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64
기계신과 함께 – 외전(5)
“예, 예? 피, 피노키오를 만든 나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페토가 여전히 살짝 겁에 질린 채로 무결의 질문에 되물었다.
“예, 맞습니다.”
“그거라면······.”
제페토가 안타깝다는 얼굴로 말했다.
“더 이상 안 남았는데요.”
“후······.”
무결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조금이라도 남은 것 없습니까? 사람의 조각을 깎을,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습니다.”
“정말 안타깝지만, 조금의 조각도 없습니다. 피노키오를 만들고 남은 것은 모두 불태워 버렸거든요.”
“아······.”
무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길이 피노키오를 향했다.
“어쩔까, 슈리?”
“후······.”
슈리 또한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한다는 건 아깝긴 했다.
그녀가 한 손에 들고 있던 푸른 요정을 들어 그녀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정말 방법이 없나요? 저는 꼭 인간 크기의 몸이 아니어도 됩니다. 아주 작은, ‘맛’이라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몸만 있으면 충분해요.”
슈리의 물음에 푸른 마녀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없다니까요? 아, 거참 마녀 피곤하게 하시네.”
푸른 요정이 껄렁거리며 말했다.
“어, 요정님?”
피노키오가 그녀를 알아보며 반색했다.
그러자 푸른 요정이 표정을 싹 바꾸며 웃었다.
“오, 피노키오! 너는 제페토를 구하러 향유고래의 몸속에 들어감으로써 훌륭하게 네 용기를 증명했단다. 나는 네가 원한다면 당장에라도 너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축복을 해주고 싶어. 하지만 이 인간들이 그럴 수 없도록 나를 방해하는구나.”
“아, 그렇군요······.”
피노키오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하지만 전 이분들을 비난할 수 없어요. 이분들이 절 구해주셨는걸요. 이분들과의 이야기가 다 끝나면 그다음에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세요.”
피노키오가 순진하게 웃으며 푸른 요정을 바라봤다.
“으으······.”
피노키오가 그렇게 대답하자 무결과 슈리로서는 더욱더 고민이 가중되었다.
슈리의 몸을 얻으려면 피노키오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후우······ 어쩔까, 슈리?”
“마스터······.”
슈리는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녀는, 정말 정말 인간의 몸이 가지고 싶었다.
단순히 민트초코를 먹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플로라와 에리얼의 몸을 가짐으로써 인간의 마음과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던전 밖으로 나가 이 느낌을 잃는다고 하니 너무도 허전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까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피노키오는 이미 훌륭한 영혼을 가지고 있어요. 마스터.”
슈리가 무결을 바라보았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다른 방법을 찾겠어요. 그때도······.”
그녀가 무결을 보며 빙긋 웃음 지었다.
“절 도와주실 거죠?”
그러자 무결이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슈리가 이번에는 푸른 요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푸른 요정, 약속대로 피노키오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세요.”
“슈리······.”
무결은 아쉽지만 대견하다는 듯 슈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무결의 품에서 날아올라 훌륭한 신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나?”
푸른 요정이 은근한 표정으로 슈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혹시라도 슈리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슈리의 눈동자에서 굳은 의지를 읽은 푸른 요정이 투덜댔다.
“쳇, 재미없게. 이래서 인간들이란.”
하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약속대로 축복을 내려주겠어. 피노키오!”
“네, 네!”
“너를 축복하노라. 인간의 몸이 되어라.”
그렇게 말한 푸른 요정의 몸이 은은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그녀의 머리색을 닮은 푸른 가루가 피노키오를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 자, 잠깐만요!”
피노키오가 손을 들어 요정의 축복을 저지했다.
“아, 또 뭐야!”
푸른 요정이 잠시 짜증을 냈다.
그러자 피노키오는 얼른 제페토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조각칼 가지고 있죠?”
“응? 그렇다만.”
“그럼 저 조각칼 좀 줘보세요!”
제페토는 피노키오에게 순순히 조각칼을 건넸다.
그러자.
서걱서걱.
피노키오는 자신의 크고 굵은 엄지손가락을 조각칼로 베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슈리에게 내밀었다.
“작은 조각도 상관없다고 하셨죠? 이 정도면 충분할까요?”
“너······.”
하지만 슈리는 감동 어린 눈길로 피노키오를 바라보았다.
“정말 고마워.”
“두 분이 살려주신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피노키오가 씨익 웃었다.
“푸른 요정, 여기에도 축복을 내릴 수 있나?”
무결이 푸른 요정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당연히 이, 있지!”
푸른 요정이 예상외의 전개에 당황하며 물었다.
“좋아.”
무결이 씨익 웃었다.
“제페토 씨, 이것 좀 인간의 모습으로 깎아주실 수 있나요?”
“아······.”
제페토는 슈리로부터 나무를 넘겨받더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내가 노안이 와서······.”
“······.”
갑자기 썰렁해지는 분위기에 제페토는 식은땀을 흘렸다.
“······는 농담이고, 바로 만들어주겠네.”
“제 몸이 될 거예요. 잘 좀 부탁드려요, 할아버지.”
“걱정 말게, 아가씨. 내가 이래 봬도 아직은 동네 제일의 인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까.”
슈리에게 윙크까지 해 보인 제페토가 정성을 다해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
무결은 그에게 은근한 버프 스킬을 보태주었고, 슈리를 두 손을 모으고 ‘제발 예쁜 몸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 됐네.”
제페토는 작은 인형 조각을 내밀었다.
나무임에도 뚜렷하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그리고 아름다운 굴곡의 몸.
완벽한 여인의 조각상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푸른 요정.”
