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잠든 지 한참이 지났다. 이제 검푸른 빛이라도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은 서쪽 하늘뿐이었고, 그 아래 지상은 컴컴해지고 있었다.
그 어두컴컴한 지상에서 황군과 마궁의 군대가 싸우고 있었다.
“죽어라, 황제의 개-!”
“대왕이시여···”
“싸워라! 적을 죽여라-!”
마궁의 오가기병대는 최초의 돌격 이후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한 채 그대로 황군의 진형에 휘말렸다. 이후 황군은 자신들의 진형을 질서정연하게 유지하며 오가기병대를 압박했고, 마궁은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었다.
무-우-우!
거기엔 오가기병의 탈것인 검은 들소들이 점점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되었다. 그 들소들은 마궁의 인위적인 교배와 약, 주술 등을 이용한 개량으로 분명 보통의 들소보다 훨씬 강하고 난폭한 종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 기수와의 오랜 훈련을 통해 진형을 이루고 전투를 치를 정도로 똑똑한 놈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도저히 뚫리지 않는 전방 삼면과 계속 죽어 나가는 동족들, 어둑한 세상, 마인들의 고함, 그 와중에 어디서 날아오는 것인지 휙휙 시야를 스쳐지나가 동족의 머리를 꿰뚫는 투창까지. 들소들은 점점 이성을 잃은 채 날뛰고 있었다.
말 위에 탄 채 약간 후방에서 그 전황을 살펴보던 유설이 허리춤의 검을 추스르며 말했다.
“이대로 계속 하면 될 것 같네. 무림맹은?”
“현재 우회 중입니다. 잠시 후 후방을 틀어막을 겁니다.”
옆에 있던 진하가 그렇게 대답했다. 유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진하가 그걸 보고 말했다.
“···직접 검을 드시려고요?”
“왜? 적 지휘관 정도는 내가 잡아도 되잖아?”
“···부하들 공 세울 기회를 주신다고 생각하시는 건 어떨까요?”
“나도 공 세우면 안 돼?”
“동진군의 공이 아가씨의 공 아닐까요?”
서로 질문으로 끝나는 대화 끝에 유설은 진하를 돌아보고 꿍한 얼굴로 검을 놓았다. 그리고 괜히 퉁명스레 말을 이었다.
“무림맹은 왜 이렇게 느린 거야? 빨리 후방을 막아야 우리도 밀고 들어가지.”
“너무 빨리 압박하면 적들이 지치기 전이라 피해가 커질 수도···”
“나도 알아! 그냥 해본 말이잖아!”
“아, 예. 그렇죠.”
두 사람이 시답잖은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황군은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창을 찌르거나 던져 마궁의 들소를 죽이고, 밀어냈다. 갈 지之자 모양의 이빨 전선은 처음 형성된 이후 거의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오가기병대를 붙잡았다.
황군의 병사는 혹여나 창이 부러지거나 부상을 당하면 빠르게 후방 인원과 교체되었다. 몇몇 들소가 미쳐 날뛰며 진형 안쪽으로 밀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때는 모두 침착하게 허리의 검을 뽑아 들소를 난도질해 주었다. 덤으로 그 위에 타고 있던 기수 또한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렇게 싸움이 고착화되고 모든 피해는 마궁에게 집중되는 상황이 이어지길 잠시. 유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음. 그래도 저쪽 나름 정예는 정예인 모양인데.”
마궁의 검은 들소는 그 큰 덩치와 넓은 면적 덕분에 쉬이 공격당하고 죽어 나갔다. 그러면 그 위에 타고 있던 마인들은 대부분 옆으로 휙 날아가 나뒹굴거나 들소와 함께 나자빠지는 편이었다.
보통 사람이 말을 타다가 그렇게 날아가면 어딘가 부러지고 크게 다친다. 설사 무공을 익혔더라도 부상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힘의 작용은 도리어 극한까지 몸의 통제를 훈련하는 자들에겐 더 큰 혼란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그러나 마궁의 마인들은 그렇게 나가떨어진 자들이 백이면 백 모두 다시 일어나 황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타고 있던 들소에서 내리자 오히려 족쇄를 벗었다는 듯 더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걸 본 유설이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저럴 거면 들소를 왜 탄 거야?”
하지만 사실 아무리 황군이라 해도 들소 기병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지 못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침착한 대비를 보여주진 못했을 것이다. 지난 백 년간 알려지길 신대륙의 들소는 길들일 수 없는 동물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마궁의 군세가 그 수천 근짜리 들소를 기병대로 앞세워 달려왔다면 황군 측에서도 적잖이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마궁의 오가기병대는 신대륙 서부 해안을 혼돈에 빠뜨리려는 마궁의 계획이 모두 제대로 진행된 뒤 아주 한참 후에나 활약했을 부대였다.
