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29)
29화
* * *
방으로 들어선 서위량은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심스러운 손길로 아들의 뺨을 매만졌다. 그러나 이미 숨이 끊어져 식어가는 시체에서는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죽은 동물을 만지듯 차갑고 묘하게 끈적이는 느낌만 있을 뿐이었다.
그는 울거나 화내지 않았다. 묵묵한 눈으로 죽은 자기 아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입을 열어 말했다.
“···이게 내 아들이 죽을 일이었나?”
방에 있던 사람들은 그게 자신들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슬픔에 빠진 아비의 한탄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머뭇거렸다.
서위량이 고개를 들어 상체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자를 노려보았다.
“묻고 있지 않나?”
“예, 예? 아아! 예! 그, 죄송합니다. 저한테 하시는 말인 줄 몰랐습니다···”
남자의 대답에 서위량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까 한 이야기 다시 해봐. 누가 나타났다고?”
“그, 뭐냐, 먼저 나타난 놈들 이후에도 나중에 창 든 놈이랑, 활 든 놈이랑, 칼 든 놈 셋이 더···”
“그러니까!”
붕대를 감은 남자는 갑작스러운 호통에 벌컥 몸을 떨었다. 서위량은 그딴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원래 나타나야 할 비렁뱅이들 외에, 내 아들을 죽일 수 있을 만한 고수가 다섯이나 더 나타났다?”
서위량은 붕대 남을 바라보던 시선을 휙 돌려 방에 있던 다른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도망친 놈들의 흔적을 따라가니 강과 계곡이 나와 흔적이 사라져 더 쫓을 수가 없었다?”
시선을 받은 남자는 머뭇거리다가 애써 대답했다.
“···면목이 없습니다.”
“면목이 없어? 이게 면목 없는 정도로 끝날 이야기인가? 이봐, 오 무사. 우리 원래 계획을 좀 말해보겠나? 처음부터, 원인부터 말이야.”
오 무사라 불린 남자는 그 질문에 입술을 핥으며 말을 꺼냈다.
“···분명 돈을 주고 산 것임에도 불구하고 염치없는 목장주들과 그 가족들은 불공정 거래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항의하고 무림맹에 고발서를 보내겠다 협박했지요.”
“그래. 은혜도 모르고 그딴 헛소리를 해댔지. 그 새끼들 옛날엔 다 손광 님의 강물로 목장을 운용했으면서 말이야. 그러다가 협박이 먹히지 않자 집을 버리고 황야를 떠돌며 내 목장이나 창고를 털어먹는 사파새끼들로 변했지. 본거지도 확실하지 않고 주변 주민들의 옹호를 받아 완전히 소탕할 수가 없는 골치 아픈 놈들로.”
오 무사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 그래서 놈들을 한 번에 끌어낼 계획으로 일부러 마차수송 일정을 흘리고, 이번 일을 준비했습니다··· 일단 수송 마차를 운행하고, 거기서 조금 먼 거리를 두고 후발대를 준비해 도적들이 나타나면 한순간에 덮쳐 일거에 소탕하는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거기서 전혀 모르는 놈들이 나타났지?”
오 무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마차 운행 정보는 분명 이미 파악해두었던 놈들의 끄나풀에게만 풀었습니다. 노, 놈이 그 정보를 어디 다른 곳에 팔아치운 것이 아니라면···”
서위량은 모르겠다는 부하의 대답에 다시 버럭 화를 내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붕대 감은 남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한 놈. 마차에 내 아들과 같이 탄 놈. 그놈 시체는 어디 있었지?”
붕대 감은 남자, 검중찬의 화살에 등을 맞고 뒤로 쳐진 덕분에 오히려 살 수 있었던 경호원은 열심히 머리를 돌려 대답했다.
“그, 그놈은 없었습니다. 그, 아무래도 돈궤를 열기 위해 끌려간 것이 아닐까 하는···”
“그 새끼! 그 새끼가 끄나풀이었군!”
서위량의 확신에 찬 말에 오 무사가 조심스레 반대 의견을 표했다.
“저희는 그놈 부모가 사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그놈이 돈에 미쳐서 부모를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가, 강상주의 부모는 지난달에 죽었습니다. 노환으로.”
