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장건은 양굉을 따라 어느 좁은 집에 들어섰다.
큼직한 누각 그림자 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집이었다. 그 집은 차라리 그 누각들의 부속 건물이라고 하는 게 어울릴 모양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양굉 혼자 지내는 것인지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특히 방 한가운데 놓인 탁상에는 온갖 크고 작은 종이 쪼가리와 잡동사니가 쓰레기처럼 쌓여 있었다.
양굉은 그 종이 쪼가리들을 대충 옆으로 밀어서 치워버리고는 지나가듯 물었다.
“일단 차라도 한 잔 드릴까?”
그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한쪽에 있던 난로로 다가가 꿈지럭거렸다. 장건은 집안을 대충 스윽 둘러보고는 탁상 앞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탁상 위에 손을 올려 톡톡거리는 소리를 냈다.
“헤헤, 이거 물 끓으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데.”
난롯불을 키우고 물을 올린 양굉은 무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장건을 마주 보고 앉았다. 장건은 그런 양굉을 뚱한 얼굴로 말없이 바라보았고, 양굉은 그 시선에 탁상 위 종이들을 만지작거리며 머뭇거렸다. 말을 고르는 모양이었다.
그걸 보던 장건이 먼저 말했다.
“큰 건이라고?”
어떻게 말을 시작할지 정리하던 양굉은 움찔 놀라서는 대답했다.
“어어, 이 일은 장 형도 마음이 동할 것이오. 진짜 큰 건이거든.”
“그 전에 뭣 좀 물어보자.”
“엉? 뭘?”
양굉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으나 장건은 그게 일부러 지은 표정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는 톡톡거리던 손가락을 멈추고 물었다.
“너 정체가 뭐냐? 암룡대 맞냐?”
“···흐흐. 이번일 하면서 다 드러난 거 감춰봐야 뭐하겠소? 맞소. 나 암룡대요.”
장건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다시 물었다.
“네가 황제에게 충성한다고?”
그 질문에 양굉의 얼굴에도 비슷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소. 충성이 뭐요? 내 온 마음을 다해 상대를 위한다는 것 아니겠소? 난 언제나 내 손에 쥐어지는 황금에게 내 온 마음을 다했고, 그 황금의 이름표에 황제의 이름이 있었을 뿐이오.”
“황제가 물주니까 충성한다?”
양굉은 더 뭐가 있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실실 쪼갰다.
“원래 충성이라는 게 오고 가는 게 있어야 하는 거지. 한신이 왜 고황제의 밑에서 일했소? 결국 입신양명, 그리고 가문의 번영을 위해서가 아니었겠소? 그 약속이 제대로 이뤄지질 않으니 항명이니 반란이니 일으킨 것이지.”
“글쎄. 너와 한신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양굉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탁상 위를 마저 정리했다.
“물론 내가 그 대장군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 나야 결국 동전이나 굴려 먹는 시정잡배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 양반처럼 토사구팽당할 멍청이도 아니오. 그러니 내 것은 내가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이오. 암룡대니 뭐니 하는 것도 그 내 것을 찾아 먹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고.”
장건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고 나발이고 결국 암룡대는 양굉이 밥 벌어먹는 수단일 뿐이란 말이었다. 담이 큰 것인지, 아니면 제국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평소 말과 행동과는 달리 가슴 속에 한 가닥 대범함을 가지고 있는 놈이란 것은 분명했다.
“그래, 그럼 이번엔 뭘 어떻게 네 걸 찾아 먹으려 날 찾았냐?”
그 말에 양굉은 다시 씨익 웃으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은 간단히 말해서, 장보도 추적이오.”
그 묘한 미소와 달리 장건의 얼굴엔 황당함이 떠올랐다.
“장보도? 보물지도 말하는 거냐?”
“맞소, 보물지도. 각종 영약과 황금, 그리고 어쩌면 가공할 무공이 묻힌 장소.”
약간 놀랐던 장건은 대번에 푹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의자에 깊이 몸을 묻었다. 지난번부터 그랬지만 아무래도 이놈은 자꾸 허무맹랑한 일만 무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실망하는 것이오? 보물이라니까, 진짜 영약과 금은보화! 그리고 절세무공!”
