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55)
55화
이미 인기척을 느끼고 있던 장건은 고개를 돌려 박수의 장본인을 확인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긴장감을 느꼈다. 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관객이 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형 장운, 그리고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거구의 남자. 손뼉을 친 것은 그 남자였다.
“대단한 재주요. 그런 기예는 일찍이 본 적이 없는데. 혹 스승이나 사문을 물어봐도 되겠소?”
커다란 덩치의 남자는 그 덩치만큼이나 우렁찬 목소리로 물어왔다. 장건은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며 대답했다.
“여기저기서 한 수씩 배운 것이라 딱히 누구라 말하긴 힘들겠소.”
“흐음. 그럼 제대로 된 스승도 없이 기예를 익혔다는 말인데. 정말 대단하시오.”
남자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자니 장운이 앞으로 나섰다.
“이분은 신사천 상행조합의 견 조합장이시다. 지점과 관련된 일 때문에 오셨는데, 잠깐 나와 산책을 하며 조정 중이셨다. 그러나 네 무공을 보셨고.”
“견우영이라고 하오. 작은 상단과 직원 몇을 이끌고 있지.”
견우영은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팔다리가 길쭉하고 덩치가 커서 그런지 그 작은 동작도 어딘가 거창하고 화려한 느낌이 있었다. 장건은 마주 포권을 하며 말했다.
“장건. 떠돌이요.”
그의 짤막한 인사를 들은 견우영은 두 눈을 크게 떴다가 와하하 하고 웃었다.
“특이하신 분이군! 보통 젊은 사내들은 자신의 이름과 명성, 직업을 부풀리기 마련인데, 스스로를 그저 떠돌이라 칭하다니? 하하하!”
“그쪽도 조합장 자리를 달고 많이 겸손한 듯한데.”
장건의 대꾸에 견우영은 더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렇게 봐주신다면 나야 고맙지! 뛰어난 기예와 건장한 풍채라. 이거 마음에 드는 분이군! 혹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시오?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소만.”
신사천 상행조합의 조합장치고는 갑작스러운 초대였다. 한 지역 상행조합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조합장들은 그 수가 보통 다섯을 넘지 않는 편이니, 장건은 지금 신사천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상인에게 초대받은 것이다. 하지만 장건은 그런 것에 그리 개의치 않았다.
“글쎄. 아마 오늘 오후 중으로 신사천을 떠날 듯해서 힘들겠는데.”
“아니 오후 중으로? 급한 일이 있는 것이오?”
그런 거 없었다. 그저 빨리 떠나지 않으면 형수에게 붙잡혀 이곳에서 남은 겨울을 보내게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순간 뭐라 대답할까 머뭇거리는데, 옆에 있는 장운의 표정이 보였다.
그는 뭐라 말은 못 하고 눈과 표정으로 간절히 표현하고 있었다. 제발 초대에 응해달라고. 정말 어릴 적 자신의 잘못을 이르지 말아달라 부탁할 때나 보았던, 그래서 나이가 조금 차고 장건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로는 보여주지 않았던 절실한 얼굴이었다.
“···아니, 뭐.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고.”
“그렇소? 그럼 이 견 모某의 초대에 응해 주시겠소? 요번에 숙수도 새로 고용했는데, 요리 솜씨가 대단한 친구요. 그 친구 덕분에 요즘 살이 찔 정도라니까. 하하하!”
견우영은 재차 웃으며 다시 제안했다. 장건은 그 넉살에 피식 웃었다. 사실 그도 상인이라는 작자가 어찌 자신의 감각을 피했는지 궁금하긴 했다. 예민한 기감은 정령의 영약을 먹기 전에도 자신 있던 분야라 솔직히 조금 자존심이 상한 점도 있었다.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저녁에 봅시다.”
그의 승낙에 견우영이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이거 오늘은 숙수를 닦달해야겠군. 아, 장 행수도 동생분과 같이 올 게지요?”
“그럼요, 초대해 주신다면 저도 당연히 가야죠.”
