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하얀 손이 장가 상회를 가리켰다.
그 손길에 마차에서 내린 자들 중 둘이 상회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상가 사람들이 안쪽 저택에서 일어날 소란을 듣고 장건에게 알리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이후 나머지 일고여덟은 모두 빙 돌아서 상회 뒤쪽을 향했다. 제일 앞에서는 검은색 장포를 뒤집어쓰고 창을 든 괴인이 앞장서고 있었다. 그가 걸음을 디딜 때마다 딸랑거리며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던 괴인의 걸음이 저택의 대문을 넘어선 순간 우뚝 멈췄다. 저택의 마당 한가운데서 반장을 하고 그를 바라보는 승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승려, 진견이 담담히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손 한 번 섞어보지 않아도 음산한 기운이 허공을 채우니 사마邪魔의 무리가 분명하구나. 올바른 깨우침을 잊고 마라魔羅에게 홀린 놈들이 어딜 함부로 찾아온 게냐?”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묘한 힘이 있었다. 마당의 공기가 그 목소리에 따라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괴인을 제외한 다른 마인들은 모두 진견의 말을 듣고 움찔 떨었다.
그때 검은 장포의 괴인이 들고 있던 창대로 쿵-바닥을 찍었다. 그 동작 하나에 진견의 눈썹이 꿈틀 구겨졌다. 정돈된 듯하던 마당의 공기가 그 쿵 소리 한 번에 어그러진 것이다.
“···당연히 본래 우리의 것을 되찾으러 왔지···”
쇠를 긁는 듯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진견은 그 소리를 들으며 상황이 쉽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너희의 것? 여기 어디에 너희 것이 있다는 말이냐? 설마 이 땡중처럼 쌀이라도 시주받으러 온 건가?”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소림승. 구음사혈이 여기 있다는 것 다 알고 있다. 순순히 비켜서면 목숨은 거두지 않으마.”
“허허. 역시 사마의 무리답게 죽인다는 말을 참 함부로 하는군.”
진견은 담담하게 대꾸했지만, 내심 큰 낭패감을 느꼈다. 하필 지금 이렇게 우르르 몰려온 것으로 봐서 저들은 분명 장건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을 노리고 있던 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그것은 장건만 없으면 진견은 빠르게 해치우고 서하를 납치해 이 신사천을 빠져나갈 자신이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의 눈이 빠르게 마당 앞으로 몰려든 마인들을 훑었다. 숫자는 흑포 괴인을 포함해 여덟이었다. 그들 모두 검은 무복을 입고 복면을 쓰고 있었는데, 들고 있는 무기는 제각각이었다. 흑포 괴인처럼 창을 든 자부터 검, 도, 길쭉한 쇠꼬챙이와 큼직한 낫을 들고 있는 자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그 시선을 눈치챈 흑포 괴인이 끅끅거리는 괴상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눈알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그렇게 살펴본다고 혼자 우릴 막을 수 있겠느냐?”
“흠···”
진견은 눈을 감고 느릿하게 염주를 굴렸다. 지금 그의 뒤쪽 닫힌 문 안에는 아이들이 숨을 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생각보다 모두 침착했다. 험한 일을 많이 겪은 서하야 그럴 수 있다 해도 장 씨 남매와 단 씨 남매도 겁먹지 않은 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진견이 아이들을 지켜주었을 때 이야기였다. 사람 죽이기를 함부로 하는 마인들이니 서하를 제외하고는 아이라 하더라도 살려두지 않을 터였다.
대답하지 않는 진견을 본 흑포 괴인은 슬쩍 손을 들어 그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마인 넷이 우르르 앞으로 나왔다. 그들이 든 날붙이들이 시퍼렇게 번들거렸다.
괴인이 말했다.
“죽여라.”
그는 툭 뱉듯 그렇게 말하고는 저택으로 눈을 돌렸다. 마치 진견은 이미 죽었고, 이제 구음사혈을 찾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나머지 마인 셋은 그 뒤를 따랐다.
명령을 받은 마인 넷은 각자의 무기를 한번 추켜올리고는 곧바로 달려들었다. 창이 하나, 두툼한 도가 둘, 쇠꼬챙이 같은 검이 하나였다. 그들은 날 듯이 달려가 진견의 몸에 쇠붙이를 꽂아 넣었다.
