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139)
작가귀환-139화(139/250)
-와아아아아아아!
-이쁘다!
-최고다!
-우승은 예린!
-꺄아아아아! 예린!
첫 무대는 예린이 장식했다. 시청자 인기투표에서 상위권에 들 만큼 그녀는 빛이 나는 외모였다.
노래도 잘했는데, 허스키한 목소리로 보이시한 매력도 품고 있어서 여성 팬도 많았다.
오늘 무대도 이제까지처럼 훌륭했다.
-실수 없이 잘 해낸 것 같은데요. 과연 그녀가 여왕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까요? 심사평 들어 보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심사석에서 몇 마디씩 감상을 내놨다.
내 차례가 되자 나도 솔직히 대답했다.
“인간에게 허락된 가장 순수하고 건전한 쾌락을 듬뿍 맛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그녀의 무대는 황홀했다. 아마 오늘 그녀가 탈락한다면, 다른 기획사에서 눈독을 들일 것이었다.
‘쟁쟁한데?’
실력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도 다섯은 더 남았기에 민 팀장과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다 괜찮다고 모두를 팀에 받을 순 없었다.
두 번째는 보라가 나왔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벌써 거대한 팬덤을 가진 참가자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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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구도가 형성되고 있었다. 글세상 한정이긴 하지만 메멘토모리와 유료 연재 최상위권에서 경쟁 중이었다.
다른 플랫폼도 영역을 넓혀 가면서 입지를 굳혀 가면, 몇 년 안에 웹소설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쉽지만 대패한 건 아니니까.’
유료 5위 안에 두 작품을 밀어 넣었다는 건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1번과 5번이 매우 잘해 주었기도 했고, 이제 남은 놈들만 각성해 주면 다른 플랫폼도 노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글세상에서 경쟁하는 것보단 파이를 키워야 했다.
‘슬슬 다음 작가도 데려와야겠어.’
군대에서 축구한 썰을 유료에 올리려고 한동안 다른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나오는 걸 보고 나니까 더 많은 작가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는 애초에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최소 30명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시설을 꾸렸기에 지금의 6명은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재능마켓 공모전도 끝났으니까 사냥을 시작해야지.’
그쪽으로 쏠렸던 관심이 다시 흩어질 것이다.
그가 노리는 작가는 첫째, 혼자 살 것.
둘째, 재능이 있을 것.
셋째, 없어져도 누구 하나 찾지 않을 고립된 사람이었다.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있다면 곧장 발각될 것이니 조심하며 지켜봐야 했다.
너무 부유한 집 자식도 곤란했다.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라서, 부모가 탐정을 고용할 수도 있었다.
‘이런 놈들이 최고긴 해.’
1번부터 6번까지 쭉 훑어보며 그가 피식 웃었다.
이성적으로 전혀 매력이 없었고 소설 쓰는 거 외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러니까 천생 웹소설 작가라 할 수 있겠지만, 시대를 잘못 만났으면 그냥 대충 살다가 빛 한번 못 보고 죽을 팔자였을 것이다.
‘내게 고마워하라고.’
작가들이 집필하고 있는 걸 보다가 그가 일어났다.
오랜만에 집에 다녀와야겠다. 며칠 여기서 합숙 비슷한 걸 했더니 삭신이 쑤셨다.
“메멘토모리…….”
차에 타며 그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이번엔 졌지만, 다음엔 반드시 넘어설 것이다. 6번의 소설도 계속 비축하고 있으니,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부웅-.
강남 도로를 질주하다가 낡은 아파트에 진입했다. 오래도록 혼자 살아서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건 익숙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TV를 틀었다. 다시 사무실로 가야 하기에 술은 하지 않았다.
그가 예능이나 드라마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작가들에겐 인풋도 중요하기에 추천 콘텐츠를 선별해야 했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무협만 전문적으로 고집하는 사람도 하나쯤 있으면 좋겠는데.’
