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 * *
유설은 집무실 탁자에 앉아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집무실로 들어온 진하가 그 탁자에 새로운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쪽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가주를 비롯한 삼천검대, 원로원 등이 종군하게 될 겁니다.”
“그래? 잘됐네. 맹주 휘하로 움직이는 건가?”
“예. 독립 지휘권을 받기는 했다는데, 그래도 최종적으로는 무림맹주의 지휘에 따라 움직입니다. 듣자 하니 가주의 의욕이 상당하답니다. 어쩌면 후방지원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나서려 들 수도 있다더군요.”
유설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그리고 살펴보던 서류를 내려놓고 의자에 몸을 기대며 진하를 바라보았다.
“그쪽은 반쯤 억지로 동원된 거 아니었어?”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위기를 기회로 같은. 이번 기회에 큰 공을 세워 무림맹에서의 입지를 키우고, 더불어서 소문의 동부 지역을 먼저 개척할 생각인 듯합니다. 소문의 반만 맞아도 엄청난 토지를 얻을 수 있겠다는 계산인 거죠. 비슷한 생각으로 합류하는 무림인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래? 그거 참··· 선견지명이라 해야 할지, 욕심이 과하다고 해야 할지···”
“결과는 토벌이 끝난 후 나오겠죠. 잘 되면 제가의 번영을 이끈 가주가 되는 것이고, 잘못되면 가문을 끝장낸 멍청이가 되는 것이고.”
진하의 냉소적인 말투에 유설은 피식피식 웃으며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이어서 그 두 손을 맞잡고 머리 위로 뻗어 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자연스럽게 끄응-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이어서 기지개를 풀고는 푹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네. 출전까지 얼마 안 남았어.”
“그 늙은이들이 자꾸 발목만 안 잡았어도 벌써 일주일 전에 끝났을 겁니다.”
유설은 웃었다.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진하가 재밌다는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 사람들 입장에선 최대한 손해를 피해야 하니까. 중원에서 원정 온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이곳이 삶의 터전이잖아.”
“···결국 우리가 마인들을 처단하지 않으면 당장 고통받는 건 자신들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무림맹 한복판에서 습격까지 받았으면서··· 제가 제일 화가 나는 건 우리가 전쟁을 벌이는 동안 그자들은 뒤에서 눈치만 볼 것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너무 화내지 마, 진하. 어차피 토벌에 들어가면 그런 후방지원이니 뭐니 하는 말은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
“네?”
유설은 의자에 푹 몸을 묻고는 싱긋 웃고 있었다.
“당연한 거잖아? 우리와 마가의 후예는 전쟁을 벌이는 거야. 그쪽에서도 보급로를 끊거나 매복을 하거나 후방을 노리거나 하겠지. 그럼 굳이 후방지원이니 뭐니로 나눌 수 없게 될 거야. 괜히 무림맹의 정예만 뽑아가는 줄 알아?”
진하는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유설은 묘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동진군은 사천여 명이 전부야. 이후에도 그 숫자에서 더해지는 건 없을 테고, 토벌이 끝난 후에는 다시 하와이와 서부 해안가 도시로 흩어져야 하지. 무림맹을 이용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줄이는 게 좋아. 아니, 오히려 이번 기회에 무림맹의 힘이 약해지면 좋지··· 사실 앞으로 동부 개척이 이뤄질수록 그들의 힘은 더 커질 테니 그 전에 기를 한 번 꺾어놓아야 해. 이미 그들은 중원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무림맹의 힘이 더 커지리라 생각하십니까?”
유설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그녀는 그 벽이 아니라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정확히는 신대륙, 무림의 힘이 강해지겠지. 어쩌면 중원에 비견될 정도로.”
“···물론 지금까지 파악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도를 그려보면 신사천 동부 산맥을 넘어선 땅은 굉장히 드넓은 평원이고,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땅인 건 맞습니다. 그래도 이 미개척지가 중원 수준으로 발달하려면 백 년은 더 지나야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해안 삼도시가 만들어지는 데도 그 정도가 걸렸는데요.”
