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5)
5화
삭정이를 끌어모아 피운 모닥불이 자그마한 불빛을 흔들거렸다.
장건은 길쭉한 삭정이를 반으로 부러뜨려 모닥불 안에 집어 던졌다. 그래도 태울 것이 많지 않은 모닥불은 작고 불안하게 흔들거렸고, 빛도 그리 밝지 못했다. 밤 동안 계속 타기를 원한다면 어디서 다른 장작을 더 구해와야 할 듯싶었다.
정작 장건은 신경 쓰지 않았다. 흐릿한 빛이었지만 기감을 깨우친 그의 감각 속에선 대낮처럼 충분한 빛이었다. 그가 굳이 불을 피운 것은 옆에 묶여있는 말 조조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그리고 본인이 마실 차를 끓이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그마한 쇠 잔을 들어 조금 텁텁한 찻물을 홀짝였다. 맛이 별로 좋지 않아서 입맛을 다셨다.
“맛이 엿 같네.”
말 조조는 바닥에 드러누워 뭔가를 우물거리다가 그 중얼거림을 듣고 장건을 바라보았다. 장건이 그 시선을 느끼고 조조를 마주 보았다.
“뭐. 너도 먹고 싶냐?”
조조는 궁상맞게 앉아서 홀짝이는 장건이 한심스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푸르륵 투레질을 하곤 머리까지 바닥에 눕혔다. 장건은 다시 입맛을 다셨다.
“너처럼 눕기 좋아하는 말은 세상에 둘도 없을 거다.”
조조는 그의 핀잔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투레질하며 코로 바닥을 긁었다. 덕분에 피어난 먼지가 장건 쪽으로 날렸다.
“아이 씹.”
장건은 손을 휘저어 날린 먼지를 대충 뿌리쳤다. 그는 가끔 조조가 그처럼 다른 사람의 환생이 아닐까 생각했다. 짐승치고 너무 똑똑하게 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동시에 무의식적으로나마 자신의 비밀을 떠올렸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환생. 불교에서 말하길 죽었던 존재가 형상을 바꾸어 다시 살아나는 것.
이 무림이니 천년 제국이니 하는 곳에서 그가 겪은 가장 믿기 힘든 현상이자, 결국 믿어야만 했던 일이었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고 사람이 달에 날아가는 시대에 살던 청년은 사고로 죽어 이 땅에 환생했다. 정확히는 이 신대륙이 아니라 중원에서.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염병.”
애써 감정을 지운 장건은 들고 있던 잔을 홀짝였다. 그리곤 얼굴을 찌푸리며 머금었던 찻물을 뱉었다. 그는 누워있는 조조를 노려보며 먼지 섞인 찻물을 옆으로 휙 뿌려버렸다. 조조는 진짜 사람처럼 그걸 보고 재밌다는 듯 푸히힝 소리를 냈다.
장건은 언젠가 저놈을 팔아버리고 새 말을 구하리라 생각하며 뒤로 비스듬히 누웠다. 그리고 모닥불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달도 뜨지 않은 밤이라 지상의 모든 것들이 시커먼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와중에, 반짝이는 별들과 은하수는 자신들이 생생히 살아있다 주장하듯 크고 작은 빛으로 온 하늘을 가득 채웠다. 그건 마치 깊은 물 속에서 보석들이 반짝이는 것만 같아서 장건은 지금이라도 일어나 그 별의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러나 그 별들과 장건 사이의 거리는 머릿속 숫자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멀었다. 남는 삶을 모두 태워 하늘 한 방향으로만 날아가도 그 빛 중 어느 하나와도 만날 수 없을 터였다.
누군가는 그 사실 때문에 슬픔을 느낄지 몰랐지만, 적어도 장건은 아예 손댈 수 없는 일에 대해선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깊은 숨결을 한 번 내쉬고는 바로 누우며 얇은 모포를 목 아래까지 끌어당겼다.
이제 자야 할 시간이었다.
* * *
장건은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칼을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그 후 모포와 모닥불 등을 정리하고 아직도 누워있는 조조를 일으켜 세워 풀어두었던 안장을 씌웠다. 조조는 안장을 피하고 싶은지 푸르륵 투정을 부렸으나 장건의 손을 피할 순 없었다.
대강 정리를 끝낸 그는 짐가방에서 작은 건빵 하나를 꺼내 우물거리며 조조의 위에 올라탔다. 오늘 중으로 마을을 만날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밤중의 하늘 풍경이 아름다워도 편안한 여관 침대와 따듯한 식사보다 좋을 순 없었다.
