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청룡이 허공을 휘돌고 칼집으로 되돌아왔을 때, 머리를 잃은 시체 십 수명은 그제야 풀썩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한발 늦게 잘려 나간 머리도 후두둑 떨어져 굴렀다.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마인들은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죽은 자들과 장건을 바라보았다.
장건은 칼집을 한번 추스르고는 그들을 향해 퉁명스럽게 턱짓했다.
“뭘 봐?”
그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마인들의 입이 쩍 벌어진 순간 장건이 조조의 안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처음에 고함을 쳤던 자가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외쳤다.
“적! 적이다!”
“그럼 아군이겠냐.”
장건은 짧게 중얼거리며 칼집으로 돌아온 청룡을 다시 뽑았다. 푸른 칼날이 시원스러운 궤적을 그렸다. 그를 마주한 마인은 반사적으로 창대를 들어 그걸 막으려 했다.
창대와 갑옷은 잠시도 장건의 칼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마인은 창대, 갑옷과 함께 그대로 썰려 나갔다. 그 시체가 바닥에 쓰러지기도 전에 장건은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렸다. 이후 이어진 장면은 첫 번째와 대동소이했다. 장건이 칼을 휘두르고 그걸 막거나 피하려던 마인은 창과 갑옷째 갈라져서 죽어가는 장면의 연속.
“···이게, 뭔···”
목소리를 높이던 자, 지휘관으로 보이던 자는 자신의 부하들이 장대낫 앞에 갈대처럼 쓰러져가는 걸 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정신을 차린 마인 몇몇 마공을 일깨우며 거친 함성을 내지르기도 했지만 그들도 장건의 칼 앞에서는 먼저 썰려버린 자들과 별다를 것 없이 간단하게 죽어 나갔다. 너르게 깔린 석판 위로 죽은 자들의 피가 쏟아져 군데군데 파문형을 그렸다.
지휘관의 표정에는 황당함뿐이었다. 가주를 포함한 정예 병력이 빠진 남궁가를 점령하는 건 아주 간단한 임무였다. 약간의 저항이 있긴 했으나 그조차도 거의 다 정리하고 이제 마무리를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갑자기 말을 탄 무사 하나가 등장한 것은 그럴 수 있었다. 어차피 지금 이 남궁가의 담벼락 안쪽에 있던 자들은 모조리 죽이고 잡아가야 할 놈들이었다. 말을 타든 소를 타든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지만 그 무사의 허리에서 푸른 빛살이 번쩍인 이후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어진 장면들이 그만큼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홀로 날아다니는 칼과 그 칼에 목이 달아난 부하들, 그 후 오합지졸처럼 쓰러져가는 모습까지. 그리고 이제 도망이라도 쳐야 함을 깨달았을 땐 이미 모든 마인들을 쓰러뜨린 장건이 그 앞에 우뚝 서서 휙휙 칼을 털고 있었다.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넌, 넌 누구냐?”
“장건. 네가 대장이냐?”
그의 눈이 커졌다.
“자, 장건? 그 장건이라고?”
장건은 고개를 끄덕이고 청룡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지휘관 마인은 그걸 얼떨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다 쳐 죽여 놓고 왜 갑자기 칼을 집어넣는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장건의 대답은 왼손 검지의 깊숙한 찌르기였다.
“켁!”
순식간에 상체 일곱 곳을 깊게 찔린 지휘관 마인이 짤막한 신음 한 번 흘리고는 우뚝 굳어버렸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와 바들바들 떨리는 몸뚱이가 그의 당혹감을 보여주었다. 장건은 이어서 다시 한번 그의 단전 주변 기혈을 몇 군데 더 짚었다. 이제 마공을 폭주시켜도 점혈을 풀 수는 없을 터였다.
포로까지 잡으며 마무리한 장건은 손을 탁탁 털면서 전각 쪽으로 돌아섰다. 그곳에는 멍청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짐작하기로 그들은 남궁가의 가손들일 터였다.
