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92)
92화
조원식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얻어맞고 있는 왕삼, 갈 지부장, 그리고 장건을 번갈아 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다가 연초를 입에 문 장건이 자신을 돌아보자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아니, 맹의 비선을 그렇게 만나고 싶다 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인 줄 아시오? 한 번 만남을 가지기 위해 얼마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리고 저 자식은 갑자기 왜 저러는 것이오? 방금까지는 말 잘했잖아?”
장건은 오른손 검지 끝으로 연초 불을 붙이고는 손가락을 살살 비볐다. 내력을 많이 집중해 손끝이 조금 아렸다.
“저자는 이제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것이오. 그게 본인의 의지인지 아니면 정령을 잡아 죽을 때 쓰던 주술의 힘인지는 몰라도. 그러니 이제 방법은 저자의 다른 형제들을 찾는 수밖에 없소.”
“저, 정령? 주술?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연초의 연기를 깊게 빨아들인 장건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흘려내며 말했다.
“난 동쪽 멀리 있는 평원에서 일어난 원주민 마을의 몰살을 조사하기 위해 왔소. 정확히는 그 짓거리를 벌인 놈을 찾을 생각으로 왔지. 그리고 그놈과 그놈이 속한 집단은 마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익히는 놈들이요. 내가 당신들도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
조원식의 눈이 커지고, 왕삼을 붙들어 잡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던 갈 지부장도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마공? 마인이라는 말이오? 하지만 이미 얼마 전 황군이 이 감산의 마인들을 모두···”
“그 황군이 지금은 없지.”
갈 지부장은 흔들리는 눈으로 장건을 바라보다가 여전히 자신의 신상 명세만 중얼거리는 왕삼을 내려놓고 똑바로 섰다. 그리고 굳은 얼굴로 장건에게 물었다.
“본 단의 감찰원이시오?”
장건은 고개를 저었다. 갈 지부장의 얼굴에 도리어 당혹감이 떠올랐다.
“···무슨 몰살 사건을 조사하고 마인의 꼬리를 잡기 위해 왔다며? 무림맹이 아니면, 황군이요?”
“난 떠돌이요. 뒷배 같은 건 없소.”
갈 지부장은 눈을 내려 초췌해진 왕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이한 고문 봉맥술을 익히고 있고, 아무리 건달이라지만 수십 명의 성인을 제압할 수 있는 고수. 잠깐이지만 그가 본 장건은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장건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럼 왜 그 꼬리를 쫓고 있다는 말이오? 맹도 아니고, 황군도 아니라면?”
장건의 눈에 굳은 신념이나 강렬한 의지는 없었다. 그저 고요함과 차분함. 흔들림 없는 침착함이 있을 뿐이었다. 그가 대답했다.
“나는 복수 대행자일 뿐이오.”
“대행자?”
“죄 없는 이들을 멋대로 학살한 놈에겐, 어쨌든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갈 지부장은 그 짧은 대답을 듣고 잠시 장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신이 누군지,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몰라도 그 말은 마음에 드는군. 죗값을 치르게 해주겠다니. 좋소, 비선이 지금까지 내 아들 위치를 알아냈는지는 몰라도 왕 씨 형제의 은신처 정도는 알아냈겠지. 이미 회룡단 조직원들을 잡아들이면서 수레바퀴가 구르기 시작했소. 차라리 빠르게 암흑가를 소탕하는 게 내 아들을 찾을 방법일지도 모르겠군.”
그는 조원식에게 시선을 돌려서 말했다.
“명령을 어긴 책임은 나중에 묻겠네. 자네는 지금부터 지부의 인원들과 집으로 퇴근한 비번들도 모두 소집해서 암흑가 소탕에 나서게. 회룡단은 몰라도 다른 놈들 본거지 정도는 다 파악해 두었겠지?”
“예? 아, 예!”
“그럼 움직이지 않고 뭐하나?”
“예! 알겠습니다!”
조원식은 횃불을 장건에게 내밀어 맡기고는 후다닥 달려 나갔다. 단번에 말을 길게 토해낸 갈 지부장은 잠시 힘겹다는 듯 호흡을 가다듬었다. 사실 방금의 명령은 조원식이 회룡단 조직원들을 잔뜩 잡아 왔다는 보고를 듣는 순간 내렸어야 할 명령이었다. 조직원들을 체포한다는 것은 납치된 그의 아들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으니까.