진하의 부정적인 의견에도 유설의 시선은 여전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안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지. 신대륙은 신기하고 흥미로운 땅이지만 미개하고 황량한 미개척지라고. 하지만 진하. 너도 이미 봤잖아. 이곳 신사천의 길과 건물들, 그 주인인 무림맹과 방파들, 물건을 파는 상인들, 일하는 농부들, 그리고 그들을 실어나르는 마차와 인력거들까지. 이곳은 이미 여느 중원 도성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아니 정확히는 그쪽과 비교도 할 수 없이 성장 중인 도시야. 도저히 황량한 개척도시라고 할 수 없어. 그리고 동부가 개척되며 그 발달은 점점 더 빨라지겠지.”
의자에 목을 받혀놓고 천장을 올려보던 유설은 고개만 기우뚱 옆으로 돌려 진하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서 무림맹의 힘을 줄이는 게 중요한 거야. 신대륙의 힘이 하나로 뭉칠 수 없게, 자기들끼리 서로를 견제하며 충돌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진하는 눈을 깜빡거리며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어쩐지 지금 유설의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유설이 다시 싱긋 웃었다.
“너무 진지하게 듣지는 마.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까. 무림맹을 끌어들인 건 우리 병사들의 피해를 조금 줄여보고자 한 것뿐이야.”
그런 유설의 미소를 보며 진하가 물었다.
“···괜찮으세요?”
“뭐? 왜?”
“그, 태학사님이 지금쯤 장 무사를 만났을 텐데요.”
유설의 미소가 흐려졌다. 진하는 그 표정을 보고 아차 하는 심정을 느꼈다. 굳이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며 안 그런 척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유설도 장건을 걱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장건의 이야기를 아는 태학사는 당연히 그를 시험하려 할 것이고, 그를 느낀 장건 또한 마냥 당해주기만 할 성정은 아니었다. 어쩌면 두 사람 사이에 큰 싸움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경우엔 누가 이기더라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장 두 사람 모두 대단한 고수인 만큼 승패에 따라 죽는 이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긴 쪽 또한 크게 다칠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혹시라도 장건이 태학사에게 큰 상해를 입히게 된다면 유설은 마땅히 황군을 동원해 그를 체포해야만 했다. 태학사는 옛일이라고는 해도 황제의 스승이었으니까.
태학사가 이겼더라도 문제다. 과연 그가 장건의 무공을 미래의 위협으로 여길지, 아니면 무림맹주처럼 그저 먼 변방의 무림인 정도로 여길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유설로서는 태학사를 막을 명분이 없었다. 황제에게 허락을 받아 왔다는데 그녀가 그걸 막을 순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막으려 들면 더더욱 황제의 관심을 끌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국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로 유설과 진하는 조용해졌다. 한쪽 벽에 걸린 지도와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들, 굳게 입을 다문 두 여인까지. 침묵 때문인지 순간 집무실 풍경은 움직이지 않는 그림처럼 굳어버렸다.
그래서 벌컥 문이 열리고 태학사 순우현이 등장했을 때 유설과 진하 모두 움찔 놀라서 퍼드득거리는 꼴을 보이고 말았다. 순우현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일 있소, 유설 장군? 내가 못 올 곳에 왔나?”
유설은 자기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나며 순우현을 살펴보았다. 어딘가 다치거나 싸운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유설의 눈엔 의문이 떠올랐다. 아무리 순우현이 황궁의 고수라지만 장건도 마궁의 장군들을 무찌를 정도로 뛰어난 무인이었다. 둘이 싸웠다면 저렇게 깔끔할 수가 없었다.
“···체포 작전은 잘 끝났어요?”
