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5)
작가귀환-175화(175/250)
프로모션엔 여러 종류가 있다.
웹소설은 일단 독자에게 노출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많이 읽으면 순위가 올라가는 구조였다.
어느 정도의 재미가 보장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최상위권에서 경합을 벌이게 되는데, 신작이 싸워야 할 건 신작만이 아니었다.
프로모션 3일 차.
‘역시 기성은 무시할 수 없나.’
새로운 식당이 문을 열면 사람들은 호기심에 한 번쯤은 먹어 보게 된다.
입에 맞으면 계속 찾게 되겠지만, 기호나 서비스, 주관적인 맛에 따라서 발길을 끊을 수도 있었다.
웹소설도 마찬가지다. 이제 축제가 끝나면 열기가 사그라들고 냉정한 현실이 남게 된다.
배너가 사라지고 또 다른 신작이 런칭되었다. 그 신작들에게는 브라키오의 작품이나 실탄 작가의 소설도 넘어야 할 산이었고, 손님들은 새로운 맛에 이끌렸다.
‘여기서 잘 버텨 내야 돼.’
메멘토모리 소설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막 서비스한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회 차가 적다. 몇 개월씩 연재한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팬덤이 약하고 분량도 적기에 몰아봤을 때 전체 조회수가 차이 난다.
그래도 오늘 런칭한 신작들 반응이 썩 좋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만약 신작에도 밀렸으면 순위는 더 떨어졌을지도 몰랐다.
‘10위권만 지키자.’
팀장은 최소 한 달은 연참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것 말곤 이 상황에서 쓸 카드가 없었다.
물론 돈을 쓰면 다른 마케팅 방법도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같은 곳에 작업을 할 수도 있고, 버스나 지하철에 옥외광고물을 내걸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아직 웹소설은 그만큼 광고해서 돌려받을 만한 시장이 아니었다.
드라마나 게임까지 되는 초대박이 터지면 몰라도, 막 오픈한 작품으로 그 정도 모험을 할 순 없었다.
그가 채팅했다.
【2번 작가님, 로맨스 3위입니다. 4번 작가님이 남성향 2위, 6번 작가님이 3위고요. 7번 작가님은 웹툰 부분 3위입니다.】
한 사무실에서 나온 작품들치곤 굉장한 성적이었지만, 이것도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쾅-!
6번 작가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세상에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무조건 포인트를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저번에도 글세상에서 무료 1위를 해 보지 않았나?
그러나 여기엔 집계 방식의 오류가 있었다.
글세상은 말 그대로 ‘무료’에서 싸웠던 거다. 그 소설이 유료에 갔다면 기존 유료작의 인기를 넘어야 했는데, 그는 거기까지 가 보지 못했다.
초콜릿 페이지는 처음부터 모든 작품이 다 유료기에 이만한 성적이면 기뻐할 만한 것이었다.
팀장이 말했다.
【고비라 할 수도 있고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작가들이 이 지점에서 선택을 해야 할 거고요.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더 몰아칠 것인가. 저는 여러분이 더 힘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 면으론 밀리지 않아요. 지금 부족한 건 독자 유입입니다. 기성작가들은 전체 조회수가 여러분의 5배가 넘어요. 연참으로 극복합시다.】
쁘드득.
‘말이 쉽지.’
지금도 2~3편씩은 꾸준히 쓰고 있었다. 이걸 더 늘리는 건 작품 수준을 떨어뜨려야 가능했다.
3번 같은 놈들이야 막 싸지르면 되겠지만 그런 건 6번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보고 또 본다. 단 하나의 오류도 없어야 하며 퇴고를 반복해 마침내 탈고에 이르면 1편당 4시간은 족히 걸렸다.
이 사무실이 먹고 싸고 자는 것 외엔 집필밖에 할 게 없을 만큼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곤 하지만, 소설을 쓰는 데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은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더 늘린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밖에 없는데 -6】
전에 한시적으로 취침 소등이 늦어진 적이 있었다.
고작 2시간 차이가 얼마나 크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 2시간이면 한 달에 60시간이다.
