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6)
작가귀환-186화(186/250)
【세계 최고의 이벤트! 비스트 몬스터! 그 대망의 예선전이 곧 시작합니다! 이 경기에 동원된 시설만 엄청나다고 하는데요! 총 5일간 사용될 물이 무려 수영장 3개를 꽉 채우고도 남는답니다! 저 급수차들 보이시죠?】
-와아아아아아아아!
-미국! 미국! 미국!
-일본! 일본!
【세계 각지에서 최강 인간들만 선발했습니다! 누가 인류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될 것인가! 그것을 증명하는 무대!】
48개국에서 382명이 참가했다. 남녀 가리지 않았고 체급도 상관없었다. 강철의 부대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엄습했다. 일단 규모부터 상대가 안 됐다.
‘미쳤네.’
여기서 진성이와 진국이가 우승할 수 있을까?
키가 2미터가 넘는 사람도 있었다. 저기 저 백인은 150kg을 훌쩍 넘을 것 같은 덩치였다.
【예선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치러집니다! 참가자들은 서둘러 입장해 주십시오!】
“다치지 마.”
내 말에 진성이와 진국이가 씨익 웃곤 떠났다. 나는 수현에게 물었다.
“예선은 뭘로 합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저걸 보면 철봉 건너기 아닐까요?”
바닥엔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위엔 철봉이 촘촘하게 500개는 박혀 있었다.
나도 어릴 때 학교에서 저것의 축소판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10개쯤 됐던 것 같은데?
안전을 위해 수면엔 그물이 펼쳐 있었고 철봉 높이는 5미터쯤 됐다. 저 위에서 떨어지면 시원하게 추락하겠다.
“하실 수 있겠어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저게 처음엔 별거 아닌데, 할수록 힘이 빠지거든요. 순수하게 팔심으로만 버텨야 하는 거라서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불리할 겁니다.”
수현의 예상대로 예선전은 철봉이었다. 그런데 그의 상상을 비껴간 조항이 있었다.
【몬스터 척추 건너기! 이름도 무시무시하죠! 룰은 간단합니다. 참가자는 여기서 저기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됩니다. 10명씩 출발하고 선착순 5명만 예선을 통과합니다!】
5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 관계자는 사전에 시험을 해 본 걸까?
【장갑을 포함한 모든 장비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 그러면 철봉에 다리를 걸고 쉬어도 됩니까?】
【그건 괜찮지만 그랬다간 시간 싸움에서 불리하겠죠.】
【만약 다섯 명이 들어오기 전에 다섯 명이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
【떨어지면 무조건 실격! 다른 조에서 완주한 사람이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렇군요! 재미있겠습니다! 이제 1조가 준비하네요. 과연 이 무시무시한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자격을 증명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나올지 흥미진진합니다!】
10명씩 출발하려는지 길게 늘어선 참가자들이 저 위에 보였다.
-우우우우우우!
과연 미국인가. 이 정도 규모로 예능을 찍는 나라는 없을 것 같다. 김 PD가 보면 침을 질질 흘리겠다.
“우리는 17조군요.”
전광판을 보며 수현이 말했다. 참가자가 워낙 많아서 열 명씩 하는데도 한참 기다려야 했다.
【자! 시작합니다!】
그런데 워낙 흥미진진해서일까? 1조 경기는 순식간이었다.
처음부터 탈락자가 나왔다. 자신만만하게 뛰었던 참가자가 철봉을 잡지 못하고 벌러덩 추락한 것이다.
“와, 살벌한데요.”
【으어어어어! 탈락했습니다! 미국의 조쉬! 철봉도 잡아 보지 못하는군요! 몬스터에게 도전조차 못 해 보고 굴복했습니다!】
【하하하! 이게 바로 몬스터죠! 약자는 바로 걸러내는 겁니다! 자, 생존자들 차분하게 갑니다. 100개쯤부터 팔에 경련이 오게 될 건데요.】
【그렇게 빠릅니까?】
【예, 몬스터가 사정없이 저들의 근육을 물어뜯는 중입니다. 인간은 나약해서 지속된 고통에 견디질 못합니다. 아앗! 보세요! 또 떨어집니다!】
【아, 이래선 한 사람이라도 완주할 수 있을까요?】
【만약 예선에서 한 사람만 통과하면 그 사람이 우승하는 겁니까?】
【아니죠! 홀로 모든 장애물을 이겨 내야 진정한 최강 아니겠습니까!】
【하하, 이거 쉽지 않군요. 쉽지 않아요.】
옆에서 수현이 설명해 주는 걸 들었다. 절반이 되기 전에 벌써 넷이 탈락했다. 중반에 다다른다고 해도 쉴 순 없다.
