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0)
작가귀환-140화(140/250)
-대단합니다! 혜리 참가자! 역대급 무대를 보여 준 것 같은데요! 소름이 가시질 않습니다!
그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인간이 인간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대의 무언가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해석하는 건 다르다고, 그는 노래를 들으며 웹소설과 웹툰의 전망을 내다봤다.
‘원작은 내 것이어야 해. 오리지널 작품이 중간에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으니까, 탄탄한 원작을 따라가면 힘을 유지하겠지. 벌이도 좋을 거고.’
몇몇 웹툰 작가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큰 사랑을 얻는 것 같지만, 그런 이들은 애초에 접촉이 어렵다. 신인 작가 중에서 선별해서 사무실에 데려와야 했다.
‘웹툰 팀을 위한 행동 강령도 별도로 만들어 둬야겠군. 웹소설 작가들처럼 혼자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야.’
메멘토모리가 했다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설가로서의 능력이나 재능은 어쩔 수 없겠지만, 기획 능력은 그도 누구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번에 증명하지 않았나? 그 개똥 같은 1번과 3번을 조합해서 글세상 최상위권 작품을 만들어 냈다.
‘군대에서 축구 하는 웹툰은 여자들이 안 볼 거니까, 5번 작가의 작품으로 시작해 본다고 하면 여성향 그림체보다는 남성 다운 게 좋겠지. 그래야 아포칼립스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거고.’
액션도 많이 들어가야 하니까 이런 쪽으로 실력이 있는 작화가가 필요했다.
그는 웹툰 작가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카페에 들어갔다. 꽤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자유롭게 구인, 구직을 하고 있었고 수십, 수백 명이 지금도 자신의 그림을 뽐내고 있었다.
“흠…….”
그에겐 여기가 보물 창고처럼 보였다.
그러나 허투루 실행에 옮겨선 곤란하다. 이미 3번이나 6번에게 진득하게 실망한 뒤라서 괜히 아무나 데려왔다간 골치만 아파질 것을 알았다.
‘이건 상당히 좋은데?’
그림 작가가 어떤 삶을 사는진 잘 모르지만, 어차피 작가니까 웹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혼자 장시간 일하는 직업군은 외로움과 고독을 떼어 낼 수 없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했다.
힐끔.
TV를 보자 모든 출연자가 무대를 끝내고 무대에 나란히 섰다. 이제 저 중에서 탈락자를 걸러 낼 것 같았다.
또 광고가 나왔다.
겸사겸사 보고 있는 거라서 아쉬움은 없었기에 다시 카페를 뒤졌다.
최근 일주일 동안 올라온 글 말고도 예전 글까지 모조리 훑고 있었다.
‘팀이 쉽게 매칭되는 건 아닌가.’
일자릴 구한다면서 6개월간 3번을 올린 작가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만화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는지 처음 알았다.
웹툰이라지만 어차피 근본은 만화 아닌가?
연령대도 낮은 것 같다. 혼자 아르바이트나 하며 사는 작가는 그에게 너무도 좋은 먹잇감이었다.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한 명 정도만 접촉하자.’
전에 경찰한테 전화 왔던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쪽은 웹툰이니까 같은 카테고리로 엮진 않을 수도 있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당장 그가 잡혀가면 힘들게 키운 작가들이 다 굶어 죽을 거다.
-오늘! 여왕이 탄생합니다! 끝까지 채널 고정!
또 광고다. 마지막이라고 아주 제대로 우려먹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 봐야 넷 정도잖아.’
순수한 감상으로 유력한 이름들을 떠올렸다.
예린, 보라, 혜리, 미애.
‘빨리 발표하고 끝내라고. 질질 끌지 말고.’
본래 셋 정도만 괜찮다 여겼는데, 다들 꼬마 같아서 미애의 성숙한 섹시 콘셉트도 나쁘지 않았다.
-첫 번째 탈락자는……!
노트북을 보며 귀로 듣는데 그가 예상한 것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됐어.”
사냥감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제 답이 오길 기다리자.
그림 작가는 처음이었지만 순서는 비슷할 것이다. 지켜보며 관찰하고 완벽한 때를 노려서 데려온다.
