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쫙 열린 길 끝에 선 제상천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주변은 공기가 바스락거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그는 먼저 제용월을, 그리고 그 앞에 장건을 확인한 뒤 제일 뒤에 있는 섬지영을 바라보았다. 왠지 섬지영과 눈이 마주칠 때는 눈에서 이글거리던 불길이 푸시식 식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눈을 떼 다시 제용월을 바라봤을 때는 거짓말처럼 처음의 눈빛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넓게 열린 길을 뚜벅뚜벅 걸어서 장건과 제용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서로의 말소리가 들릴 거리에 서서는 입을 열었다.
“외당주, 설명하시오.”
등 뒤의 검 두 자루를 붙잡고 있던 제용월은 그 말에 파르르 손을 떨었다. 그건 두려움이나 당혹감보다는 어떤 분노의 발현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곧 천천히 몸을 바로 세우며 검에서 손을 뗐다.
“···가문을 모욕하는 무뢰한이 있어 그 상황을 정리하던 중이외다, 소가주.”
“무뢰한이라.”
제상천의 눈이 장건을 향했다. 그 시선에 장건도 자세를 풀고 바로 섰다. 이어서 장건 뒤에 나란히 쓰러져있는 세 무사를 본 제상천이 입을 열었다.
“뒤에 쓰러진 제가의 무사들만 보면 무뢰한이라는 말이 맞는 것도 같은데. 어떻게 자신을 변호하시겠소?”
“정당한 대결이었소.”
“증명할 수 있겠소?”
장건은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시선을 따라 제상천의 고개도 함께 따라갔고, 거기엔 제가의 무사들이 그와 눈을 마주쳐주고 있었다. 제상천은 묘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증인이 아주 많군, 장 무인.”
“날 아시오?”
제상천의 눈이 장건에게 돌아왔다.
“지금 신사천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을 모를 순 없지. 그리고 지영이가 당신을 초대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소. 더불어서 내 손님도 당신 이야기를 하더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저편에 서 있는 진견을 바라보았다. 진견은 그 시선에 반장을 하며 가볍게 허리를 숙일 뿐이었다.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던 섬지영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품에서 꺼낸 종이 뭉치가 들려 있었다. 그를 본 제용월의 눈이 커졌으나, 그녀를 막진 못했다.
“상천 오라버니!”
제상천을 부르며 다가간 그 종이 뭉치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제용월 외당주가 연씨 세가에게 보내려던 가문의 기밀들과 편지예요! 개중에는 가주 연공실의 비밀문을 여는 방법도 있었어요! 장 무사! 그 암기를 보여주세요!”
그녀의 갑작스러운 폭탄 같은 발언으로 제상천은 물론이고 상황을 지켜보는 가문의 무사들 모두 입이 쩍 벌어지는 와중에, 장건은 천천히 품 안에 있던 천 뭉치를 꺼냈다. 그리고 그건 그가 직접 가져다줄 필요도 없이 용 무사가 다가와서 받아 섬지영에게 가져갔다.
천 뭉치 안에는 제궁월 가주의 시신에서 나온 우그러진 바늘과 장건이 연가의 첩자를 잡았을 때 얻은 반듯한 바늘이 함께 있었다.
섬지영은 순간 멀쩡한 바늘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보고 멈칫하다가, 곧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이건 돌아가신 가주님의 시신에서 나온 것이고, 이건 조금 전 연가의 비밀 거점을 공격하며 그 첩자에게서 얻은 물건이에요. 망가지긴 했지만 본래 둘 다 같은 모양이었음을 아는 건 어렵지 않죠. 가주님이 연공 중이셨을 때, 제용월 외당주가 알려준 비밀 통로로 침입한 암살자가 그분을 암살한 겁니다!”
제가 무사들은 섬지영의 이야기에 웅성거리지도 못했다. 그저 모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섬지영과 그녀의 손에 들린 암기 바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호소를 직접 듣는 입장이었던 제상천은 입을 꾹 다물고 심각한 표정이 되어서는 섬지영과 그녀가 들고 있는 바늘, 종이 뭉치를 하나하나 짚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은 섬지영의 눈으로, 마지막으로는 제용월 외당주를 향했다.
