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73)
73화
* * *
제상천이 왼편에서 등장한 무리를 보고 다급히 외쳤다.
“각주! 저자들은 뭐야!”
“암상의 무사들일 거요! 자신들이 주관하던 거래가 엉망이 되었으니 개입했다는 핑계겠지!”
“그럼 어떻게 해? 싸워?”
제운성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중요한 건 저 앞에 달려가는 도둑놈이오, 공자! 저놈을 먼저 확보하면 장보도의 정당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오!”
그 외침에 제상천은 이곳저곳을 번갈아 보다가 오른손을 번쩍 들어 앞으로 쭉 뻗었다. 추격대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괜찮은 판단이었다. 지금은 말이 지치든 말든 빠르게 치고 나가 장보도를 확보해야 했다.
제가의 무사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괜찮은 말과 숙련된 기마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간 덕분에 중간에 끼어든 암상의 무리와 평행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암상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우르르 장보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때 제운성의 눈에 오른쪽에서 등장한 태평대가 보였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백 명이 넘어가는 암상과 제가에 비해 그들은 서른 안팎의 숫자로 보였다. 그들 각각이 무림맹 순찰대 수준이거나 혹은 황군 수준이었다면 그 서른도 공포의 숫자가 되었겠지만, 이미 갈웅을 심문하며 알아낸 바로 저들은 그저 어중이떠중이들이 그럴싸한 명문 하나로 뭉친 오합지졸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곧 완전히 굳다 못해 일그러졌다.
“으윽!”
“크헉!”
제가의 무사들은 비명조차도 크게 지르지 않았다. 몸에 길쭉한 화살대를 달고도 몸을 다잡는 이도 있었다. 놀랍게도 제가의 오른편으로 붙은 암상의 무리에서 검은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제가의 무사들은 당황한 와중에도 무기를 휘둘러 화살을 튕겨냈지만, 화살을 쏘는 이는 하나가 아니었다. 적어도 수십, 암상의 절반가량이 검은 활과 화살을 꺼내 말 위에서 제가 추격대를 향해 쏘고 있었다.
“뭐, 뭐야, 이놈들! 먼저 싸움을 걸다니!”
당황한 제상천이 번쩍 손을 들었다. 마주 공격하라는 신호를 보내려는 참이었다.
“공자! 잠깐!”
“뭐! 이번엔 또 뭐야!”
제운성은 번쩍 등 뒤의 검을 뽑아 날아온 화살을 잘라버리며 외쳤다.
“일단 병력을 뒤로 물리시오!”
“언제는 치고 나가자며!”
“그야 저 자식들이 공격해오기 전이고!”
제상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뭘 어쩌자는 거야! 저놈들이 먼저 공격했다! 당연히 반격해야지!”
“냉정해지시오, 공자! 암상은 신사천의 뒷골목에서나 먹어주는 불한당일 뿐이오! 이렇게 우릴 공격할 배짱이 없어!”
“그런데 공격 했잖아!”
제운성은 다시 한번 번쩍 검을 휘둘러 화살을 갈라버렸다. 그리고 화살을 쏘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절반의 암상 무사들과 같은 복장을 한 이들이었으나 그들의 눈은 침착했고, 말을 붙잡는 하체와 허리, 그리고 활을 당기는 두 팔의 자세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 순간 번쩍 화살 하나가 제운성의 이마 한가운데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빛살 같은 화살이었다. 제운성은 겨우 검을 휘둘러 튕겨냈으나 이마 한쪽이 찢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의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잘 정련된 무사들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렇게 수십 단위로 이루어진 강력한 무력 단체는 아무나 육성할 수 없다. 그 육성의 끝이 황군이고, 그를 열심히 따라 하는 이들이 고대 세가다. 결국 고대 세가의 무사들을 습격하는 자들은 그 무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무사들일 것이다.
암상의 무사로 위장한 다른 고대 세가의 무사들일 수밖에 없다.
제상천은 흔들리는 자신의 후계자 자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적을 필요로 했다. 경험이 부족했던 그는 옛 이씨 세가의 장보도라는 말에 두말할 것 없이 발을 들이밀었다. 물론 애송이답게 거래는 실패했다. 그러나 가문의 후계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던 가주와 어른들은 그에게 백 명의 병력을 붙여주며 끝까지 밀어붙일 힘을 실어주었다.