장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 모습을 보던 장건의 입가에도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동생이라는 이야기를 했던가? 물론 그를 소개하는 장운의 모습에서 짐작했거나, 아니면 지켜보는 와중에 대화를 나누며 알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화를 했다면 이 정도 거리에서 장건이 못 들었을 리는 없으니 그건 아니었다.
그 후 장운은 견우영과 자리를 떠나며 장건에게 고맙다며 눈짓을 했다. 장건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그렇게 갑자기 나타났던 두 사람이 떠나자 여태 한쪽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장상, 장영 남매가 쪼르르 다가왔다. 장상이 두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며 말을 걸었다.
“삼촌! 완전 멋졌어요! 좀 더 보여주세요!”
“좀 더 보여주세요!”
상회 쪽으로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장건은 고개를 돌렸다. 장상의 호들갑과 오라비를 따라 혀짧은 소리를 내는 장영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견우영은 견우영이고, 지금 당장은 이 아이들과 조금 더 놀아줘야 할 것 같았다.
* * *
마당에서 한참을 더 놀아주던 장건은 도저히 지치질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방 한구석에 있던 바둑판을 발견하고 아이들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오목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광대 노릇을 벗어날 수 있었다.
장건은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며 오목을 두는 장상과 장영을 바라보았다. 장상은 열 살이고 장영은 네 살이니 당연히 오라비가 이길 것 같으나, 둘의 대결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았다. 장상이 모자란 것은 아니었다. 맹한 표정으로 인형을 껴안고 있는 장영이 보통이 아니었을 뿐이다.
겨우 오목을 하면서 빠르게 흑백 돌로 바둑판을 가득 채우는 둘의 모습을 보며 장건은 형수가 왜 아이들을 가문의 어른들과 떼어놓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원래 장운은 가문의 장남으로 가업을 잇고, 둘째 장건과 막내 장연은 출사하여 관리나 황군으로 만드는 게 집안 어른들의 계획이었다. 실제로 장건은 무공에 큰 재능을 보여 그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장건은 입군을 거부하고 집을 떠나버렸다. 게다가 막내 장연 또한 오래 준비하고도 황군이 되질 못 했으니, 똘똘한 모습을 보이는 장운의 자식들이 그 다음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문을 키우면 얼마나 키우겠다고···”
장건은 씁쓸히 웃었다. 호남 장가는 많은 자금으로 일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지만 그게 다른 고대 세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건 누구 한두 명 황군에 출사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부분이기도 했다. 결국 장건에게는 가문의 덩치 키우기와 출사의 명예에만 집착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더 큰 출세를 위해 내몰린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는 이미 전생에서 많이 보았던 탓이었다.
“예? 삼촌 뭐라 했어요?”
세상 심각한 얼굴로 오목을 두던 장상이 장건의 중얼거림을 듣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장건은 신경 쓰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장상은 그걸 보며 히죽 웃더니 다시 오목판에 집중했다. 그리고 장영은 찔끔 콧물을 흘리는 맹한 얼굴로 자기 오라비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흑백으로 가득 찬 바둑판의 모습에, 혹시 오목을 완성하고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게 아닐까 싶어 슬쩍 들여다보던 장건은 문가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느꼈던 대로 한 명이 맞았다.
“어! 유모!”
패배 직전이었던 장상은 문가에 등장한 중년 여인을 보고 슬쩍 일어섰다. 아무래도 유모의 등장을 핑계로 판을 엎으려는 듯했다.
녀석의 영악함은 뒤로 하고, 유모는 일단 장건을 바라보며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셔요, 애기씨들 유모 일을 하는 이 씨라고 합니다. 처음 뵙네요. 장 행수님한테 이야기는 들었어요.”
장건이 말없이 마주 허리를 숙이고 있자니 장상과 장영이 유모에게 다가갔다.
“유모, 아픈 건 다 나았어요?”
“아휴, 우리 도련님 걱정이 되어서 쉴 수가 있어야죠.”
장상은 헤헤 웃으며 자연스레 그녀에게 다가갔고, 유모는 장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젊은 할머니와 손주처럼 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오라비처럼 그녀에게 다가가던 장영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모?”
