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34)
34화
서위량을 날려버린 장건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다가 품 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연초를 말았다. 그걸 입에 물고 끝에 검지를 대 불을 피운 장건은 손가락을 휙휙 털며 생각했다.
그는 열양공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불을 피운 삼매진화三昧眞火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느 날 정도 이상으로 강해진 내공은 십이경맥의 힘을 돋우어 오장의 양기를 한점에 모아 외부로 발현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고, 그게 열양공의 실마리가 되리라 짐작했다.
그리고 방금 저 마인과 손을 맞대고 기맥을 찢어버리며 확인한 결과 그게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맞는 것도 아니었음을 느꼈다. 삼매진화는 단순한 열양공 이상의 무언가였다. 서위량처럼 손에 불붙이고 휘두르고 싶다면 삼매진화를 연구할 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양기의 운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물론 평범한 사람은 그렇게 불줄기로 변해버린 양기가 기맥을 흐르는 것을 감당할 수 없으니, 방금 서위량이 그런 것처럼 사람 심장이라도 씹어먹고 괴물이 되어야만 할 터였다.
후-하고 연기를 뿜은 장건은 왼손은 허리띠에 걸치고 오른손엔 연초를 끼워 넣으며 터벅터벅 쓰러진 서위량에게 다가갔다. 서위량은 바닥에 대자로 쓰러져 쿨럭거리고 있었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는 장건이 다가온 것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무, 무슨, 권법이었나···?”
“일단 전사경纏絲勁이라고 이름 붙였소.”
“전사···경···?”
장건은 다시 한번 연기를 빨아들이고 훅 뿜으며 말했다.
“내력을 일으켜 발끝부터 시작해 전신의 관절에서 회전력을 얻고, 그걸 손바닥으로 쏟아내는 것이오. 방금은 조금 급해서 허리 위부터 시작했지.”
“누, 누구한테, 그런 걸, 배웠나···?”
연초를 입으로 가져가던 장건은 피식 웃었다.
“글쎄. 전사경이 나왔던 게 태극권이었나? 그럼 장삼봉이겠군.”
“장···삼봉···?”
장건은 입술로 연초를 물고 말을 이었다.
“옛 전설에 선배들이 숨을 불어넣은 인물이지. 말년에 우화등선해서 신선이 되었다는데.”
“신선··· 신선이라··· 그딴 게 어딨나. 말하기 싫으면··· 그냥 집어치우게···”
혼자 중얼거리며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던 서위량은 갑자기 두 눈에 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멀리 도망치는 게 좋을 것이네, 장건. 내가 마공을 쓰고도 죽었다는 걸 궁에서 알면 자넨 쫓길 거야.”
“궁이라. 황궁을 말하는 것이오?”
장건은 그의 총기가 죽음 직전에 찾아온 마지막 불씨라는 걸 눈치채고 질문했다. 서위량은 그 질문에 헛웃음을 흘렸다.
“황궁? 그 유씨 집안을 말하는 건가? 아니. 내가 말하는 궁은 진짜 황제 폐하의 궁이다. 어부지리로 천하를 훔친 도둑놈의 집이 아니라. 천 년 동안 억압받고, 학살당하고, 쫓겨난 진짜 중원의 주인들이 그분의 그늘에 모여 힘을 모으고 있지. 나는 충성심을 증명할 기회가 없어 외부에 머물렀으나 궁의 진짜 무력들은 나 정도는 간식거리로 여길 수준들이야···”
“그 궁이라는 곳에서 신대륙에 마공을 푸는 것이오?”
하지만 장건의 질문에도 서위량의 눈은 금세 탁해졌다.
“···제기랄. 손광 그 새끼한테 시원하게 욕이라도 했어야··· 상정아, 아, 상정아. 너는 중원으로 가서 명성을··· 그래, 여보 마누라. 나도 곧 상정이와 함께 가겠소···”
잠시 횡설수설하던 서위량은 곧 숨을 멈추며 축 늘어져 버렸다. 장건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연초를 입에 물고 가만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결국 아들과 아비가 모두 그의 손에 죽은 것이다. 칼날 위를 살아가는 무인의 삶이 다 그런 것이고, 온갖 행패를 부린 자들이라는 것도 알았으나 입가에 씁쓸한 맛이 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죽은 서위량을 바라보던 장건은 뭔가 탁탁 장작 터지는 소리를 낸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서위량의 저택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본인이 벽을 후려칠 때 붙은 불 때문인 것 같았다.
