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259)
진서하 외전 15화
가까이 다가온 그 악사는 아주 그럴듯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그건 좋게 말하면 귀공자라는 말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성을 후리고 다닐 관상이라는 뜻이었다.
그의 등장에 일행은 잠시 서로를 돌아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뜬금없이 말을 걸어온 것도 걸어온 것이지만 그 내용이 참 뜬금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그렇게 무시하고만 있을 수도 없어서 진서하가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날 말하는 건가요?”
“당연하지요, 소저. 조금 전부터 당신의 모습을 보고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혹 폐월수화閉月羞花라는 말을 아시는지요? 정말 당신 앞에선 보름달이 빛을 잃고 꽃도 부끄러워할 듯합니다. 어쩌면 몇백 년 전 시인 이백이 당신의 탄생을 예견하고 그런 시를 읊었는지도 모르지요. 부디 바라건대, 그대의 이름을 알려주오.”
알리사야 중원 말을 거의 모르니 무슨 소린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진서하와 이환, 옆에서 새 물병을 가지고 오던 주점 주인까지 그 악사의 말을 듣게 된 사람은 모두 얼굴이 요상해졌다. 이건 무슨 참신한 미친놈인가-하는 표정이 된 것이다.
진서하의 용모는 분명 미인이라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무공으로 단련된 몸은 날렵했고, 짙푸르게 반짝이는 두 눈은 신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동시에 최근 이틀 동안 제대로 씻지를 못해 조금 지저분한 것은 물론 지난날 무림맹에서부터 비를 맞고 로마인들과 싸우느라 옷이 해져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당장 지금은 열심히 밀떡을 씹고 국물을 마시느라 입술과 손에 기름기가 반들거리고 있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떠오르는 제 생각을 여과 없이 말했다.
“혹시 어디 아프세요?”
더 이상한 건 악사의 반응이었다. 황당하다는 사람들의 반응이 도리어 어리둥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중얼거리는 것이다.
“이게 아닌가?”
주점 주인이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자네, 아까 좀 많이 놀란 모양이구먼. 괜히 최 씨 때문에 미안하게 되었네. 그 친구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우리 마을 의원 양반한테 좀 가보겠나?”
“난 괜찮소. 아픈 곳 없소.”
“···그럼 대체 왜 그러나?”
“왜라니?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하여 그 이름을 알고 싶은 건데?”
그때 구석 쪽 골패를 치던 탁자에서 누군가가 푹-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그는 본인의 패를 내려놓고 이쪽으로 다가와 악사의 어깨를 붙잡은 주점 주인의 손을 자연스럽게 밀어내며 그 옆에 섰다. 그의 입엔 연초 하나가 물려 있었다.
그가 곧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일행을 둘러보았다.
“아이고,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이 친구가 좀 모자란 친구라서요, 하하. 불편하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요, 관 선배? 내가 왜 모자라?”
연초를 문 남자는 웃는 낯 그대로 낮게 속삭였다.
“넌 입 좀 다물고 있어라, 모지리야.”
“모지리라니. 그건 아무리 관 선배라도 참아줄 수 없는 모욕이군.”
“못 참으면 어쩔 건데, 새캬.”
“대주한테 이를 거요.”
남자의 미소가 파르르 떨렸다.
“···이런 옹졸한 새끼.”
“그것도 이를 거요. 지난번에 언어사용을 조심하라고 두 달을 감봉당했었지? 이번엔 어찌 될지 봅시다.”
“야 임마!”
“뭐 문제 있소?”
뜬금없이 둘이 말다툼을 시작하는 모습에 진서하 일행은 황당함을 넘어서 약간 얼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중원 말을 못 알아들어 사정을 모르는 알리사만 다른 사람들이 손을 멈춘 틈을 타 열심히 음식을 집어 먹었다. 그녀의 볼이 금세 빵빵해졌다.
이후에도 두 사람이 뭐라 말을 더 나누다가 결국 서로의 멱살까지 잡아가자, 보다 못한 이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 난 이환이라고 합니다. 일단 통성명이나 하시죠!”
연초를 문 남자가 반색했다.
“오, 사리가 밝은 분이시군. 난 관량이라고 하외다.”
“난 남··· 빈이오.”