“예, 애기씨. 왜 그러셔요?”
유모는 웃는 낯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웃는 얼굴이나 약간 앞으로 굽은 허리나, 특별할 것 없이 불혹을 넘은 중년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장영을 바라보며 옆에 있는 장상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려 했다.
그리고 그때 장건은 소리 없이 움직여 그 유모의 손목을 붙잡았다. 붙잡힌 손목에서 우드득하는 소리가 울렸다.
“아이고!”
“어? 어? 삼촌?”
유모는 당장에 비명을 질렀다. 덕분에 유모의 손길에서 벗어난 장상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장건을 불렀다.
그러나 장건은 별다른 망설임이나 멈칫거림 없이 유모의 명치에 오른 주먹을 한 대 꽂아주고 발로는 툭툭 그녀의 양 발목을 때렸다. 유모는 억 하는 소리 한번 내고는 풀썩 주저앉았다. 거기에 붙잡힌 오른 손목은 놓아주질 않아서 완전히 바닥으로 엎어질 수도 없었다.
“유모! 삼촌 갑자기 왜 그래요!”
깜짝 놀란 장상이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주저앉은 유모도 이 상황이 정말 당황스럽고 아프다는 듯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하지만 장건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오른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유모의 얼굴을 후려치려는 듯했다.
그 망설임 없는 모습에 결국 유모의 자유로운 왼쪽 소매에서 삐죽 송곳 하나가 돋아났다. 유모는 그걸 그대로 휘둘렀고, 장건은 붙잡았던 손을 놓으며 슬쩍 물러섰다.
붙잡혔던 손목이 자유로워지자 유모는 뒤로 빠르게 굴러 번뜩 일어섰다. 짧은 동작이지만 무공을 모르는 중년 여인의 몸놀림은 분명 아니었다.
뒤로 물러난 장건은 아직 어안이 벙벙해 보이는 장상과 장영을 슬쩍 끌어 자신의 뒤쪽으로 움직여놓았다. 유모는 찡그린 얼굴로 덜렁거리는 오른 손목을 덜덜 떨며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도대체 왜 이러십니···엇!”
유모는 깜짝 놀라 자기 입을 틀어막았고, 장상과 장영은 불쑥 겁먹은 표정으로 물러났다. 방금까지 가늘었던 유모의 목소리가 낮게 울리는 남자의 것으로 변한 것이다.
장건은 손을 툭툭 털며 말했다.
“여장이라. 취향 특이하군.”
유모는 방금 배를 얻어맞은 타격 때문에 목소리를 바꾸던 역용이 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 혹은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어떻게 알았지?”
“두어 번 보니까 이제 구분이 되더군. 암룡대냐?”
장건의 대답을 듣고 유모의 표정이 싸늘한 것을 넘어 무표정해졌다.
“그 이름은 한낱 상가의 둘째가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닌데.”
“그 한낱 상가에 유모로 위장하고 잠입하는 새끼는 뭐냐.”
유모는 장건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너덜거리는 손목을 붙잡아 으득 하고 뼈를 맞췄다. 고통스러울 텐데 그는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았다.
“···그 이름을 알고 있다면 우리가 누구의 명령을 받고 있는지도 알겠군.”
장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이 팽팽 돌고 있었다. 신대륙에서 공작을 벌이는 황제의 비밀조직이 왜 여기 있을까? 확인해 봐야겠지만 방금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눈치챈 장영의 태도로 보아 처음부터 유모로 잠입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아마 아파서 못 나왔다는 시간 동안 바꿔치기 된 모양이었다.
호남 장가가 황제의 눈 밖에 난 것일까? 그건 조금 부족했다. 만약 진짜 황제의 눈 밖에 났으면 이런 놈이 잠입해올 것이 아니라 황군 교위들이 달려와서 상회를 피바다로 만들고 불태워버렸어야 했다.
암룡대라는 단체를 잘 알지는 못해도 장건은 이미 지난 무명객잔에서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기풍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황제의 옛 칙령과 권위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신대륙의 정보를 모으는 암중비약의 단체. 덕분에 황군이나 다른 황족과도 약간의 충돌이 있는 듯 보였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장건은 허리춤의 칼집을 왼손으로 잡아 살짝 빼며 말했다.