무결이 푸른 요정을 바라보았다.
“쳇, 알았다구.”
이윽고 푸른 요정의 축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이템 ‘깨어나지 않은 작은 소녀’를 획득하셨습니다.]무결과 슈리는, 마침내 던전을 클리어했다.
* * *
짤랑.
“어서 오세요~”
“파인트 주세요.”
“세 가지 맛을 골라서 말씀해 주세요~”
“민트초코로 세 개 해주세요!”
멈칫.
분주하게 움직이던 점원이 잠시 몸을 멈추더니, 되물었다.
“민트초코 세 개, 맞으신가요?”
“네.”
점원이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푼 다음 무결에게 다가왔다.
“주문하신 파인트 민트초코! 세 개! 나왔습니다!”
확인하듯 민트초코와 세 개를 강조한 점원이 무결에게 파인트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무결은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그의 앞주머니 안에서 자고 있던 슈리를 톡톡 두들겼다.
“슈리, 아이스크림 준비됐어.”
“하암~”
슈리는 기지개를 켜며 무결의 앞주머니에서 기어 나왔다.
“우와······.”
그녀는 무결의 앞에 산처럼 쌓인 민트초코를 보며 눈을 빛냈다.
“잠시만 기다려 봐.”
무결은 아이스크림 스푼에 민트초코를 덜어내,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다.
“얍!”
슈리는 미리 준비해 온 초미니 사이즈의 아이스크림 스푼을 들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래, 천천히 먹어.”
무결이 싱긋 웃는 가운데, 슈리가 눈앞의 숟가락에 쌓인 아이스크림에 스푼을 가져갔다.
그녀는 먼저 아이스크림에 박혀 있는 커다란 초콜릿칩을 먹기 좋게 잘라낸 다음, 그것을 민트 아이스크림 부분에 박고 그 부분을 펐다.
그리고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냠.”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물었다.
오물오물.
무결이 그 모습을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바야흐로 또 한 사람이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두 진영 중, 한 편에 가담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민초단, 혹은 민혐단.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민트초코를 싫어하는 사람들.
“어때?”
아이스크림을 맛본 후, 눈을 감고 있는 슈리에게 무결이 물었다.
슈리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맛······.”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없습······.”
그러나 그녀가 문장을 완성하기 전에, 무결과 슈리가 있는 자리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앗, 무결 씨?”
다가온 사람은 반가운 표정으로 무결을 불렀다.
“강하나 씨!”
그녀는 어딘가 예쁘게 차려입고 나온 강하나였다.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요?”
강하나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보게 되니 더 반갑네요. 아, 슈리 씨도 있었군요. 반가워요, 슈리 씨!”
“안녕하세요.”
슈리가 꾸벅 강하나에게 인사했다.
“강하나 씨는 여기 웬일이세요?”
“아, 저는 결혼식 갔다가 오는 길이에요. 저희 클랜 헌터 한 명이 결혼을 해서요.”
“아, 오늘 유달리 예쁘시다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군요.”
“예, 예뻐요?”
강하나가 그 말에 볼을 발갛게 물들였다.
“예, 머리도 옷차림도 상당히 신경 쓰신 티가 납니다.”
무결이 웃으며 그녀의 스타일을 칭찬해 주었다.
“고, 고마워요.”
강하나가 예상치 못한 무결의 폭풍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에 닿은 것은 아이스크림이었다.
“아, 민트초코네요? 무결 씨도 민트초코 좋아하시나 봐요?”
“아, 예!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에요. 혹시 강하나 씨도?”
“네, 저도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민트초코예요!”
강하나가 무결과 새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것에 속으로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런데 아직 안 드셨나 봐요. 완전 새거네.”
“예, 오늘은 슈리한테 맛보여주려고 나온 거라서요.”
“아, 슈리 씨는 조금 드셨나 보네요. 티가 별로 안 나서 몰랐어요. 어때요, 슈리 씨는? 민트초코 맛있나요?”
강하나가 궁금함 가득한 표정으로 슈리에게 물었다.
그녀는 이 작고 귀여운 무결의 파트너가 민트초코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슈리가 냉큼 대답했다.
“네, 완전 제 취향입니다.”
“아, 다행이다!”
무결과 강하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럼 어서 많이 먹어요!”
“슈리, 모자라면 더 시켜줄게!”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두 민초단의 기쁨 속에 한 입 한 입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입에 퍼 넣었다.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며.
‘마스터는 도대체 이걸 왜 좋아하시는 걸까? 난 별로 맛없는데.’
하지만 억지로 먹자면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담담하게 계속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걸 맛없다고 못 하는 거지?’
그녀의 눈길이 하하호호 웃으며 얘기를 주고받는 무결과 강하나에게 향했다.
그 둘을 보고 있자니, 왠지 속에서 욱하는 무언가가 올라왔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솔직해지지 못하는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인간의 몸이란, 감정이란, 참 알 수 없는 것들투성이야.’
오감으로 세상을 느끼고 세상을 감정으로 대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동물, 인간.
하지만 그 비합리 속에서 무언가가 싹트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은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인간으로 지내보면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아무래도, 새로운 몸을 찾아야겠어.”
강하나만큼 크고······ 더 아름다운.
그리고 민트초코가 맛있는 몸을.
“마스터,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슈리가 자기 자신도 아직 모르는 본심을 담아 무결에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무결이 강하나와의 대화를 멈추고 잠시 슈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강한 의지가 담긴 눈빛과 무결의 눈이 마주쳤다.
무결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그래, 천천히 많이 먹으렴.”
기계신과 함께 외전 – 민트초코 먹이기 대작전 완결.
^직^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