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 * *
“크어어!”
큼직한 장대 낫을 들고 있던 마인이 그 낫을 내려찍으며 괴성을 토했다. 그러나 진견은 도리어 놈에게 바짝 달라붙는 것으로 낫을 피하고는 그 장대를 붙잡아 비틀어 당겼다. 마인은 엉겁결에 무기를 빼앗겼다.
진견은 빼앗은 낫의 장대 부분으로 그 마인의 명치를 푹 찌르고 옆으로 돌려 머리를 찍어오는 칼날을 막았다. 하지만 그 칼날에 담겨있던 마기가 어찌나 무지막지했는지 낫의 머리 부분이 툭 잘려 나갔다.
그러나 진견은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그걸 의도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물러나며 칼을 피하고 남은 부분, 이젠 봉이 된 장대를 휘리릭 돌려 그 칼을 든 마인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놈의 머리가 으직 소리를 내며 피가 튀었다. 앞으로 풀썩 엎어진 놈은 더 움직이지 않았다.
이후 쇠꼬챙이 마인의 연이은 찌르기를 봉으로 툭툭툭 걷어내며 막았다.
단상운은 맨손으로 도와 창을 든 마인 둘을 상대하고 있었다. 첫 격돌 때 벽력을 불러 마인 하나를 정수리부터 절반으로 쪼개버린 건 좋았는데, 검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대번에 박살이 나버렸다.
그 이후 호흡을 가다듬기 전 다른 두 마인이 가까이 달라붙는 바람에 다시 혼원벽력을 부르지 못하고 약간 고전 중이었다. 그의 경험 부족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고전 중일지언정 밀리지는 않았다. 섬뜩한 칼날들이 어지럽게 번쩍이는 와중에도 유연하게 움직이며 유효타는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간중간 주먹을 마인들의 얼굴이나 복부에 가벼이 꽂아주고 있었다.
마인들은 마기가 줄줄 흐르는 무기를 무지막지한 속도로 휘두르면서도 단상운을 잡지 못했다. 그것은 단상운과 두 마인의 수준 차이 때문인 동시에, 단상운이 일격에 모든 것을 쏟아 넣는 방식이 아닌 싸움 전체적인 흐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마인들의 무공이 단상운과 비슷했더라도 큰 의미는 없었다. 그에겐 진짜 일격 중의 일격인 벽력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수준 차이는 진견 쪽도 비슷했다.
지금 그들과 싸우고 있는 마인들은 신사천의 음지에서 활동하던 뱀들로 각각 흑사 이상의 지위를 가진 마인들이었다. 때문에 그들이 상대하는 적들은 흔한 신대륙 무인이 대부분이었다. 일격에 대부분의 힘을 쏟아 넣는 무공.
그래서 마공을 일깨워 그 일격보다 더 빠르고 강한 공격을 할 수 있었던 마인들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단상운이나 정면으로 맞부딪치지 않으면서도 빈틈을 향해 강맹한 주먹을 꽂아 넣는 진견이 낯설다 못해 당혹스러웠다.
차라리 완전히 마공에 몸을 맡기고 본능적인 영역에서 싸웠다면 조금 나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공의 방울은 그들의 마공을 이글이글 들끓게 만들면서도 이성은 그대로 유지되게 했다.
돌아가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확인한 사공이 왼손에 든 방울을 높이 들고 짜르릉 흔들었다. 그 소리에 진견과 단상운은 귀가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시야가 둘, 셋으로 나뉘는 듯한 혼란을 겪었다. 마인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덤벼들었다.
그 순간 진견이 내상을 각오하고 다시 한번 내공을 끌어올려 사자후를 토했다. 그를 중심으로 작은 먼지 바람이 일어나면서 우우-하는 묵직한 굉음이 마당과 저택을 울렸다. 귀를 찢는 듯했던 방울 소리는 거기에 묻혀 사라졌다.
또한 이젠 반대로 덤벼들려던 마인들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잠시지만 마인들과 진견, 단상운 모두 공격을 멈추고 그 자리에 멈춰 신음을 흘렸다.
“끄으으···”
“으으···”
그때 방울을 흔들던 사공이 오른손의 창을 거꾸로 뒤집어서 번쩍 들어 올렸다.
“진견 스님!”