사방에서 마공을 익힌 도적들이 들끓고 각 성의 무림맹 지부는 지역의 통제력을 잃어 무기력하며, 신사천의 무림맹 본 단에서는 늙은이들이 끝없이 이권을 다툰다. 거기에 동부에서는 원주민 군대가 몰려와 혼란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마침내 저 멀리 해가 뜨는 동쪽에서 부활한 대왕께서 옛 군세를 일으켜 폭풍처럼 몰아치시니, 지난 백 년 동안 이 신대륙에 건설된 유씨 황제의 질서는 완전히 박살 나고 새로운 땅에 새로운 초楚나라가 건설되는 것이다.
“다 물 건너간 이야기지···”
잠시 멈춰서서 전황을 둘러보던 제갈 가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들소를 잃은 오가기병대가 신공을 폭발시키며 황군에게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지금까지 침착하게 기병대를 상대하던 황군도 당혹감을 느낄 정도로 맹렬한 공격이었다. 그 넘치는 내력이 오가기병의 칼날에서 줄줄 뿜어져 나와 병사들의 창대를 후두둑 갈라버렸다.
“크-아-아-!”
그가 피하지 못한 창날이 몸 여기저기 상처를 냈지만, 이미 마공이 들끓기 시작해 이성이 마비된 그는 목숨이 위험한 공격만 피하거나 막아내고는 황군의 대형 속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들소보다 덩치는 작으나 더 위협적인 괴물이 병사들과 충돌한 것이다.
그것과 같은 장면이 점점 여기저기에서 똑같이 재현되기 시작했다. 오가기병대는 탈것을 잃고 바닥을 구르며 어디 한 군데가 부러져도 마공을 일깨우며 금세 그 부상을 회복했다. 그 뒤 자신의 창칼에서 마기를 뿜어내며 황군을 몰아치니, 지금까지 잘 유지되던 황군의 대형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갈 가주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슬슬 군세를 물려야 할 때임을 느꼈다. 지금 저렇게 이성을 잃고 싸우기 시작한 오가기병은 어쩔 수 없지만 아직 들소를 살린 기병대가 더 많았다. 지금 물러나면 그 병력을 보전할 수 있었다.
“이거 다른 가주들 볼 낯이 없군. 호쾌한 야간 돌격전으로 기습적인 타격을 입혀주겠다 장담을 했는데···”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그렇게 중얼거린 제갈 가주는 고삐를 당겨 몸을 돌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황군은 들소 기병대에 당황하지 않았고, 병사 개개인의 기량 또한 군기 빠진 변방군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여기서 더 큰 피해를 입히긴 힘들 듯했다.
그렇다고 궁의 정예인 부대를 여기서 완전히 산화시킬 순 없었으니 황군의 수준을 제대로 확인한 걸 위안 삼아 이제 물러날 시간이었다.
그가 그렇게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 오가기병대에게 퇴각 신호를 주려던 참이었다. 그의 눈에 전장의 좌우에서 넓게 퍼져 달려오는 기마들이 보였다.
“···이런.”
“무림맹을 위하여-!”
“무림 정의를 위하여-!”
무림맹의 전투 부대들이 횃불에 불을 붙여 어두워진 벌판을 밝히며 말을 달렸다. 그들은 꽉 다물린 이빨처럼 얽힌 마궁의 오가기병대 뒤로 돌아 그들의 후방을 덮치기 시작했다. 이젠 확연히 어두워진 가운데 그들의 횃불이 파도처럼 몰려오니 그 모습 또한 나름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 장관을 보며 제갈 가주는 후퇴조차 쉽지 않으리라는 걸 느꼈다. 무림맹이 저렇게 후방 타격을 시작했다는 건 이제 황군도 본격적으로 움직이리라는 것이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는지 황군 측에서 삐-이-익-하는 길고 높은 피리 소리가 울리고 이어서 각 장수들의 명령이 울려 퍼졌다.
“전진-! 전원 전진-!”
“전진-!”
지금까지 대형을 유지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던 황군들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이미 대열에 얽혀 싸우던 마인들의 몸에는 상처가 늘었고, 뒤로 물러나던 오가기병들의 들소는 더더욱 빨리 목숨을 잃었다. 오가기병대의 위기였다.
제갈 가주는 그 모든 상황을 둘러보고 빠르게 계산했다. 이 상황을 빠져나가는 데 소모될 오가기병대의 숫자와 살아남을 숫자, 그리고 거기서 황군과 무림맹에게 남길 피해, 이후 살아남은 오가기병대가 할 수 있을 일 등등. 계산은 빠르게 끝났다.