그 순간 감겨있던 진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놈!”
진견의 몸이 한순간에 가속되었다. 그의 가슴팍을 찔러오던 창과 쇠꼬챙이는 완전히 피할 수 없어지기 전에 먼저 앞으로 쑥 나아가며 양 옆구리로 흘렸고, 머리와 어깨를 찍어오던 도 두 자루는 각각 그 넓적한 옆면을 주먹으로 후려쳐 튕겨냈다.
동시에 그의 주먹과 만난 도가 위잉-하며 크게 출렁거렸다. 도를 들고 있던 마인 둘은 대번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도가 튕겨 나가는 방향 그대로 밀려나 버렸다.
쇠꼬챙이는 창보다 훨씬 짧았다. 그래서 그 꼬챙이를 든 마인은 진견이 앞으로 불쑥 나오자 코앞에서 그를 마주 보게 되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진견의 얼굴에 이마를 들이박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진견의 반들거리는 대머리가 그의 얼굴을 찍어버리는 것이 더 빨랐다.
복면 안에서 으스러진 코가 왈칵 피를 토했다. 쇠꼬챙이 마인은 비틀거리며 밀려났고, 그 빈틈으로 진견이 파고들었다. 하나를 마무리할 기회였다.
그러나 그의 주먹이 쇠꼬챙이 마인의 얼굴에 틀어박히는 것보다 빗나갔던 창날이 다시 돌아와 그의 옆구리를 노리는 것이 더 빨랐다.
진견은 무리하지 않고 핑그르르 돌며 창날을 피하고 그 창을 든 마인에게 바짝 붙었다. 그 모습이 마치 창대를 타고 굴러가는 팽이 같았다.
“엇!”
창을 든 마인이 진견의 회전을 보며 짤막한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그 턱에 어느새 다가온 진견의 팔꿈치가 틀어박혔다.
덜컥 턱이 돌아간 마인은 그대로 반 바퀴 회전하며 뒤로 나뒹굴었다. 그가 바닥을 구르면서 찰나의 싸움이 멈췄다.
“···호오.”
흑포 괴인의 입에서 작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진견은 창 마인에게 팔꿈치를 꽂아 넣은 자세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튕겨나던 칼을 부여잡은 마인 둘이 그의 뒤에 있었고, 좌측에는 코가 으스러진 마인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과연 소림이긴 하군. 그런데 손속에 자비가 보이질 않는데··· 대자대비는 소림의 가르침 아니었나?”
“그건 사람과 미물을 위한 것이다. 너희들처럼 마라의 앞잡이들에겐 단호한 철퇴가 필요한 법이야.”
진견은 그렇게 대답하며 천천히 두 주먹을 옆구리로 당겨 붙였다. 다음 순간 그의 전신에서 웅혼한 기세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징벌을 위한 아라한阿羅漢이 바로 나다.”
마인들은 그 기세에 몸이 움츠러드는 걸 느꼈다. 어째선지 쉽게 다가갈 수도 없고, 괜히 다리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때 흑포 괴인의 창이 다시 한번 바닥을 쳤다. 이번엔 쿵-하는 소리 외에도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이어졌다.
“음···”
그러자 이번엔 반대로 진견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그의 기세가 움츠러들었다. 대신 마인들은 숨통이 트인다는 듯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진견의 팔꿈치에 맞아 쓰러졌던 마인이 꿈틀거리더니 곧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등을 보이고 있던 그가 뒤돌아 다시 진견을 마주했을 때, 그의 눈에선 시커먼 마기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 마인은 어긋난 턱뼈를 제 손으로 맞추며 진견을 노려보았다. 으드득 뼈 부딪치는 소리가 섬뜩했다.
“···모두 돌이킬 수 없는 마물들이구나. 그래, 오늘 본사의 대자대비가 뭔지 똑똑히 보여주도록 하마.”
진견은 이를 악물었다. 조금 전 첫 격돌에선 우위를 점했지만, 그건 이 마인들이 마공을 제대로 깨우지 않고 덤벼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당장 마주한 네 마인 외에도 저기서 상황을 지켜보는 흑포 괴인, 더해서 마인 셋까지 더 있었다. 어찌 넷을 물리쳐도 더 큰 위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숨결이 차분해졌다. 이들을 모두 물리칠 필요는 없었다. 어떻게든 장건이 돌아오기 전까지, 혹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기 전까지 버티기만 하면 되었다. 아무리 시내에서 조금 동떨어진 장소라 하더라도 이곳은 신사천 한복판이었고, 계속 싸우다 보면 누군가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서하를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진견은 그 과정에서 죽더라도 서하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각오를 다지는 순간이었다.