모두 조용했다. 가주의 암살이라는 말에 무사들은 침 삼키는 소리도 내지 못했다. 제상천을 위로하기 위해 나왔다가 엉뚱한 이야기를 듣게 된 진견도 인자란 미소를 지우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사람 수십 명이 모여 있건만 휘이잉 바람 부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그 가운데서 세 사람의 말 한마디 없는 복잡한 시선이 오가고 있었다. 그건 섬지영과 제상천, 그리고 제용월이었다.
그러나 그 시선의 교환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고, 다음 순간 제용월의 손이 자신의 검으로 향했다.
그것을 본 제상천이 외쳤다.
“···멈추시오, 숙부!”
그러나 제용월의 검은 멈추지 않고 뽑혔다. 그의 등 뒤에 메여 있던 쌍검은 그렇게 번쩍 뽑혀서 대뜸 섬지영을 노렸다.
깜짝 놀란 섬지영이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제상천도 그녀를 뒤로 끌어안으며 물러섰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 뭉치와 바늘 등은 허공에 흩뿌려지며 제용월의 검에 잘려 나갔다. 제용월의 쌍검은 아주 잠깐 사이에 무수한 검 그림자를 만들며 섬지영이 있던 자리를 훑어나갔다. 종이 뭉치들이 갈려 나가는 건 당연한 순서이었다.
이어서 그 그림자의 폭풍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 섬지영을 노렸다. 그녀와 제상천이 뒤로 물러나는 것보다 검이 쫓아오는 것이 더 빨랐다. 결국 그 검 끝이 섬지영에게 닿으려는 순간, 어느 손이 그림자 속을 쑥 파고들어 제용월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크윽!”
제용월은 신음을 흘리며 물러섰고, 그곳엔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조금 떨어져서 상황을 지켜보던 진견은 자기도 모르게 장건을 찾았다. 제용월을 막은 손이 그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장건은 처음의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달라진 것은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 정도였다. 제용월을 막은 것은 제상천의 손바닥이었다.
제상천은 섬지영을 끌어안은 채 오른손을 앞으로 뻗은 자세로 말했다.
“멈추라고 명했소, 숙부!”
그의 손바닥에 가슴팍을 얻어맞고 주춤주춤 물러나던 제용월은 피식피식 웃었다.
“상천아, 넌 아직 가주가 아니다··· 나에게 그리 함부로 명령할 수 없다. 소가주는 대주급의 자리이니, 사실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내 쪽이란 말이다···”
그 대꾸에 제상천은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 섬지영이 외쳤다.
“그건 가주님이 계실 때 이야기에요! 가주님이 부재하시고, 즉위식 날짜가 확정된 이상 상천 오라버니는 실질적인 제가의 가주입니다!”
“그래서, 그 실질적 가주의 이름으로 날 처벌하겠다고? 내 손으로 내 형님을 죽였다는 죄목으로?”
“아니라는 건가요? 그렇다면 방금 증거들을 없앤 행동은 뭐죠? 나를 공격한 것은요?”
제용월의 눈이 번들거렸다.
“···난 널 율법원으로 데려가려는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저항이 있으니 그걸 제압하려 한 것이고. 내가 처음에 말한 율법원의 명령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냐? 넌 우리 천년 가문의 법도를 어그러뜨리고 있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쌍검을 천천히 양옆으로 들어 수평을 그렸다. 양옆으로 검을 뻗고 하체를 낮추자 그 자세는 마치 새가 날개를 활짝 펴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계속 섬지영과 제상천을 공격할 듯 보이자, 제가의 무사들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제용월이 외당의 당주이긴 했지만 제상천은 차기 가문의 지도자였다. 게다가 정확히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제용월이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일부러 파기했다는 점 정도는 못 알아본 사람이 없었다.
물론 잘 훈련받은 제가의 무사들은 누군가의 명령 없이 함부로 무기를 뽑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상천의 명령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한치의 망설임 없이 몸을 날릴 터였다.