“금은보화가 묻힌 장보도라. 진짜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지. 여기가 중원이었다면.”
그렇게 말한 장건은 탁상 한쪽에 몰려 엉망으로 쌓인 종이와 잡동사니의 산을 뒤적거렸다. 거기서 익숙한 향이 났다.
“신대륙이 발견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건너왔지. 하지만 그 대부분은 힘없고 가난한 양민들이었어. 물론 산동 제가니 뭐니 하는 고대 세가도 있었지만, 그들이 보물을 어디 다른 곳에 묻어 둘 이유가 뭐가 있나? 다 자기들 집안 깊숙한 곳에 숨겨두지.”
장건은 곧 잡동사니 사이에서 작은 나무곽 하나를 찾았다. 달칵 열어보니 잘 말려 부순 연초가 절반쯤 남아 있었다. 장건은 양굉에게 피워도 되겠냐 묻지도 않고 그 연초를 말기 시작했다.
“아니, 진짜라니까? 내 설명을 좀 들어보쇼. 들어보면 왜 이 땅에 보물이 있을지 전후 사정이 다 이해가 될 것이오.”
종이에 침을 묻혀 연초를 만 장건은 오른손 검지로 가볍게 불을 붙이고 연기를 쭉 빨아들였다. 그리고 탁상 위에 다리를 턱턱 올리며 말했다.
“설명해봐.”
불도 없이 연초를 태우는 걸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양굉은 그 말에 흠칫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었다.
“거, 뭐냐··· 장 형은 혹시 이세민李世民이라는 사람 아시오?”
장건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세민? 당태종 이세민?”
“당태종? 그건 또 누구요?”
장건과 양굉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장건의 입가에서 피어난 연기가 약간 어둑한 집안에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었다.
“···내가 착각했다. 이세민이 누군데.”
“음, 그 당태종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 이세민보다 강하지는 못했을 것이오. 이세민은 당시 세가제일고수로써, 황군을 제외하고 천하에서 제일 강했다는 고수요. 고대 세가 사람이 아니었으면 황군에서 아무 죄나 뒤집어씌워 목을 쳤을 거란 사람이었지.”
이세민. 그는 이백 년도 더 전에 태어난 사람이었는데, 당시 이李 씨 세가는 물론이고 다른 고대 세가의 고수 중 최고수로서 황제와 잠시나마 무학을 나누는 게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의 지도 덕분에 이씨 세가에선 많은 황군이 배출되었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관직을 거부하였다. 본인이 고수이기는 하지만 관직에 나갈 정도로 젊지 않고, 그저 집에서 밥이나 축내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니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그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정말 큰 일이 아니면 가문의 담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마 외부 활동이 잦으면 진짜 반역죄 같은 걸 뒤집어쓰고 멸문당하지 않을까 겁내서 그랬을 것이오. 내 생각에는 그 양반 무공을 감추고 살다가 나중에야 걸린 게 아닐까 싶던데. 아니라면 그런 고수가 중년이 넘어서야 알려졌을 이유가 없었소.”
그는 진짜 늙어 죽는 순간까지 가문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식들과 후대를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대에 있었다.
“장 형, 혹 고대 세가 중 이씨 세가를 들어본 적 있소?”
“없다.”
양굉은 그 짤막한 대답에 히죽 웃었다.
“맞소. 지금은 중원이고 신대륙이고 어디에서도 이씨 가문을 찾을 수 없지. 이세민 그 양반은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사리면서 살았지만 문제는 그 아들에게 있었소. 아비에게 배운 무공덕인지 아들도 고수였는데, 무슨 생각인지 그놈도 출사를 거부한 것이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씨 세가를 향한 황군의 압박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세민이 이룬 무공을 감추고 그를 바탕으로 헛된 생각을 품는다는 게 황군의 입장이었다. 이씨 세가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면서도 이세민의 아들을 출사시키지 않았고, 그는 결국 가세가 기우는 발단이 되었다.
“그놈 이름이 뭐더라? 이치? 이지? 어쨌든, 그놈 덕분에 고대 세가 중 제일 세가 강했던 이씨 세가가 몰락해갔소. 혹자는 진짜 반란을 꿈꾸던 놈이라 그랬다는데 난 잘 모르겠고. 어쨌든 그렇게 천천히 가문이 망해가는 와중에 신대륙이 발견되었소. 그리고 중년을 넘어가던 가주 이치는 그때 가문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훌쩍 신대륙으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지.”