장건은 그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제일 앞쪽에 나선 청년을 향해 말을 걸었다.
“남궁?”
“···예?”
“남궁가 사람이냐고.”
그 청년은 두 눈을 끔뻑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나, 남궁상입니다···”
장건은 그 이름에 피식 웃었다. 그의 눈이 살아남은 남궁 씨들을 향했다. 대부분 이제 갓 스물이나 되었을까 싶은 청년들이었다. 장건이 나타나기 전까지 죽음을 각오하던 얼굴들이 지금은 모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멀뚱멀뚱한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벌써 몇몇은 장건을 경외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장건이 적들을 베어넘기는 것을 보고 그의 수준을 직감한 것이다.
그때 그들이 등지고 있던 전각 쪽에서 슬금슬금 아이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앞에 나와있는 청년들보다 조금 어린 소년, 소녀부터 대여섯 살은 되었을까 싶은 꼬마들도 있었다. 신기한 점은 원주민의 핏줄로 보이는 아이들도 많았다는 것이었다.
장건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본 남궁상이 그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왜 나왔어! 여긴 아직 위험해! 모두들 어서 들어가!”
“하지만 소가주님···”
“지금은 대꾸할 때가 아니다! 어서 안으로 돌아가!”
장건은 눈썹을 까딱이며 남궁상에게 시선을 돌렸다. 소가주라면 보통 가문의 후계자를 말한다. 그런데 그런 지위를 감안하면 남궁상에게 느껴지는 기세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마공의 기세가 희미했다.
하지만 장건이 묘한 표정을 지은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장건이 그를 바라본 이유는 이미 적이라고 할만한 자들은 점혈당한 지휘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쓰러져 죽어 있는 상황에 아직 위험하다고 말한 점 때문이었다.
그건 남궁상이 장건을 아직 아군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사실 갑자기 나타난 장건의 등장을 생각하면 이상한 태도는 아니었다.
“신중하군.”
아이들을 다그치던 남궁상은 그 짧은 한마디에 움찔 떨었다가 천천히 몸을 돌려 다시 장건을 마주 보았다. 장건도 그와 눈을 마주쳤다. 두 남자는 잠시 입을 다물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의 분위기가 묘해지자 다른 청년들도 이상함을 느끼고 천천히 무기를 잡아갔다. 물론 그들의 표정은 볼만했다. 조금 전 패왕보의 무사들이 종잇장처럼 썰려 나가던 걸 지켜본 입장에선 당연한 얼굴이었다.
그때 장건이 조조와 함께 훌쩍 뛰어넘었던 담벼락 쪽 대문에서 뒤늦은 무림정천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은 장건과는 다르게 좁은 담벼락 사이 때문에 말에서 내린 모양인지 두 발로 달려오고 있었다.
장건만큼이나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남궁상과 청년들이 화들짝 놀라 무기를 다잡았다. 하지만 곧 그들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다가오는 사람들 중 남궁가의 무사들을 발견한 것이다.
“소가주!”
“어, 누구··· 설마 당숙?”
남궁가 무사 중에는 남궁천이 있었다. 그는 한쪽 팔도 없고 무공도 없으면서 제일 앞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남궁상은 처음엔 그의 늙수그레한 얼굴을 못 알아보겠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다가도 곧 깜짝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다, 당숙이 어떻게? 분명 궁을 배신했다고···”
중얼거리던 남궁상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는 남궁가 무사들을 제외한 무림정천대를 쭉 돌아보다가 장건에게서 그 시선을 멈췄다. 남궁상은 그가 조금 전 패왕보 지휘관에게 했던 소개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장··· 건···!”
연초를 하나 말아 물던 장건은 그런 남궁상의 경악에도 대수롭지 않게 턱을 까딱이고는 검지로 불을 붙였다. 연초 끝이 발갛게 타며 하얀 연기가 흘러나왔다.
