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1)
작가귀환-191화(191/250)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능숙해지는 것이 당연했다.
오늘 지금 여기 디엠이 그랬다.
수없이 호흡을 맞춘 곡이었는데, 조명 없이도 빛이 났고 화려한 무대가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을 몰입하게 했다.
특히 진성과 진국이 빈자릴 메꾸자 꽉 찬 기분이 들었는데, 엄청난 군무를 직관하는 사람들은 입을 떡 벌렸다.
한국 아이돌만의 강력한 무언가를 고스란히 보며 감탄하고 놀람을 감추지 않았다.
‘이만하면…….’
내 자식들, 어디 내놔도 꿇리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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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신고 접수됐습니다!”
팀원의 말에 조정환 팀장은 버럭 되물었다.
“어디야?”
“대전입니다!”
“대전?”
“한솔미술학원 학생 하나가 24시간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답니다. 부모가 찾아 나섰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인근 CCTV는?”
“이미 실종자 부모가 싹 돌아다니면서 확인했다는데, 23시 47분에 학원 건물에서 나간 것까지만 확인되고 있습니다!”
작가 연쇄 실종 사건의 수사가 정체되고 있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탐문하고 있었지만, 마땅히 단서라고 할 만한 것들이 나오지 않고 있는 와중에 대전에서 실종자가 나온 것.
‘작가’라고 부를 만한 실력을 갖췄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유사성은 있어 보였기에 반장은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다.
팀원 하나가 운전석에 탔다.
“실종자가 커뮤니티 활동을 했대?”
“확인 중에 있습니다.”
“뭔가 연결 고리가 있을 거야. 아참, 성별은?”
“남성입니다.”
“으음……. 나이는?”
“스물하나이고요.”
“군대는 다녀왔나?”
“대학교 휴학하고 미술 학원에 다니고 있었답니다.”
“거참…….”
스물한 살짜리 남자를 데려다가 뭘 할 수 있을까?
보통 이런 연쇄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 그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강력 범죄는 성범죄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고, 피해자가 어리면 어릴수록 끔찍한 결말이 기다렸다.
그런데 이 해괴한 실종 사건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정말 장기밀매인가?’
보이스 피싱 조직이나 마약 범죄의 연관성도 따져 봤지만, 증발하듯 사라진 실종자들 사이의 어떤 교차점도 없었다.
유일한 게 ‘작가’라는 것인데, 그래서 작가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모든 글을 서칭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득이 없었다. 작은 구멍이라도 있어야 물꼬를 확 틀 텐데, 실종자들이 어디로 간 건지 전혀 짐작할 수 없으니 답보 상태로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휴대폰은?”
“학원 인근에서 신호가 끊겼습니다.”
“그 시간에 혼자 터미널 같은 델 가진 않았을 거잖아.”
“그렇겠죠.”
“면허는?”
“있긴 한데 실종자 명의의 차는 없고 운전 경력도 거의 없답니다.”
“자네가 볼 땐 이 사건, 뭔 거 같아?”
대전까지 가려면 몇 시간은 차에 있어야 해서 팀장은 생각을 정리할 겸 팀원에게 물었다.
“신종 사이비 종교 아닐까요? 전에도 대학생들 위주로 포교 활동했던 단체가 있지 않았습니까?”
“음…….”
그럴 수도 있다. 종교라면 남녀 가릴 이유가 없었다. 특히 작가나 지망생은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기니까 외로움에 취약할 테고 종교가 그걸 비집고 들어간다면 쉽게 흔들릴 수 있었다.
“골치 아파지겠는데.”
“그렇죠. 사이비 종교에 들어간 거면 찾는다고 해도 실종자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신원은 확인되는 거잖아. 무조건 찾아야지.”
“네, 찾아야죠!”
실종자 가족에게 연락하고 우선 학원을 목적지로 잡았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조정환 팀장이었기에 파고 파다 보면 꼬리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문제는 이 대전 실종 사건이 수도권 사건과 연관이 있느냐 하는 거다.
