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154)
작가귀환-154화(154/250)
【구체적으로 어디가 그렇다는 말씀이죠?】
【소설에 들어가서 이제 본격적으로 뭔가 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거 많이 봤으니까 알아도 일반인이 보면 어려울 것 같아서. 설명이 부족하달까? -3】
“…….”
팀장은 잠깐 고민하다가 웹툰 원고를 창에 띄웠다.
‘확실히…… 그럴 수도…….’
3번에겐 딱히 기대하는 게 없어서 소설 안 쓰고 놀고 있어도 뭐라 하진 않았는데 이런 조언을 하다니?
혹시나 해서 그가 물었다.
【다른 건요? 더 있습니까?】
【2화에서도 좀 더 처절했으면 좋겠고, 분량이 적어서 몰아 보지 않으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은데. 나도 웹툰을 자주 본 건 아니라서 디테일한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요. -3】
“음…….”
개똥 같은 놈이 이렇게 쓸모가 있다니?
팀장은 3번 작가에게 인풋용 웹툰을 보내 주었다.
【당분간 웹툰만 보세요. 그런 다음 7번 작가님 작품에 도움이 될 만한 소스가 있다면 직설적으로 말해 주시고요.】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객관화될 수 없었다. 팀장 역시 작가들의 작품을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고 있어서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3번은 달랐다.
【흠, 그러면 내게 뭐 떨어지는 거라도? -3】
【방 비우고 싶습니까?】
【볼게용. -3】
가끔 아이디어 내는 것 외엔 딱히 할 일도 없는 밥버러지였기에 3번을 이렇게라도 써먹을 수 있으면 그에겐 좋은 일이었다.
더 많은 웹툰을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열었는데, 실시간 검색어에 강철의 부대가 올라 있었다.
“음?”
1번 작가가 군대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강철의 부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엄청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예능이었다.
최근에 이렇게 이슈가 된 프로그램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떠들었는데, 그도 블로그나 짧게 요약된 영상을 보면서 왜 시청자들이 열광하는지 알아봤다.
‘뭐야, 이 괴물은.’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말도 안 되는 기량을 보이는 진성이란 놈이 폭풍의 중심이었다.
진국이란 놈도 일반인 수준은 아득히 넘어 있었다.
이들이 포함된 수색대의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 뺨쳤는데, 황당하게도 이 두 놈도 아이돌이었다.
그러다가 알았다.
“하……? 또야?”
진성이 속한 그룹 디엠을 모델로 한 사상 최강의 아이돌이 메멘토모리 작품이었으며, 디엠도 메멘토모리 소속이었다.
“이놈은 대체 정체가 뭐지?”
얼마 전에 방송한 강철의 부대 2회에선 진성이 미친 듯한 모습을 보여 주며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혼자 군장을 메고 결승점에 갔다가 돌아오더니 부상자를 업고 꾸역꾸역 걸었다.
결승 지점 앞에서 진국이 그들의 뒤를 밀어 주는 장면은 화보처럼 캡처되어 인터넷에 떠돌아다녔다.
이건 일부러 만들 수도 없는 것이었다. 감동이란 건 억지로 해선 절대 끌어낼 수 없다.
“하아, 배울 건 배워야지.”
그는 강철의 부대 1, 2회를 작가들과 공유했다.
【내일까지 보세요. 여러분의 작품에도 이게 녹아들어야 합니다.】
전우애, 의리, 낭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보는 이들의 감정을 건드릴 때 콘텐츠는 폭발한다.
강철의 부대는 그걸 아주 잘 살렸는데, 웹소설과 웹툰에도 그게 담겨야 대박이 날 수 있었다.
더 퀸에 이어 강철의 부대까지. 메멘모토리 콘텐츠를 학습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그놈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
돈 좀 벌어서 은퇴했으면 좋겠지만,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왜 내 앞길을 이렇게까지 막는 거냐.”
자격지심일 수도 있고 질투일 수도 있었다. 그놈은 자신을 모른다. 대한민국 작가들의 목표이며 1등의 당연한 순리일 수도 있겠지만,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었으니 울화가 치밀었다.