그때 제상천이 품으로 끌어안았던 섬지영을 천천히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던 제가 무사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검을 빌려다오.”
그 제가 무사는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쑥 검을 뽑아 그 손잡이를 제상천의 손 위에 얹어주었다.
검을 쥔 제상천은 앞으로 몇 발짝 나서서 제용월과 마주하고 섰다. 제용월은 그런 소가주의 모습에도 검을 내리거나 자세를 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검을 내리시오, 숙부. 오해가 있다면 풀어가면 될 일이오.”
“오해? 글쎄, 차기 가주의 눈 밖에 난 자가 그 오해를 풀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럼 어쩌겠다는 것이오? 날 죽이고 지영이를 죽이면? 다음엔?”
제용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더 낮췄을 뿐이다. 하체를 낮추는 것을 넘어 상체 또한 앞으로 구부려 마치 진짜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듯한 자세가 만들어졌다. 멀찍이서 보던 장건은 그 자세에서 왼쪽 검을 빼면 조금 전 자신이 쓰러뜨렸던 무사 중 두 번째 무사가 하던 자세임을 눈치챘다. 아마 그 상위 검법인 모양이었다.
그에 맞서는 제상천은 굳게 바로 선 자세에서 오른손에 든 검만 명치 어림으로 들어 올렸다. 곧은 검신이 그의 얼굴을 반으로 나누었다. 그는 그 자세 그대로 말했다.
“제가의 무사들은 모두 물러서라. 이 싸움에 끼어드는 자는 용서치 않겠다.”
그 말에 상황을 지켜보던 제가 무사들은 모두 뒤로 크게 한 걸음씩 물러났다. 하나로 맞춰진 발걸음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후 그 무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제상천과 제용월이 각각의 검법 자세를 잡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마치 장건이 연달아 세 명의 무사와 겨룰 때처럼 제가 무사들의 시선은 모두 거기로 집중되었다.
때마침 장건이 떠오른 섬지영이 흘끗 그를 바라보았다. 제상천이 등장한 이후 장건이 거의 말을 꺼내지 않았음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장건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섬지영은 그 눈을 마주 본 순간 덜컥 굳어버렸다. 그 깊고 차분한 눈빛은 마치 그녀의 속을 모두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 더불어서 지금 이곳에 있는 무사들 대부분이 파악하지 못한 진실 또한 그의 눈 앞에 모두 까발려진 듯했다.
그 순간 챙-하는 쇳소리가 울리고, 곧 누군가 풀썩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제가의 무사들이 오오-하며 낮은 환호를 흘리는 것 또한 그녀의 귓가를 울렸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그녀는 장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장건 또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몇 시간 같은 찰나가 지나간 후 장건의 눈이 섬지영을 떠났다. 섬지영도 얼른 고개를 돌려 제상천과 제용월의 결과를 확인했다.
이미 무사들의 반응으로 짐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승자는 제상천이었다. 그의 발치에는 무릎으로 풀썩 주저앉아 있는 제용월이 검을 놓치고 고개를 떨군 채 멈춰 있었다.
그렇게 늙은 무인은 무릎 꿇은 채 죽었고, 젊은 가주는 세가의 무사들 앞에서 자신의 무력을 뽐냈다.
장건은 삐딱하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옆으로 퉤, 침을 뱉었다.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침을 뱉어봐도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장건은 품에서 연초 주머니와 종이를 꺼내 연초를 말았다. 혀로 종이를 훑어 대충 붙이고 입에 물고는 그 끝을 태우니, 그제야 피어나는 연기와 함께 답답함이 조금 흘러나가는 듯했다.
잠시 후 섬지영이 다시 고개를 돌려 장건을 찾았을 때, 그는 진견과 함께 제가의 전각들 사이로 멀어지고 있었다.
* * *
제용월은 전대 가주 제궁월의 암살에 도움을 주었다는 혐의로 가문의 족보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비록 제대로 된 증거는 없었지만, 그게 그의 손에 증거가 파괴되었기 때문임을 강력히 주장하는 섬지영의 의견에 따라 율법원은 그의 이름을 지웠다.