“체포 작전? 아, 물론이지요. 그런데 잡아서 조사해보니 그 인물이 그렇게 큰 죄를 짓지는 않은 듯하외다. 그냥 이번 토벌에 종군시키는 것으로 죄를 탕감해주기로 했소.”
“그래요?”
순우현은 빙그레 웃었다.
“물론 장군이 궁금한 건 그게 아니겠지요? 그 장건이라는 무인, 굉장한 고수이더군. 젊은이가 참 대단해.”
벌떡 일어섰던 유설의 표정이 살며시 굳어갔다. 순우현은 웃고 있지만 당장 저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당장 동진군을 동원해 장건을 처리해야 한다거나, 혹은 그를 장안으로 압송해 무공의 연원을 캐야 한다거나 하는 말이 나올지 몰랐다.
그래서 순우현이 이어 말한 내용에 조금 놀라 두 눈을 깜빡거렸다.
“아, 하지만 그보다 중요히 할 말이 있소. 이번 동진군, 이 늙은이도 함께하겠소이다.”
“···예? 왜요?”
“왜긴. 제국의 역도들을 처리하는데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한 손 보태야지 않겠소? 그리고 토벌이 끝난 후에도 장군은 뒷정리를 하느라 한참을 장안으로 돌아오질 못할 터인데, 기왕이면 그때 내가 돌아가며 폐하께 보고를 올리는 게 좋겠지. 괜히 인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그게 훨씬 좋지 않겠소?”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던 유설은 곧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범이 도와준다면 나도 든든하죠! 출진도 얼마 안 남았거든요. 그런데···”
“또한 옛 마가魔家의 후예들이 지난 백 년 동안 마공을 어떻게 연구했을지, 개인적으로 거기에 많은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소이다. 어쩌면 거기서 조금이나마 배울 점이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니겠소?”
“아··· 그러시구나. 그자들의 마공이 참 기괴망측하긴 하다더라고요.”
자기 할 말을 끝낸 순우현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럼 나는 이만 가서 좀 쉬어야겠소, 장군. 나이가 나이인지라 밖에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다 보니 힘에 부치는구려. 물러나겠소.”
“···네, 그렇게 해요. 출진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편히 쉬세요.”
순우현은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집무실을 떠났다. 문이 닫히고 그의 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입을 다물고 있던 진하는 얼른 말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둘이 싸우지 않은 걸까요?”
“···모르겠어. 하지만 일단 할아범이 계속 장 무사를 지켜보려는 건 분명해. 그리고 그건 할아범도 그를 무작정 위험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유설은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쩌면 황궁에 돌아가서도 아바마마께 별말 안 할 수도 있겠어···”
진하는 그녀의 표정이 밝아진 것을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보기에도 유설이 장건을 향해 보여주는 호감이 남녀의 그것인지, 아니면 무명협을 향한 동경인지는 쉬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진하는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그녀도 장건을 친구 정도로는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니 그와 싸우거나 대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순수하게 기뻐하기로 했다.
“좋아, 그럼 일단 하던 것부터 마무리해 볼까?”
그때 유설은 두 팔을 천장으로 쭉 뻗으며 기운차게 외치더니 다시 풀썩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조금 전 진하가 가져온 서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진하가 방금 들어와서 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를 것 없었지만, 그래도 진하는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유설은 한층 걱정을 덜어낸 모습이었다.
그를 보며 작게 웃은 진하는 조심스레 뒷걸음질로 집무실을 떠났다. 사실 그녀도 아직 할 일이 많았다.
* * *
“···와.”
오후가 되어 갑자기 어딜 좀 가자는 장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별말 없이 순순히 따라 나왔던 서하는 포목점 벽에 걸린 푸른색 비단 무복을 보고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맵시 있는 무복은 전날 장건의 발걸음을 잡았던 옷이기도 했다.
“이 무복이 마음에 들어요?”
서하의 눈이 그렇게 말을 걸어온 여인을 향했다. 그녀는 서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서하는 솔직히 대답했다. 옆에 장건과 함께 있었기 때문인지 그럴 수 있었다.
