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7)
작가귀환-107화(107/250)
글세상을 오래 이용해 왔지만 이런 숫자는 처음 봤다. 남들은 유료 조회수가 2,739가 찍히면 덩실덩실 춤을 출 건데 여긴 어제 올라온 한 편에만 댓글이 이만큼 달린 거다.
멍하니 보고 있는데, 100개 이후부터는 죄다 신규 유입된 여자들이었다.
‘하…….’
그 나도 솔로를 보고 찾아 들어온 팬인 것 같았다. 원래는 100개 정도가 평균인데, 이만큼 유명세를 탄 것이다.
‘장난 아니네.’
그가 멍하니 댓글을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그를 찾아왔다.
“작가님, 원장실 호출이요.”
“네? 저요? 왜요?”
“모르겠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조용히 일어나서 복도를 가로질러 원장실로 갔다.
그랬더니 메모리 작가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헉…….”
조금 전까지 그의 소설 댓글을 보고 있다가 와서 그런지 현실감이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커피 드릴까요?”
“네네, 뭐든 좋습니다.”
그는 두툼한 A4 용지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얼핏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제목이 떡하니 적혀 있었다.
‘내 소설인데?’
메모리 작가가 말했다.
“작가님 작품 잘 봤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지점이 있어서 이렇게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얘길 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그는 얼떨떨한 얼굴이었지만 감격이란 감정을 물씬 느끼고 있었다. 메모리 작가가 직접 원고를 봐준다니!
“헌터가 주인공이잖아요. 그런데 헌터라고 하면 아직 독자의 인식이 딱 박히지 않아서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을 거거든요.”
아직이라는 말이 조금 이상했지만 일단 경청했다.
“탑을 올라가는 설정은 웹툰에서 따오신 건가요?”
“일본 라이트 노벨요.”
“아, 그러셨구나. 하지만 그건 일본에서 통하는 거고, 우리 웹소설에 맞게 변형해서 사용하시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메모리 작가가 원고를 테이블에 두고 펜을 들었다. 그도 집중해서 봤다.
좌악-!
펜이 가차 없이 글자들을 가로질렀다.
“초반에 이런 설정은 독자의 진입을 방해할 뿐이에요. 차라리 몬스터가 출현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다치고 당황하는지를 보여 주며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그의 설명은 무척이나 자세했다. 원고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선 엄두도 나지 않을 조언이었다.
“게다가 주인공이 그냥 무능력자로 되어 있는데, 이럴 때는 등급을 확실하게 표현해 주시는 편이 더 직관적이죠. F급처럼요. 그러면 독자는 F급 주인공이 곧 S급이 될 거란 기대를 하고 보겠죠. 그래서 제목도 그에 맞추면 기대감이 증폭할 거고요.”
“F급 헌터요?”
“이왕이면 키워드 하나쯤 더 들어가면 좋겠죠? 아포칼립스 F급 헌터, 나는 F급 헌터다. 이런 식으로요.”
“아…….”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시스템창을 설정하셨는데, 스킬 트리가 엉성하거든요. RPG 게임 해 보셨죠?”
“네.”
“주인공 직업을 네크로맨서로 하셨으니까 네크로맨서가 쓸 수 있는 모든 스킬을 쭉 적어 두고, 그중에서 어떤 걸 골라 쓸지 생각해 두셔야 해요. 지금처럼 해골 병사를 소환했다. 이게 아니라 해골 병사가 뭘로 진화할지, 또 레벨이 오르면 어떤 식으로 각성할지, 그렇게 강해진 해골 병사는 어떤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밸런스를 가질지.”
헌터라는 개념 자체도 이제 막 시작하는 장르라서 어려운데 메모리 작가는 이미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 같았다. 게다가 처음 듣는 개념도 얘기했다.
“단순히 게임 판타지를 그대로 옮겨 둔 것처럼 쓰면 현실감이 없거든요. 그래서 길드라든지 이런 것들도 현대의 기업처럼 포장하시면 좋고요. 정부 관계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헌터들의 처우를 생각하는지도, 정치적일 수도 있겠고요. 작은 디테일이 몰입감을 더해 주니까요.”
