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나뒹구는 마차와 우두커니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장건의 모습에 양굉 일당과 도적들 모두 잠시 얼이 빠졌다. 그렇게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하고 멍하길 잠시, 그나마 양굉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후다닥 장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나중에 나타난 도적들을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봤냐 이 새끼들아! 이제 이 마차는 우리 거다! 다 꺼져!”
도적들이나 양굉 일당이나 그 말에 겁을 먹기는커녕 양굉을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런 눈빛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장건을 돌아보며 말했다.
“헤헤, 장 형. 역시 대단하시오. 장 형 같은 고수가 우리 편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소. 마지막에 그건 뭐였소?”
“마지막에 뭐?”
양굉은 자기 단창을 어설프게 빙빙 돌리며 대답했다.
“막 이러면서 날아오는 창 잡은 거 있지 않소. 좀 멋있던데.”
장건은 양굉의 눈을 마주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글쎄. 이름은 아직 없는데. 가르쳐줄까?”
양굉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정말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헤헤 웃으며 말했다.
“···에이, 난 이미 근골이 굳어 새 무공 익히기 힘든 나이지 않소. 원래 익히던 것도 완전히 익히지 못했는데 뭘. 자, 마차 안이나 확인해 봅시다. 금은을 들고 튀어야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말에서 내렸다. 지켜보던 양굉의 일당도 다가왔다. 마차를 탈취하진 못했으니 이제 각자 들 수 있는 만큼 금은을 들고 튀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차로 다가가는 그들을 지켜보던 도적 중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멈춰! 마차에 손대지 마!”
여인의 목소리였다. 아까 떨어져 나간 도적을 부르던 여인과 다르게 단호함이 돋보이는 목소리였다.
양굉이 앞으로 나선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
“손대지 말라고? 뭐 시발. 우리가 손대면 그쪽이 어쩔 건데?”
“그 마차에 든 은전과 황금은 서위량이 이 땅의 사람들을 착취한 돈이다. 목장주의 눈물과 광부들의 피 섞인 기침이 깃든 돈이라고. 그걸 너희 같은 도적들이 훔쳐 가게 놔둘 것 같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칼로 양굉을 겨눴다.
“그냥 가라. 이 마차 습격은 우리가 한 일로 해줄 테니 그냥 꺼져.”
“···이런 시발! 미쳤냐? 너흰 도적 아니야? 그리고 이 마차를 멈춘 것도 다 우리가 한 일인데 왜 너희가 지랄이야! 진짜 다 뒈지고 싶냐!”
정확히는 거의 나 혼자 했지. 장건은 목덜미를 슬슬 긁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무작정 꺼지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는 생각엔 동의했다.
양굉의 외침에 잠시 아무 말 없던 여인은 갑자기 본인이 쓰고 있던 복면을 아래로 내려버렸다.
“언니! 뭐하는 거야!”
“수연아! 뭐 하는, 아, 아니 수연이 아니라, 그···”
다른 도적들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다. 개중엔 놀라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가 양굉 일당의 눈치를 보는 자가 있을 정도였다.
복면을 벗은 여인이 말했다.
“내 이름은 진수연. 갈취당한 목장주의 딸이고 피 토한 광부의 누나다. 우리가 도적질을 한 것은 본래 우리의 것을 되찾기 위함이고, 동시에 우리의 분노를 서위량과 손광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금과 은을 원하나? 그럼 여기 선 우리를 모두 죽여야 할 거야. 우린 그럴 각오로 여기 나타난 거니까.”
양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시발··· 도적단이 아니라 그냥 이 마을 양민들이라고? 어쩐지 칼 든 모양이 어설프더라니···”
“우릴 도적단이든 사파든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어. 우린 우리의 권리와 노동의 대가를 되찾으려는 것뿐이니까.”
그녀는 담담히, 그러나 차가운 분노가 가득한 두 눈으로 양굉을 바라보았다. 양굉이 그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는 동안, 다른 도적들도 거기에 어떤 감상을 받았는지 우후죽순 앞으로 나서며 복면을 내렸다.
노인과 이제 막 소년티를 벗은 남자, 중년의 여인과 소녀, 안색이 좋지 못한 중년인 등등. 건장한 어른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도적질을 하러 나타난 사람들이라기엔 어울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복면을 벗고 앞으로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어딘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기백이 있었다. 공씨 형제는 슬쩍 뒤로 물러나며 툭툭 양굉의 어깨를 쳤다.