“이 건물입니다.”
“주차하고 와.”
“네!”
조정환은 먼저 엘리베이터를 탔다.
학원은 평소처럼 운영하고 있었는데 아직 실종자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야단법석을 떨 필욘 없었다.
“광역수사대 조정환 팀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원장이에요.”
“그러시군요. 실종자 사진 있습니까?”
“네, 여기……. 전에 사생대회 갔을 때 찍은 거예요.”
단체 사진엔 왜소한 체구의 남자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교우 관계가 어땠습니까?”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애였어요.”
스물하나면 애라고 부르기엔 다 컸지만, 중년 원장의 눈엔 다 철부지였다.
“편의점에도 혼자 가서 라면을 먹기도 했고요.”
“요 며칠 눈에 띄는 행동을 하거나 하진 않았습니까?”
“전혀요. 워낙 말수도 적고 튀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이상했다면 저희가 먼저 알아차렸을 거예요. 게다가…….”
“네?”
“두 달 후면 공모전이 열리거든요. 거기 참가하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가출한다는 게 말이 안 돼요.”
“아직 가출이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아, 네. 죄송해요.”
“원생들 간에 학원 폭력이나 그런 것들은 없었고요?”
“전혀요!”
“올라오다 보니까 학원이 여럿 있던데요. 다른 학원 학생들과의 마찰은 없었습니까?”
“제가 알기론 없어요. 이 동네 애들이 얼마나 착한데요.”
본래 어른들은 내 자식이 사고 치기 전까진 다 이렇게 말한다.
‘흔적 없이 실종됐어. 수법이 비슷해.’
대한민국의 한 해 실종 신고 건수만 봐도 섣불리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단순 가출이라고 해도 모든 CCTV를 피하는 건 매우 어렵다.
일단 어디에 CCTV가 달려 있는지를 일반인들은 다 찾아내지 못한다.
그런데 이 연쇄 실종 사건은 피해자들이 땅으로 꺼진 것처럼 사라져 버리는 특징이 있었다.
귀신의 장난이 아니라면 범인은 아주 치밀한 자였다.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습니까?”
“돈 없으면 미술 못 해요.”
“그러니까요. 미술을 위해 어디서 급전을 썼거나.”
“그건 모르겠고, 공모전 나간다고 어떤 모임 애들하고 자주 연락하는 것 같긴 했어요.”
“어떤 모임입니까?”
“거기까진 몰라요.”
핸드폰을 찾지 못하면 답이 없는 문제였다.
조정환 팀장은 답답한 신음을 흘리다가 뒤에서 다가오는 팀원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원장은 최대한 협조했다. 그녀가 까칠하게 나왔으면 곤란했을 것이다.
“뭐 나왔습니까?”
팀원의 말에 그가 머리를 저었다.
“아마 우리가 쫓는 그놈의 짓이 맞는다면 여기선 머리카락 하나 나오지 않을 거야.”
작가들은 어떤 목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걸까?
“실종자 혈액형은?”
“AB형입니다.”
“지병은 없고?”
“네.”
이따 실종자 부모를 만나면 더 자세히 물어봐야겠지만, 사전 정보로도 실종자가 특이하다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단 걸 알 수 있었다.
“여자 친구는?”
“가족들 말론 여자 손도 못 잡아 봤답니다. 눈도 못 마주치는 성격이고요. 그러니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사이비 종교라면 단체 생활이 기본인데, 실종자가 그걸 견딜 수 있을 것 같진 않거든요.”
“내 생각도 그래. 이건 실종자가 원해서 이탈한 게 아니야. 두 달 후 공모전 준비하고 있었다는데, 자네 같으면 인생이 달린 꿈을 앞에 두고 그런 거에 흔들리겠어? 떨어진 직후라면 모를까.”
두 사람은 좀 더 건물을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조정환 팀장이 이면도로를 보며 말했다.
“여긴 일방이야. 저쪽에서 차가 들어오면 무조건 이 코너까진 돌아야 하지. 그럼, 여기 편의점 CCTV에 찍혀야 하거든.”