“···반란을 꿈꾸는 마인들의 비밀 단체라. 그런 일에 얽히기는 싫은데.”
장건은 점점 커지는 불길을 보면서도 태평하게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불을 끌 생각은 없어 보였다. 번져가는 불을 바라보던 장건은 거기서 눈을 떼고 어느새 포박을 풀고 꿇어앉아 자기 동생을 끌어안은 공평을 바라보았다. 공평은 멍하니 자기 동생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소?”
“안 괜찮소. 자기 동생이 죽었는데 괜찮은 사람이 어디 있겠소···”
다 탄 연초가 입술 가까이 다가왔다. 장건은 그것을 집어 대충 튕겨 버리며 말했다.
“조금 더 빨리 올 걸 그랬군.”
“아니. 랑이는 어젯밤에 붙잡혀 한바탕 얻어맞은 이후로 의식이 없었소. 그런데 장 형이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었겠소? 원수를 갚아준 것만 해도 감사할 뿐이오.”
공평은 죽은 동생 얼굴만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고, 장건은 말없이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쪽 구석으로 걸어가 던져놓았던 삿갓을 집어 들었다. 그는 삿갓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
“청수촌으로 가보시오. 내 이름을 팔면 장례 정도는 도와줄 테니까. 그리고 양굉을 찾아서 여기 뒷수습을 맡기시오.”
삿갓을 쓰며 휙-하고 휘파람을 불어 조조를 부르고 있자니 공평이 퉁퉁 부은 얼굴로 장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양굉을?”
“그놈이 황군에 무슨 끈이 있다더군. 그게 아니더라도 무림맹이고 황군이고 마인이라면 치를 떠니까 여길 알아서 정리해 줄 것이오. 감산에 있는 손광과 서위량의 관계도 알아서 조사해줄 것이고.”
“그럼 장 형은?”
장건은 휘파람 소리에 털털 다가온 조조의 고삐를 붙잡으며 대답했다.
“나야 뭐, 갈 길 가는 거지.”
“···무림맹이든 황군이든 마인에 대해 신고하면 포상금이 있을 텐데?”
“청수촌 사람들이랑 나눠 가지시오. 진수연 일당한테는 서위량이 사라졌으니 도적질도 그만하라고 전하고.”
그는 조조 위에 올라타며 말을 이었다.
“혹시 청수촌 가는 길을 도와줘야겠소?”
공평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목장에 말이 있으니 그걸 타고 가겠소. 하지만 장 형. 정말 그냥 그렇게 떠나려는 것이오? 방금 내가 본 게 맞는다면 장 형은 마공을 익힌 서위량과 부하들을 홀로 해치운 무인 중의 무인이오. 황군이면 몰라도 무림맹에서는 훈장을 달아줄지도 모를 일이고, 그럼 신대륙에 명성이 쩌렁쩌렁 울릴 터인데···”
조조를 탄 장건은 대답 없이 슬쩍 웃기만 했다. 마치 그런 거 받아봐야 뭐하겠냐는 듯 초탈한 웃음이었다. 그는 툭툭 조조의 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동생 일은 안타깝게 되었소. 그럼.”
고개를 살짝 숙인 장건은 곧 털털거리는 조조의 걸음 그대로 서위량의 목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가 떠난 목장의 바닥엔 늘어진 시체들은 따듯한 피를 모두 쏟아내고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고, 저택에 붙은 불길은 어느 순간부터 점점 번지는 것이 아니라 활활 큰불로 커졌다. 공평은 서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태양 아래 멀어지는 장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풀풀 날리는 재에 불타는 저택으로 눈을 돌렸다. 붉은 화염은 저택을 모조리 집어삼키기 전까지는 꺼지지 않겠다는 듯 이글거렸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던 공평이 다시 장건을 바라보았을 때는 이미 너무 멀어져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마저도 언덕을 넘어가자 작은 점으로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잠시 더 멍하니 앉아있던 공평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마구간의 말을 끌고 와 동생을 싣고 불타는 저택을 떠났다.
