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63
기계신과 함께 – 외전(4)
무결은 얼굴을 붉히며 눈 둘 곳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슈리, 아니, 인어공주 ‘에리얼’은 가슴을 훤히 드러낸 채였다.
“예? 인어족은 원래 상반신을 드러내고 다닙니다만.”
슈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은 바닷속이라 인간의 규범을 따를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전부터 이해가 잘 안 갔습니다. 왜 인간은 가슴을 가리고 다니는 겁니까? 이렇게 예쁜데 말이죠.”
그녀는 오히려 가슴을 가린 긴 머리카락을 치우는 척하며 아름답게 생긴 가슴을 슬쩍 어필했다.
무결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슈리 쪽으로 돌아가려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억제했다.
“시, 시끄럽고 얼른 가려달란 말이야!”
무결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말을 잇지 못했다.
“흐흥, 싫은데요?”
슈리가 무결의 반응을 즐기듯 오히려 그의 곁으로 다가가-
“보세요~”
폴짝.
그가 고개를 돌렸던 방향을 향해 온몸을 던졌다.
“헛.”
무결은 화들짝 놀라며 다시 시선을 딴 곳으로 던졌다.
하지만 사실 슈리는 무결의 말을 듣고 한 손으로 가슴을 다소곳이 가린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한 무결이 지레 놀라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린 것뿐.
“히히.”
폴짝.
슈리가 다시 무결의 시야 쪽으로 들어갔다.
“야, 하지 마!”
무결이 또다시 시선을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호호호호.”
슈리가 계속해서 무결을 괴롭혔다.
폴짝폴짝······.
한편, 무결과 슈리가 그렇게 아웅다웅하는 사이.
“······염병.”
무릎을 꿇고 손을 든 마녀 우르슬라는, 그 모습을 보며 못 볼 걸 보고 있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녀는 수천 년을 살아온······.
모태솔로였기 때문이다.
* * *
“그래서, 너도 영혼 없는 인간의 몸은 가지고 있지도, 만들 수도 없다?”
문어마녀 우르슬라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네.”
처음 만났던 마녀처럼 우르슬라 또한 자신에게는 인간의 몸을 온전하게 만들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무결이 미간을 찡그리며 우르슬라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우르슬라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아시다시피 제가 에리얼에게 준 건 인간의 다리뿐이었습니다. 게다가 그것도 사실 얼마 안 가 풀릴 마법이었고요.”
슈리가 황당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원래 에릭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받게 되면 영원히 인간의 다리를 얻는다 하지 않았나요?”
에리얼의 기억 속에는 분명 그런 조건이 걸려 있었다.
‘그놈의 진정한 사랑의 키스.’
무결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거야 뭐······ 어차피 제 방해로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우르슬라가 슈리의 눈길을 피하며 변명하듯 말했다.
실제로 지금 이 [뒤틀린 동화나라] 속 왕자 에릭은 우르슬라의 꾀에 넘어가 에리얼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
그 덕에 에리얼은 우르슬라에게 물고기가 되는 저주를 받아 그녀의 어항에 갇힌 상태였다.
본래대로라면, ‘모험가’ 슈리는 그 물고기 상태에서부터 저주를 풀기 위한 퀘스트를 해야 했을 터다.
그녀는 지닌 바 무지막지한 신력으로 그 모든 것을 깨부수고 홀로 인어공주의 몸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걸로도 모자라 때마침 본거지로 도망쳐 온 우르슬라까지 한 큐에 무릎 꿇려놓은 채로 무결을 기다렸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플로라의 잠든 몸을 스스로 깨운 것도, 사실 이와 같은 이치였다.
슈리는 무결과 마찬가지로, 일개 모험가라기엔 너무너무 강력했다.
슈리가 그녀를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군요’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경멸의 눈빛에 우르슬라가 발끈해서 큰소리를 쳤다.