그러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15~20편을 더 뽑아낼 수 있다.
그런 차이가 순위를 가른다.
【오늘부터 소등은 12시로 하겠습니다. 기상도 7시로 맞춥니다. 여러분은 성인입니다. 7시간의 숙면이면 충분하겠죠. 이에 따라 행동 강령도 수정하겠습니다.】
팀장도 칼을 뽑았다. 본인의 강령까지 바꾼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뜻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면 배고픈뎅 -8】
물론 모두가 찬성하는 건 아니었다. 특히 웹툰 작업은 나 혼자 몇 시간 더 한다고 달라질 게 없었다.
【잘 사람은 더 자도 되는 건가? -3】
3번 작가도 불만을 품었다. 모두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지만, 그만 홀로 동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여기서 잠을 줄이고 일을 더 해라?
【식사 외에 간단한 부식을 제공하겠습니다.】
팀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3번 작가가 눈을 크게 떴다.
특식이 아닌 부식이었지만 그게 어디인가? 라면 좀 먹어 봤으면 좋겠다!
‘근데 이 새끼는 내 질문만 쏙 빼고 답을 하네.’
언제부턴가 팀장은 3번이 물어보면 대꾸를 하지 않고 있었다. 묘하게 거릴 두고 있는 것 같은데…….
【부식은 뭐가 나오나요? -8】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것들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소등은 오늘 밤부터, 기상과 부식은 내일부터 적용할 예정입니다.】
하루 두 끼에 부식 제공이라면 꽤 합리적이었다.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식이 있겠지만, 여기에 들어오면 못 먹는 것 따윈 없어진다. 식탐이 없는 7번 작가도 이젠 아무거나 곧잘 입에 넣고 있었다.
【이건 다른 얘기이긴 한데, 우리 시스템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남성향이니까 몇 권을 쓸지 작가가 정하기 나름인데, 성적이 좋지 않아도 내가 40권을 쓰겠다, 그러면 이어 갈 수 있는 겁니까? -4】
4번 작가도 못내 아쉬웠다. 처음엔 탈출할 생각으로 작품을 기획했지만, 막상 연재가 되어 내 소설이 세상에 나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니까 욕심이 생겼다.
팀장이 답했다.
【밥값도 못 하는 걸로 세월아 네월아 하는 건 불가하지만 현 4번 작가님의 소설의 경우 장편으로 갈수록 뒷심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뒤에서 터질 수도 있고, 웹툰과의 시너지도 계속 발생할 것이니 권수에 제한을 두진 않겠습니다.】
안 팔리는 건 제한하겠다는 숨은 의미가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4번 작가는 다른 의도도 있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면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을 거야.’
작가로서도 성공하고 여기서 탈출도 하려면 1명의 독자라도 더 있어야 했다.
전체 브리핑을 마친 팀장이 피곤한지 의자에 몸을 기댔다. 갑자기 부식을 마련하게 되어서 일이 늘었지만, 성공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식과 특식은 구분을 확실히 둬야겠지.’
특식이 기름진 음식이라면 부식은 바게트나 잼 바른 식빵, 시리얼 정도면 되겠다. 그래야 식사권에 목을 맬 것이 아닌가.
“하…… 어렵네, 어려워.”
어느 판에서건 1등은 이리도 힘든 것이었다.
*
*
*
“실망한 건 아니죠?”
그녀와 통화 중이었다.
-아뇨! 5등이잖아요! 얼마나 대단한 건데요! 아직도 꿈 같아요! 정말 좋은 꿈이요!
다행이었다.
하나는 여성향 5위에서 8위를 오가고 있었다. 모든 프로모션이 끝난 지금, 이제 남은 건 독자의 선택뿐이었다.
같은 날 런칭한 실탄 작가의 ‘내 사랑 그 곁에’가 4위를, 기존의 기성 작품들이 1~3위를 하고 있었다.
“상위권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완결할 겁니다. 그때까지만 잘 버티면 더 높이 올라갈 수도 있어요. 하실 수 있죠?”