‘반드시 잡는다. 반드시.’
그가 이를 갈고 있을 때 몇몇 작가들이 강철의 부대를 봤는지 채팅했다.
【이거 더 없음? -1】
【재밌네. -3】
다른 작가들은 작업하느라 아직 못 본 것 같았다. 어차피 1번이 가장 자극받길 바라서 공유한 거라 팀장이 말했다.
【3편 나오면 바로 공유해 드리죠. 제가 추천하는 콘텐츠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냥 넘기지 말고 그 안에 있는 걸 배우려고 노력하세요.】
‘강철의 부대’라는 이름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2번 작가는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힐끔 채팅을 보고 나니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재밌나?’
1번 작가의 군대 축구도 그녀는 별로 재미가 없었기에 이번에도 남자들이나 보는 방송이겠거니 했다가 3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허억…….”
그녀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돌에 푹 빠져 본 적도 없었다. 군대는 발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어쩌면 이렇게 귀엽지?’
그녀의 눈엔 진국만 보였다.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웠고 아저씨 같은 진성보다 소년 같은 진국이 좋았다.
‘더 보고 싶어, 진국이…….’
그녀는 그날 끙끙 앓았다. 꿈에서도 진국이 나왔고 어제보다 열병이 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강철의 부대를 또 돌려 봤다. 다른 부분은 넘기고 진국이 나오는 지점만 몇 번이나 돌렸다.
그랬는데 팀장이 파일을 잔뜩 보내 줬다.
“……흐읍?”
디엠의 무대부터 시작해서 사상 최강의 아이돌까지. 엄청난 양의 자료였다.
팀장은 그녀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 채팅했다.
【그 감정, 소설에 넣으세요. 그래야 독자를 공감시킬 수 있습니다.】
팀장은 그녀의 결핍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사랑을 해 본 적 없으니 사랑을 표현할 수 없었다. 간절하지 않으니까 밋밋하고 심심했다.
스토리가 좋아도 심리나 감정을 살리지 못하면 여성향에서는 참패할 수밖에 없는데, 독자를 애달프게 하는 그 간질간질함이 바로 공감대였다.
2번에겐 그게 없었고 이제 경험하려고 한다.
진국이의 자료를 보면 볼수록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진국의 팬이 확실한 것 같은 누군가가 진국을 중심으로 모은 자료는 그렇기에 진국이 주인공이었고 가장 예뻤다.
“진국이 좋아. 너무 좋아…….”
이틀간 진국이만 봤다. 어차피 소설도 진도가 안 나가고 있었는데 진국은 그녀에게 완벽한 현실도피처가 되어 주었다.
본 거 또 보고 같은 얼굴 계속 마주해도 질리지 않았다.
진국인 언제나 씩씩했고 표정엔 그늘이 없었으며 그럼에도 남자다웠다.
표정은 소년이지만 강철의 부대에서 보여 주는 그 강인함은 세상 어떤 여자도 지켜 줄 것 같았다.
【뭐냐. 여자. 기분 나쁘다. -5】
【크크, 이제 너를 보는 우리 기분을 좀 알겠냐? -1】
【닥쳐!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냐? 내가 어쨌다고? -5】
서로의 얼굴을 온종일 보는 사람들이었기에 작가들도 2번의 변화를 느꼈다.
곧 죽을 사람처럼 음침하게 축 처져 있던 그녀였기에 히죽히죽 웃는 얼굴이 적응이 안 됐다.
【으으, 기분 나빠 –5】
【보는 우리도 생각 좀 해 줘 –1】
남들이 뭐라든 그녀에겐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국에 대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 이렇다 보니 그녀의 소설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감정 표현이 풍부해졌고 여주의 마음이 애절했다.
“호오, 이런 횡재가 다 있나.”
지켜보는 팀장은 큭큭 웃었다.
이런 걸 의도하고 강철의 부대를 보여 준 게 아닌데 월척을 낚은 기분이었다.
7번과 8번은 강철의 부대를 보고서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2번만 아이돌에게 푹 빠져 버렸다.