백 명의 무사들은 본가와 며칠 거리를 떨어져 분리되었다.
제씨 세가는 신사천에 뿌리를 두고 무림맹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고대 세가다. 본래 뿌리는 당연히 중원이지만 다른 고대 세가와의 알력을 이기지 못하고 밀려왔다. 하지만 그 이름값이 어딜 가진 않아서 같은 신사천에 본거지를 둔 무림맹은 제가의 콧방귀나 헛기침을 무시하지 못한다. 아마 무림맹주는 그게 그리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제상천이 거래를 망친 건 갑작스러운 태평대의 습격이 있었던 것이 더 컸다.
제운성은 절로 입가의 침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이건 제가의 병력을 밖으로 끌어내 섬멸하려는 함정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고대 세가, 신사천 암상, 그리고 믿기지 않지만 무림맹의 합의로 이루어진.
장보도도 가짜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아마 물밑에서 의견이 오가던 중 장보도가 등장하고, 단번에 판이 짜인 것일 터였다. 그렇다면 그 물밑 의견의 시작은?
그건 연燕씨 가문일 것이다. 연가와 제가는 오랜 앙숙이고, 당장 얼마 전에도 연가에서 제가의 비밀을 캐내려 세작을 심었었다. 그러면 지금 저기서 말을 달리며 활을 당기는 마상 궁수들은 연가기수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들일 터였다.
그는 제상천을 바라보았다. 순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활을 쏘는 자들이 연가의 무사들인 이상 뒤로 물러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이 너무 많은 생각으로 헝클어졌다.
그리고 그가 머뭇거리자 제상천도 뭐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가문에서 배우고 익힌 것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가 하얘진 제상천은 결국 무작정 외쳤다.
“돌격! 화살을 쏠 거리를 주지 마라! 공격!”
제가의 무사들은 무공의 수련 외에도 그 충성심을 끊임없이 훈련받는다. 그것 역시 황군의 방식을 모방한 것으로, 상급자의 명령이라면 그것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고 해도 결국 하고야 마는 충성심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묵묵히 화살을 맞거나 튕겨내기만 하던 제가의 무사들은 억눌렸던 둑이 터져나가듯 암상의 무리에게 질주했다.
하지만 활을 쏘는 자들은 그리 쉽게 거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들은 제가의 무사들이 다가오는 만큼 물러나며 몸은 반대로 돌려서 활을 당겼다.
그렇게 양굉을 쫓던 제가는 방향을 돌려 암상의 무리에게 달려가고, 암상의 무리는 그들이 밀고 들어오는 만큼 물러나며 두 세력은 장보도 추격전에서 제외되는 듯했다.
하지만 암상은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들의 몸이 둘로 나뉘었다. 활을 쏘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로. 활을 쏘는 자들은 제가의 병력을 꼬리에 달고 황야 왼편으로 쭉 밀려났다. 하지만 슬그머니 그들과 나뉜 나머지 무사들은 양굉과 그를 쫓는 태평대를 향해 움직였다. 워낙 숫자가 많았던지라 그렇게 절반을 나뉘어도 육칠십 명은 되는 듯했다.
* * *
양굉은 열심히 말을 달리며 흘낏흘낏 뒤를 바라보았다. 덕분에 암상과 제가의 충돌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다.
“꼴 좋다, 엿 같은 세가 새끼들! 양심 없는 뒷상인 새끼들도 다 뒈져라!”
혼자 웃던 그는 곧 오른편을 바라보고는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그곳에선 황건을 쓴 태평대가 무기를 뽑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선두의 백사경이 외쳤다.
“너! 도둑! 장건이라는 자는 어디 있나!”
“몰라 누렁이 새꺄!”
대충 외쳐준 양굉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고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일단 이렇게 선두를 유지하며 기회를 봐야 했다. 어쨌든 그는 장보도도 가지고 있고, 제일 앞서고 있기도 했다. 이세민의 유산에 제일 가까운 것은 그였다.