이환은 여전히 서로의 멱살을 붙잡은 채인 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관량, 남빈. 우리에게 볼일이 있습니까?”
“아니 없는-”
“소저의 이름을 알려주오.”
남빈은 멱살이 잡힌 와중에도 어딘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진서하를 바라보며 그리 물었다. 진서하는 그 순간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그건 관량이라는 남자도 마찬가지였는지 붙잡은 멱살을 탈탈 털며 말했다.
“야 이 모지리야, 내가 몇 번을 말했냐? 협객지 같은 거 보고 여자 꾀려 들지 말라니까?”
“내가 언제 협객지를 봤소?”
“언제긴 새꺄, 어젯밤에도 본 거 다 알아.”
“남의 일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소? 나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소이다.”
“이거 웃기는 새끼네. 그럼 보이는 걸 못 봤다고 하냐?”
“그럼 좋겠군. 본다고 다 떠들고 다니면 나도 할 말 많소이다.”
“해 봐! 해 봐 새꺄!”
“하라면 못 할 줄 아시오?”
둘의 대화가 다시 시작되는 걸 본 이환은 일단 둘이 누군지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직접 물어봐야 대답이 나오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아서 그냥 옆에 있는 주점 주인에게 물었다.
“뭐 하는 사람들입니까?”
“일단 손님이지. 나흘 전부터 여기 같은 방 잡고 머무는 양반들인데··· 한쪽은 만날 골패만 치고, 한쪽은 구석에서 비파만 만지작거려서 이런 사람들인 줄은 몰랐는데···”
별 소득은 없었다. 그 와중에 둘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니 이젠 주점 안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이환이 화라도 내봐야 할까 생각하는 와중에, 진서하가 일어섰다.
“내 이름은 진서하에요. 됐나요?”
서로의 멱살을 탈탈 흔들던 관량과 남빈이 우뚝 멈췄다. 관량은 그 멱살을 툭 털고 그녀를 바라보며 머리를 굽실거렸다.
“아이고, 이거 미안합니다. 괜히 신경 쓰이게 해드렸군요. 쨔식아, 너도 사과해.”
“진서하, 진서하··· 과연···”
사과하는 관량과는 다르게 남빈은 그녀의 이름을 음미하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관량이 꼴값을 떤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뭐해 임마?”
“관 선배의 무례에도 함자를 알려주어 고맙소, 진 소저. 이 넓디넓은 천하에서 오늘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어떤 인연이 있었기 때문일 거요. 그것은 백 년의 인연일 수도, 혹은 천 년의 인연일 수도 있겠지. 어쨌든 믿을 수 없이 강력한 끈인 것만은 분명하외다.”
순간이지만 그의 묘한 눈빛과 말투에 진서하도 황당하단 표정을 지웠다. 여태 어디 한군데 고장 난 것처럼 굴던 것과는 다르게 남빈의 눈 안에선 어떤 굳은 심지가 빛나고 있었다.
“···인연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죠. 흑과 백, 음과 양이 도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의 연緣 또한 돌고 도는 법. 때문에 그것이 선연善緣일지, 악연惡緣일지는 시간이 더 흐르기 전까진 모르는 거예요.”
그 말에 남빈은 공손하지만 비굴하진 않은 모습으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좋은 견해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진 소저, 난 언제나 반드시 진 소저의 편에 설 것이라는 점이오.”
그렇게 말한 남빈은 휙 몸을 돌렸다. 멍하니 둘의 대화를 듣던 관량은 입에 물고 있던 연초의 재가 발등에 툭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이쪽을 향해 엉거주춤한 인사를 보내더니 이 층으로 올라가는 남빈을 따라 후다닥 올라갔다.
이환 역시 둘이 올라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서하의 깊게 가라앉은 표정이 보였다.
그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 아는 사이였습니까?”
“아뇨. 난 그를 몰라요. 하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되는군요.”
이환은 뒷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진서하는 더 말하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아버렸다. 다시 질문하기엔 어딘가 무거운 분위기에 이환도 그냥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둘은 다시 식사를 시작하려 탁자로 눈을 돌렸다.