그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기병대-!”
한창 전투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벌판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외침을 들은 오가기병대는 말보다는 기합에 가까운 고함을 외치는 것으로 대답했다.
제갈 가주의 말이 이어졌다.
“전원-! 식심공食心功 집행-!”
그 외침 이후 순간 오가기병대 전원이 고요해졌다가, 곧바로 거친 함성으로 대답이 돌아왔다. 마치 족쇄가 풀린 야수들이 입을 모아 울부짖는 듯했다.
유설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당황해서 말했다.
“식심공? 그건 뭐지? 그런 게 있었나?”
“···남궁천은 들소를 탈것으로 하는 오가기병대가 있다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정예 병력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내부 사정까지 알진 못했죠. 이건 그도 몰랐던 내용인 듯한데요.”
“식심이면 뭐야, 심장을 먹는다고? 우리 병사들 심장이라도 빼먹겠다는-”
유설의 말이 뚝 끊어졌다. 마인들의 행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들소를 타고 있던 마인들은 갑자기 바닥으로 툭 내려서서는 들소의 팔과 목 사이쯤 되는 부분에 푹 손을 찔러넣었다. 거의 어깨에 이를 정도로 깊이 들어가던 그들의 손이 다시 빠져나왔을 땐 거의 사람 머리통만 한 고깃덩어리가 피를 철철 흘리며 끄집어져 나왔다.
그들은 이어서 그걸 굶주린 개처럼 물어뜯었다.
“무슨··· 이 와중에 저게 뭐 하는···”
심장이 뽑힌 들소들은 두 눈이 뒤로 휙 돌아가며 풀썩풀썩 쓰러졌다. 그 옆에서 마인들은 피범벅이 된 채 조금 전까지 활기차게 뛰던 들소의 심장을 물어뜯었다. 후방을 포위하던 무림맹이나 전진을 시작하던 황군이나 당혹감을 느끼고 멈칫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제 완연히 어두워진 벌판 한가운데서 횃불의 불빛만 흔들거리는 와중에, 그 흐릿한 빛에 사람 모양의 괴물들이 허겁지겁 짐승의 심장을 탐하는 모습이 비치니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마인들이 그르륵거리며 생고기를 씹고 뜯는 소리만 울려 퍼져서 섬뜩함을 더했다.
“아가씨, 지금은 명령을.”
그때 유설 옆에 있던 진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설은 덕분에 금방 제정신을 차리고 크게 외쳤다.
“전군-! 계속 전진하라-! 저 끔찍한 짐승들에게 차가운 쇠 맛을 보여줘라-!”
다행히 그 외침에 다른 장수들 또한 정신을 차렸다. 그들 또한 명령을 이어갔다.
“전진-! 계속 전진하라-!”
모든 마인들이 산 들소의 심장을 뽑아먹은 것은 아니었다. 이미 탈것을 잃고 맨몸으로 황군과 싸우던 자들도 많았다. 황군은 느려지던 걸음을 다시 재촉하며 그들과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무림맹 측에서도 맹주 혁련위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림 동도들이여-! 정신 차려라-! 저 사악한 마인들에게 무림 정의를 실현하자-! 돌격-!”
느려지던 무림맹 병력의 움직임이 다시 속도를 붙였다. 덕분에 마궁의 후방은 꽉 틀어막혔다. 이제 그들은 앞에는 황군을, 뒤에는 무림맹을 두며 압사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들소가 많이 쓰러져 마공을 깨운 마인들과 싸운 황군 쪽과는 다르게 무림맹이 가로막은 후방은 탈것을 잃지 않았던 마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때문에 무림맹이 후방을 틀어막고 그들에게 돌격할 때쯤의 오가기병대는 모두 들소 심장에 고개를 처박고 헐떡거리고 있었다.
“이 더러운 새끼들! 제정신이냐!”
제일 먼저 그들과 닿은 무림맹 무사가 혐오스럽다는 듯 그렇게 외치며 칼을 들었다. 그의 뒤에 따라오는 자들의 횃불 덕분에 그의 칼날이 번쩍거렸다. 칼날은 곧장 고개를 처박고 있는 마인의 목덜미를 노렸다.
그때 그 마인이 번뜩 고개를 들었다.
“헉!”
그의 눈을 본 무림맹 무사는 순간 헛바람을 들이키며 화들짝 놀랐다. 피범벅이 된 마인의 눈알 전체가 검게 물들어 번들거리는 것을 본 것이다. 이후 그가 뭘 어쩌기도 전에 눈이 마주친 마인이 훌쩍 뛰어올라 무림맹 무사를 덮쳤다.
“으악!”