산 사람이 모두 떠난 목장에 소들만 남아 머리 위에 내리는 재를 맞으며 멀뚱히 입을 우물거렸다. 그들의 맑은 눈에 활활 이글거리는 저택이 비쳐 보였다.
* * *
암룡삼호, 며칠 전까지는 검중찬이었던 그녀는 난간에 기대 감산성의 밤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천년고도 장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황제에 의해 세워져 신대륙 삼대 도시로 꼽히는 감산성은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환히 빛나며 수많은 사람을 유혹하고, 또 유혹당했다. 밤낮을 잊고 술을 마시는 주정뱅이와 바쁘게 인력거를 끄는 인부들, 거만한 태도로 배를 내밀고 걷는 졸부와 그에게 매달린 진한 화장의 창녀 등등. 무수한 욕망이 흘렀고, 또 그만큼의 꿈이 불야성의 바다를 헤엄쳤다.
그녀는 그 도시를 멍하니 내려다보며 손목에 매인 천을 만지작거렸다. 검은 무복을 입고 아무런 꾸밈이 없었던 검중찬 때와는 다르게 지금 그녀는 감산성에서 유행하는 좁은 허리와 넓은 끝단 치마를 입고 머리엔 옥비녀와 작은 모자를 쓴 데다가 붉은 입술로 화장까지 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중원에서 유행한다는 굽 있는 신발을 신고 두툼한 가죽띠를 메 가는 허리를 강조하고 있었다. 장건은 물론이고 양굉이라고 해도 이 변신을 알아볼 수 없으리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때 누군가 그녀 뒤에 나타났다.
“삼호, 일은 끝났다.”
그녀가 몸을 돌리니 시커먼 장포에 호랑이의 입이 그려진 복면을 한 거한이 있었다. 그는 잘린 머리 하나를 들고 있었다.
“네 추측이 맞았다. 손광 뒤에 마가魔家가 있었다. 아무래도 남궁 아니면 모용인 것 같더군.”
“마공을 쓰던가요?”
“손광이? 아니. 손광을 호위하던 검객이 있었다. 솜씨는 꽤 겨뤄볼 만했어.”
그녀는 거한 손에 들린 머리를 턱짓했다.
“그건가요?”
“그래. 손광은 십이 호와 십칠 호가 안가로 끌고 갔다.”
“하긴. 손광은 애초에 무재가 부족한 인물이었죠. 손 씨 세가를 떠나 신대륙에서 상인이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고요. 어쩌면 그걸 미끼로 손광을 꾀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뭐, 털다 보면 그 이유도 알게 되겠죠.”
거한은 뚜벅뚜벅 걸어서 그녀 옆에 섰다. 그는 복면에 그려진 호랑이 입만큼이나 맹수의 눈빛으로 화려한 감산성의 밤거리를 내려다보았다.
“폐하의 은혜가 만상에 닿아 이런 영광을 누리고도 한낱 패배자들의 꼬임에 넘어가 삶을 그르치다니. 비록 방계라지만 거대 세가의 후손으로 태어나 그런 선택을 할 줄이야. 끝내 들키지 않으리란 건 무슨 자신감이었을는지 모르겠군.”
그녀는 거한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군요. 어쩌면 손광은 그저 쓸만한 무력을 구한 것뿐 아닐까요. 감산 조합장은 다른 곳에 비해 자리싸움이 치열하니까요.”
“그저 살아남고자 했을 뿐이라. 그래도 어리석긴 매한가지군.”
거한은 휙 몸을 돌려 터벅터벅 걸어 떠나갔다. 그런데 망설임 없이 떠나는 듯했던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봤다.
“오는 길에 특이한 무인을 만났다지.”
“···아, 그거요? 봉맥술을 쓰던 것 말고는 뭐 특별한 거 없던데요. 봉맥술은 무림맹에서도 쓰는 이들이 있으니, 아마 거기서 배운 게 아닌가 싶더군요.”