“글쎄, 일단 네가 여기 왜 들어왔는지부터 알아야겠는데.”
“···감히 우리 일을 막겠다는 것이냐?”
“그게 무슨 일이 되었든 이 꼬맹이들이 낄 일은 아닌 듯하군.”
대답을 들은 유모는 오른쪽 소매에서도 섬뜩한 송곳 하나를 더 꺼내 들었다. 그리고 슬며시 몸을 낮추며 달려들 듯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그를 마주한 장건은 미동도 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장상만 괜히 겁을 먹고 자기 동생을 끌어안았다.
그때 장건은 유모의 눈이 은근히 떨리고 있음을 눈치챘다. 무표정으로 감추고 있지만, 그건 분명 일이 잘못되었을 때 느끼는 불안감이었다. 동시에 눈을 마주하고 있던 유모는 자신의 감정이 장건에게 들켰음을 깨달았다.
그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장건이 아니라 옆에 있는 창문을 향해서였다.
종이와 나무 살로 만들어진 창문이 우자작 부서지며 찢겨나갔다. 장건은 약간 늦게 움직여 그 뒤를 따라나섰다. 유모는 빨랐다. 앞으로 달려들 듯하다가 그렇게 도망치는 모습에 잠시라도 당황했으면 장건이라 하더라도 그가 마당을 벗어나는 걸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건은 그보다 빨랐다.
“으헉!”
별채 마당을 벗어나 담장을 뛰어넘으려던 유모는 헛바람을 들이켜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뒤로 따라붙은 장건의 칼날이 그린 하얀 빛이 그의 왼 허벅지를 훑은 것이다.
그때 그는 그렇게 바닥을 구르는 와중에도 장건에게 번뜩 송곳을 던져 반격했다. 충분히 기습적인 공격이었으나, 장건은 타닥, 왼손가락 사이로 가볍게 그 송곳들을 잡아버렸다.
바닥에 널브러진 유모의 허벅지에서 붉은 피가 왈칵 터져 나왔다. 그는 방금 전까지의 무표정을 잊고 일그러진 얼굴로 장건을 노려보았다. 붙잡은 송곳이 생각보다 마음에 든 장건은 그것을 품에 집어넣으며 유모에게 다가갔다.
“잠깐 머리를 굴려봤는데, 이 장씨 집안이 황군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할 리는 없어. 출사에 환장한 집안이니까. 그럼 네가 여긴 왜 있는 걸까? 이곳 행수의 두 자식에게 무슨 짓을 하고, 또 그걸 행수에게 어떻게 이용하려 역용까지 하고 여기 잠입한 걸까?”
유모는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장건을 보고 파르르 떨다가, 갑자기 이를 악물었다. 장건은 그걸 보고 설마 하며 얼른 다가가 그의 턱을 잡았다. 유모는 턱을 악물고 벌리지 않으려 저항했다.
“이런.”
악문 턱과는 다르게 덜덜덜 떨리는 유모의 몸뚱이를 확인한 장건은 검지와 중지를 세워 유모의 몸 여기저기를 빠르게 짚었다. 턱의 힘을 푸는 동시에 소화를 늦추려 한 점혈이었다.
그러나 그 점혈이 끝나기도 전에 알아서 유모의 턱이 열렸다. 그리고 스르륵 벌어진 입에서는 부글부글 역한 냄새가 나는 피거품이 올라오고 있었다. 잠시 후 유모는 장건이 뭘 더 어떻게 하기도 전에 두 눈이 게게 풀리더니 곧 움직임을 멈췄다.
그 몸을 붙들고 있던 장건은 그걸 놓으며 천천히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입가를 끌어당겨 미소를 지었다.
“···이거 참. 직접 겪으니 이야기로 보던 것보다 훨씬 엿 같군.”
호선을 그리는 입가와 달리 그의 두 눈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소란을 듣고 나온 상회 사람들과 장운 부부가 본 것은 죽은 유모의 시체와 그 차가운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