“흥! 우리 마녀들은 큰 힘에도 불구하고 항상 주연들을 위해 희생하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 마녀들도 이제는 참지 않을 것이다! 우리라고 동화나라를 지배하고 차지하지 말란 법 있나!!”
흥분했는지 말투마저 반말로 바뀌었다.
“응, 안 돼~”
하지만 무결이 그렇게 말하며 우르슬라의 머리에 딱콩을 날렸다.
펑!
“아야!”
말이 딱콩이지, 그 한 방에 머리가 몸에서 달아날 뻔한 우르슬라가 머리를 부여잡고 조용해졌다.
“속이고 빼앗는 놈들이 당하고 사는 세상이 백번 낫지.”
무결이 쯧쯧 혀를 차며 말하자 슈리가 ‘맞아요!’ 하며 맞장구를 쳤다.
“자아,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방법을 모르시겠다고?”
무결이 우르슬라를 노려보았다.
“네, 저로서도 딱히 방법이 없어요······.”
우르슬라가 움츠러들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무결은,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거짓말 마.”
거기까지 말한 무결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신의 눈]을 통해 본 정보는 그렇지 않았다.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냉기에 닿은 우르슬라가 오솔오솔 떨었다.
“알고 있잖아.”
화들짝 놀란 우르슬라가 고개를 들어 무결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은 무저갱같이 깊었다.
* * *
우르슬라의 말에 따르면, 자신보다 인간의 몸에 대해 잘 아는 마녀가 있단다.
자신이 인어공주의 다리를 만든 마법 또한 그 마녀에게 배운 것이며, 현재진행형으로 ‘피노키오’라는 캐릭터에게 인간의 몸을 줄 수도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아마 무결이 찾는 그 마녀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피력했다.
무결에 의해 얼음덩이에 갇혀 있던 우르슬라는 그 말을 하고서야 얼음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다행히도 그녀가 말한 마녀 또한 동화 ‘인어공주’의 세계 속에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겠지?”
무결이 슈리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정말 진짜였으면 좋겠네요.”
슈리가 무결의 말에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들은 우르슬라의 집에서 몸을 숨긴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왜냐하면, 친절하게도 우르슬라가 그들을 위해 그 마녀를 집으로 초대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그 마녀가 우르슬라의 집 난로에 불이 밝혀지더니 그 속에서 한 마녀가 튀어나왔다.
“호호호, 신입 마녀 푸른 요정 납시오! 문어마녀님, 웬일로 절 집에 다 초대했어요?”
그녀는 마녀라기보다는 요정 같아 보였다.
손바닥처럼 작은 몸에 잠자리 날개와 푸른 머리를 한 그녀는, 피노키오 동화에서 그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었다는 ‘푸른 요정’이었다.
무결과 슈리는 즉시 그녀를 포박했다.
“뭐, 뭐야! 너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마녀 네트워크’ 소속······!! 읍읍!!”
푸른 요정은 발버둥 쳤지만, 당연히 무결과 슈리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짧은 대화의 시간을 거친 후, 푸른 요정 작은 눈두덩이는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흑흑, 모처럼 ‘마녀 네트워크’에 들어서 좋은 날 좀 오나 했는데, 이렇게 배신을 때리다니.”
그녀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우르슬라를 노려보았다.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우르슬라는 억울한 눈으로 무결의 눈치를 힐끔 보았다.
무결은 한층 고분고분해진 푸른 요정에게 물었다.
“자, 너라면 영혼 없는 인간의 몸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걸 들었다. 바른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거든.”
푸른 요정이 무결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 또한 ‘요정의 눈’으로 무결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하아, 하는 수 없지.”
푸른 요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있어요.”
“정말?”
이제까지 마녀들로부터 방법이 없단 소리만 들어왔던 무결과 슈리가 반색했다.
“‘움직이는 나무’로 깎아낸 인간의 몸에, 제 ‘요정의 축복’이라는 마법을 사용하면 생생한 인간의 몸을 만들 수 있어요.”
무결은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물었다.