하지만 갈우선 지부장은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든 왕삼을 심문해 먼저 아들의 위치부터 알아내고자 했고, 그런 식으로 지부의 움직임을 최대한 늦추려 했다. 그의 아들을 납치한 이들은 정말 감산 지부를 마비시킬 방법 중 지독한 것을 고른 것이다.
뒤늦게나마 명령을 내린 갈 지부장은 잠시 그렇게 심호흡을 하다가 장건과 눈을 맞추고 말했다.
“···이제 갑시다. 비선에게는 내가 안내하겠소.”
장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 지하 뇌옥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빠져나간 지하 뇌옥에는 조금 전까지 고통받던 왕삼이 손발이 묶인 그대로 넝그러니 돌바닥에 널브러져 여전히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회룡단 부단주 왕삼이다. 왕 씨 삼 형제 중 막내고, 철피금근공의 수련자다. 무림맹 감산 지부의 개입을 묶어두기 위해 그의 아들을 납치했고, 그 개입이 없는 틈을 타 감산성의 암흑가를 통일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기이한 열기로 가득했던 그의 두 눈은 그동안 천천히 식으며 무채색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중얼거림이 멈춤과 동시에 그의 호흡도 멈췄다.
그곳에 남은 건 차가운 돌바닥에 온도를 빼앗겨 결국 그 돌바닥만큼이나 차갑게 식어가는 시체뿐이었다.
* * *
갈 지부장의 명으로 늦은 밤중에도 무림맹 감산 지부는 소란스러웠다. 집으로 퇴근한 이들을 깨우러 달려가는 이들도 잔뜩 있었고, 지부에 머물고 있던 무사들은 무기와 장비를 챙겨 빠르게 대문을 빠져나갔다. 밤비 때문에 서늘하던 공기가 그 움직임으로 후끈해지는 것 같았다.
갈 지부장도 원래라면 앞장서서 그들을 이끌거나 지부에서 명령을 내려야 했지만 그 일은 조원식이 잠시 맡게 되었다. 갈 지부장은 장건 앞에 앞장서서 무림맹 비선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비 내리는 밤거리를 앞장서 걷는 갈 지부장의 표정은 아주 어두웠다. 그는 축축하고 어두운 밤거리에서 점점 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장건은 삿갓을 쓴 채 그 뒤를 따르며 별다른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했다. 지부장을 오래 알던 사람이었다면 뭐라 한마디 해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당장 지부장과 만난 지 반나절도 되지 못한 낯선 이였다.
그러던 중 장건은 자신이 이미 지나왔던 거리를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갈 지부장과 장건은 기루 거리로 나아가고 있었다.
“···비선의 은신처는 기루로 위장하고 있소. 아마 건달 놈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그곳에서 신나게 주둥이를 털었겠지.”
앞장서던 갈 지부장은 들릴 듯 말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장건은 그게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밤이 늦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기루 거리도 비 맞고 비틀거리는 주정뱅이나 우산을 쓰고 총총 걸음을 재촉하는 몇몇 이들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없었다. 장건은 그 와중에 머물고 있던 관수찬의 태평루를 지나가게 되어 그곳을 흘낏 살펴보았다. 불이 어둑하고 조용한 것을 보니 영업이 끝난 모양이었다.
갈 지부장의 걸음은 그곳을 지나서도 한참 나아가 기루 거리에서도 끝자락에 이르렀다. 그리고 불 꺼진 어느 기루 앞에 멈춰 섰다. 작지만 특별히 낡은 곳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기루였다.
갈 지부장은 앞장서 나아가 굳게 닫힌 듯 보이는 그 기루의 문을 두드리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보다 조금 먼저 스르르 문이 열렸다. 은은한 조명이 번져있는 내부에는 점원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루주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올라가시지요.”
그들이 오는 것을 알았는지, 아니면 그저 멀리서 오는 것을 발견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 비선은 이미 준비된 모양이었다. 갈 지부장은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장건도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붉은 융단과 하늘하늘한 천으로 치장된 내부가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조명 덕분에 선정적이었다. 그때 장건 옆으로 다가온 점원이 손을 내밀었다. 겉옷과 삿갓을 맡기라는 손짓이었다.