경호원의 말에 오 무사는 입을 다물고, 서위량은 더더욱 확신에 찬 눈빛을 위험하게 빛냈다.
“수송 인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죄는 나중에 묻겠다. 일단 찾아와라. 무슨 짓이든 벌여 놈들을 찾아와. 마을 사람들을 다 쳐 죽이든, 광부 놈들을 모조리 한 집에 몰아넣고 불을 지르든. 무슨 짓이든 해서! 내 아들을 죽인 그 개새끼들을 찾아와, 당장. 당장-!”
“예!”
오 무사와 다친 경호원, 그 외에도 있던 칼잡이 및 건달들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하고 우르르 방을 빠져나갔다.
그 후 홀로 남은 서위량은 축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그는 흐리게 뜬 눈으로 아들의 시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는 그렇게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앉아 흐르는 슬픔을 들끓는 분노로 벼려냈다. 반드시 아들의 복수를 하겠다며.
역설적으로 그 분노는 그에게 빼앗기고 착취당한 사람들의 분노와 비슷했다. 서위량 본인은 자신의 것이 더 합당하고 강렬하다 믿으며 인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 * *
강상주는 흠칫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신이 두 팔과 다리가 묶여서 바닥에 내팽개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속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몸은 움직이지 않고 두 눈만 뒹굴뒹굴 굴려 주변을 확인했다.
어둑어둑한 밤하늘 아래 크고 작은 마차들과 그 마차를 벽으로, 기둥으로 삼아 세워진 천막들이 보였다. 어두운데다가 바닥에 쓰러져 보는 것이라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마차와 천막은 꽤 많아 보였다. 이후 열심히 눈알을 돌리던 그는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쪽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둥글게 둘러앉아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들 중 강상주에게 등을 보이고 있던 누군가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양굉이었다. 대뜸 강상주와 눈이 마주친 양굉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잘 자셨나?”
강상주는 뭐라 대답하려다가 갑자기 흡-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건 실수로라도 입을 열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양굉은 그걸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등신. 지랄하고 있네. 그래, 계속 그렇게 주둥이 다물고 있어라. 부디 뒈질 때도 그러길 바란다.”
강상주의 표정이 요상해졌다. 지금 양굉의 말은 회유도 아니고 협박도 아니었다. 그냥 놀리는 것이었다. 뭔가 머릿속을 스친 그는 묶인 팔과 다리로 꾸물꾸물 기어서 다가왔다. 양굉과 모여앉은 사람들 앞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강상주의 생각대로 돈궤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아직 열린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강상주는 그게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굉이 그걸 다시 비웃었다.
“야. 머리가 안 돌아가냐? 지금 우리가 아직도 습격 현장에서 다급하게 이걸 따려는 걸로 보여?”
강상주는 잠시 그 말뜻을 생각하다가 곧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자, 잠깐! 그러지 말고! 우리 거래했잖아! 내, 내가 열어줄게! 여는 법 알아! 그 손잡이를 돌리면서-윽!”
그때 누군가 콱 강상주의 등판을 밟았다. 그는 그 발길질에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손에 가죽끈을 든 진 진수연이 차가운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 가죽끈을 강상주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자, 잠깐! 뭐 하려는 거야! 내가 알려주겠다고! 그거 여는 법 알려줄게! 빨리 여는 게 당신들한테옼-! 욱!”
양굉이 그걸 보며 말했다.
“넌 서상정이 마차에 타고 있는 것도, 뒤에서 후발대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도 숨겼어. 그래놓고 우리 둘 거래가 멀쩡하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 안 돼! 살려줘! 그, 그 부부 집에 불을 지른 건 위에서 시켜서였어! 나도 하기 싫었어!”
진수연은 그가 저항하자 그의 옆구리를 호되게 걷어찼다. 그리고는 가죽끈으로 입을 빙 둘러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강상수는 침을 줄줄 흘리며 욱욱거리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진수연은 그런 강상수의 다리를 붙잡고 질질 끌어 한쪽 구석에 있는 나무에 그를 묶었다.
