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 * *
“어딜 간다고?”
팔짱을 끼고 서서 먼 황야를 바라보던 혁련위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옆을 돌아보았다. 황군 쪽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보내놓았던 무사가 살짝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정확한 목적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장건 그자와 함께 움직인다?”
“예. 그렇습니다.”
혁련위진은 헛웃음을 흘렸다. 군단의 총지휘자가 행군 중 그렇게 함부로 이탈한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이 있던 원로들도 같은 생각인지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 개중에 한 원로가 입을 열었다.
“이거, 동진장군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 어린 계집은 어쩔 수 없군요. 이 토벌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남자에게 홀려서는 뭐 하는 짓인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황족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경험이 부족한 것은···”
원로들은 그렇게 자기들끼리 실실 웃으며 유설을 헐뜯으려 들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끊는 사람이 있었다.
“조용.”
원로들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헛웃음을 짓던 혁련위진이 이젠 두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곳에 모여있던 무림맹 수뇌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혁련위진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말조심들 하시오. 다들 황족을 모욕한 죄로 목이 잘리고 싶으시오? 지금 저 앞에 진을 치고 모여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다들 잊었소? 게다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 남에 대해 험담하며 그렇게 좋다고 낄낄거리다니. 사마외도의 무리가 따로 없군.”
무림맹주의 비난에 그곳의 분위기는 차갑다 못해 거북해졌다. 혁련위진은 눈을 떠 처음 입을 열었던 원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 원로. 꼭 내가 이렇게 주의를 줘야만 하겠소?”
“···큼, 크흠. 내 말실수가 있었소. 주의하겠소. 미안하외다, 맹주.”
그렇게 원로의 사과까지 받아낸 혁련위진은 다시 황야로 시선을 돌렸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정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무림맹과 황군의 차이가 여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보급 부대까지 볼 것도 없이 전투원들의 기강도 극심하게 차이가 났다. 질서정연하고 과묵하게 움직이는 황군과 비교하면 무림맹의 무사들은 말 탄 도적 떼가 따로 없는 듯했다. 매일매일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고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다음 문제가 기다렸다.
원로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자기 방파의 이익을 챙기려 악다구니를 썼다. 하급 무사들 사이에서는 여정 중 식사와 고된 잠자리에 대한 불만이 튀어나왔고,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언제쯤에야 마궁과 싸울 수 있느냐며 조급해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 모든 문제를 잘 구슬려 해결하고 나면 그땐 황군의 교위가 찾아와 행군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혁련위진은 그제야 완전히 하나로 집결된 황군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황군이 두려운 이유는 무공도 무공이었지만, 그것을 익힌 무인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병사가 되었음에 있었다.
사실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림맹은 군대라기보단 신대륙의 치안유지 조직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또한 신대륙의 기풍 자체도 문제였다. 기본적으로 신대륙 사람들은 한 제국의 억압된 사회를 떠나 이주해온 이주민들의 후예였다. 내 가문, 내 방파, 내 집이 가장 중요하고 머리 위에 누군가 올라앉으면 대놓고 눈살 찌푸리며 노려보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모아놓고 황군과 같은 기강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이만 물러들 가보시오. 내 깊이 생각할 것이 있으니까.”
회의를 파하는 맹주의 말에 원로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그들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 회의는 황군 쪽의 움직임에 맹주가 긴급히 소집한 회의였기 때문이었다. 불러서 왔더니 잔소리만 들어먹고 개처럼 쫓겨나는 상황이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기 수염을 쓰다듬으며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진 혁련위진은 그런 표정을 살피지 않았다. 어쩌면 살필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건 제삼자의 눈에는 분명 원로원과 맹주의 균열로 보였다.
순찰대 부대주라는 직급으로 회의 외곽 자리를 채웠던 적세인의 눈에는 그것이 분명히 보였다.
그녀는 무림맹의 그런 인간군상들을 둘러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하나 찾기 힘든 하늘 위에서 쨍한 태양이 햇볕을 쏟아내고 있었다. 답답함에 절로 다시 한숨이 나왔다.
“뭐하나? 가자고.”
“···예.”
