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2)
작가귀환-102화(102/250)
재능마켓 정식 서비스를 기점으로 공모전이 시작되었다.
대상이 무려 1억!
최우수상 3천만 원 세 명!
우수상 10명에게는 천만 원이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상금이었고 남성향, 여성향,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가장 바빠진 건 나다.
‘와, 이 정도라고?’
열흘간 올라온 소설이 2,000편이 넘었다. 총 두 달간 치러지는데, 이 안에서 14명을 뽑아야 했다.
연재 방식이었고 상위권 작품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문득 팀장 놈이 생각났다.
【공모전이든 뭐든 결국 될 작품은 됩니다. 초반에 독자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것도 똑같고, 제목도 중요한 건 말할 필요도 없죠.】
우리 작품이 공모전에 나갔는진 잘 모르겠다. 아마 노출을 꺼려서 공모전은 피했을 것 같다. 하지만 팀장은 우리에게 정보를 주는 걸 즐겼다.
【이 지표를 보세요. 작년 글세상 공모전 자료인데, 한 달 내내 1위를 하다가 갑자기 고꾸라졌죠?】
물론 그 정보는 우리를 돌려 까기 위해서였다.
【초반에 다 쏟아부어서 그런 겁니다. 1번 작가님처럼요.】
알아, 나도. 뒷심 부족한 거.
【장편 작가는 멀리 봐야 합니다. 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산이 있다면 피해야 하고요. 길 잘못 들면 돌이킬 수 없어요. 1번 작가님처럼요.】
안다니까 개새끼야. 그만하라고.
【공모전 팁을 드리자면 첫날부터 무작정 써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최소 2권은 모아 두고 승부하는 겁니다. 경쟁이에요. 남들은 1편밖에 없을 때, 나는 2권이나 있으면 연참도 되죠? 무엇보다 순위에 멘탈이 흔들리는 걸 방지해 줍니다.】
재능마켓 플랫폼을 위해서기도 했지만, 내가 아는 작가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함께 생활하던 작가의 작품이 나온다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 클리셰가 거기서 거기여도 판박이처럼 문장까지 같을 순 없었다.
‘그놈도 보고 있겠지.’
팀장 놈이 작가를 채 가는 걸 방지해야 해서 공모전 기간엔 쪽지를 보내지 못하게 했다. 괜히 밥상 차려서 그놈에게 진상할 순 없지 않은가?
“오, 재미있는데?”
상위권 몇 작품을 읽어 보다가 놀랐다. 세상엔 이렇게 잘 쓰는 사람이 많다. 나도 더 분발해야겠다.
두 달간 걸러지고 추려져서 심사 대상작 100편 정도 나오면 그때 다시 보면 된다.
1~3편 잘 쓰는 건 몇 달에 걸쳐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연재 작가가 되려면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공모전 기간이 두 달인 이유도 연재 가능성을 보려는 것이다. 최소 3권에서 10권을 쓰려면 끝까지 힘을 잃지 않아야 했다.
장편 작가는 이다지도 쉽지 않다.
‘여기 디자인은 더 눈에 띄게 바꿔야겠네.’
재능마켓 플랫폼을 보며 느끼는 것, 사용하며 불편한 것들을 메모해 뒀다. 나중에 예진에게 전해 주자.
나는 이렇게 방구석에서 노는 게 가장 행복한 남자다. 그러나 마냥 이럴 순 없었다. 오늘은 더 퀸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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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계속 엿을 주시네.”
그는 짜증이 났다. 재능마켓 공모전에 모든 신인들이 몰렸다. 탐나는 놈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쪽지가 안 된다.
“메멘토모리…….”
그놈 하나 못 잡아 온 게 이렇게까지 계속 거슬리는 일을 만들다니.
업계 돌아가는 소식은 쉽게 접할 수 있었기에 재능마켓 플랫폼이 누구 소유인지도 안다.
“음, 이 작품은 정말 좋은데.”
그도 소설 보는 게 일인 사람이다 보니까 쉽게 작품에 몰입했다. 그러다가 또 울컥했다.
‘이렇게 잘 쓰는 사람이 많은데, 왜 하필 저런 놈이 들어와서…….’
모니터엔 3번 작가가 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서 컴퓨터로 소설을 보고 있었다. 세상 참 저렇게 편해 보일 수 없었다.