【독일 선수, 치고 나갑니다. 몸의 균형이 아주 잘 잡혀 있네요. 저 선수는 이번 예선전이 행운이었습니다. 팔씨름 같은 걸 했다면 힘도 못 썼겠어요. 저 가녀린 몸이 이렇게도 도움이 되는군요!】
【그에 비해 미국 선수들, 고전하고 있습니다. 과연 예전선 첫 조에선 누가 살아남을까요?】
*
*
*
김 PD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가수들을 기다렸다.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스태프들이 장비를 챙겨 버스에 오르는 걸 보면서 그가 시계를 봤다. 오전 10시.
때마침 디엠이 나왔다. 그 뒤를 츄가 따랐다.
“규리 씨는요?”
모두 뒤를 봤지만 규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잠깐 기다리죠.”
오전 연습 후 방으로 올라갔는데…….
‘아까 그 일 때문에 삐졌나?’
촬영 전 첫 연습에서 작은 마찰이 있었다.
김 PD가 볼 때는 흔한 기 싸움이었다. 연예인이 자기 분량 늘이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쓰는 건 다반사였다.
규리는 후렴 파트를 맡길 원했고 츄도 그랬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지리산 엘프 메인 OST는 지민이 하기로 했다.
한 곡씩 파트를 나눠서 돌리면 될 일이었고, 김 PD는 그렇게 합의를 봤다.
“아, 저기 나오네요.”
깜빡 잠이 들었나? 부스스한 얼굴로 나온 규리가 보이자 김 PD는 버스에 탔다.
“1시간이면 도착하니까 준비해 주세요. 내리면 정신없습니다. 대기실도 따로 없어요.”
이런 척박한 일정은 김 PD도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날것의 맛이 있는 거 아니겠나?
이걸 카메라에 얼마나 잘 담느냐가 관건이었기에 그는 촬영팀과 계속해서 의견을 나눴다.
그걸 본 지민은 이어폰을 꼈다.
디엠 하면 진성 아니면 진국이라고 아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디엠은 가수다. 노래가 사랑받아야 하고 음악이 인정받아야 한다.
물론 팀을 알린 형들에겐 고맙지만, 이제 목소리를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규리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
그녀의 심정도 알지만, 디엠은 그의 목숨보다 소중했다.
세찬과 해진이 나란히 앉았다.
“형들은 잘하고 있겠지?”
“당연하지. 이 세상에 그 형들을 이길 사람이 누가 있어? 우리 걱정이나 해.”
진성이를 북극에 진국이를 남극에 던져 놔도 둘은 어떻게든 만날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벌써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
게다가 디엠은 아이돌이다. 안무가 주력이 되는 K팝을 한다. 두 사람이 빠지고 그 자릴 여성 보컬 둘로 채운 만큼 이제 순수하게 노래로 무대를 장악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으니 두려움이 생긴다.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여기구나.’
김 PD도 첫 버스킹에 대한 압박이 있었는지, 한인 타운 근처였다.
그렇다곤 해도 거리에 지나는 사람들 중에서 한국 사람이 많이 보이진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디엠을 알아볼 것 같지도 않았다.
“자 자, 빠르게 움직이자!”
섭외해 둔 장소는 삼거리 중심이었는데 식당이 양쪽으로 있어서 유동 인구가 꽤 많았다.
지민은 처음 메멘토모리 사무실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느새 데뷔도 하고 이렇게 미국에도 와 있었다.
꿈을 꾼 것 같은데 현실이고 지금이 진짜라고 생각하면 붕 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상하지만 나쁘진 않아.’