-네! 그래야죠! 이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요!
옳다, 기회다. 실망할 게 아니라 더 몰아붙여야 하는 거다.
특히 하나와 도림의 작품은 로판이라서 더 호흡이 길다. 현 상위 작품들은 현대 배경이라서 길어야 한두 달이면 다시 승부처가 온다.
아, 그때까지 훅훅 치고 들어올 신작도 물리쳐야 하는 건 기본이었고.
“그러면 모임 때 뵙겠습니다.”
-비축분 많이 만들어 놓을게요! 고마워요!
“제가 더 고맙죠.”
철수와 명한의 작품도 남성향에서 선전하고 있었고, 도림은 6~10위를 오가고 있었다.
웹툰 분량이 적어서 큰 힘을 받진 못하고 있었지만,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우리 작가들 작품도 중요하지만, 관심이 가는 소설들이 있다.
그간 이런저런 일 때문에 미뤄 뒀는데, 이제 모니터를 해 본다.
‘이번 생은 최강으로 살겠다.’
제목 좋고 필력도 준수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분명히 처음 본 스토리였다.
‘잘 쓰네.’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지면 천재가 된다.
그런데 이 작가는 신인인지 기성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어떤 부분에선 매우 젊은 사람인 것 같다가도 어느 지점에선 노년의 맛을 풍겼다.
이건 굉장한 다독의 결과물이었다.
내 경험을 녹여 내는 게 아니라 본 것을 내 식대로 풀어내는 것인데. 쉽게 말해서 30년간 회사 생활을 해 본 것을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이 있다면 그건 경험이지만, 무협 소설을 30년 봤다고 무공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30년 보면 30년 치만큼을 다룰 순 있다.
본 걸 곧장 그럴듯하게 쓰기까지는 눈의 레벨과 손의 레벨을 맞추는 힘든 작업이 필요하고, 그걸 해내는 사람이 바로 작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알아.’
이 작가는 별거 아닌 걸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대사 하나, 캐릭터의 동선부터 분위기까지 잘 잡았다.
묘사도 과하지 않았다. 평소엔 최소한의 설명과 텍스트로 넘어가다가 힘을 쥐야 하는 부분에선 기다렸다는 듯 몰아쳤다.
독자도 그걸 아는지 뒤로 갈수록 댓글이 늘어나고 있었다. 몰입해서 보다가 정신을 차렸더니 어느새 다 봐 버린 것이다.
나도 그랬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봤는데.”
나는 10년의 기억까지 더듬었다. 이렇게 쓰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딱 떠오르질 않았다.
얼마나 미묘한 수준이냐면 10~20대가 좋아하는 K팝에 트로트를 살짝씩 녹인 맛이랄까? 그게 극소량이라서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차리지도 못할 만큼이었다.
의도했다면 고수다. 모르고 한다면 재능이었다.
그래서 댓글에도 전 연령이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고리타분하지도 않고 유치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어렵냐면 당장 순위권 작품들만 쭉 나열해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작품에 따라 표지부터 제목까지 노리는 대상층이 확실하다.
연령, 성별, 문화, 국가를 초월해 모두에게 읽히는 글을 쓴다?
내 판단에 그건 동화밖에 없었다.
“하긴 정점에 이르면 다 비슷해지긴 하지.”
10년에 한 번꼴로 대작이 나온다고 한다.
독자야 매일같이 재미있는 소설이 출간되면 좋겠지만, 인생작이란 건 그 단어가 내포한 것처럼 어느 작가에게서 딱 한 번 터지는 대작이었다.
그런 인생작들 사이에서도 독자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10년 주기로 나온다는 거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작가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시계를 봤다.
‘벌써 이렇게 됐나.’
새벽 1시를 넘기고 있었다. 자려고 눕기도 애매했고 집필하기에도 정신력이 고갈되어 조금만 더 있다가 불을 끄려고 생각하며 다음 작품을 눌렀다.
‘회귀작가전.’
아까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이었다.
그런데…….
“어?”
이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