사자후를 토하고 비틀거리던 진견은 문득 들린 서하의 외침에 본능적으로 엎드렸다. 하지만 약간 늦어 창날이 등판을 쭉 훑고 지나가는 것은 피하지 못했다. 쩍 갈라진 등판에서 피가 튀었다. 진견의 피를 머금은 창이 기둥에 틀어박혀 휘청거렸다.
“스님!”
벌컥 문을 열고 경고를 외쳤던 서하가 이번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사공의 시선이 번뜩 서하를 향했다.
“···구음사혈!”
사공은 이때까지의 싸움은 이제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서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는 성큼성큼 다가가기 시작했다.
피 흘리며 바닥에 엎어진 진견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서하는 그런 사공의 모습을 보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때 장상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들고 온 것을 치켜들었다.
“오, 오지 마, 이 나쁜 놈아!”
시퍼런 칼날을 빛내는 그것은 장건의 청룡이었다. 장상이 얼른 안으로 뛰어가 장건의 방안에 놓인 그것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러나 사공은 그것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빈손을 장상에게 뻗었다가, 쓰레기를 치우듯 휙 옆으로 움직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장상은 들고 있던 청룡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으악!”
장상을 날려버린 사공의 손이 이제 서하를 향했다. 서하의 파란 눈과 장포 속에 숨은 그의 시커먼 그림자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노옴!”
그 순간 진견의 노성이 울리며 굳게 쥔 두 주먹이 나란히 사공의 장포 속에 틀어박혔다. 펑-하는 공 터지는 소리가 나며 사공은 그대로 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날아가 버렸다. 사공의 몸뚱이에 가구들이 박살 나며 와장창하는 소음이 났다.
진견은 그렇게 사공을 날려버렸지만, 곧 풀썩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신음을 흘렸다. 그의 등판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서하가 얼른 다가가서 진견을 부축했다.
“진견 스님···”
하지만 진견은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 했다. 아직 마인들이 건재했고, 단상운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 그 순간 쫘자작-하는 뇌성이 마당에 연이어 울렸다. 깜짝 놀란 진견이 돌아보니 마당 한가운데서 청룡을 들고 있는 단상운과 그의 밑에 머리를 부여잡고 엎드린 장상, 그리고 상체가 가로로 갈라져 풀썩풀썩 쓰러지는 마인 셋이 있었다.
멀쩡히 선 것은 처음에 진견의 박치기로 코가 깨진 쇠꼬챙이 마인뿐이었다. 놈은 당혹스러운 눈으로 진견과 단상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놈의 발이 슬금슬금 정문 쪽을 향했다.
“우웩-!”
“작은삼촌!”
도망치려던 놈의 발길이 우뚝 멈췄다. 마인 셋을 양단해버린 단상운이 왈칵 피를 토하며 주저앉고 있었다.
단상운은 내력이 제대로 진정되지 못한 상태였지만 당장 장상이 싸움터 한가운데로 굴러오고, 진견의 상황도 좋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무리한 것이다. 다행인 점은 장건의 청룡이 그의 벽력을 견딘 것은 물론이고 본래의 그 예리함 덕분에 일격으로 마인 셋을 처리할 수 있었던 점이다.
하지만 아직 마인 하나가 남아있었다. 게다가 집안으로 날아간 사공은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진견의 주먹이 나약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마인들도 으스러진 턱 정도는 맞추는 상황이었다. 아직 몰랐다.
쇠꼬챙이 마인은 진견과 단상운 모두 주저앉은 지금을 기회라 여겼는지 자신의 무기를 슬그머니 들어 올리며 몸을 낮췄다.
“읏···”
하지만 움직이진 못했다. 단상운과 진견의 눈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입가에 피가 범벅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두 사람이었지만, 쇠꼬챙이 마인은 쉬이 공격할 수 없었다. 어쩌면 저들에겐 그 하나 정도는 처리할 힘이 남아있을 수도 있었다.
결국 쇠꼬챙이 마인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눈치를 살폈다. 그런 놈을 보고 단상운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상회 쪽 두 놈을 기다리나? 그 둘은 진즉에 삼도천을 건넜다. 그러니 도망치든 덤비든 빨리 해. 더 시간 끌지 말고.”
“뭐, 뭣?”
