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 * *
육지에 발을 디딘 무림정천대는 숲속 몸을 숨기면서도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 강변 쪽에는 배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기도 했다. 이후 무림정천대는 아직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시간이 있음을 확인하고 일단 이 일대를 정찰하기로 했다. 여상륭의 증언으로 만든 지도와 실제 지형을 비교해봐야 했다.
정찰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강 주변은 대부분은 나무가 무성한 숲이었고, 그런 장소에 새워진 마궁의 건축물은 너무 눈에 띄었다. 특히나 그냥 건축물도 아니고 우뚝 하늘로 솟은 탑과 요새니 더더욱 찾는 게 어렵지 않았다.
강 한가운데 있는 성채 안은 볼 수 없었지만 탑 주변에서 바쁘게 오가는 마인들의 모습 또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마 잠시 후 있을 의식의 준비인 듯 보였다. 줄에 묶여 끌려다니는 원주민들도 뜨문뜨문 보였다.
“···어떻게 저기 요새를 지을 생각을 했지?”
순우현이 멀리 보이는 성벽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실제로 와서 확인한 패왕보와 세 개의 탑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강이 넓었기 때문에 그건 마치 호수 한가운데에 성이 솟아 있고, 다시 그 호수를 둘러싼 세 개의 탑이 세워져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쪽 탑에서 저쪽 탑으로 가려면 배로 강을 건너거나 요새로 연결되는 다리를 거쳐 이동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건 여럿으로 나뉘게 될 무림정천대가 서로 합류하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자 위험이 훨씬 커질 것임을 말하고 있었다.
패왕보를 바라보던 순우현이 몸을 돌렸다. 각 탑으로 이동할 인원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곧 해가 지네. 의식이 시작될 시간이지. 모두 자정이 되기 전에 탑을 무너뜨려야 하네. 각 탑에 있을 병력들보다 우리 쪽이 훨씬 모자라기 때문에, 정면으로 돌격하는 것보다는 가능한 한 은밀히 숨어들어 폭약을 설치하고 물러서게. 이후엔··· 다른 쪽을 도와주어야겠지만, 피해가 크다면 그냥 물러나게. 의식을 막는 게 실패한다면 어떻게든 진동장군께 그 사실을 전달하기라도 해야 하니까.”
각 별동대의 수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의 섬지영, 무림맹의 혁련위진, 그리고 남궁가의 남궁천이었다.
마지막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우현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괜찮겠나?”
“걱정하지 마시오. 내 젊은 친구들 발목을 잡지는 않을 거니까.”
남궁천은 씨익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순우현은 그를 배에 남겨두려 했었다. 남궁천은 어쨌든 무공을 잃고 노쇠한 사람이었고, 반쯤은 병자나 다름없었다. 이번 싸움에 도움이 될지는 둘째치고 과연 그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남궁천은 본인의 강력한 의지와 그의 지휘를 받아들이겠다는 남궁가 무사들의 뜻으로 결국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심지어 배에서 따라온 남궁상과 남궁가 청년들 또한 별말 없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순우현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곧 각 별동대가 몸을 돌려 어둑해지기 시작한 숲속으로 움직였다. 이제 각자의 자리로 움직여 작전을 시작하게 될 터였다.
그때 제가 쪽으로 합류해 움직이던 여자 무사 하나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당장 움직이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장건과 순우현, 그리고 다섯 명의 황군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별동대보다 그 숫자는 훨씬 적었지만, 가장 강한 별동대였다. 장건과 순우현이 함께 있었으니까.
강 건너 패왕보를 바라보던 장건은 문득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그 여자 무사와 눈을 마주쳤다.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장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녀가 몸을 돌리며 드러난 등에는 가죽 가방 하나가 메여 있었다. 장건은 멀어지는 그녀와 그 가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멀어지는 그녀의 오른쪽 팔뚝에는 낡은 천 조각 하나가 묶여서 팔랑거리고 있었다.
“왜 그러나?”