이왕이면 큰 마을이 나왔으면 했다. 양굉에게 뜯어낸 옥가락지를 처리해야 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뭔가 돈이 될만한 일을 찾아야 하기도 했다.
“내가 다시 골패를 만지면 사람이 아니다, 진짜.”
그는 천천히 조조를 달려 나가며 괜히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름 무공을 익히며 손놀림과 안법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골패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저 눈이 빠르고 손이 은밀하다고 상대를 털어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호구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가 작당을 했느냐 아니냐였다. 그는 그걸 가진 돈을 다 털리고 난 이후에야 깨달았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말을 달리던 장건이 갑자기 고삐를 당겼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조조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흔들거렸다.
“가만있어 봐 자식아.”
단련과 내공으로 예리해진 그의 귓가에 어떤 비명이 들렸다. 비명은 오른쪽에 있는 언덕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장건은 곧바로 조조의 고삐를 그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조조는 주인의 뜻을 이해하고 거침없이 언덕을 향해 내달렸다. 뿌연 흙먼지가 그 뒤를 따랐다.
언덕 위에 올라선 장건과 조조는 들판 한가운데 멈춘 마차와 쓰러진 사람들, 그리고 마차를 부수다시피 하며 털고 있는 도적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적으로 보이지 않는 인물 중 그나마 멀쩡한 사람은 하나였는데,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누군가에게 굽실거리며 빌고 있었다. 그 앞에 선 도적은 칼 하나를 빼 들고 거만한 자세로 실실 쪼개고 있었다.
무릎 꿇은 자는 살고 싶었는지 흙바닥에 엎드려가며 빌었으나, 다음 순간 그의 목덜미를 훑고 지나간 것은 도적의 칼날이었다. 도적놈은 칼에 피가 묻은 것이 좋은지 사람을 죽이고도 여전히 실실 쪼개는 얼굴이었다.
그가 그렇게 마지막 사람을 죽이자 나머지 도적들 모두가 손에 든 무기를 높이 치켜들며 기쁘다는 듯 고함을 질러댔다. 장건은 언덕 위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찡그렸다.
신대륙에서 완전히 제국의 영향력 아래 놓인 지역은 아주 적었다. 기껏해야 도시 서너 곳 정도였다. 그 외의 땅에선 한 문파가 그 지역의 치안을 정리하거나 무림맹 지부를 통해 무사들이 파견되었다.
자연히 온갖 곳에서 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날뛰는 도적과 악당들이 넘쳐났다. 똑똑한 놈들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모자란 놈들은 들판과 황야에서 양민들을 등쳐먹었다.
하지만 그런 놈들도 결국 천년 제국의 견고한 도덕률 아래 살던 사람들이라 살인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막무가내로 학살을 벌이는 놈들은 많지 않았다. 거기엔 무림맹에서 살인죄를 최우선 현상범으로 두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어딜 가나 결국 정신 나간 또라이가 한둘은 꼭 있듯, 현상금이고 도덕이고 신경 쓰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놈들도 있었다. 그런 놈들은 둘 중 하나였다. 정말 살인에 미친 놈이거나 마공을 익힌 마인. 그리고 둘은 대개 하나인 경우가 많았다.
그때 실실 쪼개던 도적놈이 번뜩 장건에게 고개를 돌렸다. 구질구질 때에 찌든 얼굴과 유리알처럼 번뜩거리는 두 눈알이 장건을 노려봤다.
놈은 들고 있던 칼로 찌르듯 장건을 가리키며 뭐라 소리 질렀다. 그러자 시체를 털던 다른 도적놈들이 빠르게 일어나 각자의 말 위에 올라탔다. 놈들은 무슨 초원 마적단처럼 기괴한 고함을 질러대며 장건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장건의 입가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해보자는 거지.”
그는 말 위에 탄 채 허리에 매고 있던 칼을 뽑았다. 길쭉한 칼날이 시퍼렇게 반짝였다. 곧 그가 조조의 옆구리를 가볍게 치자 녀석은 거친 숨 한번을 내쉬고 언덕 아래를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
도적 열댓 명과 장건이 서로를 향해 질주했다.
놈들은 도적놈들답게 뭔가 대형을 만드는 연습 따위는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냥 일렬로 주르르 달려온 것이다. 덕분에 장건과 직접적으로 마주 본 것은 둘 정도였다.