“···저기, 빠지는 게 좋지 않을까? 진짜 이 사람들하고 싸우자고?”
“일단 살짝 물러나는 게 좋을 듯하오만. 저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둘의 모습과 당당히 자신을 내려다보는 저들의 모습에 양굉은 다시 한번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다가 좀 도와달라는 듯 장건을 돌아보았다. 장건은 그 눈빛에 피식 웃고는 다각다각 앞으로 나서서 자신도 휙 복면을 벗었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수연에게 말했다.
“일단 마차 안부터 좀 봅시다.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도 모르지 않소. 게다가 내 듣기로 원래부터 이 주변 목장 대부분과 금광은 손광의 것이었다니 저 마차에 든 모든 금은이 당신들 것은 아니지. 거기서 우리 몫만 적당히 챙길 테니 일단 봅시다.”
아무래도 그가 하는 말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경호원 셋을 눈 깜짝할 새에 쓰러뜨리고 갑작스러웠던 걸림돌 서상정을 처리한 것, 그리고 마차를 뒤집어엎은 것도 그였다. 그건 장건 혼자서도 이 마차를 털어버릴 수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진수연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장건이 억지로 하고자 한다면 그들은 막을 방법이 없기도 했다.
그걸 본 양굉이 얼른 마차로 다가가 반쯤 부서진 마차 문짝을 활짝 열어젖혔다. 공씨 형제도 그를 돕기 위해 얼른 옆으로 따라붙었다. 셋은 곧 마차 안에서 사람 하나와 작은 직사각형 쇳덩어리 하나를 끄집어냈다.
공평이 사람을 붙잡고 양굉에게 물었다.
“이놈이 그놈인가? 정보원?”
“그래. 강상주.”
강상주는 기절해서 의식이 없었다. 공평은 그를 옆에 대충 널브러뜨리고 얼른 쇳덩어리 옆으로 다가왔다.
“시발, 이거 금고야?”
“···그런 거 같은데.”
그들이 그걸 두고 머뭇거리자 장건과 검중찬, 그리고 도적들도 말에서 내려 우르르 다가왔다. 그들의 눈에 양옆에 손잡이 고리가 달린 직사각형 쇳덩어리가 보였다. 그리 크지는 않았는데, 금괴와 은전만 담았다 치면 작은 것도 아니었다.
공평이 그것을 살펴보는 양굉에게 물었다.
“뭐야 시발. 이거 열 수 있어? 열쇠 구멍도 안 보이잖아?”
“가만있어 봐 좀. 시발, 저 새끼가 이런 이야기는 안 했는데···”
“저 새끼? 저놈? 강상주?”
양굉이 고개를 끄덕이자 공평은 대뜸 기절한 강상주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
“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쫙쫙하는 소리가 울리는 것이 보통 세게 때리는 것이 아니었다. 덕분인지 강상주는 어버버 놀라 깨어나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공평은 그런 강상주를 배려할 생각이 없는지 다시 그 뺨을 후려쳤다.
“시발, 정신 차리고. 야, 저거 어떻게 열어?”
“뭐, 무슨, 이게 무슨···”
공평은 답답했는지 그런 강상주의 얼굴을 다시 후려치려 했다. 그때 공랑이 그 손을 잡으며 공평을 밀어내고 강상주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강상주?”
“···마, 맞소. 내가 강상주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소?”
“···그, 도적들이 나타나고, 서상정이 그들을 막으려 마차 천장으로 올라갔는데···”
공랑은 혼란스러워하는 강상주의 턱을 잡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했다.
“그래, 대충 다 이해하시는군. 그럼 우리와 했던 거래도 기억하시오?”
“거래···? 아! 무, 물론. 물론 기억하지.”
고개를 끄덕인 공랑은 붙잡은 강상주의 턱을 확 끌어 쇳덩어리를 바라보게 하고는 말했다.
“거래가 기억난다니 다행이군. 자, 그럼 저거 어떻게 여는 것이오?”
하지만 강상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눈알을 빙빙 굴리며 눈치를 보았다. 그걸 본 공평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말했다.