장건이 엉뚱한 곳을 바라보자 순우현이 말을 걸었다. 장건은 뭐라 대꾸하진 않고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리며 고개만 저었다. 순우현은 그런 장건과 멀어지는 여자 무사를 번갈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음, 그럼 우리도 이동하세”
“잠깐.”
움직이려던 순우현은 발걸음을 막는 장건의 목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나?”
장건은 멀리 패왕보 성채를 바라보며 말했다.
“배에서 내릴 때부터 생각난 건데, 다른 별동대와는 달리 우린 굳이 숨어서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소.”
“···그게 무슨 말인가?”
순우현의 멍한 되물음에 장건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장건은 씨익 웃었다.
“아까 정찰하면서 보니 각 탑에 상주하는 마인들이 너무 많소. 아무리 운이 좋아도 폭약을 설치하는 동안 각 별동대는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이오.”
“···그래서 뭘 어쩌려고?”
“우린 당당하게 갑시다.”
장건의 대꾸에 순우현은 물론 함께 있던 황군들도 잠시 말을 잊었다. 장건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가 정면으로 쳐들어가 소란을 일으키면 저놈들은 각 탑의 병력을 성채로 소집할 수밖에 없을 것이오. 그 틈에 별동대들이 탑을 무너뜨리는 거지.”
황군 무사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그렇게 되겠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상관인 순우현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혹한다는 얼굴이었다.
“···처음 우리가 등장하면 그 숫자 때문에 급하게 의식을 진행하기보다는 일단 우릴 잡아서 상황을 알아내려 하겠지. 주둔 병력을 말아먹고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는. 자네와 내 무력을 생각하면 아주 나쁜 생각은 아닌데··· 왜 배에서 계획을 짤 때 말하지 않았나?”
“말했잖소. 방금 떠올랐다고. 그리고 별동대들도 조금 위기감을 가져야 하지 않겠소?”
황군 무사들의 표정이 해쓱해졌다. 이 젊고 늙은 괴물 둘은 정말 저 성채에 정면으로 쳐들어갈 기세였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순우현은 허허 웃었다.
“괜찮군. 그렇게 하세. 괜히 위험하게 절벽 같은 거 탄다고 꼼지락대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겠군. 시원시원하기도 하고.”
황군 무사들의 고개가 푹 처졌다. 순우현이 하고자 하니 말릴 수 없었다. 그들은 계급이 낮은 무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중원 최강의 군대니 뭐니 해도 결국 군대는 군대고, 까라면 까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장건만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그렇게 장건과 순우현, 황군 무사 다섯은 하늘이 황혼으로 물든 가운데 패왕보 성채로 이어지는 돌다리를 향해 움직였다.
* * *
패왕보의 경비는 대체로 지루한 편이었다. 원래라면 동부에서 이곳을 쳐들어올 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황군은 서쪽 멀리 있었고, 근방의 원주민 부족들은 진즉에 박살이 나서 흩어졌다. 말이 경비지 사실 그냥 시간 죽이기에 가까웠다.
그랬던 것이 최근 며칠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패왕보의 주인인 사공이 철저한 경계를 명령한 탓이었다. 태업하는 자는 엄하게 벌하겠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실제로 어제 강동공에게 태업이 걸린 사람은 목이 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패왕보와 삼왕탑은 애초부터 전투나 공성전을 생각하고 지어진 건축물이 아니라 술법적인 의미를 담고 건설된 건물들이었다. 때문에 탑과 성채로 이어지는 다리 주변의 나무들을 정리해 시야를 확보하는 정도가 할 수 있는 경계 작전의 전부였고, 그 외에는 그저 졸지 않고 경비를 서는 정도가 다였다.
그래서 굳게 닫힌 패왕보 성문 위에 선 패왕보 소속 강천량도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위로 끌어올리며 다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그렇게 다리 건너편 육지 쪽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사실 그곳을 정말 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얼마 전 패왕보에 잔뜩 들어온 원주민 노예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들 중 여자 노예들의 몸을 생각하고 있었다.