“당 시간대 차량 모두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 안에 반드시 흔적이 있을 거야. 아니면 실종자가 큰길로 나가기 위해서 여기로 갔어야 하는데, 그러면 실종자 모습이 건물 외부 CCTV에 있어야 하잖아.”
사람들은 이 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실종자 다섯이라고 하면 ‘가출한 거 아니야?’라며 사소하게 보거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일 그들이 모두 죽었다면?
연쇄살인이다. 다섯이나 희생자가 나온 살인 사건이라면 이미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이게 놈이 노린 건가?’
주차장으로 가며 조정환 팀장은 어쩌면 범인이 생각보다도 더 심리적인 것들을 잘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시체가 발견되면 언론이 들쑤실 것이고 사람들도 경각심을 가질 것이다.
일단 경찰이 합심해서 집중하면 웬만한 사건은 다 해결된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실종자는 있는데 범죄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으면 사건은 흐지부지되어 버린다.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실종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이미 사건은 벌어졌는데 이쪽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이번 케이스처럼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몰라도 혼자 살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면 몇 달이 지나도 모를 수 있었다.
“그때 그…… 메멘토모리? 아카데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아, 저도 혹시나 해서 알아봤는데, 지금 미국 일정 소화하고 있답니다. 출국 기록도 확인했습니다.”
“음, 그쪽은 절대 아니군.”
알리바이가 있으니 메멘토모리는 용의선상에서 제외될 것이다.
성범죄도 아니고 돈을 노린 것도 아니면 사람을 데려다가 어디에 쓰고 있단 말인가? 설마 도시 괴담처럼 식용으로 쓰진 않겠지?
‘그럴 리가.’
속으로 픽 웃어 버린 그가 차에 올랐다. 그러곤 전활 걸었다.
“조정환입니다. 네, 역시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통활 마친 그를 보며 팀원이 물었다.
“국과숩니까?”
“어, 지문 하나 없었다는데.”
이전 실종자들의 집과 유류품, 동선을 다 역추적했지만, 낯선 사람의 DNA는 없었다.
이렇게 되면 다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번 사건과 연쇄 실종 사건은 전혀 다른 케이스일지도 모르지만, 만약 같은 범인의 소행이라면 놈이 이제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무대를 확대했다는 뜻이었으니 이쪽도 그에 맞춰 몸집을 바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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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작가가 왔다.
그는 이틀을 아무 말도 없이 꿍하고 보냈다. 밥도 안 먹었고 팀장도 보채지 않았다.
여기 온 사람들보다도 더 어려 보였는데 키도 작고 무척이나 메말랐다.
‘저러다 몸 상할 텐데.’
7번은 신입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다.
아직 그가 소설 작가인지 그림 작가인진 모르겠지만, 전보다 신입이 들어오는 주기가 빨라졌다는 게 걱정스러웠다.
흥행 맛을 본 팀장이 점차 납치에 중독되어 간다는 것인데, 이게 그녀에겐 희망이 되어 주면서도 한편으론 신입들에게 미안함을 품게 했다.
‘완벽한 사람은 없어. 계속 사람들을 데려오다 보면 경찰이 찾아낼 거야.’
몇 주는 연락이 안 돼도 그게 몇 달이 되면 소원한 가족들이라고 해도 이상함을 눈치챌 것이다.
이미 여기 작가들이 머문 시간도 상당했기 때문에 그녀는 경찰이 찾아 주길 바라고 있었다.
‘저 사람은 어디에서 온 걸까?’
그녀 정도면 이곳에 완전 적응했다고 볼 수 있었지만, 처음에 얼마나 힘들었는질 알기에 계속 신입을 보게 되었다.
‘아? 일어난다.’
의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쪼그려 앉아 있던 신입이 갑자기 상체를 우악스럽게 모니터 쪽으로 향했다.
그가 모니터를 던져 버리고 머릴 문에 처박은 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쿠웅-!