사랑에 빠진 2번의 얼굴을 보는 건 그로서도 힘들었지만, 작품만 잘 나온다면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1등 하세요. 포인트로 작가님이 원하는 무엇이든 다 요구할 수 있습니다. 진국 브로마이드, 진국 티셔츠, 진국 머그컵까지. 생각만 해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로맨스는 그녀가 유일했기에 팀장은 계속해서 그녀를 부추겼다.
【진국 티셔츠를 입고 진국 머그컵으로 커피를 마시며 작업을 하는 작가님을 떠올리세요. 그 욕망을 소설에 담는 겁니다.】
결핍이 없으면 소설에 간절함이 없다.
주인공은 무릇 독자의 결핍을 대신 해 주는 존재이고 주인공이 처절해야만 몰입이 잘된다.
2번에게 그게 생기면 그녀는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필력 자체는 나쁘지 않으니 이 사무실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풍부한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생각을 떠올렸는지 3번에게 채팅했다.
열심히 웹툰을 보던 3번이 움찔하는 게 보였다.
【로맨스요? -3】
【작가님이라면 로맨스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 한데. -3】
【몇 작품만 써 보시죠. 얼마 안 걸리잖아요.】
【아, 웹툰 봐야 하는데……. -3】
【방 빼실래요?】
【쓸게용. -3】
3번은 여기가 너무 좋았다. 고민거리도 하나 없었고 설거지 따위도 안 한다.
제시간에 자고 일어나면 재미있는 것만 보고 사니까 건강해진 기분도 들었다.
“로맨스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장르였지만 그에겐 어려울 것도 없었다.
【간택받지 못하면 죽음
망하기 일보 직전의 가문에 있는 거라곤 얼굴 반반한 여주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왕세자가 나이가 찼으니 세자빈을 뽑는다는 방이 붙었다. 여주의 아버지는 이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주는 세자빈이 되기 위해 궁궐로 향했다. 가문에 돈이 없어서 여주는 어려서부터 온갖 일을 다 해 오며 식모처럼 살았는데, 그게 도움이 되어 시험에서 승승장구한다. 우연히 그런 여주를 본 왕세자는 여주에게 강력한 호감을 느끼는데, 두 사람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두둥!】
3번의 첫 번째 소설을 본 팀장을 허? 참? 기막혀서 혀를 찼다.
‘어떻게 될까라니? 그건 니가 써야지! 개새끼야! 두둥!은 또 뭔데? 쓰기 싫어진 거냐?’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할까 하다가 이어서 두 번째 소설을 쓰는 3번을 보며 꾹 참았다.
【눈떠 보니 세자빈
간호사였던 여주는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퇴근길에 맨홀에 빠져 죽었다. 눈을 떴더니 조선이었다. 그런데 한창 세자빈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거 아닌가? 여주는 망한 가문의 어떤 여자의 몸에 빙의했는데, 우연히 본 왕세자가 초미남이다. 저 남자라면 합방할 수 있을지도? 현대 지식으로 무장한 그녀는 시험에서 승승장구하며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그러곤 당연하게 세자빈이 되어 왕세자와 잘 먹고 잘 살았다.】
딱 보아하니 첫 번째 소설을 쓰다가 두 번째 소설이 떠오른 것 같았다.
“으음…….”
여전히 소설이라고 부를 수 없는 형태였지만 묘하게 재미 포인트가 있었다.
‘이 새끼가 더 대충 쓰네.’
전엔 이것보단 길었던 것 같은데 이젠 소설 전체가 1페이지도 안 됐다. 얼굴을 보면 장난하는 것도 아니었다.
잠깐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던 3번이 다시 키보드를 두드려 댔다.
【폭군의 후궁이 되었다
왕궁에서 시작했지만, 그 능력이 너무도 출중해 제국까지 일으킨 황제가 있었다. 그런데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는 황제에겐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그의 부인이 계속 죽어 나간다는 것이다. 여자가 없으니 후계를 걱정하는 대신들은 똥줄이 탔고 어떻게든 황제의 핏줄을 이어야 해서 제국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어…… 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