“별거 없는 무인에게 암룡칠호를 붙이고 공작금을 지원하나?”
거한의 말에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슬쩍 기울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암룡대의 권한과 방식은 저희 고유의 것입니다. 폐하의 칙령에 따라 신대륙에서는 교위님이라도 그걸 마음대로 들춰볼 수는 없으시죠. 그런데 제가 그 무인에 대한 걸 보고한 기억은 없으니 아무래도 교위님이 본인 재량으로 그걸 확인하신 모양인데··· 제가 이걸 문제 삼아야겠습니까?”
대답을 듣고서도 한참이나 그녀의 눈을 바라보던 거한은 슬쩍 복면 위로 눈웃음을 지었다.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모습이 보기 좋군, 암룡삼호. 하지만 자네가 폐하의 뜻 아래 있을 때만 그것이 진정한 자부심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게. 그럼 난 이만 가볼 테니 뒷정리를 부탁하지.”
거한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에 든 머리가 흔들리는 게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휘적휘적 건물 안쪽으로 사라져갔다. 그녀는 거한이 완전히 떠났다는 확신이 들어서야 겨우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굳이 장건을 옹호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별다른 배경이 없음에도 무공이 뛰어난 인물임을, 그리고 그런 부분에 조사가 필요함을 보고하면 그만이었다. 왜 그런 사람을 보호하려 황군 교위와 마찰을 빚었는지 그녀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난간에 등을 기대고 자기도 모르게 손목에 묶어 맨 천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후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그녀는 굽 있는 신발을 또각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손광의 고급 기루 중 하나였고, 오층에 달하는 건물 안에는 황군 교위의 손에 학살당한 손광의 무사들이 창백한 시체가 되어 이곳저곳을 피로 물들이며 쓰러져 있었다. 그중에는 싸움에 휩쓸려 그저 기루의 손님이었던 자들과 기녀들도 죽어 나자빠져 있었다. 그녀는 그 시체들을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모두가 진짜 죽었는지, 혹여라도 죽은 척 한 자는 없는지 확인했다.
확인을 마친 그녀는 오층에서부터 건물을 밝히던 호롱불을 툭툭 바닥에 쏟아버리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일 층에 도달해 밖으로 나와보니 무림맹 무사들이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남자가 그녀의 기척을 느끼고는 돌아섰다. 잘생긴 얼굴에 영웅건을 두르고 깨끗한 푸른색 무복을 입은 남자. 무림맹 감산 지부장의 아들이라 했던가. 무림맹이 제국의 지원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분명 별개의 조직임이 분명한데도, 유난히 황군의 눈치를 보는 것이 이곳 감산의 지부였다. 덕분에 편하게 일을 치렀음에도 그녀는 그게 웃겼다.
그녀는 다가오는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일은 끝났어요. 사람들을 더 물리도록 하세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네? 더 물리라고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무림맹 무사가 그 웅성거림에 고개를 들어보니 이글거리는 불길이 기루의 꼭대기 층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저, 저··· 이게 무슨···”
“무림맹의 협조에는 감사드리죠. 덕분에 사악한 마인을 잡아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 수 있었어요.”
“부, 불을 꺼야···”
그녀의 손이 그를 막았다.
“감히 황군 무공의 흔적을 조사하겠다는 건가요?”
무림맹 무사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아니, 아닙니다, 그런 거. 그럴 생각 없었습니다.”
“좋아요. 그럼 불이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하도록 하세요. 깔끔하게 해야 감산 전체가 불타는 일이 없을 겁니다.”
무림맹 무사는 점점 커지는 기루의 불을 보며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부하들을 이끌었다. 화재가 번지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하고 물을 길어서 미리 뿌려두는 등, 지켜보던 주민들과 주변 상인들도 허겁지겁 물통을 집어와 도왔다.
그들이 그렇게 대화재를 막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안 암룡삼호는 팔짱을 끼고 서서 흩날리는 화재를 바라보았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사람 중에는 그런 그녀를 노려보거나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람도 있었으나, 황군의 사람이라 하여 건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길을 바라보는 그녀는 그런 욕설이 귀에 들림에도 약간 멍하게 딴생각에 빠진 듯해 보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