적세인은 자신을 부르는 순찰대주의 말에 몸을 돌렸다. 대주는 순찰대원의 능력보다는 정치적인 안목으로 그 자리에 올라있는 자였다. 지금도 원로원과 맹주 중 어느 편에 들어야 할지 고심하며 눈알을 굴리는 게 뻔히 보였다.
그녀는 그 뒤를 따르며 다시 한숨이 나오는 걸 겨우 참았다.
* * *
순우현은 허허 웃었다. 뭔가 흡족한 듯 보였다.
“그래, 둘이서 잠깐 친우의 무덤을 보고 온단 말이지.”
“···진 부관과 다른 무인 하나도 함께입니다.”
유설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순우현을 찾은 교위 위상은 애써 말을 덧붙였다. 혹시나 나중에 딴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뭐 둘이든 넷이든 함께 있다는 게 중요한 게지. 남녀가 함께 말이야.”
그걸 순우현의 혼잣말이라 여긴 위상은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이렇게 황족이 연관된 문제는 최대한 끼어들지 않는 게 좋았다. 물론 출세에 관심이 있다면 열심히 줄을 대고 자신의 능력을 어필해야 하지만, 위상은 여전히 하와이의 해변이 그리울 뿐이었다. 문득 지금도 하와이에 남아있을 몇몇 교위들이 부러워졌다. 이름이 비슷해 친했던 우상이라든가, 아니면 하와이 출신인 켈라니라든가.
“뭐하나? 장군 말대로 이동을 준비하게.”
“옙, 알겠습니다. 이동 준비하겠습니다.”
혼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비파를 퉁퉁거리던 순우현은 시립하고 있던 위상에게 그렇게 말했다. 위상은 곧장 대답하고 행군을 출발시키기 위해 움직였고, 순우현도 튕기던 비파를 등에 메고 자기 말 위로 올라탔다. 잠시 후 빠르게 전달된 명령으로 휴식하던 토벌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우현은 그때까지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몰았다.
* * *
가용산은 입술이 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지난날 문주와 고수들이 사망하며 염호성에서 검룡문의 영향력은 엉망이 되었다. 그 때문에 무림맹에서 머물던 검룡문의 사람들이 돌아와야 했고, 가용산은 그 대신으로 파견되어 무림맹이 혹여나 직접 염호성에 지부를 두고 영향력을 넓히려 하지는 않을까 상황을 살펴보는 역할이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마궁의 토벌대가 결성되었다. 무림맹 내부의 분위기를 살피기는커녕 접객당에서 죽치고 앉아있던 가용산은 어떻게든 검룡문과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고자 외랑대에 합류하였다. 그는 비록 외인부대라지만 전쟁에서 공만 잘 세우면 무림맹에 중용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문제는 그 토벌대 참가가 문파의 어른에게 허락받은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휴식 중 갑자기 황군에게 불려갔던 장건이 돌아와서 염호성에 들르지 않겠냐 물었을 땐 문파 식구들을 볼 생각에 얼른 그러겠다고 대답했지만, 어느새 저 멀리 염호성의 건물들이 보일 때쯤 불현듯 그 사실이 떠올랐다. 가용산은 제멋대로 행동한 것 때문에 문파 어른들에게 혼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왜 그리 죽상이야?”
“뭐요?”
뜬금없는 질문에 고개를 돌려보니 뺀질뺀질한 양굉의 얼굴이 보였다. 장건이 가용산을 데리고 어딘가 움직이려는 걸 보고는 뜬금없이 끼어든 것이다. 장건은 그런 양굉의 모습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떨쳐내진 않았다.
가용산은 그렇게 이 일행에 끼어들게 된 양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
“당신 정체가 뭐요?”
“뭐? 뜬금없이 그게 뭔 신소리야? 나? 내 정체가 뭐냐고 물어본 거야?”