소문은 넓게 퍼지지 않았다. 동생이 형의 죽음을 도운 패륜 사건이었고, 그건 굳이 널리 알리고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반대로 신사천에 널리 퍼진 이야기는 장건의 무공이었다. 고대 세가의 무사들 앞에서 당당히 나서 연이은 대결을 벌였다는 것, 그 무사들은 모두 검을 들었으나 장건은 맨손으로 그들을 제압했다는 것, 게다가 그들 중 누구 하나 크게 다친 이 하나 없다는 것 등등. 기존 무림인의 무용담과는 약간 색다른 이야기에 신사천은 다시 끓어올랐다.
패자들 중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그가 나약하다는 말도 나왔으나, 그 의견은 주류가 되지 못했다. 이미 무림맹에서 거침없이 마인의 목을 자르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어쨌든 그 이야기에서 제가는 장건에게 패배당하는 역할이었고, 그건 전대 가주의 죽음과 더불어서 제가에게 악재가 되었다. 외부에서 제씨 가문의 힘을 의심하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제가는 그걸 간단히 해결하기로 했다. 본래보다 제상천의 즉위식을 앞당기고, 거기에 장건을 초대한 것이다. 말하자면 고대 세가의 건재함과 담대함, 그리고 고대 세가임에도 신대륙 무림인을 존중한다는 뜻 등등을 담은 행동이었다.
덕분에 장건은 비락원에서 일주일을 더 머물렀다.
“제가의 새로운 앞날이 창창한 듯합니다, 가주!”
“그 누가 제가의 건실함을 의심하겠습니까? 하하하!”
“즉위를 축하합니다, 가주!”
넓은 마당에 펄럭이는 차양을 치고 제상천의 즉위를 축하하는 연회가 열렸다. 그가 가문의 어른들에게 가주직을 인정받는 짧은 행사 이후 바로 이어진 연회였다. 때문에 제가의 구성원을 비롯해 축하를 위해 온 많은 방파의 사람들이 넓은 마당을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제 곧 그들은 마련된 자리로 안내되어 술과 음식을 먹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일어나서 제상천 주변으로 다가가 그에게 인사를 건네기 바빴다.
제상천은 그들의 인사를 하나하나 모두 받아주고 있었다. 이제 정말 가주가 되었다는 것 때문인지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그 옆에 있는 섬지영이 자연스럽게 그의 대응을 도우며 인사는 화기애애해 보였다.
섬지영의 호위무사인 용 무사는 오늘만큼은 그녀와 멀리 떨어져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제상천이 그녀 곁에 있었고, 또 여기 모인 사람은 모두 어디 방파나 상회 사람들인지 신원이 확인된 이들이었다. 굳이 오늘도 섬지영 곁에 서서 그녀의 움직임을 방해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은 한가해 보이는군.”
용 무사는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움찔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장건이 제상천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무래도 제가의 무사들도 많기 때문에···”
곧 장건이 뭐라 했는지 떠올린 용 무사는 어설프게 대답했다. 사실 오늘 이후로 섬지영의 호위는 점점 제가에서 담당할 것이다. 조만간 그는 섬지영의 가문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장건은 그런 흐린 대답에도 적당히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제상천과 섬지영을 향하고 있었고, 용 무사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그때 장건이 불쑥 말했다.
“그 제용월이라는 외당주가 가주의 암살범인 것으로 결론 낸 걸로 알고 있는데. 맞소?”
용 무사는 뜨악한 표정이 되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그 둘의 대화에 신경 쓰는 이는 없어 보였다. 여기 모인 사람 중 장건을 만나고자 온 사람도 있긴 했지만, 지금은 일단 제상천에게 가주 즉위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더 컸다.
“···암살범이 아니라 암살을 도운 것으로 결론 낸 겁니다.”
“그게 그거지.”
장건이 그렇게 퉁명스레 대꾸하자 용 무사는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싶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장건은 그런 용 무사의 불안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턱을 살살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단 이틀, 정확히는 밤부터 다음날 낮까지 딱 하루뿐이지만, 그 사건을 파헤치던 내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결론이 나왔는데. 어디 한번 들어 보시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