지민은 오늘을 즐기기로 했다. 평생 다시 안 올 무대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 준 대표님께 떳떳하려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괜찮아?”
반대로 세찬은 토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걱정돼서 지민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고마워…….”
셋은 이제 친형제나 다름없었다. 초반엔 티격태격했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허물이 없었다.
이게 팀이고 가족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빈 곳이 있으면 그걸 채우고 내게 문제가 있다면 다른 멤버가 보완해 준다.
해진도 그걸 아니까 조용히 다가와서 말을 돌렸다.
“놀랄 만큼 우리한테 관심이 없네.”
그 말에 지민이 웃었다.
“한국에서도 우리 모르는 사람 많잖아.”
“아니, 여긴 뭐라고 해야 하나.”
문화의 차이와 인종이 다름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거다.
이제 노래로 모두를 몰입시켜야 한다. 과연 될까?
김 PD가 다가와 외쳤다.
“테스트합시다! 곧 카메라 돕니다!”
그도 신경이 날카로웠다.
“야! 거기서 담배 피우지 마!”
스태프들을 단속하면서 가수들을 챙겼다.
“지민 씨, 목 괜찮죠?”
“네.”
“좋아요. 오늘 곡들은 지민 씨가 메인입니다. 녹화라지만 여기 분위기상 계속 끊고 다시 할 순 없으니까, 한 방에 가야 해요.”
기본적으로 소음이 있었고 차도 가끔 다녀서 좋은 음질을 기대할 순 없었는데, 그래서 더욱 목소리가 중요해졌다.
저기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해야 했고, 그들의 몸을 돌려야 했으며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
‘할 수 있어. 이런 날을 기다리며 산 거잖아.’
지민은 두 사람의 손을 잡았다.
‘형들이 없으니까 우리끼리라도 파이팅하자.’
“실수해도 돼. 근데 그랬다고 실망하진 말자.”
“오케이! 즐기자!”
“그래! 해 보자!”
세 사람이 각오를 불태울 때 츄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경력은 오래됐지만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하고 이런 낯선 곳에서 외국인 앞에 선다는 건 전혀 달랐다.
규리는 그녀에게 오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자끼리 으쌰으쌰해도 손이 떨릴 판국에 혼자만 버려진 것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 세 사람이 다가왔다.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어? 아, 으응!”
열 살은 차이 날 것 같은데 경황이 없어서 대답해 버렸다.
지민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누나 덕분에 안심이 돼요. 저희끼리였으면 못 했을 거예요.”
“나도 잘 부탁해.”
억지로라도 웃으니까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지민이 그녀 옆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통통 두드려도 보고 짧게 소리도 내 보았다.
-아아아아.
소리도 질러 본다. 지나는 사람들이 멈칫했다.
“누나도 테스트하셔야죠.”
“응, 그럴게.”
책임이 남자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진성이나 진국이가 있었다면 그들의 역할이었겠지만, 지금은 지민이 모두를 거둬야 했다.
혼자 부르면 상관없겠지만, 파트를 나눠야 했으니 다 잘해 줘야 했다.
‘내가.’
지민의 눈빛이 한창 깊어졌다.
‘해야 돼.’
*
*
*
【와아아아아! 이게 웬일입니까? 9조! 무려 8명이 탈락해 버립니다!】
【최강의 조인 줄 알았는데 최약의 조였군요, 하하하!】
【이로써 90명 중에서 42명만 살아남아 본선에 진출하는데요. 생각보다 처참한 결과입니다! 이러면 본선 출전자가 너무 적어지겠는데요?】
【단정하긴 이릅니다. 지금까진 북미와 유럽 국가에서 온 참가자들이 많았다면, 이젠 아시아에서 온 참가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으니까요. 저들의 몸을 보세요! 이 경기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습니까?】
【과연 이번 경기 한정이라고 한다면 잘 버텨 줄 것 같네요. 하하하! 설마 이 경기를 위해서 살을 쪽 빼고 온 건 아니겠죠?】
【몬스터 척추는 철저하게 비밀로 했으니 그럴 린 없을 겁니다! 자! 이제 선수들 나옵니다! 유심히 봐야 할 선수가 있을까요?】
【한국, 중국, 일본이 고루 섞여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