“어? 여긴 더 많네?”
약간 어벙한 말투였다.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까. 순간 그곳의 시선이 모두 목소리의 주인에게 집중되었다. 저택의 대문 쪽이었다.
“···단 시주!”
얼굴과 옷 여기저기 거뭇한 기름때를 묻히고 수건 하나를 목에 걸치고 선 남자는 단상운이었다. 본인 연구실에서 한창 뭘 만지다 잠깐 쉬러 나온 모양새였다. 덕분에 어떤 고수의 위용이나 무인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몸 쓰는 일 하는 인부 같았다.
그를 본 진견이 외쳤다.
“단 시주! 도망치시오! 가서 장 무사를 찾으시오! 지금 서하가 위험하다고-”
그 순간 흑포 괴인의 창대가 다시 바닥을 때렸다. 이번엔 먼저 두 번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마당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고, 방울 소리마저 짜르르르 울리며 귓가를 뒤흔들었다. 진견은 머리와 몸이 흔들거리는 걸 느끼며 신음을 흘렸다.
진견의 입을 막은 흑포 괴인이 창백한 손을 들어 단상운을 가리켰다. 그 손짓에 마인 하나가 냉큼 자기 날붙이를 꺼내 들고 달려갔다.
그렇게 손짓 하나로 단상운의 운명을 결정한 흑포 괴인은 몸을 돌렸다. 그가 단상운을 그리 가볍게 여긴 것도 당연했다.
흑포 괴인, 사공蛇公은 최근 며칠 동안 그만의 주술을 통해 장건과 장가 상회를 염탐했다. 때문에 최대 위험 요소를 장건으로, 그 다음을 소림승 진견으로 여겼다. 나머지는 특별히 무공을 익히거나 수련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건이 집에서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당장 일을 벌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등 뒤에서 쫘자작-하고 공기가 찢어지는 천둥소리가 울렸을 때, 그도 움찔 놀라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소리 이후 시커먼 덩어리 하나가 휙 날아서 마당 한복판에 나뒹굴었다. 그것은 단상운에게 달려들었던 마인이었다. 대大자로 쓰러진 마인의 가슴 한가운데에는 시커멓게 탄 손바닥 자국 하나가 찍혀 있었다.
그는 숨을 쉬질 않았다.
“···”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번 단상운에게 향했다. 그는 옅은 연기가 흐르는 오른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시선을 느끼고는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는 처음처럼 약간 맹한 말투로 말했다.
“왜요, 다들 은거고수는 처음 보시나?”
그렇게 장난처럼 말한 단상운은 그에게 달려들었던 마인이 떨어뜨린 검을 발끝으로 튕겨 손에 들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진견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장 형은 어디 간 모양이군요. 그래도 같이 싸우면 장 형이 오기 전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스님. 누가 희생할 필요 없이요. 그러니 도망치라니 어쩌니 하는 말은 하지 마세요.”
“···아, 미안하오. 소승이 단 시주의 실력을 몰랐던지라···”
단상운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겸손한 인사였다. 그를 본 진견의 표정이 약간 밝아졌다.
물론 사공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아주 잠시지만 자신이 고작 소리에 놀라서 겁먹고 굳었다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장포 속에 숨기고 있던 방울을 밖으로 꺼내서는 거칠게 휘두르며 외쳤다.
“죽여라! 저 두 놈 모두 죽여라!”
다시 한번 짜르르 울린 방울 소리에 마인들의 눈에서 이성이 사라져갔다. 이어서 그들의 뼈와 관절에서 으드득하는 소음이 울리며 근육이 부풀고, 사악한 마기가 줄줄 흘러내렸다. 거기서 또 방울 소리가 울리자 짐승처럼 흉악해진 모습의 마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진견과 단상운을 향한 대형을 맞췄다.