양굉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가용산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처음 가용산이 양굉을 알게 된 것은 접객당 시절이었는데, 그때 양굉은 접객당의 마당발로 여기저기 사람들을 서로 소개해주는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장건이 등장하고 이후 무림맹에 소란이 일자 그대로 사라져버렸다가 나중에 외랑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놀랍게도 양굉은 그 외랑대에서도 아는 사람들이 있는 듯했다. 장건이 나타나 그 옆에 달라붙기 전까지 양굉은 외랑대 내부에 있던 묘한 파벌의 우두머리였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도 가용산은 함께 움직이는 두 여인이 황군의 총지휘관인 공주와 그 부관임을 알게 된 후 바짝 얼어버린 것과는 다르게 양굉은 그게 뭐 어쨌냐는 듯 평소와 같은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허 참. 며칠을 같이 동고동락했으면서 내 정체를 물어본다고?”
“···동고동락은 무슨. 당신이 한 게 뭐요? 모닥불 피우고 식사 준비한 건 내가 다 했는데. ”
“뭐? 이 친구야, 내가 있으니까 보급대에서 쌀 한줌, 육포 한 조각이라도 더 얻어온 거야. 알아? 지금이야 그렇게 불평해도 나중에 궁해지면 나한테 고마워할걸?”
“토벌대가 궁해질 일이 뭐가 있소? 보급 부대는 풍족하다 못해 넘쳐서 행군을 못 따라올 정도고, 고원성에서 다시 한번 보충하기까지 할 텐데. 게다가 그 마인 놈들이 이 토벌군을 상대로 뭘 얼마나 버티겠소?”
“그건 모르는 거지.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가용산은 뚱한 눈으로 양굉을 바라보았다. 말하자면 양굉은 보급대에 가서 식량을 타오는 것 말고는 한 일이 별로 없었다. 여전히 장건과 두 사람은 외랑대를 겉돌고 있었고, 때문에 불을 피우네, 밥을 짓네 하는 귀찮은 일은 가용산이 다 하고 있었다. 그의 불퉁한 말투는 얹혀가는 양굉에게 생긴 얄미움 때문도 있었다. 거기에 은근슬쩍 친근한 척하는 말투까지.
가능하다면 한 대만 때리고 싶었다.
“너 그러다 한 대 맞는다.”
그때 조금 앞장서 가던 장건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가용산에겐 능글능글하기만 하던 양굉은 대번에 움츠러들며 대답했다.
“아, 내가 뭐 동네북이오? 뭘 또 때린다 만다야. 내 말이 틀린 것도 아니잖소. 싸움이 싸워보기 전엔 모르는 거지.”
장건은 조조의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슬쩍 곁눈질로 양굉을 돌아보았다.
“너도 참 간이 큰 놈이다.”
“엉? 그게 무슨···”
움츠러든 와중에도 할 말은 하던 양굉은 얼른 입을 다물고 합죽이가 되었다. 앞장서 가던 진하의 번뜩이는 두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장건이 맞는다 한 것은 자신도 아니고 가용산도 아니고 바로 진하였다.
양굉은 삐질삐질 어설피 웃으며 그런 진하의 눈을 피했다. 토벌을 지휘하는 장본인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렸으니 자칫하면 한 대 맞는 걸로 끝날 수 없을지 몰랐다. 다행히 진하는 양굉이 입을 다물자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겁을 먹은 양굉과 가용산이 자연스럽게 약간 뒤로 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알던 암룡대원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데요.”
그렇게 그들과 거리가 조금 벌어지자 유설은 장건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장건은 앞을 바라보는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대꾸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맞는 직업 아니오? 아무리 봐도 푼돈이나 사기 치는 건달 정도로밖에 보이질 않으니 암행 요원으로는 딱 맞는 인간이지.”
“그럴까요? 대원 선출은 암룡대주의 권한이라 난 잘 모르긴 해요. 장 무사 말대로 그런 면모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유설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양굉이 암룡대라는 것은 장건이 귀띔해 주었다. 유설이라고 모든 암룡대원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주로 만나는 건 윗선이라고 부를만한 책임자 두엇이었다.
그렇게 미소를 짓던 유설은 뜨문뜨문 보이기 시작하는 염호성의 건물들을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뭔가··· 익숙하면서도 낯서네요. 겨우 한 번 와봤으면서 이런 말 하면 조금 이상한 걸까요.”