그때 갑자기 양굉의 목덜미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는 그 섬뜩함에 바짝 몸이 굳었다가 겨우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저 멀리 거침없이 달려오는 장건과 그의 말 조조가 보였다. 그가 장보도를 들고 튀었음에도 일단 겉으로 보이는 표정은 평소의 침착한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양굉은 그게 더 무서웠다. 차라리 화라도 신나게 내면 그도 그에 맞출 수 있을 텐데 장건은 그렇게 맞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를 태우고 달리는 조조는 평소에 그 껄렁함은 어디 갔는지 희번덕대는 눈과 거친 숨을 내쉬며 마치 말굽 달린 용이라도 된 것처럼 쿠쿠궁, 쿠쿠궁 땅을 울리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하, 시발··· 둘이 신나게 놀았으면 아침까진 퍼 자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벌써 따라와?”
양굉은 목덜미에 오돌토돌 닭살이 돋은 와중에도 애써 그리 중얼거리고는 다시 앞을 보며 이미 열심히 달리는 자신의 말을 재촉했다.
“누, 누렁이?”
한편 그를 쫓던 백사경과 태평대는 양굉의 욕설에 떨떠름한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황건을 쓰고 활동하려면 감당해야 할 이름일지도 몰랐다. 기분을 가라앉힌 백사경은 두 눈을 좁히고 양굉의 뒤를 더 따라붙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 문득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우르르 달려오는 암상의 무리가 보였다. 그들은 검, 칼, 창이나 철퇴 등등 딱 봐도 정돈되지 못한 흉악한 무기들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보고 이를 악물던 백사경은 이번엔 아예 뒤에서 땅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야수처럼 달리는 말을 탄 무사가 차가운 눈을 번뜩이며 순식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백사경은 신사천에서 뒷모습만 얼핏 보았던 게 전부였으나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장건!”
다른 태평대원들도 모두 그를 확인했다. 며칠 사이에 동지를 잔뜩 잃고 하룻밤 동안 잠을 자지 못한 그들의 벌건 눈이 모두 장건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장건은 그 묘하게 광기 어린 시선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진짜 삶과 죽음의 찰나를 겪는 그에게 그 어설픈 살기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장건은 오히려 옆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암상 무리를 바라보았다. 흉악할 뿐이지만 차라리 그들이 태평대보다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다. 태평대원들은 그렇게 고개를 급하게 꺾어 뒤를 볼 것이 아니라 당장 가까워지는 암상의 무리를 경계했어야 했다.
어리석음의 대가는 죽음이었다. 당장 훌쩍 가까워진 철퇴 하나가 태평대원의 머리를 부쉈다. 머리통이 으그러진 대원이 풀썩 말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나서야 다른 대원들도 정신을 차렸다.
“무기를 들어라!”
태평대원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암상의 무리와 맞붙었다. 저 멀리 앞서가는 양굉을 향해 달리며 마상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암상의 무리는 장건에게도 문답 무용의 태도로 다가와 무기를 들이밀었다.
단숨에 목덜미를 노리는 그 칼날에 장건도 똑같이 화답해 주었다.
채챙-쇠가 울리는 소리가 울리고 암상 무사 둘이 말 아래로 떨어졌다. 주인을 잃은 말은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뒤로 처졌다.
자신의 동료 둘이 순식간에 쓰러지자 다른 암상 무사들 모두 장건을 주목했다. 그들 중 유난히 덩치가 큰 자가 번쩍 손을 들어 그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놈부터!”
그 외침에 장건 가까이 있던 암상 무사들이 대뜸 말머리를 가까이 붙이며 그를 공격해왔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장건의 일 합을 막아내지 못하고 투두둑 말 아래로 떨어졌다.
암상 무사 셋을 그렇게 꼬꾸라뜨린 장건은 툭툭 조조의 고삐를 당겼다. 그러자 조조는 마치 야수가 울부짖는 것처럼 거칠게 울더니 앞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최고 속도로 달리는 말들 사이에서 조조는 자신이 그들과 전혀 다른 생물이라는 것처럼 내달렸다.
동시에 장건의 칼이 허공에 섬광을 그렸다. 암상 무사들은 장건에게 다가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미끄러지듯 날아온 칼날에 목이 달아났다. 암상 무사들은 죽어가면서도 어떻게든 자기 무기를 휘둘렀으나 단 하나도 그에게 닿지 못했다. 어설픈 공격은 애초에 그 주변에 다가가지도 못했고 나머지는 모조리 반격당했다.