“···쩝.”
딴생각을 하니 자연스럽게 입맛을 다시게 되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료 원구룡이 실실 쪼개며 말을 걸었다.
“너 이 새끼. 뭔 생각을 하는지 눈에 훤하다, 새꺄.”
강천량은 그런 핀잔에 더 큰 소리로 입맛을 다셨다.
“쩝쩝. 거 문명인으로서 빨간 피부 야만인들은 당연히 몸으로 계도해 줘야 하는데 말이야··· 왜 건들지 말라는 거야?”
“그야 오늘 밤 의식에 쓸 제물들이라 더럽히면 안 되니까 그렇지, 새꺄.”
원구룡의 대꾸를 들으며 강천량은 씨익 징그럽게 웃었다. 말을 받아주는 걸 보니 이놈도 심심했던 모양이구나 싶었다.
“의식이라··· 그래, 그 의식. 시발 넌 그 의식이 진짜라고 생각하냐?”
“뭔 소리야? 의식이 진짜냐니? 오늘 밤에 진짜 하는 거 아니었어? 각 탑에서 제물들 목을 친다고 처형용 대도까지 몇 자루씩 챙겨갔는데.”
“아니 멍청한 새끼야, 그게 아니라···”
강천량은 가래를 모아 성벽 아래로 퉤 뱉었다. 누런 가래가 포물선을 그리며 강으로 떨어졌다.
“···진짜 천년 전도 더 전에 죽은 사람이 부활하겠냐고.”
원구룡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시발··· 가문 사람이나 술법쟁이들한테 그런 소리 하다 걸리면 뒈지는 거 알지?”
“그래서 너한테만 하잖냐··· 하, 시발. 내가 그래도 한때 서부에서 좀 먹어주던 놈이었는데. 이젠 윗놈들이 무서워서 말도 조심하네, 시발.”
강천량의 한탄에 원구룡은 다시 실실 쪼갰다.
“이 새끼가 십 년도 더 전 이야기를 하고 있네. 그럼 그때로 돌아가서 마공을 익히질 말던가.”
“그랬어야 했나보다, 시발. 그때 신공이니 뭐니 헛소리 하는 새끼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신공은 개뿔. 저질 마공이나 던져주는 새끼들이··· 그냥 서부에서 계속 도적질이나 하면서 살았어야 했어. 물론 그랬으면 진즉 뒈졌겠지만. 큭큭.”
그 후에도 둘은 한참을 낄낄거리며 상관을 욕하고 음담패설을 지껄였다. 그들처럼 태업하던 동료가 바로 어제 목이 잘렸지만,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지금 강동공과 사공을 비롯한 술법사들은 모두 오늘 있을 의식 때문에 여기까지 나와볼 여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떠들고 있으려니 곧 주변이 어두워져 그들은 화로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 내가 그년을 어떻게 해줬느냐면···”
이후에도 강천량은 원구룡이 떠드는 소리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하품을 했다. 교대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그때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다리를 바라보았는데,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햐··· 그때가 진짜 날려주던 때였는데. 가끔은 황군이고 무림맹이고 따지지 말고 그냥 서부로 돌아갈-”
“야, 시발. 잠깐 닥쳐 봐.”
“뭐? 왜? 누가 왔나?”
“···누가 오긴 왔는데.”
강천량의 눈에 저 멀리 어두컴컴한 숲에서부터 터벅터벅 걸어 나와 패왕보와 연결된 다리 위로 올라서는 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뭐지? 누가 오기로 했었나?”
“아니 그런 얘기 없었는데··· 게다가 오늘 밤 의식이 있다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라 했잖아. 시발, 이딴 곳을 누가 찾아오느냐고 혼자 욕했었는데···”
두 마인은 그들이 성큼성큼 다리를 건너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어느새 그들이 성채 가까이 다가오고 나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정지! 거기 멈춰라!”