[꺼억.]하지만 탁자 위 음식은 이미 대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진서하와 이환이 돌아보니 의자에 몸을 묻은 알리사가 반쯤 풀어진 눈으로 트림을 하고 있었다.
둘의 시선을 느낀 그녀가 어리둥절하다가, 곧 왜 그렇게 보는지 깨닫고 슬쩍 눈을 피했다.
[···도망 다니다 보니 빨리 먹는 습관이 생겨서··· 헤헤.]* * *
주점은 위층에 여관을 겸하고 있었다. 그래서 세 사람은 방 둘을 잡았다. 이환이 하나, 진서하와 알리사가 하나를 썼다.
전날 씻지 못한 것도 있어서 셋은 간단하게 세안이라도 하기로 했다. 진서하는 양굉에게 보낼 서신을 적어 주점 주인에게 전달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주점 뒤에 있던 창고 겸 새장에서 비둘기 몇 마리를 꺼내왔다.
주인장은 약간 아쉽다는 듯 비둘기들을 쓰다듬었다.
“···이제 가면 못 보겠지. 잘 가거라.”
같은 내용을 담은 전서구 셋이 날개를 펴고 출발했다. 적어도 하나는 양굉의 앞으로 전달될 것이다. 주인장은 날아가는 전서구들을 보며 말했다.
“정말 잡을 수 있겠소? 이제 와 하긴 좀 그런 말이긴 한데, 사냥꾼들 말고 마을 청년들도 놈을 잡겠다며 들쑤시고 다니다가 다친 녀석이 많소. 하나는 죽기까지 했지.”
“그 산사자가 사람을 해친 곳이 정확히 어딘가요?”
진서하의 질문에 주인장은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마을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계곡 하나가 있소. 원래는 마을 사람들이 가서 사냥도 하고, 나무도 해오고 하는 그런 곳이었지. 강이 흐르니 여름엔 멱도 감고 그랬소. 하지만 사람이 몇 죽고 나서는 얼씬도 못 하고 있소이다.”
“안내해주실 수 있나요?”
“안내? 그··· 나는 주점을 봐야 해서···”
안내를 해달란 말에 꺼리던 주점 주인은 곧 누군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최가 그 친구라면 도와줄 거요.”
“최가哥 라면, 아까 난동을 피우던 분 말입니까?”
옆에 있던 이환이 끼어들어 묻자 주인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나쁜 친구는 아니오. 그냥··· 아까 청년 하나가 죽었다고 했지? 그 청년이 최가 동생이었거든. 아, 그리고 그 친구 부인한테 안부 좀 전해주시오.”
일행은 일단 그를 찾아가 보기로 하고, 먼저 말부터 구하기로 했다. 나무판자로 지어진 마구간을 찾아가니 그곳 주인은 세 사람을 매우 반겼다. 최근에 말이 잘 안 팔린 모양이었다. 진서하는 회색에 긴 다리를 가진 녀석을, 이환은 갈색에 건강해 보이는 녀석을 구매했다.
알리사의 말은 날렵한 몸매에 새카만 녀석이었다.
[야호-! 달려라!]알리사는 최 씨의 목장을 향하는 동안 그 검은 녀석을 타고 신나게 달렸다. 놀랍게도 그녀는 굉장히 말을 잘 탔다. 제 몸에 몇 배는 될 녀석을 고삐 하나 가지고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밝게 웃는 소녀의 얼굴에선 불과 며칠 전까지 가득했던 불안과 경계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환이 그 모습을 보며 작게 말했다.
“···같이 가도 괜찮겠죠?”
“괜찮을 거예요. 본인도 자기 한 몸 지킬 수 있다잖아요. 실제로 로마의 술법을 쓸 줄 알고요. 지금 상황엔 괜히 떨어지는 게 더 좋지 않아요.”
그는 진서하의 대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머지않아 최 씨의 목장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릴 것도 없이 말발굽 달려오는 소리에 최 씨가 먼저 밖으로 나와 그들을 마주했다. 축사에서 일하다 나왔는지 그의 손에는 짚을 나르는 쇠스랑이 들려 있었다.
세 사람은 적당한 거리에서 멈추고 말에서 내렸다. 그들이 말에서 내린 걸 보고 최 씨가 먼저 말했다.