장건과 조조가 달리는 길이 대나무 쪼개지듯 갈라지고 주인을 잃은 말들만 어쩔 줄 모르며 다른 이들을 무작정 따라서 달렸다.
그렇게 암상 무리를 쭉 쪼개버린 장건은 곧장 아까 그를 가리키며 소리쳤던 덩치에게 내달렸다. 장건을 본 덩치는 자기 큰 칼을 높이 들고 뒤에서 달려오는 장건에게 내려치려 했지만, 그 칼이 휘둘러지는 것보다 장건과 조조가 그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더 빨랐다.
높이 들어 올린 팔과 목이 함께 잘려 황야에 흩뿌려졌다. 머리와 팔을 잃은 몸이 한 박자 늦게 기우뚱 뒤로 쓰러져 떨어졌다.
암상 무사 하나와 싸우다가 그 모습을 본 주선이 겁에 질려서 백사경에게 외쳤다.
“저거 괴물이잖아요! 도망쳐야 해요!”
백사경도 약간 질린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번쩍이는 찌르기로 암상 무사를 쓰러뜨리고 검을 털며 말했다.
“주선! 너는 다른 태평대원들을 이끌고 장보도를 추격해!”
“대장은요!”
“어서!”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지금까지 적당히 상대해주던 암상 무사에게 백사경과 비슷한 찌르기를 선보여 목 한가운데 구멍을 뚫어주고는 외쳤다.
“태평대! 이들을 상대하지 말고 더 빨리 치고 나간다!”
태평대원들은 굳이 상대를 밀어낼 필요도 없었다. 암상 무사들은 방금까지 싸우던 태평대원과 떨어져 모두 장건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 모두 백사경이나 주선처럼 질렸으면서도 어떻게든 장건에게 한칼 먹여주겠다는 오기를 품은 얼굴이었다.
그렇게 태평대는 방해를 떨치고 먼저 양굉을 쫓아 달려 나갔다. 그 뒤에 백사경이 남아 장건의 무위를 바라보았다.
주변 다른 말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조조와 장건의 뛰어난 칼솜씨가 합쳐지자 벌어진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둘은 거의 땅 위를 낮게 나는 듯한 움직임으로 다른 암상 무인들은 전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를 보여주었다. 그 끝은 장건 한 사람에게 무리 절반가량이 죽어 나가는 장면이었다. 암상 무리는 그렇게 죽고 나서야 겁에 질려 말머리를 돌렸다. 저 멀리서 싸우고 있는 고대 세가들을 향해서였다.
그들이 도주하자 장건과 조조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칼을 늘어뜨린 장건은 깊게 가라앉은 눈이었고, 거칠게 숨을 내쉬는 조조는 전신에서 땀을 흘리며 연한 수증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서서 숨을 고르던 장건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백사경을 향했다. 방금의 싸움을 보았을 텐데, 백사경의 눈에 놀라움과 약간 질린 기색은 있을지언정 두려움은 없었다.
장건은 그가 말소리가 들릴 거리로 다가와 멈추는 것을 보고 말했다.
“다음에 보면 너희를 모두 죽인다고 했는데.”
“···갈웅은 죽었다.”
백사경은 말에서 내려 땅에 내려섰다. 그걸 본 장건은 피식 웃고는 아직 숨이 거친 조조를 두고 자신도 땅으로 내려섰다.
“그럼 내 경고를 듣지 못했나 보군. 다시 해줘야 하나?”
“아니. 난 네 머리를 스승님께 바쳐 그분의 슬픔과 갈웅의 영을 달랠 것이다.”
장건과 백사경은 멀리 삼 장 거리를 두고 마주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일 합을 나누려는 순간에도 제가와 암상으로 위장한 연가의 무사들은 격렬한 싸움을, 양굉은 나름 필사의 도주를, 주선과 태평대는 그 뒤를 쫓았다. 그리고 지금 보이지 않는 이연도 양굉을 쫓았다.
드넓은 황야에서 각각의 계략과 의지가 부딪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