그 목소리에 두 그림자가 멈췄다. 태양이 서쪽으로 넘어간 이후라 사방이 어둑한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이 성채 가까이 다가온 덕분에 강천량은 그들의 행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젊은 남자 하나와 왜소한 노인 하나였다. 혹 다른 가문에서 온 사람들일까 싶어 고민하던 강천량은 그냥 원칙대로 하기로 했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오늘 밤 이 성문은 열리지 않는다! 썩 꺼져라!”
꺼지라고 외치는 부분은 지금이 아니면 마가 사람들에게 언제 욕해보겠냐는 마음에 외친 소리였다. 그 소리에 이쪽을 올려다보던 청년과 노인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선 언제나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폭포 소리 사이에서, 얼핏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평범한 반응이군. 오늘 밤 우리가 올 것을 알았을 텐데.”
“정문으로 당당히 찾아올 줄은 몰랐을 것이오.”
“허허. 그건 또 그렇군. 그럼 어떻게 시작할까? 병력을 끌어드리려면 하나는 살려야 할 것 같은데. 자네가 하겠나?”
“그냥 내가 칼 뽑는 게 보고 싶은 거 아니오?”
“그것도 맞네. 자넨 검기성강을 이루는 법도 아직 안 알려줬어. 그러니 옆에서 보고 훔쳐 배워야 하지 않겠나.”
강천량과 원구룡은 그 대화를 들으며 멍청히 서로를 돌아보았다. 영문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 새끼들 뭐지?”
“일단··· 보고를 하는 게···”
그때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저 문은 그쪽이 여시오.”
강천량이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실실 웃었다.
“뭐 하는 병신들이-”
그 순간 사방이 어둑한 가운데 그 남자의 허리춤에서 무언가가 시퍼렇게 번쩍 빛났다. 그 빛은 강천량이 뭘 어떻게 반응하기도 전에 삼 장 높이의 성문 위까지 푸른 궤적을 그리고 다시 남자에게로 되돌아갔다.
“···어?”
천강량이 멍청한 소리를 냈다. 원구룡 또한 뭐가 뭔지 몰라서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천강량의 머리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이후 머리를 잃은 몸 마저 조금 뒤늦게 풀썩 쓰러져버렸다.
“···시, 시발!”
그걸 본 원구룡이 경악하는 동안 아래쪽에 있던 왜소한 노인, 순우현은 고개를 살살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거 검기성강이나 그거나 마찬가지군. 그냥 봐서는 못 따라 하겠어.”
장건은 칼집으로 되돌아온 청룡을 추스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순우현은 양어깨를 빙빙 돌리며 말을 이었다.
“좋아, 어쨌든 이쪽도 할 일을 해야겠구먼.”
그는 허리를 곧게 펴고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상체를 부풀렸다. 그러자 왜소하던 그의 체구가 잠시지만 세 배는 커진 것처럼 보였고, 다음 순간 쏘아진 포탄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포탄의 목표는 굳게 닫혀있는 패왕보의 성문이었다.
“흡!”
쭉 뻗어나간 순우현의 양손과 성문이 충돌하자, 꽝-하는 묵직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걸려있던 빗장이 우지끈 박살 나며 큼직한 성문이 활짝 열렸다. 부서진 빗장의 파편들이 성문 뒤로 흩뿌려졌다.
“···후우-”
순우현은 활짝 열린 성문 앞에서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장건을 돌아보면서 씨익 웃었다.
“이 늙은이도 아직 쓸 만하지?”
“아무도 선생을 늙은이라 부르지 못할 것이오.”
그들이 그렇게 짧은 대화를 하는 동안 위에 있던 원구룡은 성문이 박살 났음을 깨닫고 벌벌 떨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패왕보는 공격받고 있었다.
“으아아!”
원구룡은 당장 옆에 있는 망루로 달렸다. 그곳에 위급 시 울리는 종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서 장건과 순우현은 그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도 굳이 막으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두 사람은 이곳에 소란을 일으키러 온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땡땡땡-하는 종소리가 패왕보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