경악한 것은 남궁상만이 아니었다. 무림정천대 무사들도 그 마당에 잔뜩 늘어져 있는 마인들의 시체 수십을 보며 새삼 놀랍다는 눈으로 장건을 바라보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들은 그 모든 시체들이 일격에 끝났다는 걸 쉬이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상을 바라보는 고수는 장건이 펼친 이기어검의 흔적 또한 볼 수 있었다. 그 흔적을 알아볼 정도의 고수, 황실 태학사 순우현은 깊게 가라앉은 눈을 들어 장건을 바라보았다.
장건은 그와 무림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든 무심하게 연초를 피울 뿐이었다.
* * *
남궁가 사람들은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죽은 가문 사람들을 제왕전帝王殿, 그러니까 장건이 나타나기 전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전각의 마당으로 끌어모았다. 죽은 이들은 노인부터 여자, 아이 가릴 것 없었다. 거기에 남궁 씨는 물론이고 하인으로 일하던 원주민들의 시신도 많았다. 살아남은 자는 제왕전에 모여있던 사람들뿐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요?”
“가주님은 애하화 농장에 남으셨소. 그분 몸 상태가 좋지 않소이다.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오, 소가주.”
남궁상은 제왕전 앞마당에 줄지어 늘어선 시신들을 바라보며 남궁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표정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지금의 가문을 황군에게 바치고, 미래를 얻는다? 더는 황제의 개들에게 쫓기지도, 사람 잡아먹는 마공도 필요 없는 미래를? 하지만 그를 위해선···”
그는 괴롭다는 듯 눈을 감았다. 남궁천은 뭐라 더 말하지 못하고 그 곁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 사람 모두 그 미래를 위해 지금의 가문이 어찌 될지 그려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두 사람을 향해 순우현과 무림정천대의 무인들이 다가왔다. 순우련은 괴로워보이는 남궁상의 얼굴을 보며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난 순우현이네. 순우 선생 정도로 불러주게.”
“순우··· 황군이시겠군요.”
“그렇네. 시간이 없으니 거두절미하고 일단 묻겠는데, 이 습격자들은 뭐였나? 마궁의 가문끼리 내전이라도 벌어지는 것인가?”
남궁상은 마궁이라는 단어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순우현의 질문에 대답했다.
“저들은 패왕보의 무사들입니다. 말하자면 사공의 병력이죠.”
“그 병력이 왜 남궁가를 공격한단 말인가?”
“처음엔 저도 그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지만 이젠 알겠습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찾아온 덕분에요··· 그들은 남궁가가 배신자라며, 절 잡아 젓갈을 담가서 아버지에게 먹인다더군요.”
순우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남궁가의 전향을 패왕보에서 알았다는 말인가? 어떻게? 전향하지 않은 다른 두 마가주는 죽었고, 그 부하들 또한 살아 돌아가지 못했는데?”
“사공에겐 천리안이 있습니다. 거리에 따라 굉장히 많은 시간과 제물이 필요하지만 어쨌든 이 신대륙 안이라면 최대 이삼일 안팎의 사건을 살필 수 있는 술법이죠. 물론 그것도 살펴보려는 장소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의미가 있는 술법이지만, 아무래도 사공은 계속 서쪽 군대를 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순우현은 아차 하는 얼굴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래, 그놈의 주술이니 술법이니 하는 게 있었지··· 이런···”
그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이 되었는데, 양굉만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옆에 있던 장건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문제요? 남궁 씨가 전향한 게 들킨 게 그렇게 문제요?”
팔짱을 끼고 연초를 태우던 장건은 뚱한 눈빛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물론 양굉은 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 히죽 웃었다.
장건이 말했다.
“···남궁가의 전향을 안다는 건 우리가 패왕보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안다는 말이지. 그들이 대비하고 있으리라는 이야기기도 하고.”
“아하. 우리 기습이 기습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그 천리안이라는 거 그렇게 쉽게 쓰지는 못하는 거 아니오?”
양굉의 반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그 시선에 양굉이 살짝 겸연쩍어하는데, 순우현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인가?”