“···네.”
“하지만 아가씨가 그걸 입으려면 몇 년 더 지나야겠는데요. 그건 어른 몸에 맞춘 무복인걸요.”
그녀의 대꾸에 서하는 대번에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확실히 그 비단 무복은 지금 서하에겐 맞지 않을 듯했다. 그런 모습을 본 장건이 옅게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헝클었다.
“너무 실망하지 마. 어차피 네 옷을 맞추러 온 거다.”
시무룩했던 서하의 얼굴은 금방 다시 밝아졌다. 녀석은 장건에게 무공을 배우고 그의 가족과 함께 지내며 점점 제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래도 평소 말수가 적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이후 포목점 주인이 서하의 몸 치수를 재고 무슨 옷감으로 옷을 지을지도 물었다. 장건은 제일 좋은 비단으로 옷감을 맞췄다. 포목점 주인으로 위장하고 있던 암룡삼호도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을 정도로 값비싼 비단이었다.
은근히 현금이 많은 장건은 별 어려움 없이 값을 치렀다. 장건은 돈을 건네며 문득 왜 이렇게 요즘 돈이 많을까 생각해보니 최근 들어 골패 한 번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최근 제가의 섬지영에게 큰 의뢰금을 받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예전엔 돈이 얼마나 있던 아무 객잔의 골패판에 끼어들어 돈을 날렸음을 생각해보면 나름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틀 후에 완성된 옷을 보내드리지요.”
그렇게 말하는 암룡삼호에게 장건은 조용히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그 부탁의 대금까지 치른 장건은 서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며 천천히 신사천 거리를 둘러보았다. 거리는 여느 때처럼 무수한 사람들로 복작거렸고, 거기에 음식이나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호객으로 시끌시끌했다.
한참 후 장건과 서하가 복잡한 거리를 빠져나왔을 땐 두 사람 손에 이것저것 군것질거리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장건은 양손 가득 간식을 들고 오물거리는 서하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맛있어?”
서하는 장건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미 한입 베어 문 만두를 스윽 내밀었다. 마치 직접 맛보라는 듯했다. 장건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내려 그 만두를 한입 크게, 아주 크게 베어 먹었다. 손에 들고 있던 만두가 순간 그렇게 절반 넘게 사라지자 서하는 오물거리던 것도 잊고 멍하니 손에 든 만두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이 너무 웃겨서 장건은 입에 만두를 흘리지 않게 고개를 높이 들고 끅끅거려야 했다.
그렇게 군것질거리를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인지 그날 저녁 서하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덕분에 염 부인이 서하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닌가 걱정했고, 그 범인인 장건은 서하가 남긴 밥까지 모두 해치워야만 했다.
서하의 무복은 정말 딱 이틀 뒤 정오에 배달되었다. 서하는 당장에 그 무복을 입고 염 부인과 아이들에게 자랑했다. 옅게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건은 배달원에게 물었다.
“하나 더 있을 텐데?”
배달원은 얼른 옷상자 하나를 더 내밀었다. 그 안에는 서하와 장건 모두의 눈을 사로잡았던 푸른색 비단 무복이 담겨 있었다. 이건 조금 나중에 선물해줄 생각이었다.
옷상자를 덮은 장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직 떠나지 않은 배달원에게 말했다.
“그걸 변장이라고 한 거냐?”
“···헤헤. 역용공 없이 꽤 잘하지 않았소? 장 형 아니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니까.”
배달원의 얼굴은 어딘가 익숙했다. 그의 볼과 코를 살짝 줄이고 수북한 수염도 약간 간사해 보일 정도로만 수염을 남기면, 장건이 잘 아는 얼굴이 되었다.
암룡대 요원이자 무림맹 비선. 때론 도둑, 때론 사기꾼. 그리고 오늘은 포목점 배달원이 된 남자. 그의 이름은 양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