강상수가 저항하려 할 때마다 그녀는 그의 배와 옆구리 등을 강하게 걷어찼다. 거기 실린 힘으로 보아 아주 무공을 모르는 여인은 아니었다. 덕분에 강상수는 마차 안에서 최후 경호를 할 정도의 무공 실력을 갖춘 자였음에도 그 발길질에 정신 못 차리고 덜덜 떨어야만 했다.
그렇게 강상수를 실컷 두드려 패고 나무에 꽁꽁 묶어둔 진수연은 손을 탁탁 털며 모닥불 쪽으로 돌아왔다.
그걸 지켜보던 양굉이 물었다.
“저놈은 어떻게 할 작정이오?”
“죽인다.”
“···어떻게?”
“마음 같아선 저놈이 호 씨 부부를 태워죽인 것처럼 몸에 기름을 뿌리고 불 질러 버리고 싶지만···”
진수연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을 이었다.
“똑같은 짓을 할 수는 없지. 묻어버릴 거야.”
“···산 채로?”
그녀는 양굉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자비로운 것 같은데.”
양굉은 그 살벌한 눈빛에 애써 실실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장건이 비스듬히 누워서 술병 하나를 홀짝이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 참 살벌하구만. 안 그렇소, 장 형?”
“복수는 개인적인 문제지.”
진수연은 그 말에 흘끔 장건의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호 씨 부부는 서위량에게 목장을 빼앗기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를 하나로 모아 가족으로 만들어 주었어. 우리가 어설프게나마 그와 싸울 수 있는 게 바로 두 사람 덕분이야. 무공 같은 건 익혀본 적도 없으면서 우리 중 누구보다 강했던 사람이지.”
멀뚱히 모닥불을 바라보던 장건은 진수연의 말에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헹. 기껏 가족이 되어서 하는 게 사파질인가? 황야에서 천막치고 상행마차들이나 털어먹는 거?”
그때 양굉과 함께 돈궤를 붙잡고 끙끙대던 공평이 툴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주변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싸늘한 침묵이 맴돌았다. 별생각 없이 말했던 것으로 보이는 공평은 쇠지레를 잡고 끙끙대다가 동생 공랑이 팔을 툭 치며 눈치를 주고서야 그 싸늘함을 깨달았다.
“아니··· 뭐··· 나도, 그렇게 살면 재밌겠다, 뭐. 그런 이야기지···”
공평은 급히 그렇게 덧붙이며 붙잡은 얼른 쇠지레에 눈을 돌렸다. 양굉만 그 행동에 슬슬 고개를 내저었다.
“···사파라. 사파와 무림맹 문파를 가르는 게 뭔데? 돈과 권력으로 자기 마음대로 정의를 휘두르는 자들의 도시와 사회가 옳은 건가? 그들의 힘이 정의라면 우린 그냥 그 밑에서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착취당해야만 하나? 당장 내일 먹을 양식이 없어 자식이 굶고, 광산에서 먼지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 피 섞인 기침을 토하는 소년을 앞에 두고, 그걸 겪어보고 지금 우릴 그냥 사파라고 부를 수 있어?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들이 왜 이 신대륙으로 왔는데. 더는 그런 세상을 견딜 수 없어서였잖아.”
진수연은 모닥불 앞에 자기 오른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그렇게 담담하게 말했다. 애써 돈궤로 눈을 돌렸던 공평은 그 말에 곤란하다는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말했다.
“큼··· 거, 미안하게 됐소. 내가 말을 좀 함부로 했소.”
“뭐, 괜찮아. 우리가 하는 게 본질적으로 도적질은 맞으니까. 단지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또 거기서 더 가지려는 사람의 것을 훔칠 뿐이야.”
공평은 그녀의 대답에 머리를 긁적이다가 양굉이 다시 철사를 가지고 돈궤를 꼼지락거리자 얼른 그 옆에 붙는 것으로 진수연을 피했다.
그리고 장건은 비스듬히 누운 그대로 다시 술병을 홀짝거렸다.