“금방 나갈 것이오.”
점원은 허리를 다시 한번 푹 수그리고는 얌전히 물러났다. 그를 지난 갈 지부장과 장건은 기루 한가운데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부장은 익숙하다는 듯 그렇게 계단을 올라 꼭대기 층에 이르러 거침없이 닫힌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아래층보다 더 어둑한 조명과 검붉은 천들, 그리고 음울하게 반짝이는 황금과 백자들로 치장되어 이젠 퇴폐적이라고 해야 할 방이 나타났다. 그 끝에 너머가 은근히 비치는 얇은 장막이 있었고, 그 뒤에는 누군가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긴 곰방대를 피우고 있는지 얼핏 새빨간 불빛이 순간 반짝이는 것 같았다.
갈 지부장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루주, 내가 왜 왔는지 알겠소?”
“물론이지요. 왕 씨 형제의 은신처를 알아내기 위해 오셨죠?”
얇은 장막 너머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유로움과 부드러움, 그리고 어쩐지 귀가 간지러워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갈 지부장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혹, 내 아들의 위치는 찾았소?”
“아쉽지만 갈원명의 위치는 찾지 못했어요. 갈 지부장님, 혹시 맹원들을 아직도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시겠죠? 만약 그렇다면 저도 더 이상···”
“알고 있소. 지부는 이미 움직이고 있소··· 루주가 지금까지 본 지부를 잘 봐줬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소. 고맙소.”
아마 감산 지부의 일을 본 단에 보고하지 않아 주었다는 감사일 터였다. 본 단과 멀리 떨어진 감산성에서 지부와 비선이 유착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둘은 무림맹이라는 지붕 아래 협력하는 관계니까.
“왕 씨 형제는 약 다섯 곳의 은신처를 두고 항상 옮겨 다녀요. 기간도 불규칙적이고 순서도 정해지지 않았죠. 다섯 곳이라는 것을 알 뿐 그 다섯 곳을 모두 파악한 것도 아니에요. 아마 그 은신처 중에 갈 지부장님의 아들이 숨겨진 것 같은데, 당장 파악한 세 곳 중에는 그가 없었죠.”
“음··· 그럼 지금 왕 씨 형제의 위치도 모른다는···”
장막 너머에서 여인이 곰방대를 빨아들인 것인지 작은 불씨 하나가 순간 반짝거렸다. 그녀는 후 하고 숨을 뱉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건 아니죠. 당장 오늘 왕 씨 형제 중 왕삼이 회룡단 병력을 이끌고 움직이며 지금 그들이 숨은 은신처를 찾았어요. 아직 하룻밤도 지나지 않았으니 거기 그대로 있겠죠. 지금쯤 그들은 갑자기 움직인 무림맹의 행동에 당황했을 거예요. 아마 은신처로 회룡단의 모든 병력을 모으고 있을 겁니다.”
“모든 병력? 그놈들이 잡아먹고 큰 조직이 몇이나 되는데? 그놈들이 절반씩만 살아남았다 치고, 지금 잡힌 놈들도 뺀다 해도 백이 넘을 터요. 그 숫자를 한곳에 모아서 눈에 띄려 하겠소?”
“조금 전까지 제가 확인한 바로는 그렇게 되고 있어요. 그들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드러나는 움직임은 그렇다는 말이에요.”
갈 지부장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뭐라 더 묻지는 못했다. 당장 보이는 움직임이 그런데 더 물을 것이 없긴 했다.
“···알겠소. 그럼 그 위치를 알려주시오.”
“요리 거리로 가십시오. 그 중 황선각과 제양루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집 하나가 나올 겁니다. 그리고 그 집 지하실이 황선각과 제양루를 합친 것보다 넓지요.”
“황선각, 제양루. 어딘지 알겠군. 고맙소. 앞으로도 지부와 이곳의 연합이 잘 이루어진다면 감산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것이오.”
갈 지부장은 그렇게 인사한 후 밖으로 나가려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때 장건은 도리어 장막을 향해 한 발짝 내디뎠다.