이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며 목격자 또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할 일을 마친 그가 노트북을 내려놓고 소파에 기댔다. 얼마 남지 않은 더 퀸의 마지막을 지켜보려는 것이었다.
*
*
*
김 PD는 더 퀸 2시즌을 바로 추진해 보겠다고 했다.
1시즌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강하고 회 차를 늘려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으겠단다.
시청률이 20% 넘게 나왔으니까 할 수 있는 생각이겠지만, 나는 시청률보단 블랙잉크가 탄생했다는 게 좋았다.
앓던 이가 하나 빠진 기분이랄까? 디엠에 이어 내 두 번째 아이돌이 만들어진 것이다.
새벽부터 고생한 소녀들은 사흘간 푹 쉬기로 했다. 뒤는 민 팀장이 계약부터 연습까지 이어 갈 것이다.
고시원 옥상에서도 디엠을 키워 낸 사람이다. 그때보다 훨씬 기본기가 뛰어난 아이들을 뽑았으니까, 어렵진 않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차 팀장이 말했다.
“어떻습니까?”
재능마켓 웹소설 공모전 최종 수상자 명단이었다.
“좋네요. 제 생각하고도 비슷하고요. 그런데 웹툰은 대상이 없네요?”
“뒤를 성실하게 이어 간 작가가 별로 없었습니다.”
“아…….”
“의욕만 가지고 시작했을 때는 주간 연재가 쉬워 보였겠지만, 그게 줄타기 같은 거거든요. 몇 번은 기어 올라갈 수 있어도 반복하면 힘이 다 빠져 버리는 거요.”
“안타깝지만 정식 연재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일 작가들은 사전에 거르는 게 맞습니다. 연재는 독자와의 약속이지 않습니까. 마감도 못 지키면 프로라 할 수 없죠.”
나도 작가인지라 괜히 뜨끔했다.
옆을 보며 예진에게 물었다.
“갈빗집 예약했지?”
“네.”
나도 없이 살았던 놈이라 그런지 대접한다고 하면 갈비부터 떠올랐다.
블랙잉크가 모이는 날 부모님도 함께 초대했다. 괜히 우리 허름한 고시원 건물을 보고 눈물을 찔끔 짜는 분이 안 계시도록 잘 먹여야 할 것 같았다.
‘이래서 화려한 외형도 중요한 거겠지.’
나는 상관없지만, 자식 맡기는 부모의 입장도 생각해 봐야 했다.
사기꾼들이 괜히 좋은 집 좋은 차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요소가 외형적인 것에서 많이 추출되기 때문이었다.
‘성수로 가길 잘한 것 같아.’
세상이 아니라는데 나 혼자 바득바득 우길 필욘 없었다. 10년쯤 지나면 돈은 차고 넘칠 거니까 궁상떨 이유도 없었고.
예진이 말했다.
“아카데미 지원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웹소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아요. 드라마 작가 지망하시던 분도 많이 오고 있고요.”
내가 대중에 노출될수록 호기심도 강해질 것이다.
본래 이 시기는 웹툰 작가가 더 촉망받는 기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나로 인해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은 다수가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웹소설과 웹툰은 앞으로 수십, 수백 배 몸집을 키울 것이며 그 태풍의 중심에 누가 있는가에 따라 진로가 결정된다.
“잘하고 있으니까 지금처럼만 해.”
내가 웃자 예진도 따라 웃었다.
아카데미에서 많은 작가가 배출될수록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조금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
군대 축구나 아포칼립스도 판이 깔리니까 나온 것처럼 더 많은 대작이 나와 줘야 했다.
“아 참, 민 팀장님께 블랙잉크 멤버들 학폭 여부 체크하라고 전달했지?”
디엠 때도 했던 일이다.
아이돌에게 가장 큰 이슈라고 할 만한 건 학폭이나 성적인 문제였다.
대중은 금세 돌아선다. 실력이 모자란 건 넘겨줘도 인성이 잘못되면 용납을 못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게 심한데, 미리 대비하는 것만이 상책이었다.
“벌써 예능에서 섭외가 들어오고 있어요. 광고도 몇 건 왔고요. 시청률이 좋아서인지 반응이 남달라요.”