그 둘과 장건이 서로를 스쳐 지나갈 때, 몸을 잃은 머리 둘도 둥실 허공을 날았다.
장건은 곧바로 고삐를 잡아 조조의 몸을 돌렸다. 평소엔 망아지처럼 구는 녀석이 싸움에 들어가자 무슨 고급 승용차처럼 매끄러운 회전을 선보였다.
“뭐야! 저 새끼가 상연이랑 구문이를 죽였어!”
“시발! 죽여! 저 새끼도 목을 잘라버려!”
우르르 장건을 스쳐 지났던 나머지 도적놈들은 저들끼리 악을 질러대며 말을 돌렸다. 놈들은 각각 말을 돌리는 속도가 달라서 의도치 않게 순차적으로 장건에게 달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장건의 칼에 목이 잘려 나갔다.
다섯 놈쯤 목을 베어냈을 때, 한 놈이 들고 있던 칼을 입에 물고 안장을 박차며 장건에게 덮쳐들었다. 장건은 왼손으로 놈을 잡아 뒤로 넘기며 대충 칼을 가져다 댔다. 가슴팍부터 사타구니까지 주욱 갈라진 놈이 왈칵 피를 쏟으며 땅을 굴렀다.
자신의 동료들이 너무 쉽게 죽어가자 남은 놈들이 놀라서 말을 멈췄다.
“엿 됐다! 고수다!”
“뭐야 시발! 저런 놈이 왜 여기서 나타나!”
한 놈은 고개를 돌려 마차 주변에 홀로 서 있는 도적놈을 보고 외쳤다.
“대장! 도와주쇼, 대장!”
하지만 그가 정말 살고 싶었다면 장건에게서 눈을 떼지 말았어야 했다. 어느새 다가온 장건의 칼날이 놈의 상체를 사선으로 갈라버렸다.
“시발! 튀어!”
겁을 집어먹은 도적놈들이 우르르 달아났다. 그런데 그 방향이 자기들 대장이 서 있는 쪽이었다. 무작정 도망치지 않는 걸 보니 그 대장의 실력에 믿음이 있는 모양이었다.
장건은 굳이 쫓지 않고 잠시 말을 세워 놈들이 우두머리 뒤로 도망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장건을 도적들의 대장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대장은 이후 천천히 다가오는 장건의 모습에서 피 한 방울 튄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옆으로 늘어뜨린 칼날에서만 피 한 방울이 웅크려 떨어졌을 뿐이다.
칼날을 바라보던 대장은 고개를 들어 삿갓 아래 보이는 장건의 눈을 마주쳤다. 시큰둥해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그의 두 눈은 차가운 쇠처럼 냉혹했다.
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무림맹이신가?”
“아닌데.”
장건은 조조를 멈추고 대답해주었다. 대장은 그 대답에 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하. 그럼 지나가던 협객이시군? 그럼 지나가던 길 계속 가시지?”
그 어딘가 놀리는 듯한 말투에 장건은 찡그리듯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미친 새낀가. 지들이 먼저 칼질해놓고 그냥 가라고?”
“아, 그건 어쩔 수 없었소. 이게 우리 일이거든.”
“사람 죽이고 돈 주워가는 게 일이라. 참 훌륭한 개새끼셨군.”
대장은 두 팔을 활짝 펼쳐 보이며 대답했다.
“뭐 어떻소? 신대륙이 개척된 지 벌써 백 년이 넘었소. 그 시간 동안 이 대륙에서 패권을 잡은 것이 결국 누구요? 힘 있는 자들 아니었소? 제국의 지원을 받는 무림맹, 옛 왕조의 고대 세가, 돈 놓고 돈 먹는 상행조합, 등등등. 그들이 백 년 동안 해온 짓거리도 결국 신대륙에 뿌리내리는 사람들 등을 치고 돈을 줍는 거 아니겠소?”
놈은 웃는 낯 그대로 혀를 내밀어 자신의 이빨을 핥았다. 누렇게 썩은 이빨이 보기 흉했다.
“나도 거기 한 발 보탰을 뿐이외다. 그러니 일이라고 할 만하지. 그들도 자신들이 한 짓을 일이라고 할 테니까.”