쇠꼬챙이 마인은 그제야 단상운이 처음 등장해 중얼거리던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상회를 정리하려던 마인 둘은 이미 단상운의 손에 명을 달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쇠꼬챙이 마인은 싸우기보단 그냥 도망치기로 했다. 다 죽는 것보다는 궁에 상황을 알릴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핑곗거리도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딸랑-방울이 울렸다.
“끄, 끄어억, 크아아!”
물러서려던 쇠꼬챙이 마인은 들끓어 오르다 못해 제멋대로 전신 기혈을 타고 달리는 마공을 견디지 못하고 괴성을 질렀다. 이미 부풀어 올랐던 근육들이 찌지직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더 커지고, 입에서는 질질 침이 흘렀다. 그의 손에서 쇠꼬챙이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한번 방울이 울렸다. 그러자 이젠 진짜 인간보다 짐승처럼 보이게 된 마인이 길게 울부짖으며 단상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상운은 재빨리 곁에 있던 장상을 옆으로 밀어내고 마인을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번쩍 뛰어오른 마인의 밑으로 단상운이 스쳐 지났다.
명치 어림부터 가랑이까지 쩍 갈라진 마인의 시체가 바닥에 털썩 떨어지며 나아가던 힘 그대로 쭉 미끄러졌다. 단상운은 휙 칼을 털어내며 바로 섰다. 방울이 울렸으니 흑포 괴인은 아직 살아있었다.
과연 박살이 난 집안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괴인이 있었다.
진견은 재빨리 아이들을 그와 반대 방향으로 보내고 비틀거리며 물러나 단상운과 나란히 섰다. 그를 본 단상운이 정문 쪽이 열렸음을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다들 어서 상회로 도망치거라! 거기 어른들이 있으니-”
그렇게 놔두지 않겠다는 듯 방울 소리가 울렸다. 이번 소리는 심각했다. 단상운과 진견은 비틀거릴 뿐이었지만, 아이들은 모두 혼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이 되어서 풀썩풀썩 주저앉은 것이다.
“이 새끼가!”
비틀거리던 단상운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 번뜩 눈알이 돌아서는 바닥에 있던 쇠꼬챙이를 집어 냅다 던져버렸다. 쇠고챙이는 혼원벽력의 힘까지 실린 것인지 은은히 우르릉-하는 소리를 울리며 흑포 괴인에게 꽂혔다.
덕분에 방울 소리는 멈췄다. 멍하니 주저앉았던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대신 정신을 차린 아이들은 이제 확실히 겁을 먹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더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를 본 단상운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눈이 돌아서 또 무리한 덕분에 속이 다시 울렁거리고 있었다.
“으음···”
그 와중에 진견은 침중한 신음을 흘렸다. 그의 눈은 흑포 괴인을 향하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그의 하얀 왼손에 붙잡힌 쇠꼬챙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상운의 공격이 간단하게 가로막힌 것이다.
“···너흰 이 자리에서 떠날 수 없다. 누군가 도망치는 것 또한 허락지 않으리라···”
사공의 손이 쇠꼬챙이를 와락 구부러뜨렸다. 그러며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온 덕분에 진견과 단상운은 그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진견의 주먹에 날아가며 뒤집어쓰고 있던 장포가 걷힌 것이다.
진견과 단상운은 당혹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무슨···”
“노파도 아니고, 소녀도 아니니··· 그야말로 마라의 얼굴이구나···”
그렇게 드러난 흑포 괴인의 얼굴은 괴이했다. 얼굴 절반, 그중 왼편 얼굴은 깊은 주름과 축 처진 볼살의 노파였으나, 나머지 오른편 얼굴은 어린 소녀처럼 젊고 생기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노파의 눈은 파란색인데, 소녀의 눈은 갈색이라 그 괴이함을 더했다.
구부러뜨린 쇠꼬챙이를 바닥에 툭 던져버린 사공은 이내 성큼성큼 진견과 단상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를 본 단상운이 말했다.
“전 이제 일격뿐입니다. 스님은요?”
“나도 마찬가지요···”
“좋군요. 저흰 둘인데 저자는 하나잖습니까? 우리가 이길 겁니다. 그럼 저 먼저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단상운은 진견이 뭐라 말리기도 전에 청룡을 높이 치켜들고 사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견은 본능적으로 그 뒤를 따랐다.
그를 본 사공이 중얼거렸다.