무사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마인의 손에 간단히 목이 뽑혀 나갔다. 마인은 그렇게 뽑아낸 머리를 손아귀 힘으로 박살 내고는 말 등 위에서 길게 울부짖었다.
무-우-우-!
들소 심장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다른 마인들도 그 소리에 고개를 들고 같은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이제 살아있는 들소는 전혀 없는 와중에 새로운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벌판을 가득 메웠다.
그렇게 울부짖은 마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웅크린 몸을 일으킨 그들은 모두 본래 덩치의 배는 커져서 걸을 때마다 바닥이 쿵쿵 울렸다. 곧 무림맹 측에서 비명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 마인들이 향한 곳은 무림맹 쪽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정면에서 다가오는 황군을 향해서도 돌격하기 시작했다. 마치 들소의 심장을 빼먹고 자신들이 그 힘을 이어받았다는 듯 거칠고 폭발적인 돌진이었다.
“머-어-어-!”
병사들의 창날이 예리하게 그들의 목이나 눈 등을 노렸으나, 마인들은 두 팔로 머리를 감싸며 몸을 들이박았다. 심장을 먹으며 가죽이 두꺼워지기라도 한 것인지 창날이 제대로 박히지도 않았다. 마인들은 그대로 창대를 부러뜨리며 안쪽으로 파고들어서는 투구를 쓴 병사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크윽! 이 자식-!”
병사가 뭐라 욕지거리를 내뱉으려 했으나 그보다 마인의 두 손이 투구와 함께 병사의 머리를 양옆으로 쥐어뜯듯 박살 내 버리는 것이 더 빨랐다.
황군은 처음과 같은 대열을 유지할 수 없었다. 지금 돌진해오는 마인들의 몸뚱이는 검은 들소 이상이었다. 장수들은 그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지만 대형을 이루는 제일 말단 병사들은 아차 하는 순간에 팔다리, 혹은 머리가 잡혀 찢겨나갔다. 이젠 부상자를 뒤로 빼주고 말고 할 시간이 없었다. 생사에 무관하게 전열이 무력화되면 곧바로 후방 병력이 그 자리를 채워야 했다.
결국 무림맹과 마인들, 황군은 하나로 섞여가기 시작했다.
진짜 혼전의 시작이었다.
* * *
제갈 가주의 뒤로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오가기병대의 괴성과 그들에게 찢겨나가는 자들의 비명이 이어졌다. 그 소리는 꽤 멀었다.
“이거 이젠 정말 다른 가주들 볼 낯이 없겠군. 오가기병대를 이렇게 소모해버리다니.”
그는 지금 도주하고 있었다. 기병대에게 식심공 발동을 명령하고 그 뒤에 이어진 난장판 속에서 무림맹 측 포위를 간단히 꿰뚫고 달아난 것이다. 그의 주변으로는 그와 함께 빠져나온 기병대 셋이 더 있었다.
그 기병대 하나가 말했다.
“그대로 덕분에 저 황제의 개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었지 않습니까? 다른 가문의 가주들도 그 부분은 인정해야만 할 겁니다.”
제갈 씨를 가진 덕분에 함께 빠져나온 그는 애써 그렇게 가주를 달랬다. 제갈 가주 또한 들소를 달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렇긴 하지. 당장 이 땅에 주둔한 황군은 지금 저기 있는 저놈들이 주공이니까. 오가기병대의 최후도 언제가 되었든 결국 저 모습이었을 것이고.”
“예. 그렇습니다, 가주. 가주는 옳은 선택을 하신 겁니다.”
제갈 가주는 애써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렇게 썩 시원한 표정은 아니었다. 이천 병력을 이끌고 와 겨우 넷이서 살아가는 지휘관이라면 사실 당연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어둠 속에서 한창 들소를 달리는 그들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음?”
두구둑두구둑 거칠게 땅을 울리는 소리. 그건 기마가 전력으로 달리며 울려 퍼지는 말발굽 소리였다. 제갈 가주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 어두운 벌판 저편에서 흐릿한 유령처럼 달려오는 한 기의 인마가 있었다. 그의 칼과 두 눈, 그리고 그가 탄 말의 두 눈이 다 같이 푸르른 빛을 길게 늘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저 자는?”
“감히 따라붙는 자가 있었군! 제가 막겠습니다, 가주!”
“아니, 잠···”
제갈 가주가 뭐라 말리기도 전에 제갈 씨를 가진 오가기병이 들소의 머리를 그 기수에게로 향했다. 창을 든 기병과 푸른 칼을 반짝이는 기수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챙-하는 소리가 울리고는 오가기병의 머리가 공을 튕기듯 하늘 높이 날았다. 제갈 가주가 경악에 차서 외쳤다.
“장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