쓰면서도 가물가물했던 것들이 명확하게 보일 것 같았다.
“세상이 망했다. 나는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원점으로 놓고 본다면, 주인공은 이 세계관에서 가장 특별해져야 하는 건데 지금은 스토리만 급급하게 따라가는 느낌이 강해요.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실 수 있으면, 흥행 작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지랖을 부렸네요.”
“아닙니다. 엄청나게 도움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더 좋은 작품으로 수정되길 기다리겠습니다.”
“네!”
윤상섭은 급히 창작실로 뛰었다. 까먹기 전에 소설을 뜯어고쳐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
*
*
아카데미에 들러서 몇몇 작가들의 원고를 조언해 줬다. 한창 재능마켓 공모전이 진행 중이었는데, 아카데미 작가들은 묵묵히 글을 쓰고 있었고 그런 그들에게 응원이 필요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몇몇 작가의 원고는 조금만 손보면 엄청나게 좋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특히 이제 막 시작하려 하는 헌터물, 탑 등반물, 아포칼립스, 길드 전쟁 같은 것들은 몇 년을 주력 장르로 호령할 것이기에 미리 살을 더해 줬다.
더 퀸 녹화를 마치고 아카데미에 들렀더니 기를 다 소진했다. 내 마력을 수치로 본다면 -100 정도 될 것 같았다. 그나마 HP가 50정도 남아서 살아 움직이는 거다.
방송국에 가서도 나도 솔로 얘길 들었는데, 고작 1회 방영한 것치곤 관심이 너무 대단했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몇 배는 더하다고 할까?
‘미애가 알아들었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심사 보는 사람들이 자기의 최애 팀을 찾아가서 조언하는 분량이 있었다.
나는 혜리보다 미애에게 초점을 맞췄는데, 그녀가 남은 3주 안에 자신의 재능을 개화하지 못하면 오디션 우승은 어려울 것이다.
더 퀸, 나도 솔로에 출연하고 간접적으로는 조폭집 막내아들이 방영 중이었으며, 사상 최강의 아이돌과 지리산 엘프 소설이 연재 중이다. 웹툰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았다.
이렇다 보니까 3월 정산금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았는데, 4월엔 이것보다 매출이 오를 것 같다고 했다.
‘확실히 투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웹소설보다는 웹툰이 돈이 되네.’
3월 정산금만 무려 9억이었다. 소설이 양대 플랫폼에서 1위를 하고 구작도 계속 팔려 나가며 웹툰들이 회 차가 쌓였다.
연재 끝나면 수입이 팍 줄겠지만, 단순하게 이렇게만 놓고 보면 연간 100억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아차차, 코인 사야지.’
지금은 100원, 5,000원짜리 코인이지만 6년만 묵히면 수백, 수천만 원이 된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코인에 확실한 투자를 한 뒤 흐뭇하게 웃었다.
나는 코인 종류를 2개밖에 모른다. 그래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 두 가지는 무조건 뜰 것이니까.
‘100개를 사도 만 원이네.’
이게 하나에 500만 원이 되는 마법이 벌어지면 그때 전 세계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공사는 시작했다고 했나?”
내 말에 운전석에서 예진이 대답했다.
“내일부터요. 기간은 6개월 잡았고요.”
“응, 조만간 가 보자.”
“대표님은 나중에 가셔도 돼요.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요.”
성수동 사옥 공사가 완료되면, 우리도 사무실을 옮겨야 했다. 그 전에 살 집도 알아봐야 해서 종종 그쪽으로 넘어가야 했다.
‘이제 반년 남았네.’
고시원에 가까워질수록 익숙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1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추억 때문에 미래를 포기하기엔 내가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고시원 말인데.”
“네.”
“믿고 맡길 사람이 있을까?”
“황씨 아저씨요.”
고민도 없이 답하는 예진을 보면서 나는 그저 웃었다.
“그래.”
그녀의 판단은 언제나 옳다.
*
*
*
나도 솔로 2회가 방영되었다. 시청률이 19.2%까지 치솟으면서 이사라가 비명을 질렀다. 일주일 사이에 10% 넘게 올랐다는 건 그만큼 대세가 되었다는 뜻이고 입소문을 잘 탔다는 얘기였다.