장건은 찡그린 얼굴로 그의 헛소리를 듣다가, 고개를 조금 들어 그의 뒤에 쓰러져있는 시체들을 보았다. 그중 마차에 기대 죽은 젊은 여인의 시체 하나가 있었다. 생전에 무사였던 듯 칼 한 자루를 꼭 쥐고 있는 그녀는, 도적들이 희롱하기 위해서였는지 품을 뒤지기 위해서였는지 앞섶이 풀어 헤쳐 맨살이 보이고 있었다.
어째선지 장건은 그 탁하게 풀려 건조한 시체의 눈이 자신을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걸 바라보던 장건은 훌쩍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뚜벅뚜벅 걸어 대장 놈과 이 장 정도 되는 자리에 멈춰 섰다.
“날 보고 무림맹을 찾았지.”
그는 휙, 칼을 털어내곤 느릿한 동작으로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걸 본 대장 놈이 어째선지 흥분된다는 듯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럼 현상금이 걸렸단 말이군.”
“맞소, 맞지! 내 목에 현상금이 걸렸지! 요즘 한 짓거리가 밝혀지면 아마 더 뛸걸?”
어째서인지 흥분한 대장 놈은 거칠게 숨을 내쉬더니 양손으로 자신의 칼을 잡아 허리춤으로 끌어당겨 수평을 그리고는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자세를 웅크렸다. 마치 폭발이 일어나기 전 힘을 모으는 듯한 모습이었다.
장건은 칼을 잡은 오른손에 힘을 풀며 생각했다. 이거 참 웃기는 일이라고.
한 제국의 황군이 천하에서 가장 강한 무공집단이 되면서, 무공의 발전 방향은 상대를 빠르게 죽이는 것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다 보니 현실의 무공은 그가 알던 무공과는 다르게-그게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라도-굉장히 한쪽으로 치중된 모습이었다.
경공술, 천리지청술, 혹은 전음이나 격공섭물 같은, 무공의 자락에서 그나마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들은 아주 기초적인 이론만 있거나 아예 없었다. 무공은 오로지 당장 마주 선 상대를 죽이는 것에 집중되었다.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간결하게.
그 결과, 어느 정도 이상의 고수가 일 대일로 서로를 마주 본 순간의 장면이 바로 지금이었다.
대장 놈의 두 눈이 검붉은 빛으로 번들거렸다. 넓게 벌린 두 다리의 허벅지는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점점 더 낮게 웅크리는 몸에선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힘이 꿈틀거렸다. 내기가 잔뜩 담긴 칼날에서 검붉은 빛이 흐릿하게 반짝였다.
그에 비해 마주 보고 있는 장건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저 오른발을 앞으로 한 발짝 디디고 왼발은 오른발과 직각이 되도록 했다. 왼손은 칼집을, 오른손은 칼 손잡이를 가볍게 잡고 있었다. 살짝 기울어진 삿갓 때문에 대장 놈과 도적들의 눈에는 수염이 덥수룩한 턱만 살짝 보일 뿐이었다.
사람과 말이 일고여덟은 모여있는데 사방이 고요했다. 바람마저 불지 않았고, 어디서 짖는 짐승이나 벌레도 없었다. 아니, 그들도 침묵하고 있었다.
그때 긴장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도적 한 놈이 훌쩍 코를 삼켰다.
동시에 두 빛줄기가 서로를 스쳐 지났다.
“···빠르군.”
대장 놈이 짧게 중얼거렸다. 그와 장건 모두 앞으로 칼을 뻗은 자세 그대로 서로를 등지고 있었다. 장건은 그의 중얼거림을 들었음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삿갓의 앞부분이 세로로 살짝 갈라진 것이 그가 입은 피해 전부였다.
그러나 도적들의 대장은 이내 허리 부분이 쩍 갈라지며 쓰러져 죽었다. 장건은 갈라진 삿갓의 틈으로 남은 도적놈들이 기겁하는 것이 보였다.
놈들은 곧장 말을 돌려 달아나려 했으나 그보다 빠르게 다가온 장건이 놈들의 허리쯤을 갈라 내장을 쏟아주는 것이 더 빨랐다.
도적들을 모조리 끝장낸 장건은 칼을 털어내곤 자신이 만든 시체 밭을 바라보다가 휫, 짧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조금 멀어졌던 조조가 어슬렁어슬렁 그에게 다가왔다. 방금까지 전쟁마처럼 달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녀석의 시큰둥한 모습에 피식 웃은 장건은 안장을 잡고 올라타려 했다. 그때 어떤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차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