먼저 숨이 끊어진 마인을 제외하고 진견과 단상운에게 각각 셋의 마인이 달라붙었다. 그들은 짐승의 모습을 하고 손에는 본래 날붙이를 든 채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 야수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흥분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흑포 괴인이 휘두르는 방울이 목줄이라도 되는 듯 거기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때문에 먼저 움직인 것은 단상운이었다.
“갑니다, 스님.”
“좋소, 단 시주!”
그들에 맞춰 방울이 울리며 마인들도 마주 달려들었다. 다음 순간 단상운의 검이 다시 한번 쫘자작-허공을 찢었고, 진견은 전신의 힘을 끌어모아 우우우-하는 긴 사자후를 토했다.
* * *
“···알고 오신 건 아닌 듯하군요.”
“음. 밖에 괜찮은 옷이 있어서.”
장건과 암룡삼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먼저 입을 뗐던 암룡삼호는 어쩐지 입술이 마르는 것 같다고 느끼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그동안이라···”
마지막으로 둘이 얼굴을 마주 보았던 것이 감산성이었으니, 벌써 꽤 예전 이야기였다. 장건은 고개를 작게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일단 특별히 아픈 곳은 없으니 잘 지냈다고 해도 좋겠지. 알고 있지 않나?”
“···소식으로 듣는 것과 본인에게 직접 듣는 건 많이 다르죠.”
“그것도 그렇군.”
장건은 피식 웃으며 대꾸하고는 포목점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았다. 보이는 옷감들이나 옷들도 크게 특별한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흔한 포목점처럼 보였다. 심지어 암룡삼호의 지금 얼굴도 그런 포목점과 어울리게 서른 중반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물론 장건의 눈에는 지난날 감산성에서 만났던 여인이 보일 뿐이었다.
“그럼 도리어 내가 물어야겠군. 잘 지냈나?”
암룡삼호는 자신을 바라보는 장건의 시선에 슬그머니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저도 특별히 아픈 곳은 없으니 잘 지냈다고 해야겠군요. 다만 최근 일이 많이 바빠진 게 특별하다면 특별한 일이랄까요.”
“유설 때문에?”
“···네, 진동장군님 덕분이죠.”
장건은 다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의 정확한 알력 관계는 그도 몰랐지만, 일단 암룡대가 황제의 명령에 따르는 조직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유설이 진동장군이란 직함을 달고 와서 동진군을 조직하고 있으니 그 밑에서 죽어라 구르고 있으리라는 건 뻔했다.
그때 암룡삼호가 다시 먼저 물었다.
“밖에 괜찮은 옷이 있어서 들어오셨다 했죠? 그나마 눈에 띄는 옷이라면··· 파란색 무복인가요?”
“그래. 그거.”
그 순간 암룡삼호는 살짝 멈칫했다.
“···그건 여자 무인이 입는 옷인데요. 누구 선물하려 그러시나요?”
장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건 너무 크겠더군. 나중에 아이를 데리고 올 테니 그때 치수를 재도록 하지.”
“아이?”
“서하를 말하는 거야. 누군지 모르나?”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묘한 눈으로 장건을 바라보았다.
“이름은 알고 있어요. 장군님 입에서 잠깐 나왔던 이름이니까요. 하지만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군요.”
“내 제자.”
“···제자요?”
장건은 되묻는 그녀의 표정이 얼핏 안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느꼈다. 그래서 살짝 웃으며 뭐라 짧은 농담이라도 말하려 했다.
그때 어떤 희미한 소리가 그의 신경을 붙잡아 당겼다. 장건은 그를 따라 포목점 밖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이 순간 무섭게 굳어서 계속 말을 이어가려던 암룡삼호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처럼 밖을 바라보았지만, 포목점 앞에는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이 사람과 마차, 인력거 등등이 지나갈 뿐이었다.
“···왜 그러시죠?”
암룡삼호가 그렇게 묻자 장건은 다시 그녀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다음에 다시 오지, 소향.”
그는 그렇게만 말하고 몸을 돌려 포목점을 떠났다. 암룡삼호는 그런 장건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붙잡지는 못했다. 그녀는 장건이 떠난 후에도 한참을 가만히 포목점의 입구에 시선을 두었다.
* * *
포목점을 나온 장건은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고는 거리에 사람이 많아 움직이기 쉽지 않으리라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곧장 주변 건물의 지붕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신사천을 곧게 가로질러 장가 상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