“다 검증한 다음 뭐가 좋을지 생각해 보자. 아직 계약서도 마무리 안 됐으니까.”
아이돌 한 팀 키우려면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이 필요하다.
이번엔 더 퀸 덕분에 절차를 많이 생략할 수 있었지만, 어차피 데뷔곡을 연습하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고 그 비용 산정도 해 둬야 했다.
이러는 사이 민 팀장이 들어왔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예진이 밝게 웃으며 인사하자, 민 팀장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아쉽긴 한데, 우리 애들이 잘하니까 다행이에요.”
오늘부터 민 팀장은 디엠에서 블랙잉크로 옮겨 간다.
사실 그녀가 매니저 역할을 겸하며 따라다닐 필요까진 없었지만, 우리가 신생 회사였고 매니저도 교육이 필요했기에 그동안 민 팀장이 무리했다.
“오면서 구상해 봤는데, 일단 보세요.”
그녀가 종이를 내밀었다.
어학, 보컬, 안무, 연기.
네 과목으로 되어 있는 스케줄이었는데, 데뷔까지 빠듯해서 더 넣고 싶어도 시간이 없었다.
“어학은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셋 중 하나씩만 익히게 할 생각이에요. 대표로 간단하게 인사말 정도만 할 수 있게요.”
디엠을 키우며 아쉬웠던 부분을 더 보강하려는 계획인데, 데뷔가 목전에 있으니 과감한 선택이 필요했다.
“혜리가 1대 여왕으로 등극했으니까, 혜리 중심으로 안무를 짤 거고요.”
아무리 팬덤이 많아도 혜리의 보컬을 이길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음색은 천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 했고, 이제 그걸 어떻게 팀에 융합하느냐가 숙제였다.
“더 퀸 약발 식기 전에 무조건 데뷔를 목표로 달릴게요.”
김 PD가 2시즌을 위해 칼을 갈고 있으니까, 그 전에 데뷔해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민 팀장도 베테랑이라 잘 알고 있었다.
“전에 지시하신 거요. 동영상 인터넷에 올리는 거.”
“네.”
“전문 팀이 완성됐어요. 다 외주긴 한데 언제 한번 모여서 밥 한번 먹을까요?”
“좋습니다.”
더 퀸도 끝났으니까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점이었다.
게임 쪽에 투자한 것들은 시간이 더 필요할 테지만, 게이머를 육성하는 건 언제든 가능했다.
‘최고의 광고판이 되어 줄 거야.’
스포츠에 후원하는 기업들처럼 나는 메멘토모리라는 단어를 모두에게 각인시킬 것이다.
내 필명이기도 하지만 사명이기도 하며, ‘아, 그 콘텐츠 회사!’라고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그렇게 영향력을 넓혀 가면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건 팀장 놈에게 한번 납치되어 봐서 작동하는 내 방어기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이 어디인지 보고 싶다.
“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메멘토모리보다 더 간결한 축약어 없을까요? MTM이라든지.”
유명해질수록 사람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것이 좋지 않나?
“이미 팬들은 줄여서 부르고 있잖아요. 메모리도 좋은데요?”
“아니, 나중에 웹소설을 모르는 사람도 우리 회사명을 바로 알 수 있게끔. MM이라든지.”
“아…… 로고처럼요?”
“응.”
이런 생각을 할 만큼 내가 성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힘과 돈이 있다는 게 더 감격스럽다.
민 팀장이 의견을 냈다.
“공모전을 열어 보시는 건 어때요? 이번에 그 웹소설 공모전도 반응 좋았다면서요.”
“오…… 좋은 생각인데요?”
예진도 동의했다.
공모전이라. 확실히 이슈화하기 가장 쉬운 루트긴 했다.
이건 차차 더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블랙잉크에 더 집중하자.
“이미 유명한 애들이니까 팀 콘셉트만 확실히 잡으면 망하진 않을 거예요. 디엠 콘텐츠하고 교차해서, 종종 소식 전하면서 대중이 잊지 않게 하죠.”
내 말에 민 팀장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물었다.
“혹시 지리산 엘프 드라마 OST에 참여하기엔 늦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