3번 작가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보란 듯이 채팅했다.
【똥이 안 나오는데 변비약 주세요 –3】
와, 죽여 버릴까.
【머릴 안 써서 그럽니다. 집필하면 좋아져요.】
다른 작가도 보고 있으니까 참자.
【제가 이번에 구상한 소설이 있는데, 들어 보고 평가해 줄래요? -3】
아니, 쓰지 마. 넌 아직 뭘 써도 안 돼. 똥이나 싸.
【잡담 금지입니다.】
3번만 보면 울화통이 터졌다. 어젠 병원에 갔다. 화병이란다.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 준다는 정신과 약까지 처방받았다.
그 원흉이 저 새끼다.
【뭔데요? -1】
1번이 관심을 보였다.
【무림맹하고 천마하고 한판 붙어요. 서로 죽고 죽이다가 무림맹주하고 천마만 남았거든요. -3】
오? 좀 보더니 갈피를 잡는데?
【동반어진을 해요. -3】
동귀어진이다, 등신아.
【그렇게 서로를 죽이면서 자폭했는데 눈떠 보니까 대한민국에서 쌍둥이로 태어나요. 이제 둘은 형제가 되어서 서로를 암살하려고 무공을 익히죠. -3】
이놈은 천재인가, 병신인가?
【……재미있네요. -1】
1번 작가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3번 저 새끼의 필력으론 아무리 재미있는 스토리도 살릴 수 없다는 거다.
【그렇죠? 오늘은 이거다 –3】
아니야. 오늘도 못 하고 내일도 힘들 거야.
그간 3번이 어떤 글을 써 왔는지 계속 모니터해 왔기에, 그는 손톱만큼의 기대도 없었다.
그렇지만 방금 3번이 말한 스토리는 메모장에 적어 뒀다.
아, 새끼. 쓰지 말라니까.
【나는 무림맹주다. 맹해서 맹주가 아니라 졸라 잘 싸워서 맹주인 거다. 오늘 천마 새끼랑 끝장을 보려고 나왔다. 내 쫄따구도 백만 명이다. 내가 질 것 같진 않았다.】
미친, 언제 말장난까지 습득한 거지? 더 이상하잖아! 그리고 뭐? 백만 명? 차라리 황제랑 싸우지 그래?
【어라, 천마도 부하가 백만 명이다. 이거 조금 쫄리는데? 하지만 내 무공은 고강하기 때문에 천마를 이길 거다. 왜냐? 나는 무림맹주니까. 빨리 끝내고 예쁜 색시들 보러 가야겠다. 나는 색시도 아홉 명이다. 왜냐? 무림맹주니까.】
그만 보자.
*
*
*
상상력을 소설로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다.
집을 지으려면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야 하지 않는가? 비로소 완성이 돼야만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것이다.
그것과 비슷해서 제목과 주인공의 목적으로 큰 그림을 독자에게 보여 주고, 처음부터 공정을 보여 주는 거다.
이게 잘 안 되면?
무작정 보는 거다. 이미 좋은 교과서는 모든 플랫폼 상단에 자리 잡고 있고 훌륭한 구작이 수만 편이나 된다.
생각하고 읽고 쓴다.
이 단순한 반복이 소설을 만들고 작품을 완성해 간다.
“아무리 들어도 어렵다고…….”
그녀는 오늘도 소설과 씨름 중이었다. 모임에 가서 메모리 작가의 말을 들으면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에 와서 막상 쓰려고 하면 턱턱 막혔다.
‘이럴 때는 보라고 했어.’
마침 재능마켓 공모전 기간이라서 볼거린 넘쳐 났다. 취향이 아닌 장르는 거르고, 마음에 드는 것부터 봤다.
“히잉…….”
너무 재미있게 잘 쓴 소설을 몇 개 봤더니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작업 중이니?】
그녀는 신도림과 친해졌다.
【네, 언니. 언니는요?】
【막혀서.】
【저도 늘 그래요.】
【바람 쐴래?】
【죄송해요. 오늘까지 끝내고 내일 명동 가야 해서.】
【아, 미안.】
도림은 연애 중이었다. 그래서 바빴다.
“후…….”
답답해서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모자를 쓰고 외투만 걸친 뒤 밖으로 나왔다. 질끈 뒤로 묶은 머리가 흔들렸다. 버스를 타면 금방이겠지만 일부러 걸었다.