“아까 주점에서 본 외지인들이군. 무슨 볼일이요?”
이환이 앞장서 말했다.
“맹수 한 마리가 이 마을을 위협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 맹수가 출몰하는 계곡까지 안내를 좀 부탁하고 싶은데요.”
최 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림인들이요?”
이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중이떠중이들은 그놈 그림자만 봐도 목이 뜯겨나갈 거요. 실력을 증명할 수 있소?”
이어진 질문에 이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의 손에 들린 쇠스랑을 턱짓했다.
“찔러보십시오.”
“뭐요?”
반문을 했지만 최 씨는 바로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그래서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쉭-소리가 나도록 쇠스랑을 찔렀다. 기습적인 일격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탱-하는 소리와 함께 쇠스랑의 날 부분들이 부러지며 최 씨의 손에서 벗어났다. 최 씨는 믿기 힘들다는 눈으로 이환의 맨손과 쇳조각을 흩뿌리며 멀찍이 날아간 쇠스랑을 번갈아 보았다.
“···대단하군. 정말 그 산사자를 잡아주면 저 쇠스랑 물어내란 소리는 안 하겠소.”
“앗···”
이환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최 씨는 무슨 대답을 기다리고 한 말이 아니었는지 곧장 축사 안쪽으로 들어가 말 한 마리를 끌고 나왔다.
“바로 갑시다.”
“혼자 사십니까?”
“···그렇소.”
이환은 비파 소리 하나에 흥분하던 주점에서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최 씨가 곧장 출발하려 하기에 더 묻지 않았다.
오후 햇볕이 정점을 찍고 조금 선선해졌을 무렵 일행은 주점 주인이 말한 계곡에 이르렀다. 붉은 흙과 바위, 그 사이에서 자라난 키 작은 관목들과 누런 풀들이 그들을 반겼다. 수만 년에 걸쳐 계곡을 만들었을 강은 그것들 한가운데서 느긋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최 씨는 계곡에 어느 지점에 이르러 말을 멈췄다.
“여기에서 제일 처음 희생자가 발견되었소. 원래 주점 주인이었던 석 씨 아저씨의 시체였지.”
진서하와 이환, 알리사까지 말에서 내려 그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두 무림인은 이전에 오갔을 사람들의 흔적과 더 오래되어 이젠 흐릿해진 짐승 흔적을 발견했을 뿐이다.
“음. 다른 곳을 좀 더 봐야겠군요.”
“그렇게 해요.”
일행은 그 이후에도 최 씨의 뒤를 따라 계곡을 돌아다니며 흔적을 찾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전에 지나다닌 사람들의 흔적이었고, 산사자의 것은 유령처럼 흐릿하게만 남아있었다.
“이건··· 확실히 좀 이상합니다. 제가 전문적인 사냥꾼은 아니지만 이 흔적이 이상하다는 건 알겠군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네 번째 희생자가 있던 곳에서 이환과 진서하가 흙바닥을 살피며 그리 말했다. 그리고 최 씨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그들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엇? 이거···?”
그때 이환이 자갈에 깔려있던 조그만 털 뭉치를 발견했다. 진서하와 알리사가 얼른 다가와 그걸 살펴보았다. 하지만 무공은 잘해도 사냥에는 그리 전문적이지 못한 진서하라 봐도 그냥 짐승의 털이구나-싶을 뿐이었다.
[이거···]그런데 엉뚱하게 알리사가 그 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환이 그걸 보고 물었다.
[이거 뭔지 안다?] [알아? 라고 물어야죠. 그리고, 알 것 같은데요.]이환의 눈이 동그래졌다. 알리사는 로마 사람이었다. 세계 반대편의 동물에 대해 어찌 안다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알리사는 괜히 조금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려 했다.
“잠깐. 조용.”
그 순간 진서하가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녀는 갑자기 일어서며 먼 곳을 보았다. 일어서는 것만으로는 시야가 모자라는지 훌쩍 뛰어 말안장 위로 올라가기까지 했다.
“왜 그러십니까, 진 소저?”
“···불청객인지, 아닌지 모르겠군요.”
그녀의 눈에는 저 멀리 황야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말 두 마리가 보이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의 등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것은 비파였다.
그들은 남빈과 관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