“막내.”
“네, 아버지.”
그녀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아버지가 말씀을 시작하시면 길어질 것이기에 음식물이 방해가 된다.
“2천억 더 써라.”
“……올해 예산 집행 다 끝났잖아요?”
“써. 물 들어올 때 확실히 덩치 키워 봐. 상장해야지.”
그 말에 언니가 움찔하며 끼어들었다.
“……상장하기엔 이르지 않아요?”
아버지는 언니를 보지도 않고 이사라에게 말했다.
“드라마 하나 더 준비한다면서.”
“하나는 아닌데요.”
“그, 정 대표 드라마.”
“아, 네.”
“해 봐. 좋은 카드를 들고 있는 것 같은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철칙을 고수하는 양반이신데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자식들에게도 드문 광경이었다.
“예능은 그거 하나냐?”
“더 퀸까지 두 개요.”
“알았다. 상반기 안에 돈 들어갈 거다.”
언니가 그녀를 쏘아봤다.
조폭집 막내아들, 더 퀸에 이어 나도 솔로까지 3타석 안타를 쳐 버리고 나니까, 이제 그룹에서는 엔터를 상장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사라는 아직 맛보기 정도로 여겼다. 디엠이나 블랙잉크가 스타가 되어야만, 진정한 엔터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를 힐끔 본 오빠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중동 쪽에서도 우리 K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냐.”
오빠가 웬일이지? 이사라는 지원군의 등장에 의아해했다.
“오일 머니를 확보하면 상장도 우습겠죠.”
“그거 없이도 지금처럼 2년이면 상장은 해. 그것도 못 하면 접어야지.”
JJ엔터가 다른 굴지의 계열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몸집 불리기는 필수였다. 지금은 아웃렛이나 백화점, 유통에 비해도 한참 작았다.
“영화, 언제 개봉한다고?”
“연말이면 범죄의 도시는 먼저 시사회 할 수 있어요.”
“그래, 그땐 나도 가마.”
“아버지께서요?”
저분이 영화도 보셨나?
“천만이 넘으면 된다면서?”
“그건…… 아주 가끔 나오는 성적이에요.”
“JJ가 하는데 그 정돈 나와야지.”
아버지의 그릇은 저렇게 맞춰져 있었다. 개봉했는데 100만도 안 나온다? 그 순간 이 밥상에선 말도 못 꺼내고 꾸역꾸역 밥만 먹어야 할 것이다.
그가 일어났다. 그러면서 말했다.
“차라리 플랫폼을 인수해 버리는 건 어떠냐?”
“……생각해 볼게요.”
“그래라.”
아버지가 나가자 오빠와 언니가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왜?”
이사라도 지지 않았다. 언니가 말했다.
“그 남자, 괜찮던데?”
“언니도 봤어?”
“다들 난리잖니. 머리 하다가 봤지.”
“고맙네, 모니터도 해 주고.”
“그 사람, 넌 안중에도 없지?”
“……시비 걸지 마.”
“호호호! 어쩐지.”
언니가 재미있다는 듯 입을 닦으며 일어났다.
“잘해 봐.”
언니는 참 얄밉다. 남의 불행이 자기 행복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은 곧 잘해서 매출은 계속 올랐다.
“…….”
“…….”
두 사람만 남았다. 슥슥, 오빠는 스테이크를 썰며 입을 다물었다.
그게 더 답답해서 그녀가 말했다.
“한마디 얹지?”
“내가 왜?”
“오빠도 나 놀리는 거 좋아하잖아.”
“아니야. 내가 왜 그런 쓸데없는 소비를 해.”
“그럼 됐고.”
“그보다. 듣기론 성수 쪽으로 출판사 옮긴다면서.”
“……어느 출판사?”
“메멘토모리.”
“…….”
모르는 정보였다.
“정 대표 생각이었네, 네 표정 보니까.”
“그게 왜?”
“아니야, 모르면 됐어.”
의미심장하게 웃던 오빠가 일어났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다.
“운이 좋은가? 감이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