“온통 커플이구나.”
살면서 연애는 관심도 없었던 그녀였는데, 요즘은 이상했다. 봄이라서 그런가?
그녀가 서점에 들어갔다.
“책이나 보자.”
딱히 갈 곳도 없었다. 도서관 아니면 서점이 그녀에겐 가장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사락. 흘러내린 머리를 넘겼다. 신간에서 아무 책이나 집어 첫 장을 넘겼다. 이렇게 무작위로 책을 고르는 재미도 있었다.
집이 좁아서 다 살 순 없지만 정말 좋은 작품은 소장하고 있다.
그렇게 그녀는 1시간쯤 서 있었다.
“……작가님?”
그러다가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돌렸다가 비명을 질러 버렸다.
“꺄아-!”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더 놀라 버린 건 자신이라서 떨어뜨린 책을 집을 생각도 못 했다.
그걸 그가 허리 숙여 들어 주었다.
“이렇게도 만나네요.”
메모리 작가였다.
“놀랬어요…….”
심장이 콩닥거렸다. 민망해서 얼굴도 화끈댔다.
“저도요.”
그가 웃었는데 사람들이 그를 봤다. 아, 그는 이제 유명인이다. 더 퀸 이후로 그에게 머무는 시선이 많아졌다.
“역사책 보러 오셨어요?”
“아니요. 오늘은 글 쓰다가 막혀서요. 기분 전환하러 왔죠.”
“대표님도 막힐 때가 있어요?”
“당연하죠. 저도 사람인데.”
그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조금 위로가 됐다.
“어떻게 막혔는데요? 제가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저쪽으로 가서 얘기할까요?”
작은 카페로 갔다.
그녀는 딸기라떼, 그는 코코아를 시켰다.
“아무래도 역사를 다루다 보니까 고증에서 자주 걸리네요. 공부한다고 하는데 부족한 부분도 많고요.”
“아……. 어렵겠어요.”
“제가 공부엔 담쌓고 산 놈이라 더 그렇죠, 하하!”
시원하게 웃는 그의 얼굴이 좋다.
‘미쳤나 봐!’
오늘은 그가 좀 달라 보였다. 하긴 그는 뜯어보면 좋은 남자가 맞다. 능력도 있고 외모도 저 정도면 괜찮다.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건 작가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대표님은 왜 여자 친구가 없으세요?”
그래서 궁금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여자를 사귈 수 있는 조건을 지녔다.
“노력하는데 잘 안 되네요. 그쪽은 젬병이라서요.”
“왜요? 이렇게 자상하신데.”
“하나 씨는요? 하나 씨도 언제든 연애하실 수 있잖아요.”
“아, 저는 생각이 없었어요. 공부만으로도 벅차서.”
빙긋 웃는 그의 입꼬리를 보다가 급히 얼굴을 숙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갑자기 그와 키스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진정해, 하나야. 이건 아니야. 대표님이잖아.’
그는 너무 대단한 사람이었고 그에 비하면 자신은 너무도 하찮았다. 이렇게 편하게 대화하는 관계가 깨지는 것도 두려웠다.
그녀가 말을 돌렸다.
“더 퀸, 잘 보고 있어요. 평소에 음악도 자주 들으시나 봐요? 심사평 너무 잘하시던데.”
“아뇨. 조용한 걸 좋아합니다. 소설 쓸 때는 아무것도 안 들어요. 방해돼서.”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해요?”
“그냥 노력하는 거죠. 있어 보이려고요. 하나 씨 반응 보니까 성공한 것 같네요.”
그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도 없고 자랑거리를 늘어놓지도 않았다. 그런 면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대표님은 꿈이 있으세요?”
“네, 두 개 있었는데, 최근에 하나는 이뤘습니다.”
“물어봐도 돼요?”
회사도 잘 일구고 있고 소설도 대박 나고 드라마까지 됐으니까 이제 남은 게 뭐 있을까?
“누굴 찾아야 해요. 신세 갚아야 하거든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입니다.”
“아……. 어디 사는지도 몰라요?”
“전혀요. 하지만 언젠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꼭 찾을 수 있도록 속으로 기도해 줬다.
“다른 하나는 뭐였나요?”
“하나요.”
“네.”
“앞에 있네요, 그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