내려갔다. 둥글게 돌아가는 계단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곧바로 새로운 지하 공간이 나왔다. 진견이 말한 지하 첫 번째 층이었다.
“···저건가 봐요.”
장건과 섬지영은 곧바로 다른 석관들과 비교해 유난히 희멀건 색의 석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건은 섬지영에게 촛불을 맡기고 그 석관의 윗부분을 두 손으로 밀었다. 석관은 그르릉 소리를 내며 옆으로 밀려나 쿵-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다시 나무로 짠 관이 있었다.
“음.”
그동안 부패가 진행된 것인지 좋지 못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관뚜껑을 여는 장건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나무 관마저 쩍 소리를 내며 열리자 그 안에는 대리석처럼 창백한 얼굴의 중년인이 있었다.
“···가주님.”
작은 촛불의 빛 하나로 그 얼굴을 확인한 섬지영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미 죽은 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제 살펴보겠소.”
장건은 형식적으로나마 섬지영에게 허락을 구하고 시신의 옷자락을 풀어헤쳤다. 섬지영은 그 옷 아래 드러나는 시신의 모습에 결국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렇게 장건이 시신을 붙잡고 꼼지락거리길 잠시. 장건의 손이 우뚝 멈췄다. 입술을 깨물고 있던 섬지영이 그걸 보고는 얼른 물었다.
“뭔가 발견되었나요?”
“아니.”
장건은 관에서 손을 빼고 천천히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그들이 내려온 계단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말고도 손님이 계시는군.”
깜짝 놀란 섬지영이 얼른 그쪽을 향해 촛불을 들이밀었다.
그곳에는 그녀처럼 시커먼 야행복을 입고 얼굴에는 하얀색 가면을 쓴 괴인이 서 있었다. 그의 손은 어깨너머의 검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