“이상할 것 없소. 그 느낌에 익숙해진 사람은 여행자나 떠돌이라 부를 것이오.”
유설이 장건을 바라보았다. 그의 옆 얼굴이 유설의 눈에 들어왔다.
“···그럼 장 무사는 익숙하신가요?”
장건도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군.”
그렇게 눈이 마주치자 유설의 뺨이 슬그머니 발개졌다. 그녀는 장건의 두 눈을 빠르게 번갈아 보며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며 말했다.
“크흡··· 저기, 방금 그 말 나중에 책에 써도 돼요?”
“책을 시작했소?”
장건은 살짝 웃으며 자연스럽게 되물었다. 장건은 유설이 자기 책을 쓰겠다며 바다까지 건너온 여인임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 아뇨. 내 손으로 쓰는 건 아니고요··· 그, 대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후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필객이 한 명 있어요. 이미 몇 권의 책을 낸 사람이죠. 내가 직접 써볼까도 했는데 같은 이야기를 써도 그 사람이 훨씬 잘 쓰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고용해버렸어요. 이번 일이 끝나면 그 사람 이름으로 새 책이 나올 예정이죠.”
“그렇소?”
유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건은 신사천까지 찾아와 사례를 하던 저량을 떠올렸다. 유설과 책 이야기를 하니 어째서인지 그가 생각났다.
“글로 쓸만한 말인지는 모르겠군. 그래도 쓰겠다면야.”
“나중에 꼭 장 무사한테도 보여줄게요. 아마 장 무사도 아주 재미있어할 거예요.”
“꼭 봐야겠군.”
장건은 그렇게만 대답했다. 유설은 무슨 생각인지 연신 혼자 싱글벙글 웃었다. 뒤에 있던 진하는 그런 유설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염호성에 입성한 장건과 일행은 일단 외곽에 있는 공동묘지를 찾았다. 그동안 몇몇 무덤이 늘어나 있긴 했지만 장건은 어렵지 않게 진조의 묘비를 찾을 수 있었다. 옆에는 서하의 어머니인 양소소의 묘비가 함께 서 있었다.
두 묘비는 나란히 서 있었기 때문인지 다른 비석에서 흔히 느껴지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없었다. 차가운 돌덩이 둘이 서 있을 뿐이지만 묘한 따듯함이 있었다.
장건과 유설은 그 앞에 나란히 서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양굉과 진하, 가용산은 조금 떨어져 있었다.
유설이 말했다.
“···다음엔 서하랑 올 수 있겠죠?”
“녀석이 원한다면.”
장건은 묘비 위에 쌓인 흙먼지를 툭툭 털어주며 짧게 말했다. 서하에겐 나쁜 기억만 있을 땅이었다. 아마 녀석이 제발로 이곳을 찾아오는 건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일 것이다.
그 말뜻을 짐작한 유설이 옅게 웃었다. 서하가 중원에 있지 않고 장건의 제자가 된 것이 어쩌면 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이! 당신들 누구야? 왜 몰려다녀?”
그때 묘지 울타리 바깥쪽에서 칼을 찬 남자 대여섯이 나타나 장건 일행에게 대뜸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들을 본 일행의 눈은 자연스럽게 가용산에게 이어졌다. 염호성을 주름잡는 문파가 검룡문이었으니 저들이 검룡문 사람이든, 아니면 그냥 칼 찬 건달들이든 검룡문 무사인 가용산이 완만하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 눈빛들을 본 가용산은 얼른 앞으로 나섰다. 잘하면 무려 황군 지휘관에게 잘 보일 기회였다. 가용산은 남자들 앞으로 다가가며 크게 말했다.
“난 검룡문 가용산이오! 외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방금 돌아왔소이다. 당신들은 어디 누구시오? 못 보던 얼굴들인데 혹 검룡문의 새 형제들인가?”
가용산은 이 정도면 깔끔했다고 여겼다. 너무 무례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비굴하지도 않았다. 저들도 자신들의 정체에 따라서 적당히 대꾸할 것이다.
하지만 칼 찬 남자들의 대응은 가용산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검룡문?”
그들은 검룡문이라는 말에 대뜸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들고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공동묘지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