전설이 생긴 것은 그 이후의 행보 때문이었다. 몰락했다지만 중원 최고의 세가였던 가문의 모든 재산과 절세고수였던 아버지의 무공을 가지고, 이치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건 그냥 배가 중간에 엎어져 버린 거 아닌가?”
“그건 아니오. 그가 배에서 마차 열 대와 함께 내렸다는 기록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 후에는 어디로 간 것인지 아무도 찾질 못했소. 그래서 당시엔 그가 신대륙 산맥을 넘어 아주 먼 동쪽 땅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었지. 아니면 뒤를 따라온 암행 황군이나 다른 세가의 병력에 모조리 털리고 이치는 목이 잘려 황야에 묻혔다는 소문도 있었고, 뭐 어쨌든.”
양굉은 탁상 위로 몸을 굽히며 목소리까지 낮췄다.
“···지금 이 신사천의 암상暗商에 지도 한 장을 거래하려는 움직임이 있소. 그리고 그 지도가 바로 그 사라졌던 이씨 가문의 재산과 이세민의 무공이 묻힌 무덤으로 향하는 지도라는 정보요.”
“그걸 믿나?”
양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암룡대에서 이걸 아는 건 나뿐이오. 적어도 황군 쪽 공작은 아니란 이야기지. 난 그것만으로도 그 장보도를 찾아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오.”
연초를 입에 물고 미심쩍은 눈으로 양굉을 바라보던 장건은 떨어지는 재를 대충 툭툭 털어내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암상 쪽에서 그 장보도가 거래될 움직임이 있으니 어쩌자고. 설마 내 돈 빌려서 그걸 사자고?”
“아니. 장 형이 아무리 주가 상회에서 사례금과 무림맹 포상금을 받았다고는 해도 그 돈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소.”
“그럼?”
양굉은 마른 입술을 핥고는 쯥하고 입안의 침을 삼켰다.
“그 지도를 가져온 놈은 웬 농가 하나를 털다가 집 아래 묻혀있던 낡은 상자를 찾고, 그 안에서 장보도를 얻었다고 하오··· 암상에 장물 팔러 온 새끼가 하는 어딜 털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오? 아마 그 농가 사람들은 싹 다 죽었을 것이오.”
“···마적이군.”
양굉은 입가를 끌어당겨 웃었다. 하지만 그 위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렇소. 마적 새끼들이 멀쩡한 농사꾼들을 죽이고 털어먹은 것이오. 그 농사꾼이 왜 그 장보도를 가지고 있었는가 하는 건 둘째치고, 그런 새끼한테 꼭 제값을 주고 물건을 사야겠소? 그놈도 죽이고 빼앗은 것인데?”
장건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하지만 양굉과 비슷한 미소이긴 했다.
“그러니 우리도 그놈에게서 장보도를 빼앗자?”
“흐흐. 남의 것을 빼앗아 살아왔으면 자기도 빼앗길 각오를 해야지.”
후-하고 연기를 뿜은 장건은 거의 입 가까이 다가온 꽁초를 집어 탁상 위에 비벼 꺼버리며 말했다.
“황군도 경계했던 수준의 무공과, 사라진 고대 세가의 유물이라··· 진짜로 큰 거 물어왔군.”
“할 거요?”
장건은 고개를 돌려 혀끝에 남은 연초를 투, 뱉고는 양굉을 되돌아보았다. 양굉은 조금 전까지의 미소나 장난스러움이나 비굴함을 모두 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장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팔 대 이.”
“장 형이 팔을 먹겠다고?”
“문제 있냐?”
“···칠 대 삼 합시다. 그래도 이 정보를 물어온 공이 있는데.”
양굉은 순순히 타협안을 내밀었다. 피식 웃은 장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대신에 무공은 내가 가진다.”
“마음대로 하쇼. 난 그런 거 봐도 잘 모르니.”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인 장건이 물었다.
“그래. 그럼 그 마적은 어디 있는데?”
양굉은 의자를 천천히 밀어 일어나며 대답했다.