장르가 다양해야 겹치지 않고 여러 플랫폼에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2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글세상에 맞춰져 있어서 타 플랫폼을 공략할 작가가 있어야 했다.
오래전부터 가장 범용적으로 사랑받는 장르가 무협이었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노트북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고리타분한 구무협 말고, 그렇다고 라이트노벨처럼 가볍기만 한 신무협도 안 돼.’
무협은 세계관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쓸 수 있기에 신인 작가의 진입 장벽이 높았다.
그러나 일단 학습이 완료되면 무한대로 찍어 낼 수 있는 것이 무협이기도 하다.
무당파에서 얘기 하나 끝냈다면 다음엔 화산파에서 할 수도 있고, 곤륜이어도 된다.
회귀나 빙의, 환생도 써먹을 수 있었고 당문으로 가서 독공을 연마해도 된다.
재미를 줄 수 있는 포인트만 알면 소재나 설정이 바뀌어도 상관없었다.
‘딱히 특별한 작품은 없나?’
초반 3화만 봐도 이 작가가 무협의 맛과 멋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소재가 좋아도 잘 살리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게 무협이었다. 무협 독자들은 충성도가 높아서 일단 기본만 하면 봐주는 경향이 뚜렷한데, 그 기본을 갖추기가 매우 어렵다.
탁.
“후…….”
2시간쯤 봤는데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 노트북을 덮고 TV로 시선을 돌렸다.
“어?”
채널을 돌리지 않았기에 뭘 보려고 맞춘 건 아니었다.
“이 새끼……. 하…….”
그런데 메멘토모리가 화면에 잡혔다.
‘더 퀸’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라는데, 스치는 영상을 보니 녹화와 생방송을 적절하게 섞어서 하는 것 같았다.
리모콘을 들었던 그가 입맛을 다셨다.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좀 더 지켜볼 마음이 들었고, 메멘토모리란 놈이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했다.
본래 저 자리엔 그가 있었어야 한다. 웹소설 작가 따위에게 어울릴 위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하다. 저놈은 어떻게 저기까지 저렇게 쉽게 갈 수 있었을까?
방송 시작은 메멘토모리가 간식을 사 들고 대기실을 찾는 것부터였다.
죄다 짜고 치는 것이겠지만 방송만 보면 메멘토모리는 이미 연예인이 다 됐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거나 떨지 않았다.
그가 노트북을 다시 허벅지 위에 올렸다.
【메멘토모리】
검색했다.
나도 솔로, 더 퀸, 나도 혼자 산다, 진성식당까지. 놈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았다.
데뷔한 지 고작 1년이라고 알고 있는데, 웹소설 작가가 어떻게 저렇게 단기간에 빠르게 영역을 넓힐 수 있었을까?
업계에 오래 있었던 그였기에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웃기는 놈이네.”
이놈의 꿈은 연예인인가? 그렇다면 잘됐다. 돈은 벌 만큼 벌었을 것이니까, 웹소설 판에서 사라져 주면 그가 독식할 수 있을 것이다.
-여왕의 탄생! 그 찬란한 무대가 지금 시작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보진 않았지만, 꼬마들 실력이 제법이었다.
예쁘고 노래 잘하는 소녀들은 그에게 손톱만큼의 가치도 없었지만, 결승전이라서 그런지 그냥 멍하니 보게 되었다.
중간중간 메멘토모리의 심사평이 그를 자극했다.
-인간에게 허락된 가장 순수하고 건전한 쾌락을 듬뿍 맛본 것 같습니다.
“마약이란 얘기잖아.”
방송에선 그리 말할 수 없을 테니 돌렸을 거다.
“후우…… 인정해야 하나?”
방송을 보다 보니까 저 메멘토모리가 생각하는 게 그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이 진리이기에 수행자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것 같기도 했다.
문화를 바라보는 시점,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는지,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게 어떤 것인지를 심사평에 함축하고 있었다.
“예사 놈은 아니야.”