“이 새끼! 말 안 해? 거래했잖아!”
“거, 거래고 나발이고! 원래 거래엔 다섯이 전부였잖아! 저놈들 뭔데! 저 년놈들 이 주변 마을 사람들이잖아! 목장 사람들! 다 알아! 그리고 이렇게 날 붙잡고 있는데 거래는 무슨 거래! 제, 제기랄! 바, 방법을 알려주면 날 죽일 거지? 나, 난 저, 절대 말 안 해!”
“뭐, 뭐 시발?”
공평의 얼굴이 다시 벌게진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양굉이 그를 막고 공랑마저 강상주를 놓고 물러나게 한 다음 강상주 앞에 쭈그려 앉아 차분히 달래듯 말했다.
“이 친구야. 우리가 거래한 거 잊었나? 우리 같이 일 치르고 돈 나눠서 찢어지기로 했잖아. 자네가 저걸 여는 법을 알려줘야 우리가 돈을 나누지. 그 돈으로 도박 빚 갚고 중원으로 건너간다며? 장안을 구경하는 게 소원이었다며? 그럼 돈을 나눠야지. 안 그래?”
“···나, 날 안 죽일 건가?”
양굉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안 죽이지, 이 친구야.”
“죽인다.”
양굉은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다가, 말이 들린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선 진수연이 굳은 얼굴로 팔짱을 끼고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양굉이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뭔 소리요?”
“호 씨 부부를 집에 가두고 불 지른 게 그놈이다. 그놈은 살려줄 수 없어.”
진수연의 단호한 대답에 양굉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벙긋거리며 강상주와 그녀를 번갈아 보다가 꽥 소리를 질렀다.
“시발! 그럼 일단 저거 여는 법 알아내고 죽이던가! 왜 갑자기 끼어들어!”
진수연은 대답 없이 굳은 얼굴 그대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겨우 진정하는 듯하던 강상주는 다시 창백해진 얼굴로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라며 소리를 치고 공평은 그런 강상주를 쥐어패겠다는 듯 꽥꽥댔다. 도적들은 저마다 강상주와 서위량, 손광을 욕하며 고함을 질렀다. 양굉은 대답 없는 진수연에게 손가락질하며 뭐라뭐라 계속 욕을 했다.
햇볕은 쨍하고 마차가 쓰러지며 일어났던 먼지는 착 가라앉은 가운데, 사람들은 저마다 흥분해서 꽥꽥거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칼을 뽑을 것 같지는 않아서 지켜보던 장건은 털털 웃어버렸다.
“개판이 끝나질 않는군.”
“···개판이라. 딱 맞는 말이오.”
장건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검중찬이 비슷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장건은 그런 검중찬을 돌아보며 물었다.
“팔은 괜찮소? 아까 보니 좀 심각해 보이던데.”
“···좋은 약을 쓰면 낫겠지. 괜찮소.”
“좀 봅시다.”
“아, 아니, 잠깐-”
검중찬은 장건의 손을 피하려 했으나 그보다 붙잡히는 것이 더 빨랐다. 장건은 그의 상처가 난 오른 팔뚝을 붙잡고 조심스레 살폈다.
“음. 상처가 큰데 피는 금방 멎었군. 힘줄도 크게 상한 게 아니고···”
“···의술이라도 배웠소?”
“어릴 때 잠깐. 돌팔이긴 한데 외상은 잘 보는 편이오.”
그렇게 팔뚝을 살피던 장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손안에서 느껴지는 검중찬의 팔 근육과 피부에서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장건은 무의식적으로 붙잡은 검중찬의 팔뚝에 내공을 흘려보내려다가 멈췄다. 신대륙 원주민과 다르게 무림인은 함부로 그런 짓을 했다간 칼 맞을 수 있었다.
장건은 내공을 가라앉히고 풀었던 본인의 복면으로 상처를 감싸 묶으며 말했다.
“일단 생각보다 크게 상한 부분은 없군. 아까 봤을 땐 칼도 제대로 못 드는 것 같더니. 나중에 좋은 금창약만 발라줘도 될 것이오.”
“···그렇소? 다행이군.”