“당신, 나 알지?”
나가려던 갈 지부장은 어리둥절해져서 장건과 장막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장막 너머의 여인도 길게 곰방대를 빨아들이고는 깊은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말했다.
“모를 수 없지요. 며칠 전 태평루에서 흑혈파에게 시비를 건 무사님 아니십니까?”
“아니. 그거 말고.”
장건의 눈이 흐린 장막을 꿰뚫고 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때 이름이 뭐였지? 검중찬?”
“···이런. 지부장님? 먼저 내려가 계시겠습니까?”
갈 지부장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곧 무슨 상관이냐는 듯 허탈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방을 나섰다. 그가 방을 나가서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동안 장건과 장막 너머의 여인은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침내 갈 지부장의 걸음이 희미해진 순간, 여인이 먼저 말했다.
“지부장은 아들이 확실히 죽었으리라 여기는 모양이군요. 하긴, 그의 아들 사랑이 각별하긴 했어요.”
“놈들도 그걸 알았으니 납치한 거겠지.”
장건의 뚱한 대답을 들은 여인은 그 후 말이 없다가, 스르륵 누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얇은 장막을 들추고 나왔다.
붉은 입술과 진한 화장, 멋들어지게 비녀를 꽂아 틀어 올린 머리칼, 이 방과 색을 맞춘 듯 검붉은 옷이 나풀거렸다. 신대륙 유행에 맞춰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옷이 아래로는 넓게 퍼지며 긴 다리를 감쌌다.
그녀는 묘한 얼굴로 장건을 바라보며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입술이 열리며 장막 너머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알았죠?”
“저 천이 너무 얇더군.”
“그냥 꿰뚫어 보았다는 건가요? 하지만 지난번 만났을 때 난 남자였는데요.”
“몸을 비틀고 바꿔도 감출 수 없는 신체의 선이 있지. 물론 그때야 나도 당신이 암룡대라는 걸 몰랐지만.”
여인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래요, 양굉을 보고 유추하셨군요. 그럴 것 같았죠.”
장건은 가까이 다가와 웃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무림맹의 정보선이 황군에게 장악당한 건가?”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원래 암룡대와 무림맹 비선에게 중복되는 선이 많을 뿐이죠. 공동의 목표를 위한 교류라고 할까요? 실제로 서로에게 감추고자 한다면 감출 수 있어요. 단지 지금 이 감산성의 상황이 특별할 뿐.”
그녀는 말을 하며 장건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그의 발끝부터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별이라. 그 특별한 상황을 만든 것이 누군지도 알겠군.”
“청사. 마궁의 뱀이죠. 전날 조합장 손광을 치며 이곳 감산에 있던 뱀의 머리를 칠 수 있었지만, 그 후 몸뚱이를 완전히 소탕하지는 못했어요. 놈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감산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으니까. 덕분에 황군이 일이 있어 빠지자 새로운 머리가 굴러들어와 몸뚱이를 갈아치웠죠.”
“황군이 왜 감산을 빠져나갔지?”
그녀는 싱긋 웃었다.
“그건 말해줄 수 없어요. 사실 이렇게 내 얼굴도 보여주면 안 된다고요. 어쨌든, 그 청사라는 이름은 마궁의 지위 중 하나예요. 뱀 중 제일 높은 지위죠. 그 위로는 무슨 장군이니 뭐니 한다는데 아직 꼬리털 하나도 본 적 없으니 꼭꼭 숨겨진 이들이거나 아니면 공갈일 테죠.”
“그 청사라는 놈이 얼마 전 동부 평야 원주민 부족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었나?”
“새로운 정보군요. 그건 언제든지 환영이죠.”
장건은 천천히 올라와 마침내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마주 보다가 천천히 뒷걸음질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린 조금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군.”
“···청사를 잡고 난 뒤에 말이죠?”
물러나던 장건은 손을 들어 검지로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금방 오지.”
검중찬, 암룡삼호 외에도 꽤 많은 이름을 가진 여인은 그 손가락과 장건을 보며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지요.”
뒤로 걷던 장건은 그 인사를 보며 몸을 돌렸다. 본격적으로 뱀을 쫓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