“아니 그··· 뭐냐, 방금 여기서 이 양반한테 싹 쓸려나간 놈들을 생각해보시오. 우리가 이쪽으로 이동하는 걸 알았으면 그놈들이 그러고 있었겠소?”
“···우리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다?”
순우현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양굉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봅시다. 이게 어차피 놈들도 어떻게든 의식을 치르려 버둥거리지 않겠소? 우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걸 막으려 들 것을 알 테니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소. 우린 공격하고, 놈들은 막아야 하지. 그리고 정 놈들 방비 태세를 알고 싶으면 알아내면 그만이지 않소?”
“어떻게?”
“어떻게는. 이 양반이 한 놈 잡아뒀잖소.”
양굉은 다들 오늘 왜들 이러냐는 듯 주변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 장건만 연초를 문 채 씩 웃었다.
* * *
패왕보 지휘관의 심문은 조금 뒤로 밀렸다. 무림정천대는 일단 배부터 출발시키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또 쉬는군. 너 이러다 진짜 옆구리에 살이 뒤룩뒤룩 찌겠다.”
장건은 조조의 뺨을 토닥이며 그렇게 말했다. 녀석은 괜히 시비 걸지 말라는 듯 투레질을 하며 코로 장건을 살짝 밀었다.
배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무림정천대는 남궁가에 모든 말을 남겨두고 가기로 했다. 당장 남궁가의 상황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배 안에 타지도 않을 말을 실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배의 속도를 위해 무게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궁가 청년에게 조조를 맡긴 장건은 몸을 돌렸다. 옆에 남은 남궁 씨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고 있는 남궁상이 보였다.
그를 비롯한 남궁가 청년 몇이 합류했는데, 일단은 배의 운영을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들은 지난 사흘간 신나게 말을 달리느라 지금은 쉬어야 했다. 이 휴식이 끝나면 패왕보를 공격해야 하는데 배 다루는 일에 기력을 쓸 여유가 없었다.
장건의 눈에 남궁가의 부둣가와 무림정천대가 승선하는 배가 보였다. 그 배는 패왕보 무사들이 타고 온 배였다. 남궁가의 다른 배도 있었지만, 당장 움직일 준비가 된 배가 있으니 그걸 타기로 한 것이다. 분명 호수 안에서만 오가는 배였음에도 상당한 크기였다. 거의 범선 수준이었으니까.
장건이 올라온 후 그 뒤로 남궁가 사람들이 승선하고, 곧 닻을 올리며 배가 출발했다. 부둣가에 선 아이들과 몇몇 어른들이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저들 입장에선 늦은 오후 습격으로 가문이 쑥대밭이 된 상황에 뜬금없이 서쪽에서 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수장마저 데려가는 것처럼 보일 터였다.
잠시 갑판에 서서 그들과 그 옆에 있는 조조를 바라보던 장건은 몸을 돌려 배 안쪽으로 움직였다. 그는 사다리에 가까운 계단을 내려가 배 깊은 곳으로 나아가 굳게 닫힌 문을 앞두게 되었다.
장건은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순우현과 혁련위진, 제운성, 섬지영 등등 무림정천대의 주요 인물들이 방 안에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들 너머 방구석에는 마인 하나가 뻣뻣하게 굳은 몸을 의자에 묶여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장건을 노려보고 있었다. 광신에 가까운 결연한 의지가 빛나는 눈이었다.
“시작했소?”
“아니. 아직. 자네 점혈을 함부로 만질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순우현의 대꾸에 장건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성큼성큼 마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거침없는 손길로 마인의 몸뚱이를 푹푹 찌르기 시작했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약간 당황하는 와중에, 금방 볼일을 마친 장건은 손을 탈탈 털고는 허리띠를 붙잡고 삐딱하게 섰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마인은 두 눈을 끔뻑거리면서 그런 장건을 바라보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안색이 창백해졌다.
마인의 전신에서 으드드득하는 뼈 으스러지는 소리와 찌지직하며 근육 찢어지는 섬뜩한 소리가 선실 안에 낮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