“내 다 알아놨소. 당장 갑시다. 그놈이 지금까진 값을 높이려고 거래를 미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그럴지 모를 일이오.”
다시 고개를 끄덕인 장건은 양굉의 연초 상자를 품에 챙기며 일어섰다. 가족을 만났기 때문인지 얼른 신사천을 뜰 생각만 한가득하였는데, 이 일을 하며 그 생각을 좀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 * *
“확실한 정보인가?”
“확실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비선 빼고 뭐 대단한 선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신사천 비선은 유독 힘이 약해서.”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럼 그 마적은 지금 어디 있지?”
“암상 측에서 제공한 객잔에 머물고 있습니다. 역시 암상 쪽에서 제공한 호위와 함께 있을 테죠.”
“그놈 일당들도 있을 텐데 호위를 붙여줬나?”
“아시잖습니까. 암상 놈들 그런 쪽에 결벽증 있는 거. 세금 피하려 뭉친 상인들이라 그런지 참 철저해요.”
“당연한 감정이고, 당연한 수순이다. 대체 황제와 제국이 이 땅에 사람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서 세금을 걷는단 말인가? 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언젠가 그들도 우리의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대장은 참 이상적이에요. 그놈들 결국 인의고 뭐고 돈 되는 일이면 다 하는 자식들이란 건 아시죠?”
“그리고 같은 신대륙 사람이지.”
“뭐, 됐고. 황군이나 마궁 쪽에서 움직이는 기색은 없어요. 유일하게 걸리는 이들이 하나 있는데···”
“누군가?”
“제씨 세가요. 아무래도 암상에서 그 마적이랑 연결하려는 게 그쪽인 거 같아요.”
“제씨 세가. 스승님께서 말하길 그들은 항상 중원으로 돌아갈 방법을 모색하기에 언젠가 선을 넘을 것이라 했지. 그래도 한낱 마적에게서 장보도를 구매하려 하다니. 가문의 천년 역사가 무색하군.”
“글쎄요. 우리나 그들이나 뭐 다른 게 있나 싶은데··· 어쨌든 둘이 거래를 마치기 전에 덮쳐야 할 것 같은데요.”
“···거래가 언제지?”
“아마··· 오늘?”
“그럼 당장 움직여야겠군.”
“네, 대장. 가시죠.”
남자가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한의 천명은 끝났으니.”
“이제 곧 황천의 때가 오리라.”
어둑한 그림자 속에 숨어서 다 함께 그리 대답한 이들은 스르륵 소리 없이 방에서 사라졌다.
* * *
아침에 대장간에 들러 수리한 검을 받고 기분이 좋았던 제운성은 기다리던 사람을 만나러 다원에 왔다가, 금세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고 두 눈을 감았다.
“···뭘 사기로 하셨다고요?”
제씨 세가의 후계자이자 세간에선 사랑을 위해 목을 맬 수도 있다는 뜻의 교수공자絞首公子로 놀림 받는 제상천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장보도.”
“···장보도요?”
“이백 년 전 세가제일고수 이세민의 무공이 잠든 장보도. 그게 진짜라면 가문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진짜라면 그렇겠지요.”
“당연히 진짜일 겁니다! 제 가가에게 큰 기회가 온 거라고요!”
제운성은 슬그머니 눈을 떠 제상천 옆에 앉아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섬지영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제상천의 약혼자이고, 또 그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던 소녀였다. 예쁘장한 눈썹을 있는 대로 찡그린 모습이 귀엽다면 귀여웠지만, 그저 때 쓰는 꼬맹이 같기도 했다.
그 얼굴을 본 제운성은 최대한 짜증 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체 자신이 가문에 어떻게 밉보여 이 어른이 되다 만 녀석들을 데리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가 방계임에도 어른들의 신임을 받아 가문의 후계자 훈육을 맡았다는 게 다른 사람들의 중론이긴 했다. 제운성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고.
하지만 그래도 풋내기 뒤치다꺼리를 하다보면 부글부글 끓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요. 그래도 공자님이 애써 이룬 거래이니, 일단 한번 가보시죠. 하지만 거래를 완료하기 전에 제가 그 물건을 좀 살펴봐야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알았어.”
제상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세 사람은 다원의 개별실을 나서 신사천의 번화가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셋이 한 객잔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