운 좋게 소설 몇 편 떠서 저기까지 간 게 아니었다. 저 어린 나이에 주눅조차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주관이 뚜렷하며 소신도 있었다.
20대 중반에 저러려면 통찰력이 남다르다는 뜻이었다.
어느덧 5명이 노래했고 광고가 나왔다. 이제 절반 온 것 같았다.
메멘토모리가 없었다면 정리하고 집에서 나섰을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놈에게 더 깊은 관심이 생겼다.
이제까진 경쟁자나 S급 작가 정도로 인식했는데, 순수하게 궁금해졌다.
저놈을 더 알면 우리 작가들에게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도 들었다.
그래서 검색해 봤다. 놈의 팬 카페도 가입했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가입자가 무려 15만 명이 넘었다.
다수는 소설이 아니라 나도 솔로라는 프로그램 덕분에 최근에 유입된 것 같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숫자였다.
이 사람들이 다 보면 하루에 조회수가 15만씩 찍혀야 하는 거 아닌가?
애석하게도 최근에 봤다시피 실상은 1만을 넘기는 것도 아슬아슬하다.
“아카데미만 하는 게 아니었어.”
이놈은 몸이 10개라도 되는 걸까?
인터넷엔 메멘토모리에 대한 괴소문이 떠돌았는데, 보조 작가들이 소설을 쓰고 있다든가, 알고 보면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말도 있었다.
웹소설뿐만이 아니었다. 놈의 웹툰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웹툰 시장 자체가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어서 수백만 명씩 보는 건 아니었지만, 상위권에 놈의 웹툰이 올라 있었다.
웹소설처럼 금방 끝나는 콘텐츠도 아니어서, 웹툰이 완결하려면 몇 년은 더 지나야 할 것 같았다.
‘이게 쌓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여태까지는 웹소설만 생각했었는데, 웹툰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웹소설은 휘발성이 강하지만 웹툰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면 10년 이상도 연재가 가능했다.
1년에 한두 작품씩 제작해서 10년이 쌓인다면?
이것도 무시 못 할 분야였다.
‘만약 지금보다 시장이 더 커진다면, 웹소설을 훌쩍 넘어서게 될지도 몰라.’
우선 접근성 자체가 달랐다.
책은 아무래도 기피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만화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볼 수 있었다.
모두 본다는 건 돈이 된다는 거다. 광고는 거기서 파고들고 100만 명이 보면 1명 유입당 10원만 잡아도 돈이 얼마인가?
그가 볼 때는 웹소설을 100만 명 보는 것보단 웹툰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건 정말이지 우연히 깨달은 것이었는데, 더 퀸이 다시 시작했지만 TV엔 눈길도 주지 않고 웹툰 제작에 필요한 것들을 검색했다.
‘한동안 소설 쪽은 인재가 없었어. 차라리 놀 바엔 웹툰을 시작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롤 모델로 삼으려면 메멘토모리 웹툰이 가장 좋았다.
작품 상단의 이름들을 보며 그가 끄덕거렸다.
‘각색, 작화, 어시스트 정도면 되는 건가.’
웹소설 작가에겐 구형 컴퓨터 한 대만 던져 주면 되었지만, 웹툰을 만들려면 사양이 좋아야 할 것 같았다.
예정에 없던 지출이었지만 1번 작가의 소설이 곧 목돈을 벌어 줄 것이기에 이 정도 투자는 괜찮았다.
이때 그의 얼굴이 무의식적으로 TV로 향했다. 7번째 가수가 나와서 노래하는데, 누구라도 홀릴 목소리로 그의 귀까지 사로잡았다.
“으음…….”
누군가의 목소릴 듣고 이렇게 순수하게 감탄해 본 게 얼마 만이던가?
혜리라는 여자애는 그다지 꾸민 것 같지도 않은 수수한 외모로 담담하지만 진솔한 표현력을 보여 주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노래를 했다.
‘바로 이거야. 이런 감정이나 감동은 그림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어.’
소설이 할 수 없는 영역, 그것에 눈을 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