검중찬은 시선을 내리깔며 그렇게 대답하고는 묶인 상처를 매만졌다. 그리고는 슬쩍 장건을 살피니 그는 슬슬 목소리가 줄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검중찬은 손을 주억거리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편 진수연에게 한바탁 쏟아낸 양굉이 다시 강상주 앞에 앉으며 말했다.
“···시발. 여는 법 말하라고!”
“시, 싫어! 사, 살려주기 전엔 아무것도 말 못 해!”
“이 자식아. 네가 고집부려봐야 결국 말 할 수밖에 없는 거 몰라?”
강상주가 덜컥 겁먹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설마, 나, 날 고문할 건가···?”
“···그래. 난 필요하다면 그럴 수 있지. 어디부터 시작해줄까? 손? 발? 아니면 눈?”
양굉은 그가 겁먹은 표정이자 잘 걸렸다는 듯 씩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 어설픈 협박에 강상주가 벌벌 떨다가 결국 두 눈을 꾹 감고 뭐라 입을 열려 할 때였다. 자빠진 마차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 저편에서 뭔가가 푸슉-하는 소리를 내며 하늘로 올라가더니 펑 소리를 내며 터졌다.
도적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터진 그것을 보고 멍청하게 중얼거렸다.
“저게 뭐지?”
“···뭔진 모르겠는데 신기한걸? 저거 봐. 연기에 색깔도 있어.”
“오, 그렇네.”
그걸 본 양굉만이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그들을 둘러싼 도적들을 헤치고 나가 폭죽을 터뜨린 장본인을 찾았다.
저 멀리 마른 흙바닥에 마차에서 나가떨어지며 두 다리와 왼팔이 부러져서는 입가에 피를 질질 흘리는 서상정이 있었다. 그는 폭죽 껍데기를 들고 도적들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며 웃다가 축 처졌다. 양굉이 얼른 뛰어가 살피니 그새 숨이 끊어져 있었다.
공평이 그런 양굉에게 따라와 물었다.
“저게 뭐여? 하늘에서 연기가 터지네?”
“···폭죽이라는 거다. 존나게 비싸고 귀한 거지. 돈 많은 상행 조합이나 황군에서나 쓸 정도로. 그리고 저걸 터뜨렸다는 건 주변에 지원군이 있다는 말이야.”
“뭐, 뭐야? 이놈들이 전부라며?”
양굉은 얼른 다시 강상수에게 뛰어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 제대로 된 정보가 하나도 없어! 저거 뭐야! 누가 지원군이야!”
하지만 강상수는 상황이 급해지자 다시 살 방법이 생겼다는 생각인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본 양굉이 결국 획 눈깔이 돌아선 주먹으로 그를 후려치려 했다. 그 손이 턱 잡혔다.
양굉이 돌아보니 장건이었다.
“괜히 화풀이 말고 가자.”
“···어디로 말이오?”
장건은 진수연을 돌아보았다.
“근처에 숨을 곳이 있소? 본래 이 마차를 털고 숨으려 한 곳이 있을 텐데.”
그런 장건을 잠시 바라보던 진수연은 팔짱을 풀고 뒤돌아 다시 자신의 말에 올라타며 말했다.
“따라와.”
장건은 그걸 보곤 양굉에게 어깨를 한번 으쓱거려 주었다. 그리곤 강상주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몸 여기저기를 푹푹 빠르게 찔렀다. 그러자 방금까지 벌벌 떨면서도 두 주먹 꼭 쥐고 버티던 강상주가 축 처지며 기절했다.
그를 재워서 양굉에게 던져준 장건은 금고로 보이는 쇳덩이를 집더니 조조의 위에 올라타며 진수연의 뒤를 따랐다. 다른 도적들과 공씨 형제도 얼른 그 뒤를 따르는 와중에 기절한 강상주를 받은 양굉과 검중찬만이 묘한 시선을 교환하며 장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공평이 그런 둘을 보며 외쳤다.
“뭐해 시발! 빨리 가자고!”
잠시 머뭇거리던 두 사람도 말에 타 진수연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후 두두두 하는 말발굽 소리가 사라진 황야의 한 가운데에는 옆으로 누운 마차와 목이 부러져 죽은 마부, 역시 몸 어디 하나씩이 나가 천천히 죽어가는 말들, 그리고 빈 폭죽 종이를 붙잡고 하늘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시체 하나만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