“···어리석은···”
그녀의 중얼거림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단상운이 든 청룡이 허공을 찢으며 뇌성을 울렸다. 그 벼락은 사공의 목을 노렸다.
사공은 그것을 방울을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붙잡아갔다. 단상운은 기이함을 느끼면서도 붙잡은 청룡에 힘을 더했다. 무슨 계책인지는 몰라도 그저 혼원벽력의 힘이라면 갈라버릴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렇게 그녀의 창백한 손과 벽력의 힘을 담은 청룡이 만났다.
“윽!”
단상운은 손잡이에서 전해져오는 어마어마한 반발력에 신음을 흘리며 칼을 놓쳤다. 그의 손바닥을 찢은 청룡은 휙휙 허공을 날아 저택의 지붕 너머까지 날아가 버렸다.
칼을 놓친 단상운의 눈이 사공의 오른손을 향했다. 그 손바닥이 갈라져 붉은 피가 튀고 있었지만, 그건 그저 살갗이 약간 베인 정도에 불과했다. 저 손바닥에 무슨 힘이 담겨있는지는 몰라도 단상운의 벽력이 모자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단상운은 연이은 무리로 속이 엉망이었다. 마지막으로나마 벽력을 부른 것이 그가 가진 내공의 심후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주공은 그가 아니었다.
칼을 놓치며 뒤로 밀려나는 단상운 뒤로 진견이 낮은 자세로 파고들었다. 그의 묵직한 두 주먹이 다시 한번 사공의 몸통을 노렸다.
“감히!”
그 순간 단상운의 일격을 튕겨낸 오른손이 기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손바닥이 팔꿈치를 기점으로 마치 잔상처럼 우르르 늘어나고, 그중 진견의 주먹과 가장 가까운 손바닥만 남아 공격을 막았다.
진견은 그 무공이 맞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운 장면에 당혹감을 느꼈다. 그의 당혹감과는 별개로 주먹을 막은 창백한 손바닥은 다시 한번 우르르 늘어나 이번엔 진견의 가슴팍을 향한 최단 경로를 찾았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손바닥이 가슴에 닿았다.
“커헉!”
진견은 가슴에서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날아갔다. 물러나던 단상운이 얼른 그의 몸을 받았지만 그대로 밀려나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마당 한쪽 구석을 데구르르 구르게 되었다.
“···버러지들. 너희 따위가 궁의 대계大計를 막을 순 없다···”
사공은 그렇게 쇠 긁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다시 성큼 앞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하지만 곧 우뚝 멈추게 되었는데, 그건 왼손에 들려있어야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찾느냐?”
사공의 늙고 젊은 눈이 진견을 향했다. 바닥에 엎어져 있던 진견은 바닥을 짚고 일어서며 오른손에 들린 것을 보여주었다. 사공이 들고 휘두르던 방울이었다.
사공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소림승! 당장 그걸!”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는 것보다 진견의 손이 와락 방울을 구겨버리는 것이 더 빨랐다. 순간이지만 그 방울에서 희미한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것처럼 사람을 홀리는 사악한 물건은 없어져야 하는 법이야. 이번을 기회로 귀신과 멀어져 보는 건 어떤가?”
진견은 입에서 뚝뚝 피를 흘리면서도 실실 웃었다. 승려답진 못했지만, 상대에게 엿을 먹여주어 더없이 기쁘다는 미소였다.
“네 이놈!”
그를 본 사공은 늙고 젊은 얼굴을 모두 일그러뜨리며 노성을 토했다. 그리고 진견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그녀를 본 진견과 단상운의 눈이 굳은 의지로 빛났다. 조금 전 맞부딪침을 마지막으로 더 공력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냥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들의 단전이 마지막 불꽃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 저택의 지붕 위에 올라서며 마당 위로 사람 그림자 하나가 불쑥 솟았다.
걸음걸이에 분노라는 감정을 담아 성큼성큼 내딛던 사공은 머릿속에서 울리는 본능의 경고성에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저택의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태양을 등지고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청룡이 번뜩 빛을 반짝거렸다.
사공의 입에서 그 남자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장건.”
그는 태양을 등쳐 시커먼 그림자로만 보였으나, 그 안에 있는 두 눈은 스스로 빛을 발하듯 섬뜩한 광채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사공은 어째선지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