정의를 어디까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힘 있는 자가 앞세워 세운 정의가 약자에게도 옳은 것일 수 있는가, 저건 거대한 자들을 향한 약자의 복수인가. 그는 굳이 입을 열어 진수연을 옹호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그건 자신이 할 일이 아니었다. 그는 무인이지 도덕 교사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건 각자 알아서 개개인의 정답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그저 고개를 들어 그들의 야영지를 바라보았다.
야영지 이곳저곳에 피워진 모닥불과 그 모닥불을 둘러앉아 기분 좋게 웃으며 떠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옷은 낡고 먼지가 묻어 있었지만 적어도 삶에 지쳐 매몰된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이진 않았다. 또 아무 마차나 습격해서 모조리 죽이고 빼앗는 마적단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장건과 양굉 일당은 습격 장소에서 추격해올 후발대를 피하고, 또 돈궤를 열 시간과 장비를 빌리기 위해 진수연의 안내를 따라 이곳에 도착했다. 강물을 건너고 계곡을 지났으니 그들을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도착한 후 양굉과 공씨 형제는 이곳 사람들에게서 얇은 철사와 쇠지레 등을 받아서 곧바로 돈궤 열기에 들어갔다. 안에 든 것은 결국 단단한 은전과 금괴일 테니 약간 험하게 열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연히 강상수의 역할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양굉 일당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에도 그냥 힘을 써 억지로 열면 되는데 굳이 이곳 사람들과 척져가며 강상수를 지킬 이유가 없었다. 물론 거기엔 그가 사라지며 더 많아질 자신들의 몫에 대한 욕심이 더 컸지만.
그들은 일단 팔 대 이로 돈궤의 돈을 나누기로 했다. 이곳 사람들은 정말 자기들이 서위량에게 빼앗긴 정도로만 돌려받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팔에서 다시 장건이 육, 나머지가 하나씩 가지는 것으로 오는 동안 합의를 보았다. 화가 많은 공평조차도 그 비율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오히려 큰 한탕은 벌지 못했어도 신나게 말 뛰어다닌 것만으로 하나라도 받으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각자 얻을 돈에 양굉 일당이나 이곳 사람들이나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장건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불쑥 진수연에게 말했다.
“물어볼 게 있소.”
“뭐지?”
“청수곡에 객잔이 하나 있지.”
“···맞아. 하나 있지,”
“거기 꼬마 하나가 있는데, 물어보니 객잔 주인은 어머니가 아니라고 하더군. 그냥 아이 부모 부부가 죽어서 잠시 맡은 거라고.”
진수연은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맞아. 그 아이가 호 씨 부부의 아들이야. 아직 어린 녀석이 아주 똑똑하고 부모처럼 강인한 녀석이지. 왜 녀석을 우리가 키우지 않느냐는 건가? 그야 당연히 위험하니까. 목장을 습격하고 창고를 터는 일은 녀석에게 아직 너무 일러.”
장건은 뭐라 더 묻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주억거리며 궁금한 것은 대충 다 알았다는 듯 다시 술병을 기울였다.
그때 돈궤를 만지작거리는 양굉의 손에서 달칵, 하는 소리가 났다. 그가 손잡이 고리에 가려진 작은 구멍을 발견한 지 차 한잔 마실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난 소리였다.
“오! 드디어!”
“오오! 황금 나오나!”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잔뜩 기대하는 눈으로 양굉을 바라보았다. 그는 괜히 잠시 그 시선을 즐기듯 혼자 흐흐 웃다가 다시 몇 번 더 꼼지락대다가 공평에게 말했다.
“됐다. 이제 그걸로 해.”
“힘으로?”
“구조가 열쇠가 아니면 완전히 열 수가 없어. 그래도 할 만큼 했으니 쇠지레로 부술 수 있을 거야.”
공평은 그 말에 퉷 손바닥에 침까지 묻혀가며 쇠지레를 들더니 그대로 돈궤의 벌어진 틈에 꽂아 넣었다. 팅-소리를 내며 돈궤의 틈에 쇠지레가 박히자 공평은 끄응 하고 얼굴이 붉어지도록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돈궤에서 텅-하며 쇠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뚜껑이 활짝 열렸다. 지켜보던 사람들과 양굉 일당은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얼른 거기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게 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