“그럼 그 ‘움직이는 나무’는 어디 있는 거야?”
푸른 요정이 그의 말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피노키오라는 나무인형이 바로 그 ‘움직이는 나무’예요.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
무결과 슈리는 충격적인 사실에 잠시 침묵했다.
잠시 후 무결이 입을 열었다.
“······그럼 그 피노키오라는 나무 인형의 몸을 우리가 차지해야 한다는 건가?”
“그런 셈이죠. 특히 영혼을 없애야 한다면, 죽여야 할걸요.”
요정이 한층 더 복잡해지는 무결과 슈리의 얼굴에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 참고로 그 ‘움직이는 나무’라는 것은 이제 세상에 나타날 일도 없을 거예요. 신족의 실수로 인해 기적적으로 만들어진 거였거든요.”
“······.”
무결과 슈리의 침묵이 조금 더 깊어졌다.
하지만 요정은 재미있다는 듯, 혹은 고소하다는 듯 그런 둘을 보며 웃었다.
“궁금해하실 것 같으니 피노키오의 위치는 알려 드리죠. 방금 전까지 저도 피노키오를 지켜보다 왔는데, 지금 좀 위험한 상태거든요. 녹아 없어진 피노키오의 몸은 갖고 싶지는 않으시겠죠?”
* * *
피노키오와 제페토는 현재 거대 향유고래의 몸속에 갇혀 위산에 소화되기 직전이었다.
제페토는 집을 뛰쳐나간 피노키오를 찾아 헤매다 향유고래의 몸속에 갇힌 상태였고, 피노키오는 그런 제페토를 구하기 위해 향유고래의 몸속에 들어온 상태였다.
피노키오는 다행히 위산에 소화되기 직전에 향유고래의 몸속에서 불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덕에 향유고래의 몸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으악!!”
화가 나 쫓아온 향유고래에 의해 다시 먹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대로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할아버지.”
“피노키오,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죽을 시간 때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이제, 고래의 위산이 쏟아져 들어오면 꼼짝없이 녹아 죽을 터였다.
원작 이야기와는 다른 전개로, 사실 이는 마녀화된 요정이 부린 심술의 결과였다는 것을 피노키오와 제페토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콸콸······.
위산이 서서히 고래의 위장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엉엉,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러게 헛짓거리 좀 하지 말고 제대로 살라 그랬잖니.”
은근히 피노키오를 디스한 제페토는, 그래도 말과는 다르게 피노키오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허리를 뿌득 꺾었다.
“컥!”
“저승에 가서 보자, 이 웬수덩어리야.”
제페토는 마지막까지 쪼잔했다.
“네, 저승에서는 말 들을게요.”
피노키오의 말에 피식한 제페토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그들이 서로를 껴안고 마지막을 맞이하려는데.
쩌저적.
갑자기 향유고래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
피노키오와 제페토가 놀라 소리친 순간.
“으악~!!!”
그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그대로, 향유고래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알 수 있었다.
향유고래가 높은 하늘에 떠올라 있었고······.
누군가가 그 향유고래의 꼬리를 잡고 허공에서 향유고래를 탈탈 털어대고 있다는 사실을.
“으아악!!”
그 모습을 본 뒤로, 그들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추락했다.
아래는 바다였지만, 높이가 높이이다 보니 별로 무사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추락의 끝에,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촤라락~
부드러운 물길이 쿠션처럼 그들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마스터, 두 사람 확보했습니다.”
슈리가 무결에게 두 사람을 잡은 것을 보고했다.
“아, 그래?”
무결은 향유고래를 그대로 바다 저 멀리로 던져 버리고 슈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구우웅—!!
향유고래는 구슬픈 울음을 흘리며 허공을 날아 사라졌다.
무결과 슈리는 공포에 떨고 있는 제페토와 피노키오를 진정시키고 물었다.
“제페토 씨, 혹시 ‘움직이는 나무’ 남은 것 더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